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71화(17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71화
다음 날, 카스티카 가문과 아르케넨트 가문 사이의 약혼 소식은 아르델 아카데미 내에 빠르게 퍼졌다.
몇 명 되지 않는 전교생, 그중에서도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마법과의 한시하와 솔리아.
소문이 퍼지지 않으려야 퍼질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아르델 아카데미 1층 급식실.
원은 호들갑을 떨며 자리에 앉았다.
“야, 야. 너네 그거 들었냐?”
타인에겐 관심 없는 윤하을과 늘 훈련장에만 박혀 있는 아델라.
두 사람은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는지 멀뚱멀뚱 원을 쳐다보았다.
원은 주변을 홱 돌아보고선 한시하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카스티카 가문이랑… 아르케넨트 가문이랑 이번에 협업한다고 했잖아. 들었지? 들었지?”
“응. 알고 있었어.”
“그래서 둘이… 약혼할 거라던데?”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한시하랑 솔리아가 약혼한다고! 당장 다음 달에!”
원의 폭탄 같은 발언.
탁.
윤하을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 누구 맘대로?”
윤하을은 팍 인상을 찡그리며 원을 바라보았다.
원은 그 말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야, 백작님 마음이지.”
“내 마음은?”
“거기에 네 마음이 왜 들어가.”
어… 어….
윤하을은 말문이 막힌 듯 두 눈을 끔뻑였다.
이건 뭐 예고가 되었던 것도 아니고.
난데없이 두 가문의 약혼이라니.
이럴 수는 없다.
“한시하랑 솔리아가…?”
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에, 윤하을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예언가도 예견하지 못했던 약혼.
“말도 안 돼….”
윤하을은 충격받은 얼굴로 중얼거리며 전투적으로 빵을 뜯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니, 가능하지. 둘 다 한때 잘 나갔던 가문이잖아.”
“아니, 그래도 진짜 있을 수 없는 일….”
울적할 때는 뭐라도 먹어야 풀리는 법이다. 착잡해 죽을 것 같은데. 윤하을은 반사적으로 빵을 입에 밀어 넣었다.
봉지까지 통째로 씹어 먹을 듯이 단팥빵을 우물거리는 윤하을을 보며, 원은 장난스레 끼어들었다.
“뭐냐, 눈물 젖은 빵이야?”
“흐읍… 흡… 열 받으니까 말 걸지 마라….”
“왜? 너네 가문은 약혼 안 시켜 준대? 아, 하긴 카스티카에 비비기엔 영….”
“으아아악! 죽여 버린다!”
원은 즉각적으로 분노하는 윤하을을 보며 깔깔 웃어 댔다.
신비로운 예언가의 이미지는 어느 샌가 사라지고 놀려먹는 재미가 생겼다.
부들부들.
윤하을은 바스락대는 비닐을 주먹으로 움켜쥐고선 파르르 떨었다.
원은 그런 윤하을을 보며 위로 아닌 위로를 던졌다.
“야, 결혼도 아니고 약혼인데 뭘 벌써 울상이야. 결혼만 안 하게 잘 막으면 되지.”
“흐읍… 흡.”
“솔직히 말해서, 솔리아한테 네가 밀리는 게 뭐 있냐?”
“그… 그런가?”
“성격도 네가 더 더럽지, 가문도 네가 더 딸리지. 실력도 굳이 따지면 네가 더 후달… 아아악!”
원은 까불거리다가 결국 윤하을에게 목덜미가 붙들렸고.
한참을 탈탈 털린 채 바닥에 던져졌다.
“봐봐, 성격도 네가 더 더럽잖아. 이 기세로 가서 솔리아 멱살 잡아 버려!”
“이이익… 너 짜증 나!”
퍽-.
원은 결국 윤하을에 걷어차이고선 바닥을 굴렀다.
“아야야… 신학과 수석이 사람 막 패고 그러면 안 돼지… 너….”
“잠깐만.”
그렇게 원이 윤하을을 놀려먹느라 잊힌 사람이 하나 있었다.
아까 전부터 지금까지 굳은 얼굴로 얼어붙어 있던 사람.
아델라가 뒤늦게 말을 뱉었다.
“야, 그거 진짜야?”
* * *
복도만 가도 원 같은 녀석들이 호들갑을 떨며 달라붙으니 일단 요리 실습실 안으로 피신했다.
이 정도로 유명 인사인 줄은 몰랐는데, 이제야 인기를 실감하는 기분이다.
정확히는 자신이 아니라 솔리아의 인기를.
한시하는 한숨을 내쉬면서 혀를 내둘렀다.
“후우… 쫙 깔린 거 봤냐? 나를 아예 죽이려 들던데?”
“나도 죽을 뻔한 건… 마찬가지거든.”
특히 윤하을은 피하라길래, 매점 근처에도 가질 않았다.
솔리아는 투덜대며 머리를 박았다. 느닷없이 이게 뭔 난리인가 싶었다.
“대체 어떻게 퍼진 거야?”
“모르겠다. 입 싼 놈이 퍼트렸겠지. 굳이 숨길 일도 아니긴 하니까.”
그 자리에 있던 하인들도 한둘이 아니고.
사실상 약혼 날짜까지 확정해 버렸으니까 곧 이렇게 난리가 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물론 예상했다고 해서 대책까지 세워 놨던 건 아니다.
솔리아는 난처한 기색으로 물었다.
“뭐라도 생각난 거 있어?”
한시혁의 조언은 별 도움이 안됐다.
그렇기에, 한시하 나름 머리를 굴려 본 결론은 이러했다.
“세 가지 방법이 있어.”
솔리아는 침을 삼키고선 한시하의 말을 기다렸다.
한시하는 진지한 얼굴로 검지를 펴보였다.
“첫째, 못하겠다고 지금 당장 달려가서 깽판을 친다.”
“….”
“뭐, 이건 내 전문이긴 한데. 아무래도 네가 못하겠지? 그런 쪽은 아니니까.”
“응.”
그렇다면 두 번째.
“정중하게 말씀드린다. 뭐, 우리 둘이 죽어라 싫다는데 강제로 붙여 놓진 않을 거 아니야?”
한시하는 그렇게 능청스레 말했지만 솔리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너는 몰라도 우리 아버지는… 반대하실걸.”
“그… 그러냐?”
솔리아의 말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먹힐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얘기란다.
가문과의 협약에서 사사로운 감정을 담을 두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카스티카 쪽이라면 모를까, 갓 영토를 수복한 아르케넨트 백작의 입장에선 포기하기 힘든 제안이다.
제 딸을 제 목숨만큼 아끼는 아르케넨트 백작이어도 웬만해선 이 약혼을 관철시킬 것이다.
뭐, 어느 쓰레기 같은 가문의 개망나니 같은 사윗감이었으면 모를까, 한시하를 마음에 들어하는 상태인 데다가 카스티카 백작과도 사이가 좋았다.
반대할 이유가 없는 약혼이다.
거기에 더해.
‘내가 한두 번 말한 것도 아닌데.’
틈만 나면 한시하의 얘기를 조잘댔다.
거기서부터 화근이었다.
억지로 하는 약혼이라고는 생각도 안 할 것이다.
‘싫다고 하면 또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솔리아는 시무룩한 얼굴로 두 번 다 고개를 저었다.
그때, 한시하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아직 하나 남았잖아.”
“뭔데?”
“내가 어디서 많이 보긴 봤거든.”
거, 드라마 보면 국룰처럼 나오잖아?
어디서 본 건 많은 한시하는 싱긋 웃으며 말을 뱉었다.
“셋째, 약혼식 때 손 붙잡고 튄다.”
응?
“당일에 튀는 게 파투내긴 편할 거 아니야.”
“뭐… 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말해 봤자 다른 대안을 찾거나 설득하려고 들 텐데.
그럴 바엔 확실히 당일에 파투내는 것이 타율이 올라간다.
“어….”
솔리아는 망설였다.
일리 있는 말이긴 한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약혼식 때 손 붙잡고 튀는 건….
“별로야?”
한시하는 그렇게 말하며 솔리아의 손을 낚아챘다.
“…이러고 튀면 될 것 같은데?”
“어어… 어?”
끔뻑.
솔리아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 그니까.”
이유 없이 머릿속이 하얘져 버렸다.
그 이유가 뭔지, 갈 곳 잃은 손을 내려다본 솔리아는 뒤늦게 눈치챘다.
생각보다 너무 가깝다.
그리고,
“어… 일단 이 손은 좀… 놓….”
놓고 말할까.
그리 조심스레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갸아아아악!”
뒤에서 웬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갸아아악!”
“…?”
홱.
한시하는 고개를 돌려 뒤편을 확인했다.
“응?”
뭐야?
호다다닥.
어느새 달려왔는지는 몰라도 문 앞에 서 있던 원이 두 손으로 양 볼을 눌렀다.
그러곤 냅다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한다.
복도에 다 들릴 정도로.
원의 절규가 크게 울려 퍼진다.
“갸아아아! 한시하랑 솔리아가아- 갸아아악!”
미친.
“둘이이서- 손을-갸아아악!”
한시하와 솔리아의 얼굴이 동시에 싸늘하게 식었다.
“저 새끼 잡아.”
* * *
조금만 늦었으면 복도에 있던 애들이 다 이쪽으로 몰려올 뻔했다.
온갖 어그로를 다 끌어 놓은 원은 한시하에 의해 빠르게 제압됐다.
퍽-.
“아악!”
원은 처맞아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한시하는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약혼이 공식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 입 가만히 닫고 조용히 좀 있어라.”
“이미 애들 다 알던데.”
“그래도 전부는 몰라.”
“거의 다 알던데.”
마법과엔 공공연히 소문이 퍼진 듯싶지만, 아직 다른 과까진 덜 퍼졌다.
아카데미 안이 좀 좁은 것도 아니고, 선후배의 관심까지 쏠리면 아주 골치 아파진다.
아델라의 일도 그렇고, 가뜩이나 신경 쓸 것도 많은데. 이거까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
몸이 열 개라도 이 상황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한시하는 머리를 짚으며 말을 뱉었다.
“야, 네가 다 떠벌리고 다녔지.”
“아니거든? 나도 들은 거야. 진작에 소문 다 퍼졌지. 애초에 숨기려면 그렇게 대놓고 약혼 날짜를 잡으면 안 될 거 아니냐?”
“내가 알았으면 절대 대놓고는 안 잡았지. 하… 일단 당분간만… 정식 약혼 전까지만 조용히 살자.”
원은 한시하의 말에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델 아카데미의 정보통을 맡고 있는 원이긴 하지만, 본인이 저리 싫어하는데 소문을 퍼트릴 수는 없다.
한시하는 한숨을 내쉬며 설명을 이어 갔다.
“상황이 좀 복잡해. 우리도 갑자기 결정된 거라서.”
“어렸을 때부터의 약조… 뭐 그런 거 아니었어?”
“어렸을 때… 가 맞긴 한데.”
그 어렸을 때가 열 살 미만인 게 문제다.
한시하와 솔리아는 대강의 상황을 설명했고, 원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겠다.
“약혼, 안 할 생각이라고?”
“우리는 그래.”
“뭐, 하기야… 너무 빠르기는 한데….”
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수로?”
“그게….”
우물쭈물하던 솔리아가 대강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걸 다 들은 원은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일단 약혼을 파기할 계획을 세운 둘은 약혼식에서 손 붙잡고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고.
아직 한태수와 아르케넨트 백작은 이 사실을 모른다.
뭐, 그런 복잡한 이야기들.
손을 왜 잡고 있었는지 대강의 오해도 풀렸다.
“아, 그래서 그러면… 손 붙잡고 튀겠다고 작당을 하고 있던 거였어?”
“맞아. 그래서 약혼한다는 소문이 너무 퍼지는 것도 곤란해.”
“으음….”
둘을 놀려먹는 데 실패한 원은 빠르게 상황을 수긍했지만,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원은 시선을 돌리며 난처한 듯 말했다.
“야,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
한시하는 원의 시선을 따라가며 되물었다.
“쟤는 어쩔 건데?”
“어?”
한시하는 원을 신경 쓰느라 잊어먹었던 존재를 그제야 떠올렸다.
바둥바둥-.
두 날개를 휘저으며 복도로 뛰어가는 한 녀석.
“갸아아각!”
탁자 아래에 숨어 있던 바실은 양 볼을 부풀린 채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해맑은 미소를 입가에 장착한 상태였다.
“꾸우우우! 한띠하랑! 쏠리아랑!”
잠깐만, 저 멘트는.
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양손을 들어 보였다.
“쟤 지금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 하는 거 같은데?”
“한띠하랑 쏠리아랑아앙! 손 잡꾸우우! 약혼한대애애!”
“미친.”
둘의 약혼을 아르델 아카데미 전체에 알리려던, 바실의 야심찬 생각은 빠르게 저지되었다.
“한띠하랑…!”
탁.
거기까지다.
“꾸우?”
“야, 이 시키야.”
“꾸우우!”
바실은 결국 한시하의 손아귀에 붙들린 채 질질 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