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66화(16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66화
“어서 빠져나가야 해… 일단 살아남아야 뭐라도….”
드웨인 백작은 어둠 속에서 중얼거리며 무거운 짐을 끙끙거리며 들어 올렸다.
아르케넨트 백작에게 건네받은 금화와 최소한의 짐만 챙긴 채 아르케넨트 령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아르케넨트 백작이 보내 준다고 했지만, 목숨을 노릴 수도 있는 법.
치욕스럽지만 이것이 최선이다.
후다다닥.
누가 오기 전에 빠르게 빠져나가자.
다급히 발걸음을 재촉하던 드웨인 백작은 발소리에 멈춰 섰다.
파앗-.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빛줄기가 드웨인 백작을 향해 비췄다.
뭐… 뭐야!
“어억!”
드웨인 백작은 손을 휘저으며 양손에 가득 쥔 짐을 내던졌다.
“어… 어어!”
이를 악문 채 천천히 고개를 돌린 드웨인은 기겁하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미친.”
절대 만나서는 안 될 두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솔리아는 천천히 팔을 내리며 드웨인을 노려보았고, 그 옆에서 얼굴을 내민 한시하가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 어어억!”
“어딜 그리 바쁘게 가세요?”
간신히 몸을 일으킨 드웨인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친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쪽 막혔는데.”
“으아아악!”
탁.
냅다 도망가려던 드웨인을 한시하가 낚아챘다.
* * *
흑요석 광산에 대한 얘기는 역시 드웨인이 알고 있었다.
제대로 알려 주기만 하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는 한시하의 말에, 드웨인은 두 눈을 굴리면서 알고 있던 정보를 쏟아 냈다.
“반년 전에 흑요석을 납품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반년 전이라면, 생각보다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윤하을은 인상을 찌푸리며 드웨인에게 물었다.
“흑요석을? 어디에서요?”
“상단에서 찾아와서… 가져갔습니다.”
원래는 오랫동안 폐쇄되었던 채굴장이었는데, 개발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난 김에 돈을 받고 팔아먹었다.
보아하니 값도 꽤 괜찮게 쳐 줬는지 재정이 흔들리던 아르케넨트 령 입장에선 좋은 제안이었을 것이다.
드웨인은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워낙 쓸모없는 광물이고… 불길하다고 생각하여 치워 버렸습니다….”
그 누구라 해도 버려 둔 광산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
한시하는 드웨인의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궁금한 게 있었다.
한시하는 드웨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서 물었다.
“어느 상단에서 가져갔는데?”
“그게… 상단은… 여러 곳이라….”
말끝을 흐리던 드웨인은 뒤늦게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아! 헌데 납품되는 지역은 같았습니다.”
솔리아와 윤하을의 두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
한시하는 구미가 당긴다는 듯 한쪽 무릎을 굽히고선 앉았다. 더 들을 가치가 있는 정보인 듯싶었다.
드웨인은 그런 한시하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뱉었다.
“아르델 제국 북부의 오드리세 산맥입니다.”
“오드리세 산맥? 그쪽이 어디지?”
“지형이 조금 험한 곳이야. 사람은 거의 안 살고.”
“예, 보… 보통의 상인들은 잘 안 가는 곳이죠.”
두 사람의 설명을 듣자 어느 정도 확신이 든다.
“오드리세 산맥이라….”
한시하는 분명 그곳에 뭔가 있을 거라 짐작했다.
‘파 볼 가치가 있겠어.’
아카데미에 복귀하면 한 번 정보를 모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하면 들을 건 다 들었다.
한시하는 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그때, 줄곧 머리를 조아리던 드웨인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 그… 그 잠시만요!”
“음?”
이대로 한시하를 보낼 수는 없었다.
드웨인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황, 황자 저하!”
이곳에서 밉보인 일들은 훗날 어디를 가든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제국 내에 황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
드웨인은 분노한 황자의 마음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굽실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간 있었던 일은 없던 것으로 해 주시면… 쥐 죽은 듯 조용히 살도록 하겠습니다….”
“….”
“왜, 그러십니까. 황자 저하. 혹시 제가 또 심기를 거스른 것이라면….”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한두 번 말한 게 아니란 말이지.
달달.
떨고 있는 드웨인을 내려다보며 한시하가 두 눈을 끔뻑였다.
“응? 근데 왜 내가 황자야?”
“…네?”
옆에 선 솔리아와 윤하을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윤하을은 질색하며 말을 뱉었다.
“반역죄로 끌려갈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
“그러게.”
“아니, 잠깐만. 그게 무슨 말씀….”
“내가 왜 황자냐고.”
“황자… 가 아니십니까?”
“내가 왜 황자여.”
“그… 그, 그… 만년필이….”
만년필?
드웨인의 알 수 없는 소리를 잠시 곱씹던 한시하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만년필을 꺼내어 보여 주었다.
“이거?”
“예… 예! 황실의 문장!”
얼빠진 듯한 드웨인을 내려다보며 한시하는 피식 웃었다.
“아, 이거 때문에?”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던 건지 이제야 알았다.
아무리 한태수가 유명하다고 해도 지나치게 달달 떠는 듯하더니만.
황가… 랑 헷갈린 건가?
흐흐흐.
한시하는 만년필을 드웨인의 눈앞에서 흔들거리며 웃어 보였다.
“아, 폐하가 나를 좀 총애해서.”
“네?”
“그래서 선물 받았어. 왜? 불만 있나?”
“어… 어… 아니… 그러면 황자가… 아니… 황자가 아니었어….”
드웨인이 멍청하게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사이.
기겁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윤하을은 비명을 지르다시피 외쳤다.
“너… 황제를 만났어?”
* * *
황자가 아니라 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한시하가 카스티카 가문의 지위를 이용해서 드웨인을 탈탈 털어먹는 동안, 아카데미의 기숙사는 고요한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늦은 새벽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아델라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마치 몸을 접어 올린 듯한 격한 기상이었다.
“하아… 하.”
아델라는 거친 숨을 토해 내며 이불을 세게 움켜쥐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요 며칠 악몽에 시달렸다.
꿈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카타블람. 그녀의 고향이 나왔던 것 같다.
목을 옥쥐는 듯한 그 불쾌함에 아델라는 치를 떨었다.
“왜 또 생각난 거야….”
수많은 이들이 죽은 마을이다.
자신은 홀로 살아남았지만 비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묻힌 이들이 너무 많았다.
제 마을만 생각하면, 아델라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나 혼자 발 뻗고 자지 말라고… 그래서 꿈에 나오는 거야?”
아델라는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델라는 조금씩 그때의 아픈 과거를 지워 나가고 있었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복수보다 달콤했고.
한시하와의 시간은 아델라에겐 유일한 안식이었다.
복수만을 위해 조급하게 달려온 자신을 붙들어 주고, 조금이나마 아델라 자신으로서 살 수 있게 도와줬던 것이 바로 한시하였다.
한시하 덕분에, 아델라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알았고, 눈의 포근함을 배웠으며, 흩날리는 벚꽃을 움켜쥘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은 잊고 싶었다.
제 탓도 아닌 이 죄책감을 잊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고 싶었다.
“왜…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살아남은 게 죄도 아닌데.
아델라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자책감에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후우….”
숨을 천천히 고르고,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악몽의 잔상을 몰아내려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괜찮을 것이라고, 반드시 그럴 거라고 스스로를 향해 되뇌인다.
그러다가, 문득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시하.
흑요석을 찾으려 아르케넨트 령으로 떠나 버린 지 일주일째. 아직 돌아오지 않은 녀석.
아델라는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
누군가가 특별히 더 보고 싶어지는 밤이 있다.
오늘이 그런 밤이었다.
“보고 싶어. 언제 오는 거야.”
아델라는 달 하나 뜨지 않은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 생각했다.
“….”
그러다가 고개를 벌떡 들었다.
이 우울감을 순식간에 몰아낼 것 같은 서늘한 감각.
어?
“뭐지?”
방금 인기척을 느낀 것 같았다.
* * *
마찬가지로 늦은 시각, 한시혁은 어두컴컴한 복도에 홀로 서 있었다.
폐부를 짓누르는 듯한 고통이 온몸을 휩쓸어서, 도무지 잠에 들 수 없었다.
“커억…!”
한시혁은 비틀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각혈할 듯 목을 쥐어짜는 고통이 이어졌지만, 피를 토하지도 못했다.
한시혁은 복도를 따라 걸으며 자꾸만 흐려지는 정신을 깨웠다.
‘왜… 왜… 이렇게 아픈 거지….’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니다.
이 고통의 근원이… 대체 무엇인지.
한시혁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아첸트를 죽이고 몸에 과부하가 왔을 때.
그때 느꼈던 고통과 비슷한 듯하지만, 확신은 없다.
단지 이 고통이 사그라들어 잠에 들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크윽… 윽….”
한시혁은 주먹을 움켜쥔 채 복도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피잉-.
순간, 머리가 살짝 돌았다.
한시혁은 이질감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 복도 전체에서 느껴지는 섬뜩함과 불쾌함.
그 근원을 알았다.
한시혁의 두 눈을 크게 뜨고선 그대로 멈춰 섰다.
“대체… 이게 무슨….”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복도.
벽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본 한시혁은 질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우욱!”
비위가 강한 한시혁도 헛구역질을 하게 만들 광경이었다.
한시혁은 떨리는 손으로 벽지를 닦았다.
흥건한 피가 묻어 나와야 할 텐데, 아무것도 묻어 나오지 않는다.
진짜 피는 아니다.
그제야 한시혁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실재가 아니라 환영인가.”
피잉-.
어지러운 머리를 움켜쥔 채 숨을 고르니, 어두컴컴한 복도가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왔다.
순간, 다리가 탁-하고 풀려 버렸다.
“허억… 헉….”
한시혁은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어 섰다.
자신을 짓누르던 고통은 조금 가신 뒤였으나, 지끈거리는 머리는 그대로였다.
“뭘… 본 거지….”
자신이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면.
예언가의 환영은, 곧 미래의 장면일 텐데.
“아.”
방금의 그 끔찍한 광경은 차마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가 없지….”
한시혁은 자신이 본 환영을 부정하며 미친 사람처럼 중얼댔다.
고통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거라고, 그렇게 합리화를 했다.
한시혁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럴 리가 없….”
그 순간이었다.
그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한시혁은 반사적으로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어, 다가오는 이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런데.
“커억… 저예요. 수사관님….”
어?
“수사관님… 아파… 여….”
대롱대롱-.
제 손아귀에 아델라가 매달려 있었다.
“헉!”
한시혁은 놀란 눈으로 손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