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57화(15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57화
[테이머의 손길: 일시적으로 전투 중인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다. 친화력을 급속히 올려 준다.] [최대 한 마리 가능, 세 시간 지속] [10레벨 이하로 차이나는 몬스터의 경우에만 가능]한시하는 드레이크 토벌 당시 얻었던 스킬을 떠올렸다.
전투 중인 몬스터를 임시로 길들일 수 있는 능력.
그걸 동글이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동글이의 친화도는 현재 11퍼센트였다.
죽었다 깨어나도 지금은 길들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한시하는 도박을 걸었다.
[레벨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호의적인 상대입니다.] [레벨 측정 불가 대상입니다. ‘테이머의 손길’의 조건을 변형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최대 한 마리 가능, 10분 지속]스킬의 허점을 노린 방법.
…됐다.
한시하는 동글이를 낚아채고선 피식 웃었다.
이러면 막대한 양의 마력을 끌어 올 수 있다.
아니, 그 전에 공허의 큐브의 메인 능력, 공간 왜곡을 쓸 수 있다.
평평한 공간을 접고, 뒤집고, 비틀어서 순간이동처럼 사용한다.
마치 아첸트의 고유 능력을 연상시키는 큐브의 이능.
아론이 다급히 손을 뻗어 다시 큐브를 낚아채려는 순간.
스윽.
한시하는 아론의 뒤에서 그의 손에 들린 검을 쳐 냈다.
“뭐, 뭐야!”
아론은 갑자기 사라진 한시하를 보고 경악했다. 제 손에서 사라진 검을 눈치챈 것은 그다음이었다.
“어디 갔어! 어디 갔냐고!”
아론의 검을 낚아챈 한시하가 망설임 없이 그를 베었다.
인기척을 느낀 아론이 몸을 피했지만 날카로운 검날은 그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아론은 비명을 내지르며 크게 휘청였다.
수많은 이들에게 저주를 새겼던 검은 결국 제 주인을 덮친다.
노련한 마법사도 고통 앞에서는 무력하다. 아론은 잇몸에서 피가 새어 날 정도로 이를 세게 악물었다.
“으아아악!”
아론의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아우라가 한시하를 때렸다.
하지만, 한시하의 방어막이 먼저였다.
공간을 접어 벽을 세운다. 형편없이 널브러져 있던 전화부스가 버팀목처럼 일어서 아론의 공격을 대신 막았다.
콰앙-.
강렬한 폭음과 함께 한시하의 벽은 고철 덩어리가 되어 날아갔고, 한시하는 아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쥐새끼 같은 놈.”
순간이동을 하는 상대와의 전투는 까다로운 일이다.
아첸트의 고유 능력을 그대로 빼다 박은 전투 방식에서 아론은 혼을 뺏기고 말았다.
‘어떻게 한 거냐?’
아론은 큐브의 고유 능력을 모른다.
‘저런 능력을 사용한단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건만.’
‘대체 어떻게… 어쩌다 저런 능력을….’
아론은 고통을 덜어 내려 지팡이를 손이 떨릴 정도로 세게 움켜쥐었다.
언제든 아론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한시하의 능력.
아론은 지팡이를 뻗어 뒤를 가격했다.
스윽-.
한시하는 이를 여유롭게 피하며 웃음을 흘렸다.
“말했잖아. 상성이 영 안 좋다고.”
한시하는 아론의 곁에 다가가지 않는다.
스치기만 해도 저주가 옮는 것은 비단 저 검뿐만이 아니니까.
아론이 쥐고 있는 지팡이.
저건 그 자체로 무기다. 단순한 지팡이가 아닌, 닿기만 해도 살이 타들어 가는 아론 고유의 아티팩트.
한시하는 지팡이의 궤도를 노려보며 빠르게 몸을 피했다.
한시하도 지금 상황을 완전히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큐브의 능력이 익숙지 않다.
공간의 왜곡을 자유롭게 이용했던 아첸트와 달리, 실전에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이 능력은 마력을 미친 속도로 잡아먹는다.
공허의 큐브가 지닌 최고의 단점.
큐브에서 끌어온 마력조차도 순식간에 바닥내 버린다.
이대로라면 10분의 제한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마력이 소진되어 큐브를 쓸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이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3분 정도.
3분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
조급함이, 초조함이 목구멍에서부터 끓어올랐지만 티를 내지 않는다.
한시하는 그저 처음처럼 여유롭게 아론을 조롱할 뿐이었다.
“큐브를 얌전히 내놓을 줄 알았던 놈이, 큐브를 써먹을 줄은 몰랐겠지.”
“이… 이… 개자식이!”
“달란다고 곱게 줄 거라 생각했나?”
푹.
날카롭게 파고든 검이 아론의 복부를 꿰뚫는다.
“커억!”
아론이 피를 토해 내며 지팡이를 뻗었다.
쾅.
한시하의 어깨를 스친 검은 구체.
고통에 잠식될 시간은 없었다.
고작 3분.
한시하는 망설임 없이 아론을 몰아붙였다.
발악하듯 검을 휘둘렀다.
괴물처럼 사방에서 덤벼드는 한시하를 피하려 두 팔을 휘젓는 아론.
하지만, 그가 상대해야 할 상대는 하나만이 아니었다.
“어… 어어…!”
얼어붙은 지팡이를 내려다보며 아론은 소리를 내질렀다.
바실의 브레스가 비틀거리는 아론을 향해 내리꽂혔다.
[파이어 스파이크]화르륵.
한 점에 쏟아부은 바실의 마력이 얼어붙은 지팡이를 태운다.
“안 돼… 안 돼!”
파앗-.
아론은 달려드는 바실을 향해 검은 구체를 날렸다.
“끼에엑!”
고통스러운지 주춤하는 바실.
아론이 바실에 신경 쓰는 틈을 타, 한시하가 몸을 날렸다.
서걱.
아론의 검이 다시 한번 아론의 복부를 가른다.
한시하는 떨리는 손으로 아론을 들이받았다.
“어… 어억….”
이제 1분 남았다.
거의 바닥이 난 마력에 제 마력까지 쏟아붓고 있으니 탈진하지 않는 게 기적이다.
한시하는 비틀거리면서도 아론을 놓지 않았다.
아델라의 힘을 빼앗았던 검이, 아론의 마력을 빼앗아 간다.
제 주인의 피를 묻힌 채 괴물처럼 꿀렁이는 검을 내려다보며 한시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실로 괴기한 검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덕을 보고 있지만.
다시 한번 바실의 [파이어 스파이크]가 아론을 가격한다.
어느덧 전투에 많이 익숙해진 클로스티는 [마력 방어]를 펼쳐 한시하를 일차적으로 보호한다.
이제 거의 큐브의 이능을 쓸 수 없는 한시하는 마지막을 위해 마력을 아낀다.
“하아… 하.”
그는 아론을 천천히 돌아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론의 피가 바닥을 적셨다. 그 사이엔 제 피 역시 섞여 있다.
아론은 절망 섞인 눈길로 한시하를 응시했다.
“그… 그게 그런 능력도 가지고 있었나….”
아론은 힘겹게 숨을 들이쉬며 한시하의 손에 들린 큐브를 가리켰다.
큐브를 십여 년간 쫓았다.
그런데, 정작 큐브의 능력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한시하는 절망한 기색의 아론을 돌아보며 물었다.
“기계의 심장은 어디 있나.”
“…네가 그건 어떻게… 대체 어떻게 아는 거냐?”
아론은 놀라 눈을 치켜떴다.
그들은 큐브를 모아 심장을 가동하려 했다.
원작대로 무한정의 마력을 끌어내어 세상을 뒤엎으려 할 것이다.
아론은 한시하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데에서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한시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싶다.
멍청히 서 있는 아론을 기다려 줄 시간이 없었다.
“…답은 없군.”
큐브의 이능이 사라진다.
한시하는 마지막 마력을 전부 쏟아부었다.
아론의 코앞.
서걱-.
한시하는 검을 들어 아론의 목을 베었다.
* * *
아델라는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었다. 그 무력감이 손발을 아려오는 지금의 고통보다도 자신을 더 절망적이게 했다.
검은 구체가 한시하를 때릴 때마다 아델라는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그 때문에 너덜너덜해진 입술에선 피 맛이 났다.
한시하가 질 싸움이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한시하가 이곳에 오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한시하는 그런 제 생각을 조롱하듯 아론을 향해 말을 읊었다.
‘큐브를 달란다고 곱게 줄 거라 생각했어?’
질 것이 뻔한 싸움에서도 저 당당함은 꺾이지 않는다.
근거 없는 저 자신감은 상대를 뒤흔들어 놓는다.
변수를 만들고, 상대를 파고들어서. 마침내 가망 없는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낸다.
아델라는 인정했다.
어디서도 굽히지 않는 저 당당함이, 좋았다.
아델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시하를 응시했다.
벌써 세 번째인가.
슬라임 던전에서도, 저주받은 나무에서도.
한시하는 늘 제 곁에 있었다.
오늘도 기적처럼 제 눈앞에 나타났다.
서걱.
아론의 목을 그은 한시하가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한눈에 봐도 썩 좋아 보이는 상태가 아니다.
탈진한 상태인지 바들거리는 두 다리는 걷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런 한시하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혼자 오지 말라… 했잖아….”
아델라는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말을 뱉었다.
“잘못되면 어떡… 어떡하려고….”.”
피투성이가 된 아델라가 비슷한 꼴로 앉아 있는 한시하를 빤히 바라본다.
“이 바보야… 너 진짜… 바보냐… 굳이 오지 말라는 걸… 와서 왜 이렇게….”
사실 와 줘서 고맙다고.
와 주길 바랐다고.
하지만 그런 말들은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질 않았다.
생각과 다르게 입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정작 중요한 말은 하지 못했지만, 한시하는 말없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델라는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 아델라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한시하는 슬프게 웃었다.
“미안하다. 많이 늦었지.”
* * *
카타블람 미제 사건에 내 잘못은 없다.
나는 그저 이 복잡한 관계에 끼어들었을 뿐이고, 아무 연관 없던 이방인이니까.
적어도 그 사건에 한해서 나는 아무런 부채감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에 벌어질 일들은 전부 내 선택이다.
거짓으로만 덮을 수 있는 관계를 이어 가려는 것도 내 선택이고, 그럼에도 아델라를 놓을 수 없는 것 역시 내 선택이다.
그게 미안해서.
죽을 만큼 미안해서 너를 찾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될 리가 없었다.
이렇게 눈에 밟히는데, 그게 될 리가 없지 않나.
나는 파르르 떠는 아델라의 손을 붙들었다.
내 쪽도 상태가 좋다고는 죽어도 말 못하겠지만, 아델라는 더 심각했다.
그제야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피를 봤다. 다급하게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아델라를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상처가 생각보다 깊었다.
아론의 검에 베인 상처니 고통은 배로 느껴졌을 터인데.
그걸 어떻게 버틴 거냐.
대체 왜 괜찮다고 하는 거냐.
조금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런 자책감은 잠시 미뤄 두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했다.
촤악-.
오른팔의 면티를 손으로 찢었다.
“뭐… 하는 거야?”
아픈 와중에도 그게 궁금하냐.
나는 웃으며 아델라의 어깨에 티셔츠를 돌돌 감았다.
붕대는 없지만 이거라도 감으면 지혈은 될 거다.
“아악! 아프잖아.”
아델라가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렸다.
촤악-.
그 사이에 나는 면티의 왼팔도 찢었다. 그리고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는 아델라의 배에 감았다.
아델라는 버둥거리며 몸을 틀었다.
“아… 아악….”
“아파도 참아.”
“으응.”
아델라는 시키는 대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도 혼란스러운지 두 눈을 끔뻑였다.
내 손길에 놀란 것 같았다.
“뭐야, 왜 이래 능숙해…?”
순식간에 지혈을 끝냈다.
아델라는 어설프게 묶어 놓은 면쪼가리가 신기한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상태가 영 안 좋긴 해도, 이 정도면 급한 대로 아르델 아카데미까진 갈 수 있다.
“…살았으니 됐다.”
저 꼴로 아카데미까지 걸어갈 수는 없으니 손을 내밀었다.
“업혀. 치료 받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