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58화(15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58화
아론의 습격 이후 3일의 시간이 흘렀다.
촤악-.
양호실의 커튼이 걷혔다.
그새 거동이 편해졌는지 발걸음이 가벼워진 아델라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거 뭔가 이상하긴 한데….
그렇다. 오히려 누워 있는 건 내 쪽이었다.
아론의 검에 몇 번을 베이고 찔린 건 아델라인데, 결과적으로 나 혼자 뻗어 있는 이 상황.
아델라는 황당하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았다.
“왜 네가 몸져눕는데?”
“이익… 이이익….”
악!
일어나려다가 기운 빠져서 그대로 머리를 박았다.
자가치유 덕에 외상은 없는 상태지만, 여전히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다.
“하아… 뒤질 것 같아….”
아델라를 업고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무사히 오긴 했는데, 탈진한 상태에서 마력을 더 끌어쓰느라 몸에 무리가 왔고. 그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델라는 혀를 차며 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열은 내렸네.”
큐브의 막대한 마력을 끌어쓰는 바람에 과부하도 왔었다. 처음 이틀은 열이 팔팔 끓어서 실려 가는 줄 알았다.
아델라는 안타깝다는 듯 나를 바라보면서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을 더했다.
“너무… 오래 아픈 거 아니야?”
누가 보면 한 세 달은 누워 있는 줄 알겠다.
겨우 3일의 시간이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델라의 말을 받아쳤다.
“3일 만에 그렇게 멀쩡해지는 네가 괴물인 거잖아!”
“어… 그런가?”
대체 얘는 뭐지?
검에 찔린 애가 뭐 이리 멀쩡해?
안 멀쩡한데 멀쩡한 척하고 있는 거 아니야?
걱정되어서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 맞긴 하냐?”
아델라는 팔을 살짝 들어서 옆구리가 땡기진 않는지 확인했다.
살짝 아프기는 한지 얼굴을 찡그린다. 하지만, 적어도 움직임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델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아프긴 한데 살 만해.”
“…다행이다. 야.”
이건 진심이었다.
처음 아델라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죽는 줄 알았다.
괴물 같기는 해도, 그만큼 상태가 안 좋았던 애가 3일 만에 기적처럼 회복된 건 다행이다.
아델라는 유독 남들보다 회복력이 빠른 편이다.
본인만 그걸 모르는지 연신 나를 걱정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말이다.
이게 정상적인 거라니까?
“괜찮아, 괜찮다고.”
아델라의 부담스런 시선을 쫓아내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다.
“아, 맞다.”
느닷없이 사운드 텔레포트를 통해서 연락이 왔던 아델라.
처음의 그 들뜬 목소리와 뒤이은 비명 소리. 아론의 습격 때문에 벌어진 뒷 상황은 알고 있지만 그 앞이 의아했다.
그 비싼 전화를 막 쓸 애가 아닌데.
나는 아델라를 돌아보며 물었다.
“근데, 원래 뭐 때문에 전화했던 거야?”
“어?”
생각해 보니까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분명 나한테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그….”
내 물음에 아델라는 당황한 듯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이던 아델라는 붕대를 칭칭 감은 내 어깨를 내려다보더니 짜게 식은 표정이 되었다.
아델라는 손을 휘저으며 말을 뱉었다.
“아니야, 됐어.”
“뭔데, 궁금하잖아.”
“진짜로 아니야. 지금 말할 상황이….”
“말해 봐. 궁금해서 잠 못 잔다.”
“사실… 그게….”
아델라는 입을 달싹거리며 한참 고민하다가 우물쭈물 겨우 입을 열었다.
“꽃, 보러 가고 싶었어.”
꽃?
아델라는 난처한 기색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벚꽃축제라고… 뭐, 그런 거 한다더라….”
여기… 그런 것도 하냐?
* * *
아르델의 벚꽃축제.
넓게 흐르는 호수 주변으로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에선 이미 꽃이 만개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둔 가로수길에, 모여든 연인들이 손을 붙잡고 걷는다.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아델라에게 물었다.
“축제 오늘까지라고?”
“으응!”
일주일간 진행됐던 벚꽃축제의 마지막 날.
내색은 안 해도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 안 가겠다고 하는 아델라를 강제로 끌고 왔다.
그 사이 내 몸도 어느 정도 회복됐고, 아델라는 아주 쌩쌩했다.
벌써 나무 아래로 달려가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이런 거 좋아했냐.”
분명 나무를 뿌리째 뽑고 다닐 거 같은 이미지인데.
아니, 실제로 그게 주전공인 애가 벚꽃나무를 올려다보며 웃고 있다.
뭔가….
“귀엽긴 하네.”
“응?”
“아니야, 아무것도.”
아델라는 환하게 웃으며 내 쪽을 돌아보았다.
어디서 났는지 수북이 쌓인 벚꽃잎을 양손으로 들어 올려 보였다.
흙먼지가 묻어 있는 것을 봐선 아무데서나 주워 온 듯하다.
“땅에 있던 거야?”
“예쁘잖아.”
“버려라, 그거. 사람들 밟고 다니는 걸 뭐 하러 주워.”
“쳇. 낭만이 없다.”
아델라는 툴툴대며 손에 잔뜩 쥐고 있던 벚꽃잎을 떨궜다.
후두둑.
벚꽃잎이 아델라의 손에서 떨어져 내렸다.
아니, 그게 언제부터 낭만이었어.
“낭만은 그런 게 아니지.”
살랑-.
봄바람과 함께 후두둑 머리 위로 벚꽃잎이 떨어진다.
흩날리는 벚꽃잎.
나는 살짝 뛰어올라 그중 하나를 낚아챘다.
“그거 알아?”
“뭐?”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진짜?”
물론 믿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벚꽃잎을 가둔 손을 천천히 펼쳐 보였다.
아델라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벚꽃잎을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가지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가질래?”
“응!”
분홍빛이 감도는 여린 벚꽃잎.
손이 비칠 정도로 얇은 벚꽃잎을 아델라에게 건넸다.
아델라는 마치 희귀한 네잎클로버라도 발견한 것처럼 그걸 소중히 받아 들었다.
“와….”
아델라는 두 눈을 반짝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예쁘다.”
그런가? 그냥 이파리지 저게 대체 뭐가 예쁘나 싶은데.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나도 해 볼래.”
아델라는 잠시 망설이더니 자신도 폴짝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으아앗!”
바로 실패.
휘적- 휘적-.
나무 아래에서 손을 휘젓던 아델라는 금방 울상이 되었다.
“뭐야, 너 어떻게 한 거야? 아까 막 잡고 그랬던 거.”
“응? 그냥 한 건데.”
“왜… 왜 안 잡히지.”
아델라가 궁금해하길래 다시 손을 뻗었다.
타악-.
손을 대충 한 번 휘저으니 벚꽃잎이 딸려온다. 그리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이야, 이대로라면 소원 수십 개 빌겠다.
손쉽게 낚아챈 벚꽃잎 하나를 손에 들고선 씨익 웃어 보였다.
“별로 안 어려운데?”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승부욕은 어딜 가서 밀리지 않을 아델라의 두 눈이 불타올랐다.
“후, 나도 잡는다.”
저기. 이거 몬스터 아닌데.
“진짜로 잡을 거야!”
그런다고 잡힐 잎이 아니다.
여린 잎은 아델라가 손을 뻗는 족족,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렸다.
이쯤 되니 아델라에게도 오기가 생긴다.
“야, 포기해라.”
나는 그런 아델라에게 기름을 부었고.
아델라는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곤 나무를 올려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냥 잡지 못할 거라면… 다른 방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
응?
“어떻게든 잡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잠깐만.
너 설마.
휘이잉-.
낭만은 금세 광기가 되어 버린다.
흙바람을 소환할 때처럼 격하게 부는 봄바람에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뭐, 뭐 하냐?”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아델라를 감싸 안는다.
살랑살랑, 땅 위로 떨어지던 벚꽃잎들이 세찬 바람과 함께 휘몰아쳤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낭만인지 모르겠는데.
얼핏 보면 토네이도 같은 얼어 죽은 낭만.
마력을 여유롭게 뿜어낸 아델라가 환하게 웃으며 폴짝 뛰었다.
그러더니 몰아치던 벚꽃잎의 소용돌이에서 마침내 하나를 잡아냈다.
“…됐다.”
아델라는 몹시도 뿌듯했는지 해맑게 말했다.
“어때? 완전 잘하지? 그렇지?”
토네이도에서 꽃잎을 잡아냈어….
아델라는 소중하게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폈다.
그 손에는 그녀가 힘겹게 잡아낸 벚꽃잎이 있었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아델라는 그걸 내게 내밀었다.
“이거 너 가져. 내 소원 주는 거야. 힘들게 잡았으니까.”
“으… 으응….”
다 좋은데.
사람들 다 쳐다본다.
방금 저 사람들 눈에, 너 인간 자연재해로 보였을 거라고.
“안 받았을 거야? 내가 이거 진짜로 힘들게 잡았거든.”
“….”
“엄청 힘들게 잡았… 왜 그래?”
쪽팔려 죽겠다.
“야, 제발 가자.”
“으아아악!”
나는 여전히 신이 난 아델라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선 끌고 갔다.
* * *
축제 주간에는 상인들도 많이 몰리는 법이다.
가로수길을 벗어나 상가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목소리를 높이며 물건을 팔고 있는 상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앞에 선 상인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비싼 물약들 있으니 하나 보고 가십셔!”
“아니지, 아니지.”
그 옆에 선 상인은 질세라 양팔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했다.
“특별히 아르델 상가에서 자체제작한 물약입니다! 어이, 거기 학생들. 한 번 보고 갈 거요?
아르델 아카데미 교복을 입고 있으니 시선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이 상가의 주 고객은 비싼 물약과 마법서적에 돈을 아끼지 않는 돈 많은 아카데미 학생들이다.
아델라는 여유 자금 한 푼도 없는 제 처지에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 것 같았지만, 호기심이 동하긴 했다.
어떤 물약이 있으려나.
“보러 갈래?”
아델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따라왔다.
우리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털털해 보이는 아저씨가 손짓을 하며 반겼다.
곧바로 영업이다.
상인은 화색을 띠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어이구, 잘 왔네. 잘 왔어. 요새 잘 나가는 물약 볼 터?”
“아, 네. 어떤 거 있어요?”
“어우, 유명한 거 하나 있지. 들어는 봤나. 마력의 질을 올려 주는 물약이라고.”
어?
어어?
그거….
그 다이어트 물약 아니냐?
아델라는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보더니, 작게 속삭인다.
“그때… 그거다.”
“맞아, 그거 맞는 거 같네.”
며칠을 꼬박 굶은 전적이 있는 나로서는 모를 리 없는 이름이다.
그때만 해도 조그만 점포에서 약팔이하듯 소량으로 팔았던 것 같은데, 그새 나름 유명세를 탔는지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건 내게 필요가 없었다.
당시에 형편없는 수준이었던 내 마력은 한 단계 올라 나름 쓸 만한 수준이 되었다.
영구적인 효과라 두 번 복용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저 이미 한 번 먹었는데요.”
“괜찮어. 그것만 있는 게 아니야. 비슷한 것도 새로 들어왔지.”
상인은 내 말에 곧바로 다른 물건을 꺼내었다.
보랏빛이 오묘하게 감도는 반짝이는 물약이다. 확실히 전에 먹었던 것과는 다른 비주얼.
아저씨는 물약을 천천히 훑어보는 내게 말했다.
“이건 신체 회복력을 향상시켜 주는 물약이거든. 요새 아주 잘나가.”
신체 회복력?
나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는 건수를 잡은 듯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완전 영구적이진 않아도 거의 3년을 가. 한창 때 먹으면 더 좋다니까? 조금 다쳐도 금방 나아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찾는 줄 알어?”
“체력은요?”
“어이구야, 당연히 효과 있지. 애들이 이것만 먹으면 미친놈들처럼 뛰어다녀. 지치질 않는다고. 보니까 좀 어린놈들한테 통하더만. 학생 나이면 충분해.”
흐음.
듣다 보니 진짜 돌팔이에 약팔이 느낌 나긴 하는데.
나는 아델라를 돌아보며 눈짓했다.
“그때도 효과 있었잖아.”
“그때? 아, 마력 질 높여 주는 그거?”
“네.”
“이야, 잘됐네. 이것도 그거 만든 사람이 만든 거여. 이 근방에서 엄청 유명해졌잖아. 그 괴짜 여자 말하는 거지?”
“아, 진짜요?”
그 예사롭지 않던 아주머니.
그 사람이 만든 신상 물약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말하니 나름 구미가 당긴다.
그 사람은 믿을 만하지.
“으음.”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 한 번 먹어나 볼까.
아델라를 돌아보자 그러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의 아델라라면 이상한 곳 같다며 나를 말렸을 법한데, 이전 물약의 효과를 봐서인지 은근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나는 추천해.”
아델라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을 뱉었다.
“한번 사 봐. 이번에 보니까 너….”
그러곤, 측은하게 나를 바라본다.
대충 나는 3일 만에 뛰어다녔는데 너는 몸져눕지 않았냐는 듯한 눈빛.
어, 묘하게 자존심 상하는데.
나는 코웃음을 치며 아델라의 말을 받아쳤다.
“야, 그냥 탈진한 거지. 회복은 이미 다 했었거든? 능력 좀 쓰면 한 시간 만에 싹- 낫고 그러는데, 저런 게 뭐 하러 필요해.”
그뿐이냐.
“내가 이런 거 없어도, 어? 원래도 그냥 날아다니잖어. 대충… 뭐, 어떤 건지 알지?”
음.
우물쭈물하던 아델라가 머리를 긁적였다.
“…나 아무 말 안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