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79화(17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79화
눈이 세 개가 되긴 했지만, 발전은 발전이다.
“원래대로 돌아가!”
“꾸우우?”
“빨리!”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어찌 되었건, 표면상으로는 효과가 분명했으니 반복 학습은 계속하기로 했다.
고급 폴리모프 마법은 뭐 쓸 만하겠지.
설마, 눈이 네 개가 되겠어.
결국 나탈리의 말대로 능력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러니, 나는 지금 이 방법도 내게 먹히길 바라야 한다.
“한시하! 이거 맞아?”
아르델 아카데미의 외곽에 위치한 공터.
그중에서도 햇빛이 아주 잘 드는 남향.
나는 지금 양지바른 땅을 밟고 서 있다.
“정말… 해야 해?”
아델라가 걱정스럽게 물어온다.
막상 하겠다고 오긴 했지만, 이게 맞나 싶은 표정. 나한테 물어봐도 생각은 비슷하다.
이거 맞냐….
“어떻게 할까?”
실행이야 아델라가 하지만, 혹시 몰라 도와주러 온 이한에게 물었다.
“괜히 어설프게 했다가 여러 번 하면 곤란하니까. 한 번에 확실하게 묻는 게 좋을 거 같아.”
이한은 실험의 방식에 대해 아델라와 대화를 나눴다.
“너무 설렁설렁하면 경각심이 들 리가 없잖아. 예고하지 말고 그냥 바로 묻는 편이 나을 거야.”
“그냥 바로?”
“너 사람 묻을 때 예고하고 묻지는 않잖아.”
“음, 그렇지.”
뭔가 무서운 대화들이 오고간다.
“일단 상황을 극한으로 끌고 갈 거면, 바로 꺼내는 것도 애매해. 몇 분 담갔다가 꺼내는 건 어떨까?”
“위험하지… 않아?”
“응,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마력으로 나무도 때려 부수는 인간이 흙에 파묻히자마자 죽을 리가 없다는 게 이한의 주장이었다.
쓸데없이 예리한 데다가 은근히 다 맞는 말인데….
“한 3분 담굴까?”
“부족한가? 5분?”
역시 주인공을 끌고 오는 게 아니었어!
이런 상황에서조차 열정이 과하다.
그것도 아주 과했다.
이한은 어떤 각도에서 묻는 게 좋을지까지 아델라에게 조언해 주고 있었다.
아, 어지러워진다.
이것 참.
내가 해 달라고 한 거긴 한데….
뭔가… 묘해.
약간 사채업자들한테 끌려와서 파묻힐 위기에 처한 빚쟁이가 된 기분이랄까.
뒤에 구덩이가 있으니까 더더욱 그런 느낌이다.
우물쭈물한 자세로 아델라를 향해 변명했다.
“제가 학자금 대출은 있었어도… 사채는 안 썼는데요.”
“응? 뭔 소리야?”
내 말을 이해 못한 아델라는 그걸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물었다.
“…시작한다?”
“어, 잠깐만. 일단 마음의 준비부터 하고.”
굳이 따지자면 땅에 묻히는 게 두 번째.
아니, 전생까지 합하면 세 번째긴 하지만, 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더더욱 살아 있을 때 묻히는 거라면….
나는 침을 삼키고선 아델라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그때 묻어 줘.”
“응!”
하나, 둘….
-까지 외쳤을 때였다.
퍽-.
이한이 나를 뒤로 밀었다.
“응?”
아, 맞다.
예고 안하고 묻는댔지.
“어어어억! 이 미친 새끼야!”
동시에, 흙더미가 나를 집어삼켰다.
* * *
후두두둑.
교복의 옷소매 사이로 흙이 떨어졌다.
아델라는 흙속에 파묻힌 나를 염동으로 들어 올렸다.
풀썩.
나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정… 정말….
호흡 간당간당할 때 건져 올렸어!
내 부탁을 충실히 이행하는 두 녀석들을 보며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었다.
시발… 너무 고맙잖아.
야…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는 건 너네들뿐이다….
쿨럭.
흙이 코에도 들어간 건지 사레들린 듯 기침하며 고개를 들었다. 팔다리가 여전히 후들거린다.
“하아… 하아….”
“한시하! 한시하! 괜찮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델라를 올려다보았다.
걱정스럽다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물론, 이한은 전혀 다른 걸 걱정하고 있었다.
심각한 얼굴의 이한이 턱을 쓸어내리며 말을 뱉었다.
“어떡하지? 효과 없는 거 같은데.”
저 개자식.
하지만, 이한의 말이 맞았다.
“하아… 하.”
새로운 능력을 개화했거나, 뭐라도 성장한 구석이 있었다면 내가 가장 먼저 알았을 것이다.
메시지창이 허공에 떴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메시지창에는 정적뿐이다.
아무래도 실패한 게 분명했다.
“뭐가 문제였지?”
생존 본능이 능력의 트리거 요소일 거라 생각했건만 그건 아니었나.
아예 방법부터 잘못됐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한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이한은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직 죽음의 한계를 못 느낀 거 아닐까?”
“뭐?”
“…한 번 더 묻어야 하나?”
결론이 왜 그렇게 나는데?
아델라는 이한의 말에 잠시 머뭇하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한시하, 어떻게 해?”
“한 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데.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는 조금 더 깊게 묻어 보자. 너무 얕았어, 방금.”
저 새끼, 지가 하는 거 아니라고!
본인 일 아니라고 말을 심하게 하는 이한 때문에 어지러워졌지만, 탓할 수도 없었다.
내가 아는 저놈이라면 땅에 수십 번 묻혀서라도 능력을 각성할 미친놈이라서.
저런 놈이 주인공이라서 전쟁에서 이긴 거 아닐까?
빡치긴 해도 다 맞는 말이라서.
저 녀석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게… 일단 나을지도 모르지만.
“흠. 한 번으로는 안 될 거 같기도 하고. 두 번만 더 할까?”
“시발.”
제 일 마냥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한을 보며 욕설을 뱉었다.
“한시하, 할 수 있지?”
저런 녀석이랑 한 배를 타서 참… 뭐랄까.
하.
“든든한 새끼.”
“…?”
물론 칭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 * *
거의 세 시간이 흘렀다.
공터에 올 때만 해도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이제는 제법 기울어 있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는 동안,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바닥에 엎어져 참았던 숨을 뱉었다. 방금은 눈앞이 정말 노래졌다. 입안이 푸석푸석하니 흙이 씹혔다.
“허억… 헉.”
제길.
이젠 나도 오기가 생긴다.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하는 걸 보면 나도 이한이랑 비슷한 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뭣 같은 기분이 들어 욕설을 뱉었다.
“뭐 하는 짓거리냐, 이게.”
“그만하자. 진짜 아닌 거 같아.”
아델라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던 거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다고 해서 될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각성하게 되는지도 모르고.”
치유술을 올리는 데에 집중하고자 했다.
멍청한 전기고문보다는 이게 훨씬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잘 모르겠다.
별 변화가 없어!
“…죽겠네.”
아델라의 말대로 확실히 무리긴 했다.
아무리 아델라가 타이밍 봐 가면서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해도 정말 죽을 뻔한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다.
이한도 이 꼴은 못 보겠는지 그새 기숙사로 돌아갔다.
해가 지고 있는 공터엔 우리 둘만 남았다.
황혼에 물들어 가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델라의 갈색 머리가 노을에 반짝 빛나고 있었다.
걱정되는지 일렁이는 두 눈.
나는 아델라를 올려다보며 입을 뗐다.
“한 번만 더, 부탁할게.”
“안 할래. 그만하고 싶어. 너무 위험한 짓이잖아.”
아델라는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다며 나를 말렸다. 아델라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부탁할 사람이 이쪽밖에 없다.
아델라가 아니면 어디 가서 묻어 달라고 부탁하겠어.
정신 나간 놈이라고 병원이나 끌려가겠지.
숨을 고르고 나서 검지를 들어 보였다.
“딱 한 번만. 부탁이야. 해 줄 수 있잖아.”
아델라의 낯빛이 새하얘졌다.
그래도 몇 번까진 내 부탁대로 해 주던 애가, 이번에는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 그러고 있는 거… 보기 싫단 말이야.”
분명 나올 때는 멀쩡했던 옷이 흙먼지에 얼룩덜룩해져 거지꼴이 되어 있었다.
하기야.
봐주기엔 좀… 그렇긴 하네.
나는 피식 웃으며 옷을 털었다.
“확실히 거지꼴이긴 해, 그렇지?”
“아니, 그 뜻이 아니잖아!”
격하게 고개를 흔들며 외치는 아델라.
나는 그녀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약혼식장에서 처절하게 느꼈다.
슬라임도 제대로 못 때려잡던 시절보다 분명 강해졌지만, 나는 여전히 나약했다.
그 자리에서 솔리아를 잃을 뻔했고, 녀석들의 손에 꼼짝없이 놀아날 뻔했다.
아델라가 파동의 검으로 막지 않았더라면, 아델라도 잃을 수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마지막이야.”
아델라의 손길이 툭, 멀어지는 걸 느끼며 나는 구덩이에 몸을 던졌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간절하다.
큐브를 잃을까 봐.
이 전쟁에서 질까 봐.
그런 게 두려운 게 아니다.
나를 믿어 줬던, 그리고 믿어 줄 이들.
함께하는 이들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예정된 결말을 알기에, 더욱 두려운 것이다.
솔리아가 죽어 가고, 아델라가 무력화될 때.
윤하을이 스스로를 파괴하며 미래를 읽어야만 할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만큼 비참한 게 없을 것이므로.
설령 큐브를 되찾고, 전쟁을 막는다 한들.
모두를 잃고 나서야 그 의미가 없지 않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무언가를 이룩하고 싶진 않기에.
나는 지금을 희생한다.
“커억….”
파묻힌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해서, 지금 이 급박함이 거짓이 되는 건 아니다.
“허억… 헉.”
정신이 흐릿해진다.
폐부를 짓누르던 흙이 이제는 목을 조여 오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극한까지 치달은 몸 상태가 다급히 산소를 갈구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건지 알 수 없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건 또렷이 알았지만.
이제는 한계다.
땅에 파묻힌 상태로 까무러칠 뻔한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아델라의 비명 소리와 함께, 무언가 킁킁대는 소리가 바로 위편에서 들렸다.
정신을 깨우기엔 충분한 소리.
“이거 뭐야!”
고개를 들어 올리자,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아델라가 보였다.
나를 다급히 끌어 올리다가 발견한 불청객들.
“킁?”
세 마리의 코볼트가 멍청하게 서 있었다.
아델라는 질색하며 물었다.
“얘네… 어디서 나타난 거지?”
킁킁-.
땅에 고개를 처박은 채 무언가를 찾다가, 내가 나타나자마자 크게 당황한 표정.
자기네들도 여기 왜 있는지 의아해하는 듯한 눈길이 잠시 닿았다가 사라졌다.
“하아….”
숨을 다급히 몰아쉬면서도 저 상황이 정상은 아니라는 건 알았다.
사람을 경계하고, 근처에 있기만 해도 공격하는 녀석들이 왜 내가 있는 쪽 땅을 파고 있었냐는 거지.
아델라는 당황한 얼굴로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후다다닥.
아델라의 지팡이를 확인하자마자 세 마리의 코볼트들은 혼비백산하며 흩어져 도망쳤다.
나는 사라지는 녀석들의 뒤꽁무니를 응시하며 아델라에게 물었다.
“…저건 뭐냐?”
치유술을 한 단계 올리려 했건만.
전혀 설명이 안 되는 웬 괴현상을 직관한 기분이다.
“저기, 한시하.”
아델라 역시 말문이 막히는지 입을 떡 벌리고 있다가 물었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미친 소리이긴 한데. 화내지 말고 들어 줄래?”
“응.”
“쟤네… 너 구하러 온 거 맞아?”
솔직히 미친 소리가 맞긴 한데.
정황만 놓고 본다면….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델라의 말에 답했다.
어….
“맞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