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65화(16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65화
“하하하… 하하!”
“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무실.
한시하는 만족스러운 듯 드웨인 백작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고.
드웨인 백작은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하하!”
“아이고. 글씨 예쁘게 쓰시네.”
“물… 물론입니다… 크윽….”
“자, 한 번 더 웃어 볼까요?”
“하하하….”
광기에 가까운 광경이다.
한시하 덕분에 아르케넨트 백작은 빠르게 싸인을 받아 낼 수 있었다.
경비병들의 감시 아래 계약이 체결되었다.
7년 전에 뺏겼던 영지를, 다시 되찾았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믿을 수 없는 감격에 잠시 잠겼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의 곁에는 그새 부쩍 자란 외동딸, 솔리아가 서 있었다.
영지를 수복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눈앞에서 직관 중이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솔리아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녀석이랑 무슨 사이냐?”
“네?”
솔리아는 아르케넨트 백작의 말에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무슨 의도로 하는 질문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솔리아는 솔직하게 말했다.
“동급생… 이에요.”
아르케넨트 백작은 솔리아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한태수가 제아무리 제 오랜 벗이라 한들, 타 영지에 군사를 보내 개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이리도 갑작스럽게 말이다.
한시하가 한태수에게 뭔가를 걸고 부탁을 했다는 건, 한시하에게 직접 전해 들은 아르케넨트 백작만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부탁을 할 정도라면, 그냥 동급생은 아니지 않나.
아무래도 제 딸이 부끄러워서 말을 흐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부드럽게 솔리아를 토닥이며 말을 뱉었다.
“아버지는 찬성이다.”
“네?”
카스티카 가문의 유일한 적자이니,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윗감이다.
하지만, 한태수를 닮지 않은 한량 같은 성격이 마음에 걸렸는데. 오늘 보니 참으로 올바르게 자랐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마음에 들더냐?”
“…?”
“역시 인물이 훤해서 그러냐? 음, 내 딸이 얼굴을 보는 줄은 몰랐지.”
“아버지, 그게 대체….”
“허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 이해하니까. 그래, 원래 그 나이 때는 그런 것도 따지는 거야.”
“네?”
“내 딸도 어디 가서 빠지는 미모는 아니지….”
솔리아는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눈만 굴리고 서 있었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얼이 빠진 솔리아를 돌아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허허.”
…한시라도 빨리 약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야겠다.
* * *
흑요석을 찾으러 온 여정이었는데, 뜻밖에도 아르케넨트 가문을 돕게 되었다.
드웨인 백작을 몰아내고 영지를 돌려받은 아르케넨트 백작은 고맙다며 나를 자신의 집무실에 불렀다.
영지에 머무르는 동안 각종 만찬을 대접받았을 뿐더러, 최고급의 숙소도 주어졌다.
수업은 하루 이틀 더 빼도 된다는, 훈훈한 허락도 있었다.
“고맙구나. 덕분에 내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나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부담스러운 눈길이 나를 천천히 훑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내 딸과 어울려….”
방금 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보자, 아르케넨트 백작이 헛기침을 했다.
“흠, 그래. 내게 부탁이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뭐든지 말해 봐라.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전부 다 들어주겠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영지도 찾은 마당에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수 있다는 자세였다.
다행이다. 훈훈한 분위기 덕에 말을 꺼내기엔 더 수월해졌으니까.
나는 아르케넨트 령에 있었다는 흑요석에 대해 물었다.
“마기가 느껴지는 흑요석 채굴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흑요석? 음… 확실히 그런 곳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 불길해서 옛적에 덮어 버렸지만.”
그건 아르케넨트 백작도 어렸을 적의 일이었다.
눈썹을 들썩이던 아르케넨트 백작이 물었다.
“근데, 그 흑요석이 왜 필요하나?”
사실대로 다 말할 수는 없으니, 일단 한시혁의 이름을 팔기로 했다.
“마법제조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흑요석이 필요합니다.”
“아, 제조학?”
“네, 그래서 솔리아에게 부탁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나 하여 여쭤봅니다.”
자신의 영지였으니 지리는 훤히 꿰고 있다.
아르케넨트 백작은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다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다.”
주섬주섬.
서랍에서 오래된 지도를 꺼낸 아르케넨트 백작이 흑요석 채굴장이었던 곳을 펜으로 그었다.
찾는 게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단번에 정확한 위치를 짚어 주니 돌아갈 필요가 없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리는데?
감사한 마음에 고개를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
내 말에 아르케넨트 백작이 멈칫했다.
지도를 쥔 그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아, 한태수한테 하던 게 습관이 되어서….
어디서 말실수를 했는지 뒤늦게 알았다.
“아, 백작님.”
다시 정정하자, 아르케넨트 백작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듣기 좋은데, 한 번 더 해 봐라.”
“…예?”
“방금 전에 했던 말 말이다.”
“아버님이요?”
“허허허헣.”
팍팍.
기분이 좋은지 막 내 어깨를 때린다.
뭐야, 무서워!
“허허허헣. 한태수가 자식을 잘 뒀구만.”
“아, 예. 감사합니다.”
“허허허, 하룻밤 더 자고 갈 테냐?”
“예? 아… 아니요….”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다만.
…부담스러워서 도망가야겠다.
* * *
다음 날, 나와 솔리아는 아르케넨트 백작이 알려 줬던 흑요석 채굴장으로 향했다.
그간 하도 극진한 대접을 받아서인지 웬만해선 나오고 싶지 않았는데,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왠지 부담스러워서 빠르게 튀었다.
뭐랄까.
예전 나를 바라보는 에른스트 교수의 표정 같았다고 해야 하나.
꿀이 떨어지는 눈빛이긴 한데….
뭔가… 뭔가 많이 불편한 그런 눈빛?
내가 수십 년은 극진히 모셔야 할 것 같은 눈빛이라서, 아침 일찍 빠져나온 것이었다.
채굴장은 그리 멀지 않았기에, 마차를 타고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솔리아와 채굴장 근처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저편에서 손을 흔들었다.
“으윽… 윽. 너네 많이 컸구나.”
“꾸우?”
“어?”
끙끙거리며 바실을 안고 있는 윤하을이었다.
나와 솔리아는 반갑게 손을 들며 윤하을을 맞았다.
윤하을이 점점 가까워지고, 그녀의 품에서 폴짝 내려온 바실은 빠르게 뛰어 달려왔다.
곧바로 내 품에 달려와 안긴다.
“꾸우! 꾸우!”
컥!
바실의 꼬리에 얼굴을 맞은 나는 윤하을을 돌아보며 물었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별로….”
기숙사에서 바실과 클로스티를 데리고 나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터.
그 때문인지 윤하을은 그새 꽤 초췌해진 얼굴이었다.
많이 힘들었냐.
“후우, 왔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윤하을이 아르델 아카데미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교수님이 너 돌아오면 죽여 버린대.”
“한시혁이?”
“응!”
주말이니 오늘이야 수업이 없었겠지만, 나와 솔리아는 무려… 3일 치의 수업을 제꼈다.
그 짧은 사이에 마법제조학 수업을 두 번 제꼈군.
돌아가면 한 소리 들을 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흑요석을 찾으러 왔으니, 반드시 찾아가야 한다.
나는 채굴장이었던 넓은 토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막처럼 황량해 보이는 널찍한 모래 광산. 채굴장의 흔적은커녕,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막막할 정도로 폐허에 가까운 곳이었지만 이 정도의 인력이라면 못 찾을 것도 없다.
나는 윤하을을 향해 말을 뱉었다.
“일단 뒤져 보자.”
“꾸!”
대답은 바실이 했다.
나는 내 품에 안겨서 버둥거리는 바실을 다시 내려놓았다.
킁킁.
바실은 마기를 감지하기 위해 빠르게 뛰어갔고, 윤하을 역시 가방에서 주섬주섬 쓸 만한 물건을 꺼냈다.
얼핏 보기엔 쇠막대 두 개로 보이는 것이….
뭔가 익숙한데.
“뭐야, 풍수지리냐?”
“응? 아니, 마력을 찾는 거야!”
수강신청 당시에 원이 하던 짓거리를 보긴 했지만, 두 번 봐도 황당한 건 매한가지다.
윤하을까지 저러고 있는 걸 보니 나름 근거 있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윤하을은 쇠막대 두 개를 흔들거리며 중얼거렸다.
“음음. 마기가 전혀… 안 느껴지는데, 이쪽은.”
총총총.
윤하을은 해맑게 바실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
솔리아는 그걸 보면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역시… 예언가들은 참 신기해.”
“나는 드래곤이 더 신기하다, 야.”
“그… 그건 그러네.”
나름 어디 가선 귀한 취급 받을 애들이, 주인 잘못 만나서 삽질 중이라니.
“꾸우! 삽질!”
파바밧.
나는 저 멀리서 앞다리로 땅을 파고 있는 바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드래곤이라 그런가, 삽질 속도도 남다르다.
파바바밧.
그새 한 바퀴를 돌고 온 바실은 한 지점에서 멈춰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뭔가 발견했나?
나는 솔리아의 옆구리를 찔렀다.
“쟤, 뭐 찾은 거 같지 않아?”
“그러게. 바실아! 거기 뭐 있어?”
놀란 얼굴로 그쪽으로 뛰어가려는데, 바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드넓은 공터 위로 바실의 웅얼거림이 울려 퍼졌다.
“업서!”
“응?”
“마기 업써!!”
…없다고?
마찬가지로 수맥 탐지용 쇠막대를 흔들거리며 한 바퀴를 돌고 온 윤하을도 고개를 저었다.
“바실의 말이 맞아.”
“뭐?”
“여기엔 흑요석이 하나도 매장되어 있지 않아.”
* * *
아르케넨트 령의 낡은 포장마차에 잠시 몸을 쉬었다.
윤하을과 솔리아는 아까의 일 때문인지 퍽 심각한 얼굴이었다.
흑요석 채굴장이었던 곳이라면 분명히 조금은 남아 있어야 할 텐데, 하나도 없다라….
자연적으로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한참 동안 턱을 괴고 있던 윤하을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내 생각엔 누가… 빼돌린 거 같아.”
다들 비슷한 생각인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윤하을의 말에 수긍했다.
“땅에 파묻혀 있는 광물이 갑자기 사라지진 않지.”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우리 아버지가 아셨을 거 같은데.”
솔리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글쎄. 7년 사이의 일일 수도 있지.”
아르케넨트 백작이 자리를 비운 지 벌써 7년이 됐다.
그 긴 시간이라면 백작 모르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솔리아는 초조한 듯 말을 뱉었다.
“흑요석을… 누가 빼돌린 거면 어떡하지?”
모두가 꺼리던 물건이다. 빼돌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흑마법사들과 연관된 일일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이 일에 접근할 생각이다.
그 점은 셋 모두 생각이 같았다.
“무슨 수작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누가 그런 건지는 알아내야지.”
“맞아.”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근데 어떻게?”
음.
드웨인 그 인간 어디 갔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해답을 꺼냈다.
“그 인간 잡아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