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69화(16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69화
한시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난데없이 수사 의뢰라니.
그것도 제 사무보조가 신청해 오는 의뢰다.
한시혁은 자연스레 호기심이 일었다.
결연한 저 표정은 맹랑해 보이기까지 하다.
한시혁은 슬며시 웃으며 아델라에게 물었다.
“뭐지?”
하지만, 이어진 말에 한시혁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제가 태어난 마을이 있는데요. 그 마을을… 무너뜨린 사람을 찾고 싶어요.”
“…뭐?”
“마을 사람들을 생매장한 마법사가… 누군지 알고 싶어요. 누가 지시한 건지, 누가 실행한 건지. 그 뭐라도 좋으니까 알고 싶어요.”
한시혁은 만년필을 쥐고 있던 손을 멈췄다.
제대로 들은 게 맞다면, 지금 저 아이가 카타블람 사건을 논하고 있는 건가.
빌어먹을, 갑자기 왜….
한시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아델라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지,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있는 아이.
아델라가 주먹을 꽉 쥔 채 자신에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인지, 어떻게 된 일인지… 제 스스로 알아내야 해요. 도와주세요.”
한시혁이 말이 없자, 아델라는 다급히 설명을 더했다.
“카타블람이에요. 제가 태어난 마을. 한 10년 전의 일이고… 또….”
“…그래.”
한시혁은 아델라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알고 있다.
그저 제 3자의 시선으로 그 사건을 접했을 때와는 다르다.
지금의 한시혁에겐 그 마을의 이름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아델라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기 전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다.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었을 것이며, 고향이 소중했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야 했을 것이다.
그 고통을. 그 아픔을.
한시혁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한시혁은 싸늘히 말을 뱉었다.
“묻어 두지.”
“네?”
“10여 년이 지난 일이라며.”
아델라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냉랭한 구석이 없잖아 있는 사람이긴 해도, 이리도 싸늘하게 의뢰를 거절할 줄은 몰랐기에 당황한 탓이다.
아델라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의, 의뢰금이 없어서 그러시는 거예요? 잡다한 의뢰도 신경 쓰지 않고 다 받으셨잖아요. 돈은 제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으니….”
“내가 뒷골목 흥신소는 아니다.”
“….”
“돈을 준다고 아무 의뢰나 받아먹지는 않지. 그리고 돈은 너보다 내가 더 많을 것 같군.”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아델라는 입을 다물었다.
한시혁은 자책감이 올라왔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은 채 손을 휘저었다.
“얘기는 다 된 것 같으니 나가 봐라.”
기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나 그 본질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억하지 않는 일들에 미련을 가질 수 없기에.
한시혁은 기억하는 이들을 챙기려 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동생인 녀석과.
당차고 맹랑하지만 일은 잘하는 사무보조.
누구보다 자신을 증오하지만 그럼에도 길러 준 아버지.
모두를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묻어 둬야 했다.
“그리고 수업만으로도 바빠서 당분간은 의뢰는 받지 못할 것 같군.”
한시혁은, 한시혁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다.
훗날 이 선택이 최악이 될 지라도.
지금의 최선에 도박을 걸어 보려 한다.
“….”
아델라는 실망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인다.
“네.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 말만 마치고 수사실을 떠나는 아델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시혁은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으리라는, 당연한 사실을 실감했다.
* * *
아티팩트를 만드는 과정은 섬세함을 요한다.
그리고 그 섬세함을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마친 후엔 거의 나탈리의 작업실에 박혀 있다시피 했다.
사마트폰 개발과 큐브 약화 작업. 두 가지의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거기에 더해 나는 개인 작업물 하나에도 꽤나 노력을 기울였다.
해독 아티팩트.
그때 썼던 게 겨우 몇 분 정도 지속되는 임시본이었다면 이번에는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던 중 문득 든 생각.
“공대를 갔어야 했나.”
뭔가… 뭔가… 학과를 잘못 찾았다.
혀를 차며 다시 칼을 손에 쥐었다.
현대의 도구들을 100프로 사용할 수 없으니, 아티팩트 제작은 다소 무식하게 이루어진다.
나는 지금 표면을 칼로 하나씩 깎아 나가는 중이다.
“바실아, 다른 칼.”
“꾸우!”
일을 시키면 바실은 물어 오고.
파다닥-.
클로스티는 날아서 가지고 온다.
두 조수의 완벽한 도움으로 해독 아티팩트는 거의 완성형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이 위에 마력 회로를 납땜하고 마력이 도는 걸 확인한다.
“괜찮은데?”
“꾸우…?”
팍!
바실이 불만인 듯 책상을 꼬리로 때렸다.
“왜, 뭐가 문젠데?”
“꾸우, 꾸우….”
“어?”
그리고 조금 늦게 알았는데.
바실은 사실 천재였던 것이다.
뭔가 불만인 듯 낑낑대고 있으면, 어김없이 회로에서 문제가 발견된다.
“미친.”
마력의 파동이 미세하게 충돌하는 것을 귀신같이 감지해 내는 모양이었다.
“잘했다, 바실아.”
기특해서 치즈 하나를 던져 주자 후다다닥 달려간다.
옆에서 작업 중이던 시모어가 고개를 불쑥 내밀고선 말을 뱉었다.
“…잘 길러 놨다, 야.”
“바실이가 똑똑하긴 하지?”
이거 내 자식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진 그런 기분인데.
그렇게 흐뭇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 누굴 닮았나 모르겠네.”
“드래곤을 닮았겠지, 널 닮았겠냐.”
“…집중해라. 너 회로 꼬였으니까.”
“어어어억!”
타다닥.
어디선가 타들어 가는 소리에 시모어가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당탕탕.
난리법석이 난 녀석을 무시하고, 나는 해독 아티팩트에 마저 집중했다.
그때였다.
딸랑-.
종소리가 들리더니만, 작업장 안으로 아델라가 들어왔다.
“어어, 아델라 왔어?”
“수업 늦게 끝났냐?”
“요새 통 안 보이더라?”
결사단원들의 의례적인 인사가 쏟아지자 아델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주일 동안 기숙사에 박혀 있던 녀석이다.
그 사이에 왠지 모르게 연락도 잘 되질 않았다.
괜찮다고는 했는데, 영 믿음이 가질 않았다.
진짜 뭔 일 있었나?
전에 봤을 때보단… 좀 밝아진 표정인데.
“안녕.”
아델라는 내 옆에 앉으며 그리 말했고, 나는 평상시처럼 그 인사를 받아 주었다.
“몸은 좀 괜찮아졌어?”
“으응.”
아델라는 짐을 내려놓으며 살짝 웃어 보였다.
그때처럼 억지스러운 미소는 아니라 다행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해결이 된 거겠지.
“다행이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책상에 다시 코를 처박으려던 순간이었다.
“한시하.”
“어?”
아델라의 결연한 목소리가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울려 퍼졌다.
“나 결심했어.”
아델라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갑자기 뭘 결심했다는 걸까.
뜬금없는 한마디에 되물었다.
“어? 뭔데.”
“수사관님께 의뢰해 봤는데 안 받아 주셨어. 그래서 내 힘으로 알아볼 생각이야.”
“무슨 의뢰를 넣었길래?”
아델라의 뜬구름 잡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델라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태어난 마을.”
뭐?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볼 거야.”
아델라의 알 수 없는 눈빛이 나를 향했다.
“어… 어?”
생각지 못한 말에 순간 뇌정지가 와서, 말문을 잃었다.
“알아야 할 이유가 생겼어.”
“….”
“내가 꼭, 알아내 줄게.”
알아야 할 이유가 대체 뭐길래.
마치 나를 위한 것이라는 듯 읊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어… 음….”
그 아이의 전부인 진실을 알겠다는데.
그걸 말려야 할지, 놔둬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나는 한참을 멍하니 멈춰 있었다.
수없이 고민하다 뱉은 말은 간단했다.
“…잘됐네.”
어렵사리 대답한 내게 아델라는 다시 말했다.
슬픈 목소리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전했다.
“미안.”
네가 나한테 미안할 일이 없는데.
도리어 미안해야 할 건 난데.
“….”
나도 미안하다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차마 뱉을 수가 없었다.
* * *
사운드 텔레포트 호출기로 한태수의 연락이 있었다.
중대한 사안이 있으니 수업을 끝내고 카스티카 령에 복귀하라는 내용.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카타블람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웨인 백작에게서 아르케넨트 령을 수복할 당시.
도움을 대가로 내건 조건이 있었다.
더 이상 카타블람 사건을 입에 올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 사건은 들춰내면 들춰낼수록 아델라가 위험해지고, 내가 위험해지며 황실의 안위가 흔들릴지도 모르는 극비다.
이 일을 묻는 게 맞다는 데는 나도 동의했다.
그런데.
어제의 목소리가 왜 자꾸 귓가에 맴도는 걸까.
‘미안.’
어디서 무슨 말이라도 듣고 왔나.
느닷없이 꺼낸 그 말이 영 마음에 걸려서 미칠 것 같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멍하니 서 있을 무렵.
한태수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늦은 시간인데 잘 도착했구나.”
한태수는 그때처럼 환한 얼굴로 나를 맞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옛날처럼 냉랭하게 쳐 내진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은 잔잔했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한태수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중대한 사안이라면, 무엇입니까.”
한태수는 내 물음에 무뚝뚝하게 답했다.
“아직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미리 정해 두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카타블람에 대한 얘기일 줄 알았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돌아왔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뭐를… 말입니까?”
“저기 들어오는구나.”
“예?”
한태수의 말에 고개를 돌린 순간.
나는 예상 밖의 얼굴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영지를 되찾은 뒤 얼굴이 훤해진 아르케넨트 백작이 풍채를 자랑하며 걸어왔다.
오랜만에 본 얼굴이 아닌데도 반갑다는 듯 내 쪽을 향해 손을 흔든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 뒤로 솔리아가 눈치를 보며 따라 들어온다.
아니… 네가 여기 왜 있는 거냐?
움찔.
솔리아 역시 비슷한 생각인지 적잖이 놀란 기색이다.
솔리아는 입을 꾹 다문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벽에 붙어선 솔리아를 향해 입모양으로 물었다.
‘뭔 일이야?’
‘…?’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솔리아가 마찬가지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얘도 모른다.
나도 이게 뭔 상황인지 도무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카스티카 령에 저 둘이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이 타이밍에, 이 상황에.
중대하게 꺼낼 법한 얘기라면….
설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갔다.
한태수가 흐뭇하게 웃으며 솔리아를 소개했다.
“인사해라. 네 약혼 상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