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67화(16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67화
한시혁의 수사실.
아델라는 그가 내민 핫초코를 홀짝거리며 소파에 불편하게 앉아 있었다.
한시혁은 깍지를 낀 손으로 아델라에게 물었다.
“꿈을 꿨다고?”
“네, 조금 기분 나쁜 꿈이요.”
“음.”
악몽을 꾸고 나서 인기척을 느꼈다.
그 인기척의 정체를 살펴보려 나왔다가 어쩌다 보니 복도까지 따라오게 되었다는 소리였다.
아델라는 핫초코 위에 띄워져 있는 마시멜로를 입안에서 굴리며 물었다.
“수사관님이 기숙사 근처에 오신 건 아니죠?”
“내가 그쪽으로 갈 이유는 없지.”
수사실은 기숙사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한시혁 역시 궁금했다.
“너야말로 인기척이 느껴진다 한들,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었을 텐데.”
한시혁의 추궁에 아델라는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도… 잘 기억이 안 나서… 잠이 좀 덜 깬 상태로 걷다 보니 여기였어요.”
“그랬나.”
“멀리 왔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아델라는 툭, 커피잔을 내려놓고선 한시혁을 똑바로 응시했다.
한시혁은 가능성을 점치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대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시혁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
“환영을 다루는 마법사가 다녀갔을 수도 있겠군.”
“…마법사가요?”
“네 악몽도 그렇고, 내 환영도 그렇고. 우연이라고 보기엔…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군.”
두 사람을 왜 마주치게 하려 한 건가.
그 이유까진 감을 잡을 수 없었으나, 아델라가 뭔가에 홀린 듯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마력을 잘 다루지는 못해도 이론만은 나름 빠삭한 한시혁이다.
환영 마법.
광역으로 다루기에는 다소 까다로운 마법에 속한다.
자신과 아델라가 같은 장소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두 사람만 걸린 환영 마법이라면, 두 사람에게 직접 걸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한시혁은 가장 높은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아직 근처에 있나.”
“악몽을 꾸게 하는 마법사가요?”
아델라는 두 눈을 크게 뜨고선 물었고, 한시혁은 말끝을 흐렸다.
“…추측일 뿐이다.”
자신도 걸려들 정도의 고급 환영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자다.
무슨 속셈인지는 몰라도, 고작 애들 장난 같은 환영을 보여 주려 한 건 아닐 테니 금세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했다.
“위험할 테니, 조심해라.”
“네.”
한시혁은 아까 봤던 잔상을 떠올리며 아델라에게 당부했다.
“….”
어떤 상황에서건, 예언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 * *
아르케넨트 령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원하던 걸 트럭째로 싣고 돌아오진 못했지만 나름의 수확은 있었다.
나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흑요석의 파편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자아- 뜨앗…!”
그러자마자 사방에서 말이 쏟아진다.
“이게 전부야?”
“이게 흑요석이래?”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혹시 망한 거야?”
이 새끼들아, 조용히 해 봐!
나는 마지막 말을 얹은 시모어를 노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남은 게 이것밖에 없었다고.”
그나마 이것도 드웨인 백작을 탈탈 털어서 뜯어낸 흑요석이다.
대부분은 이미 납품이 끝난 상태에, 샘플용만 몇 개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마을 하나를 털었다기엔 다소 조악한 결과물.
나탈리는 제 작업실 의자에 걸터앉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흑요석 자원 고갈 이런 걸까요?”
“석탄도 몇십 년 뒤에 고갈될 거래!”
“…확실히 흑요석 매장량이 석탄보단 적다고 지리학 시간에 배웠어요.”
“그러면 벌써 바닥난 걸까?”
나탈리와 시모어는 심각한 얼굴로 자기들끼리 중얼거렸다.
자원 고갈까진 아닌데, 뭐 비슷한 주제긴 해서 할 말이 없었다.
이 정도의 흑요석으론 아티팩트 샘플은 만들 수 있겠지만, 충분한 마기가 느껴지게 하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흑요석을 시모어에게 맡겼다.
“됐고, 네 도움이 필요해.”
“뭐?”
“네가 한 번 증폭시켜 줘.”
“어… 어?”
시모어는 그게 뭔 소리냐는 듯 질겁했지만, 실제로 이 일은 시모어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
“너 말고 누가 하냐?”
괜히 강령과에 진학한 것이 아니다. 시모어의 마력은 타고나기를 흑마법에 더 격렬히 반응한다.
그러니 흑요석의 마기를 증폭시켜 제대로 된 힘을 끌어 낼 적임자였다.
물론 그걸 다른 의미로 이해한 시모어는 질색했지만 말이다.
“흑, 흑마법 쓰지 말라며!”
“흑마법 쓰란 말 안 했는데?”
“여… 여기 있는 사악한 기운을… 막 증폭시키라면서?”
“마력을 키우라고 했지, 네 대가리를 제물로 바치랬냐? 애가 왜 갑자기 빡대가리가 됐을까?”
“…빡대가리라니, 너무하네.”
애초에 마기는 그 자체로 위험한 구석이 없다.
불길하니, 뭐니 하는 것도 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인식에 불과하다.
마기만으로는 흑마법을 구사해 낼 수 없다.
그걸 알 리 없는 시모어가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나는 차분히 녀석이 해야 할 일을 알려 줬다.
시모어의 고유의 마력으로 흑요석에서 나오는 마기를 증폭시키기만 하면 된다.
출입증의 목적 외에 우리가 이 흑요석을 쓸 일은 없을 테니 그만하면 충분하다.
“…알았어.”
말은 잘 듣네.
고개를 끄덕이며 흑요석을 움켜쥐는 시모어를 보며 안도했다.
하지만, 흑요석의 납품처에 관해서라면 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나와 솔리아는 드웨인 백작에게서 전해 들은 정보를 찬찬히 풀었다.
지형이 험준한 오드리세 산맥에 이유 모를 흑요석의 납품처가 위치해 있고, 상인들이 자꾸만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
예사 내용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심각하게 듣고 있던 이한이 말을 뱉었다.
“뭐가 있네.”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시모어는 거기에 말을 얹었다.
“당장 찾아가자!”
“응?”
아니 잠깐만.
“맞아, 어디로 도망가기 전에 빨리 뒤져 봐야지!”
“단서가 다 거기 있을 거라니깐? 그치?”
“무조건이지.”
본거지를 습격하자는 내 생각도 어디 가서 밀릴 수준은 아니지만, 이 둘도 상당히 극단적인 편이다.
행동파인 시모어와 윤하을이 결연한 목소리로 외치던 순간.
“그 전에!”
가운데에서 튀어나온 아델라가 중간에서 중재했다.
손을 천천히 내려 흥분한 시모어와 윤하을을 진정시킨다.
“중요한 게 있어.”
“뭔데?”
혹여 그들의 본거지와 가까운 지역일지도 모르니,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소리일까.
나 역시 아델라와 비슷한 생각이었기에, 숨을 죽인 채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델라의 입에서는 예상 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 곧 중간고사야.”
음.
“중간고사….”
“중간고사 중요하지….”
“중간고사는… 인정이지.”
흑요석이고 뭐고 시험은 봐야 할 거 아니냐.
K-아카데미 생활은 이리도 고달픈 것이었다.
나는 턱을 쓸어내리며 깔끔하게 정리했다.
“중간고사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
그동안 오드리세 산맥에 대한 정보를 각자 수집해 보는 것으로, 이번 회의는 결론이 났다.
* * *
“사마트폰 회로 설계안은 끝났고… 일단 여기까지만 해 두고 나중에 마무리해야 하나.”
지난번 아론의 습격 이후로 아델라는 사마트폰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다.
그렇기에 중간고사에 집중해야 할 바쁜 시험기간에 사마트폰 개발에 매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늦은 밤, 아델라는 한시하가 정리해 둔 회로를 내려다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 고민했다.
“회로는 완벽해, 화면이 문제여서 그렇지….”
수십 가지의 합금이 들어간 회로다.
복잡함을 넘어서 경이로움까지 느껴질 정도로 혁신적인 회로가 그녀의 앞에 있었다.
이걸 직접 구상한 한시하도 천재가 아닐까?
아델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시하의 연구 파일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화면, 즉, 한시하가 ‘디스플레이’라 명명한 전면부의 구조물만 잘 만들어 내면 기동할 것 같은데.
이게 가장 어려웠다.
“손으로 메시지를 어떻게 입력하라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역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아델라는 한숨을 푹 내쉬고선 사마트폰 계획서를 옆으로 밀었다.
“공부나 해야지.”
위고르 교수의 마력발생학 시험이 당장 내일로 잡혀 있었다.
오늘 밤을 새도 다 끝내기 힘들어 보이는 막대한 양의 시험범위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더 미룰 수도 없었다.
후우-.
아델라는 두꺼운 교재를 펼쳐 첫 장을 넘겼다.
[1장: 마력의 발생과 근원의 이해]: 마력은 만물의 기본이 되는 4원소의 형태를 띤다. 공기, 물, 대지, 불의 조합이 기본적인 마력의 구성이다. 마력은 체내 회로를 통해 이동하여 흐르고,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발산된다.
1장까지는 그린트 교수의 [마법실전학]에서도 익히 배웠던 내용들이라 어렵지 않았다.
교재를 넘기는 아델라의 손이 빨라졌다.
“쉬운데?”
-라고 생각했던 아델라는 금세 그 말을 취소하게 되었다.
[2장: 마력 회로의 발생]: 마력 회로 형성은 중배엽의 마력섬에서 생성되어, 새로운 마력 회로들이 출아 및 발생하는 과정을 거쳐…
탁.
아델라는 빠르게 교재를 덮었다.
“족보 어디 있지?”
정보통 원과 한시하에게서 받아 온 작년 기출.
아델라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그것을 꺼내 들었다.
원래 중간고사는 벼락치기다.
“음음.”
새벽이 되어 갈 때까지, 아델라는 제자리에 앉아 기출을 훑었다.
나올 만한 문제를 체크하고 머릿속에 다급히 우겨넣었다.
그렇게 한참을 미동도 없이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휘잉-.
불길한 바람이 불었다.
* * *
“어?”
한시혁을 복도에서 마주쳤던 날.
딱 그때와 같은 느낌이었기에 아델라는 고개를 벌떡 들었다.
창문이 굳게 닫힌 기숙사에서 바람이 들어올 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델라는 흔들리는 커튼을 노려보았다.
“누구… 세요?”
이 안에 있다.
아델라는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위험할 테니, 조심해라.’
한시혁의 경고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아카데미 안은 안전할 줄 알았는데, 기숙사 안까지 직접 들어온 상대다.
아델라는 뒷걸음질을 치며 재차 물었다.
“거기… 누구 있냐고요.”
스르륵.
커튼 뒤편이 일렁이더니, 쑤욱 하고 사람의 형체가 튀어나왔다.
“으아아악!”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지른 아델라가 마력을 쏘아 버리려던 순간이었다.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아델라를 막아 세웠다.
“해치지 않아.”
검은 로브를 쓴 여자가 창틀에서 뛰어내렸다.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을 리 없는 아카데미의 기숙사에 불쑥 들어온 정체불명의 마법사.
혹시 환영을 다룬다던 마법사가 저 여자였나.
경계대상임은 분명하지만, 아델라는 섣불리 공격을 하진 않았다.
“….”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얼굴을 로브로 가린 여자.
그녀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대화하러 온 거야. 지팡이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