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60화(16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60화
서걱서걱.
고요한 실습실 위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는 했으나, 아르델 제국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 학생들이다.
게다가 그 빡센 진급 제도를 거쳐 3학년까지 살아남은 학생들.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땀을 흘려 가며 열중하는 모습들을 본 한시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한시혁의 시선이 한시하의 조로 향했다.
고개를 책상에 처박은 채 시안을 추가하며 열심히 지시하고 있는 윤하을.
톱밥이 쌓인 책상 위에서 마무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아델라.
그리고.
서걱서걱.
쉬지 않고 톱질하는 한시하.
‘저 녀석답지 않게 열심이군.’
한눈에 봐도 완전히 몰입한 얼굴이다.
마치 나무 자재가 아닌 책상을 썰 것 같은 표정.
‘저 정도로…?’
잠시도 쉬지 않는 한시하의 톱질에 한시혁은 살짝 경악했다.
저 정도의 진중함이면 테이머가 아니라 이쪽으로 길을 틀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서걱서걱.
그새 하나를 반으로 썰어 낸 한시하는 말 한마디 없이 그걸 아델라에게 넘겼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팀플레이.
한시하는 후, 한숨을 쉬고선 곧바로 다시 톱을 들었다.
잠시 쉬어도 될 터인데.
기어코 앞에 수북이 쌓인 자재들을 다 썰어 내겠다는 듯, 한시하는 거침이 없었다.
툭.
한시하는 다시 잘라놓은 나무를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아델라, 여기.”
“와, 속도 대체 뭐야?”
아델라는 놀란 듯 물었고, 한시하는 대수롭지 않게 덧붙일 뿐이다.
“빨리 끝내고 싶어서.”
툭.
무심히 다시 톱을 드는 한시하는 얼핏 봐선 이 일이 천직으로 보였다.
카스티카에서 곱게 자랐으니 저렇게 몸을 쓰는 작업은 극도로 싫어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오해였나.
한시혁은 눈썹을 들썩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 생명수 공장에 갔을 때도….
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탈리를 따라 분할 공정에 갔다가 수사를 하고 있었더랬다.
‘그럼 그때도….’
수사는 핑계고 그 일이 재미있어서 간 건가?
생수통 나르는 일을 대체 왜?
한시혁은 한시하의 의외의 적성에 사뭇 놀랐다.
해독 아티팩트에 이어서 아이디어 스케치도 수준급이라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이쪽에 진심인 줄은 몰랐던 터.
‘혹시 복수 전공… 을 생각하나.’
전 마법부 위원이자 아르델의 수사관.
하지만, 현직 교수로서 당연히 생각이 이쪽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혈연을 떠나서 재능 있는 학생을 키워 보고 싶다는 욕망.
음.
수사관이 아니라 연구실에 끌어들여 볼까.
한시혁은 진지하게 고민하며 한시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왜요?”
땀을 흘릴 정도로 톱질에 진심이었던 녀석이다.
한시하는 집중이 깨졌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톱질은 처음인가.”
사적인 자리가 아니기에 한시혁은 딱딱한 투로 말을 뱉었다.
일단은 복수전공에 대한 생각을 물어봐야….
“당연히 처음이겠죠?”
저 싸가지.
원래도 그리 훌륭한 인성을 가지고 있진 않았으나, 오늘따라 더 예민한 듯하다.
역시 장인정신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드는 법이라고, 한시혁은 그리 생각했다.
아티팩트 제작자들 대부분은 성격이 좋지 않은 편이니까.
음.
역시 천직이군.
허나, 속단해선 안 된다.
한시혁은 숱한 아티팩트들을 봐 왔고, 예리한 예언가답게 물건을 보는 눈이 좋았다.
한시혁은 지적할 점들을 하나씩 읊어 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잡으면 선이 삐뚤어진다.”
“아.”
“그렇게도 아닌데.”
“이렇게요?”
“그것도 아니다. 한쪽 손 받치고, 흐트러지지 않게 꽉 잡아라.”
나름 시키는 대로 곧잘 자세를 바꾸긴 한다.
한시하는 한시혁의 조언을 듣고선 다시 톱질을 시작했다.
한시혁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조언을 계속했다.
“조금 천천히 해라.”
“….”
“참을성을 가져라. 속도감은 좋은데 너무 과해.”
한시하가 대답이 없다.
한참 동안 넋이 나간 얼굴로 서 있던 녀석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듣고 있나?”
“배고….”
“뭐?”
“배고ㅍ….”
웅얼거리는 한시하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한시혁은 제 할 말을 이어 갔다.
“거기는 자르면 안 된다!”
쯔읏.
복수전공을 고려해 보려 했더니.
가만 보니 열정은 있는데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다.
한시혁은 혀를 차며 말을 뱉었다.
“형편없군.”
스윽.
고개를 든 한시하가 자신을 올려다본다.
“왜 그러냐?”
대답 대신, 한시하가 조용히 톱을 들어 올렸다.
음.
“열심히 해라.”
한시혁은 빠르게 자리를 떴다.
* * *
비록 한시혁이 혹평을 하긴 했으나, 그건 까다로운 한시혁의 기준일 뿐 첫 목공 도전치곤 수준급의 작품이었다.
결국 실습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어 복도에 전시되었다.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오고 가는 복도다 보니,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전시되어 있었다.
어니스트 학장을 비롯한 웬만한 교수들은 이미 한 번씩 보고 갔다.
물론 이런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교수들이 있었는데, 그린트 교수가 그러했다.
어차피 저학년들 중에선 바로 아티팩트 제작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있을 리 없고, 어설픈 자기장 회로를 엮어 만든 서랍장 따위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린트 교수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다.
정확히는 작품이 아닌 그 옆에 표기되어 있는 이름.
“여기에 왜?”
한시하.
그린트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홀린 듯 서랍장에 다가섰다.
함께 한 조원들도 그린트 교수가 익히 알고 있는 이름들이다.
현 3학년의 재능 있는 애들을 전부 여기에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민 출신으로 꿋꿋이 살아남아 제 명성을 쌓고 있는 마법과의 아델라와, 신학과의 천재 윤하을.
보통의 교수들이라면 저 둘에 더 관심을 보이겠지만, 그린트 교수는 아니었다.
그린트 교수는 한시하의 이름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보다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서랍장 같은 거나 만들 녀석이 아닌데.”
제 연구실에 들어와서 값진 일을 해야 하는 녀석이, 웬 마법제조학 같은 듣도 보도 못한 과목을 듣고 있다니.
그린트 교수는 상심이 컸다. 심지어 이번엔 자신이 담당하는 과목에 수강 신청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 그렇게 됐지?
그린트 교수는 턱을 쓸어내리며 혼잣말을 했다.
“내 수업이 그렇게 신청이 빡셌나….”
“그냥 듣기 싫었던 거겠죠.”
“…음?”
“와, 이거는 절대 들으면 안 된다. 하고 거른 거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린트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불쾌한 그림자가 느껴지더라니 에른스트 교수가 서 있었다.
에른스트 교수는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 말을 덧붙였다.
“신청 인원 늘 미달 아니십니까. 새삼스레, 모르는 척은.”
그린트 교수는 애써 태연한 얼굴로 빳빳이 서 있었다.
물론 뒷짐을 진 그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에른스트 교수는 그런 그린트 교수에게 기름을 부었다.
“한시하 학생이 얼마나 교수님 수업이 듣기 싫었으면 이번에 빼 놨을까 싶긴 합니다.”
“하, 한시하 학생이 자네 수업은 듣나?”
“저야 이번 해가 안식년이라 수업을 안 합니다. 참 유감이네요.”
“허어?”
그린트 교수와 에른스트 교수의 살벌한 눈빛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한 두 교수였지만, 서랍장을 빤히 바라보며 하는 생각은 비슷했다.
그린트 교수는 그린트 교수대로.
에른스트 교수는 에른스트 교수대로.
제 연구실에 들어와야 할 녀석이 서랍장이나 만들고 있는 것은 퍽 불쾌한 사실이다.
결국, 둘의 대화에는 접점이 생겼다.
[마법제조학] 임시 교수로 들어온 한시혁에 대한 얘기였다.“아무리 마법부 위원이었어도 그렇지, 임시 교수로 웬 예언가를 데려온답니까.”
“허어, 한시혁 교수가 유명하긴 하지만 신학과에 갔었어야지.”
“게다가 마법 수사인지 뭔지 한다고, 허구한 날 제 학생 불러 대던데.”
에른스트 교수는 투덜대며 혀를 찼다.
그린트 교수는 한시하를 ‘제 학생’이라 지칭하는 에른스트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적했다.
“하, 무슨 제 학생입니까. 안식년이라 올해는 수업도 안 들어가시면서?”
“수업을 해도 들어오지 않는 누구보단 낫지 않습니까.”
“듣자듣자 하니 이게 진짜….”
둘이 다시 언성을 높여 싸우려던 순간, 달갑지 않은 얼굴이 한 명 더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 줄곧 욕하고 있던 대상, 바로 한시혁이었다.
“왜 저 여자랑 같이….”
에른스트 교수와 그린트 교수는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꺄아, 교수님! 뭐예요, 이거? 학생들이 만든 건가?”
한시혁의 옆에는 학술회장 세피아가 팔짱을 낀 채 붙어 있었고, 한시혁은 신경도 쓰지 않는 얼굴로 뻣뻣하게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 * *
세피아는 학술회 업무 관련으로 마침 아르델 아카데미에 들렀던 참이었다.
복도에 있는 거라곤 제조학 시간에 만든 서랍장들밖에 없었기에 자연히 그녀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다.
세피아는 그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서랍장을 하나 찍어 말했다.
마력 인식으로 문이 열리는 비밀 서랍장.
아이디어도 제법 참신한 데다가, 디자인도 학생 수준을 넘어섰다.
“이야,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네요. 디자인을 누가 했지?”
“윤하을, 그 아이가 했을 겁니다.”
서랍장 위에는 웬 드래곤이 새겨져 있다.
얼마 전에 봤던 바실을 닮았다고 생각하며, 세피아는 살며시 웃었다.
“귀엽네.”
정작 담당교원이었던 한시혁은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건만, 세피아는 서랍장에 관심을 가지며 유심히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견했다.
“어어?”
자기장 회로로 어설프게 엮어 둔 서랍장 같으나, 그 회로가 제법 전문적이다.
“이거… 마력 회로 누가 알려 준 거예요?”
“당연히 제가 알려 줬겠… 수업 때 한 방식과 다른데.”
별 대수롭지 않게 답하던 한시혁은 잠시 멈칫했다.
확실히 조금 다르다.
수업 때 비슷한 기능의 마력 회로를 알려 주긴 했으나, 이건 그걸 응용한 버전이라 보기에는 아예 근간부터 다르지 않나.
“그쵸? 이런 거 가르친 적 없으시죠?”
“네, 그렇긴 합니다만.”
세피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분명 본 적이 있는 회로다.
기존에 존재하는 어떤 회로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모양.
“으음, 뭐지?”
생각해 보자.
어린 학생들이 영감을 얻을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마법 제조학 교재?
다른 교수의 수업?
그것도 아니라면 도서관의 기타 서적들?
찬찬히 곱씹던 세피아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흔적을 찾아냈다.
마력을 인지하고 사용자의 마력을 옮긴다는 점에서 이것은….
“…큐브.”
그것이 맞다.
“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식사하러 갈까요? 아카데미 식사가 그렇게 잘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소문 잘못 들었을 겁니다.”
“아, 기대된다. 어서 가요!”
“아니, 잠… 잠깐만….”
세피아는 한시혁을 질질 끌고선 빠르게 복도를 벗어났다.
입꼬리는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