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61화(16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61화
소식 5일 차.
배고파. 정신 나갈 거 같아.
사람이 배고프니까 예민해지는 기분이야.
톱질하다가 열 받아서 집어던질 뻔했어.
수업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식사나 하러 가고 싶은 유혹을 수십 번을 참았다.
물약을 먹은 지도 나흘이 넘었으니 이제 정말 이틀만 더 버티면 되는 셈이긴 한데….
역시 죽을 것 같다.
말이 쉽지, 이럴 때의 이틀은 일주일보다 길게 느껴진다.
“제길.”
아델라의 폭풍 감시로 하루 한 끼의 법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공복을 유지할수록 약발이 더 잘 받는다는 말에 거의 20시간째 아무것도 못 먹은 것 같은데.
음.
안 되겠다.
“먹자.”
내 인생이 어떻게 되든.
나는 반드시 이걸 먹는다.
소식이라 조건을 지키기가 더 힘들다던 상인의 말은 옳았다.
애매하게 몇 번 깔짝거렸더니 더 참을 수 없어서 결국 결단을 내렸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아델라가 감시하니, 새벽 시간을 이용한다.
“히히히….”
기숙사를 몰래 빠져 나와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었다.
늦은 새벽이라 불이 다 꺼져 있지만 지금은 그런 무서움보단 일단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식욕이 앞섰다.
밥 제대로 못 챙겨 먹은 것 치곤 머리도 제법 빠르게 돌아간다.
요리 실습실에서 대충 재료 슥삭해서, 혼자 먹고 기숙사 싹 들어가면….
이야, 완벽한 동선.
모를 거야. 아델라도 모를 거라고!
“하, 군침 도네.”
끼이익.
나는 입맛을 다시며 요리 실습실에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딸깍, 스위치를 눌렀다.
눈앞이 환하게 밝아지며 정돈된 식탁과 부엌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솔리아에게 팥죽을 얻어먹었던 그곳이다.
당연하지만 새벽 3시에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간단하게 먹을 거 없나?”
나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선 빠르게 선반을 스캔했다. 와중에도 파르르 손이 떨렸다.
배고파서 손에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몸 상태로 수업을 듣고 훈련을 하고 있었으니, 탈진해서 쓰러지지 않는 게 이상할 수준이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역시, 먹을 생각하니까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엔돌핀이 돌고, 삶의 질이 올라가고!
먹고 싶은 건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원래 야식은 라면이 국룰이건만, 이 세계에 라면이 있을 리 없고….
어라.
“왜 있냐?”
나는 서랍에서 라면 비슷한 봉지를 발견하고선 경악했다.
왜 있는데, 이거.
이 세계에 라면이 왜 있는 건데 대체.
“하기야 팥죽도 있으니까.”
그냥 생각을 포기했다.
“근데… 이걸 어떻게 먹는담.”
나는 라면 한 봉지를 집어 들고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우당탕탕 그릇 꺼내고 냄비 꺼내고 하면, 끓이는 건 언제 끓이고 치우는 건 또 언제….
아무래도 좀 막막하다.
“그냥 봉지에 물 부어서 끓일까.”
꺼내려던 냄비는 다시 집어넣었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마력 정수기가 배치되어 있으니 이쪽을 이용하기로 했다.
“뜨… 뜨거워….”
콸콸.
김이 올라오는 뜨거운 물을 봉지 안에 받고선 두 손으로 조심스레 받친다.
여기서….
딱 2분을 기다린다.
내 참을성은 여기까지다.
“먹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밖을 힐끗 돌아보았다. 복도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다.
대놓고 식탁에 앉아 먹는 건 모양새가 좀 그래서, 문 옆에 자리를 두고 쪼그려 앉았다.
새벽 3시에 라면이라.
행복해서 죽을 것 같다.
“으… 으으… 살아 있길 잘했다.”
신체 회복력이고 뭐고,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일단 먹을 건 먹고 살아야지.
20시간 굶었으면 효과는 어느 정도 보지 않았을까.
자기합리화는 끝마쳤다.
후후, 입으로 불고선 포크로 한 술을 뜬다.
코끝을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
빙의 후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이 익숙한 향이자, 새벽을 달래 주는 소울푸드.
20시간의 공복 끝에 맞이하는 환희.
“후하….”
마침내 라면 한 입을 밀어 넣으려던 순간이었다.
스윽-.
머리 위로 웬 그림자가 드리웠다.
“음?”
방금 등골이 서늘했는데?
뭐지, 기분 탓인가?
라면을 입에 넣으려던 손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문 옆에 뭐가 서 있는 느낌….
“으아아악!”
짧은 단발을 찰랑거리며 문을 붙잡고 있는 실루엣.
나도 모르게 손에 잡고 있던 봉지를 놓칠 뻔했다.
“히익… 히이익….”
거기에 귀신이 서 있었다.
아니, 귀신보다 더 무서운 아델라가 서 있었다.
“너… 거기서 뭐 해?”
* * *
아델라는 나를 짠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내가 봐도 좀 불쌍해 보는 상황이 맞기는 한데.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좀 비참해지지 않냐.
“그렇게 배고팠어?”
“살짝?”
“살짝이 아닌 표정이었는데?”
“스읍… 그건….”
아델라는 황당한지 웃음을 터트렸다.
교수에게 허락을 받고 늦은 새벽 시간까지 훈련을 하다가 불이 켜져 있어서 와 봤더니 내가 있었더란다.
나는 아델라의 설명을 들으며 남은 봉지 라면을 입에 털어 넣었다.
솔직히 별로 쪽팔리진 않아.
일단 먹었으니 됐어.
이야, 이거 존맛이다.
역시 야식은 라면이야.
만족스런 식사를 마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델라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때우는 거 말고, 제대로 된 거 먹을래?”
“…그런 건 또 거절을 안 하지.”
결국 아델라가 끓여 준 뜨끈한 스프로 마무리를 했다.
앞으로 48시간은 굶는 걸로 하자.
마지막까지 싹싹 긁어먹고선 고개를 들었다.
그때, 아델라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론은, 큐브 때문에 왔던 거겠지.”
아론?
“음.”
몸이 회복된 뒤로 그 얘기에 대해선 둘 다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델라는 정말 죽을 뻔했고, 나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상황이다.
굳이 그때의 일을 꺼내어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아델라는 조심스레 말을 더한다.
“너를 찾는 거 같았어.”
“나한테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거기서 대놓고 큐브를 썼으니, 큐브에 이능이 있다는 것도 알아채 버렸을지 모른다.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아델라도 같은 생각인지 말을 얼버무렸다.
“언제까지고 큐브를 뺏을 때까지 덤벼들 텐데… 우리가 끝까지 지켜 낼 수 있을까? 나는 그걸 잘 모르겠어.”
아델라라면 모든 걸 다 걸어서라도 큐브를 지켜 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당면했던 건 사실이다.
상대는 강하다.
아론 정도의 흑마법사를 이기려면 기적이 필요하고.
우리가 큐브를 지키려면 수십 번의 기적이 연달아 일어나야 하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솔리아는 사망했고.
아델라는 크게 다쳤고.
이한은 절망했다.
1부 완결 직전까지 그 과정을 따라갔던 나는 답을 알고 있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들이 큐브를 모으는 궁극적인 목표.
기계의 심장을 가동해 마력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면, 그 기계를 찾아내어 부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그들도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기계의 심장을 만든 흑마법사는 죽었으니,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다.
그러니, 부수면 된다.
부숴 버리면 끝인, 간단한 문제다.
근데 이걸 얘한테 어떻게 설명하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사실 걔네한테 기계의 심장이라는 게 있대!
그걸 큐브를 돌릴 거라던데?
-라고 말하면 미친놈 취급받겠지.
흑마법사들의 첩자 취급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음.
“다른 방법이… 있지.”
“뭐?”
그때 써먹었던 거 한 번 더 써 볼까.
“그게 사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내가 신기가 있….”
말끝을 흐렸다.
믿겠냐.
어, 믿겠냐고!
내가 생각해도 개소리잖아.
아델라는 말을 멈춘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뭔 말을 한 것 같은데-라는 표정.
나는 고개를 격렬히 흔들었다.
“뭐?”
“아니, 아니야.”
순식간에 예언가 취급 받을 뻔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머리를 굴렸다.
대놓고 그 기계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어도, 어떻게든 그 위치를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 주는 게 아무래도 설득하기 편할 테니까.
원작에는 기계의 심장의 위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지극히 모호하여, 그 설명만 듣고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수준이지만.
기계의 심장은….
그러니까….
흑마법사들의 본거지에 있다.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그냥 본거지를 습격할까?”
“거기가 무슨 네 집 앞마당이야?”
아델라가 기겁하며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 * *
어슴푸레한 빛이 감도는 새벽.
빛이라고는 달빛 한 줄기만 들어오는 반지하에 검은 로브를 쓴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NGC 구역.
기계의 심장이 가까이 맞닿아 있는 이곳은 흑마법사들의 본거지였다.
오히려 부속시설보다도 작은 규모에, 지극히 소수의 마법사들만 들어올 수 있는 구역.
지상에 있으나 지하에 있다.
그 오묘한 경계에 위치한 이곳은 결코 예사 사람들은 발견할 수도, 찾아올 수도 없는 곳이다.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화려한 의자 위에 착석한 여자는 검은 로브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로브를 깊게 눌러쓴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전력 손실이 크게 있었습니다. 큐브를 찾으라고 보냈던 아첸트와 아론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국에 숨어 다니는 처지만 아니었어도… 더 많은 이들을 보낼 수 있을 터인데, 현재로서는 무리입니다.”
제국만 아니라면 이렇게 한 명씩 보내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을 끌어모아 한 번에 쳤을 것이다.
이렇게 못한 이유는 단 하나.
한시하를 죽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몰살당할 수 있고, 한시하를 치려고 준비하던 중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
여기에 남은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로브를 쓴 남자는 그런 취지에서 말을 이었다.
“한시혁을 끌어들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한시혁을?”
“뭐라고요? 아첸트를 죽인 게 그놈 아닙니까?”
곧바로 옆에서 싸늘한 지적이 들어왔다.
“은혜도 모르는 놈인데. 그 자식이 말을 듣긴 하겠습니까? 이참에 아예 죽여 버려야 합니다. 더 힘이 세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처리를 해야….”
“잠깐만. 진정해 봐.”
“예?”
여자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선 슬며시 웃었다.
“나는 보스랑은 생각이 달라.”
그녀는 이곳의 총책임자다.
하지만, NGC를 이끄는 실질적인 보스는 따로 있다.
기계의 심장을 선대 흑마법사에게 물려받은 자, 그걸 이용할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자.
그는 푸른 큐브의 소유자이자 여기 있는 전원을 합해도 이길 수 있는 막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좋지 않지만, 언제까지고 눈치만 볼 생각도 아니다.
“수틀린다고 다 죽여 버려? 무슨 짐승 새끼들도 아니고.”
웃으면서 하는 살벌한 한마디에 로브를 쓴 몇몇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추구하는 건 이상이야.”
“….”
“더 이상 우리가 무시 받지 않는 사회를 원하던 게 아니었어?”
전쟁 이후로 흑마법사들을 쭉 숨어 살아야 하는 처지였다.
흑마법에 대한 제약은 심해졌으며, 강령과는 이전의 위상을 잃어 갔다.
불평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엎어 버려서야, 몇 년 전의 전쟁을 반복하는 것밖에 안 된다.
“방법부터 틀렸어.”
힘과 큐브로 지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힘의 주인이 바뀌면 다시 밀려날 것이 뻔하다.
죽음으로 써 내려간 이상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NGC의 총책임자는 웃으며 말했다.
“꼭 우리의 변화를 피로 써 내릴 필요는 없지.”
“예, 그렇다면….”
“한시혁과 손을 잡지. 그 동생은 생포하고.”
“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한시혁은 흑마법의 힘을 받았고 그걸 사용할 줄 안다.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본질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은 놈이야.”
아첸트의 죽음을 울부짖었던 이가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자가 함께할 리가 없습니다.”
“아니, 함께할 거야.”
“예?”
한시혁이 지니고 있는 그 힘.
제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할 힘.
“그걸 준 게 나니까.”
로브를 쓴 그녀는 싱긋 웃으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함께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