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82화(18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82화
아르델 아카데미의 교무회의.
오늘 교무회의에서 다룰 주제는 수사실에 관한 문제였다.
그만큼 모두가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사안이었다.
마력발생학의 위고르 교수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엄중한… 문제입니다.”
“맞습니다. 1층 수사실까지 흑마법사가 들어오다뇨. 반드시 엄격한 수사로 진상을 알아내야 합니다.”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의 건 때문에 교수들의 경각심도 잔뜩 올라 있었다.
번들거리는 눈들은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듯했다.
어니스트 학장이 애써 그런 교수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한시혁 교수가 수사에 착수하겠다지 않소.”
마법부의 인재이자, 뛰어난 예언가 출신의 한시혁 교수.
예언가가 웬 마법과 강의를 맡냐고 비꼬던 교수들도 많이 사라졌다. 그만큼 그의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수사에서도 그러했다.
수사를 맡는 족족 대부분 한 달 내로 끝냈다고 들었다.
그런 한시혁에게 이번 건을 맡겨 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닌 쪽도 있었다.
마법과의 로타르 교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사실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로타르 교수는 뒷배경이 튼튼한 것도 아닌, 평민 출신의 교수에 불과했다. 상대는 마법부 위원 출신이니, 이런 의심을 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로타르 교수는 어깨를 움츠린 채 빳빳하게 앉아 있는 한시혁을 바라보았다.
“수사실 바로 앞에서 그 난리가 났는데… 한시혁 교수는 왜 멀쩡한 겁니까?”
“마력흔이 두 개가 있었습니다.”
“싸우다가 도망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시혁을 비호하는 말들이 곧바로 이어졌다.
처음 한시혁이 임용되었을 때는 뒤에서 씹어 놓고선, 연줄을 만들 생각인지 최근 들어 한시혁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양반들이었다.
로타르 교수는 격한 반발에 입을 다물었지만, 여전히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복도가 그 지경이 될 정도로 강렬했던 전투인데.
한시혁이 너무도 멀쩡하다.
압도적인 차로 상대를 때려눕힌 거면, 잡아 둘 수 있었거나 최소한 현장에 혈흔이라도 남았을 텐데. 너무도 깨끗했다.
그래서 로타르 교수는 한시혁을 의심하고 있었다.
‘놓아준 거 아니야?’
흑마법사와 내통하는 게 아니냐는, 그런 의심이 들었던 로타르 교수는 한시혁을 노려보았다.
한시혁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처음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시혁 교수가 영 못미더우시면, 다른 수사관을 추천해 주시지요.”
한 교수의 말에,
“다른 분께 수사를 맡겨도 괜찮습니다.”
한시혁은 태연하게 답했다. 어니스트 학장도 살벌해지는 분위기에 말을 더했다.
“일전에 안 좋은 문제가 있긴 했지만… 자자, 서로 날을 세우지는 맙시다.”
더 이상 말을 얹을 수 없었던 로타르 교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반면, 전혀 다른 교수가 로타르 교수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일리 있는 말이군.’
한시혁 교수만큼이나 빈틈없는 자세로 회의 내내 돌아가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던 한 교수.
그린트 교수는 낮에 봤던 마력흔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흑마법사의 마력흔이 먼저 새겨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에 한시혁의 마력흔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누가 봐도 전자가 압도적이었는데….’
마력의 출력만 놓고 봤을 때는 그러했다.
거기에 더해.
더 이상한 점은….
‘시간 차는 왜 있었을까.’
마법실전학을 담당하는 그린트 교수의 주전공은 마력분석이다.
그는 마력이 분출되는 방식과 마법의 종류, 마력흔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에 탁월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미심쩍은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이상 보류하는 게 낫다.
‘유심히 살펴봐야겠어.’
그린트 교수는 태연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한시혁 교수를 빤히 응시했다.
그런 그린트 교수의 시선을 느꼈는지.
먼 거리지만, 눈이 마주친 듯했다.
* * *
수사실의 습격이 벌어진 후 일주일이 지났다.
교수진들이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섰지만 진척은 없었다. 관련 수사는 한시혁과 마법부에서 파견한 다른 위원이 맡은 모양이었다.
학교 내부가 여전히 시끄러운 와중에, 한시하는 바실과 도서관에 도착했다.
“꾸우! 책!”
그 옆에는 양손 가득 책을 끙끙대며 들고 온 아델라, 그리고 이런 자리엔 빠지지 않는 원도 함께였다.
쾅.
책을 내려놓자마자 원이 호들갑을 떨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너네 그거 들었어?”
지금 상황에서 호들갑을 떨 일이라면 수사실 건밖에 없을 텐데.
한시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쳤다.
“습격한 게 누군지 밝혀졌대?”
그 사이 한시혁을 두어 번 찾아갔지만, 신경 쓰지 말라는 말만 들을 뿐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애초에 사건에 휘말렸던 한시혁이 있으니, 그가 알아서 해결하겠거니 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지금 수사실을 습격한 정체불명의 흑마법사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문제가 산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이 꺼낸 건 그 얘기가 아니었다.
“황명이 내려왔대.”
아르델 아카데미의 중심부나 다름없는 중앙 건물에 흑마법사가 침입했다.
그 사건뿐만 아니라 약혼식장 습격을 포함해 제국 곳곳에 뒤숭숭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니 엄중한 조치가 취해진 모양이었다.
“무슨 내용인데?”
원은 심각한 얼굴로 황명의 내용을 말했다.
“가족이든, 친척이든 주변에 흑마법사가 있다면 신고하라고. 신고하지 않고 들키게 되면 삼족을 멸할 거라고 하더라.”
“갑자기?”
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말해서 문제 될 얘기는 아니었으나,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라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잖아. 뭐, 가족 중에는 없겠지만… 주변 사람이라면 의리고 뭐고, 바로 밀고해야 살 수 있을 거라고. 강령과 애들끼리도 은근히 서로 눈치 살피던데.”
흑마법사 집안 출신의 자제들이 그쪽에는 조금 있으니, 서로 경계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흑마법사가 숨어 있다면 강령과가 가장 확률이 높을 거라며, 타과에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괜히 트집잡힐 일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야.”
“으음. 당연히 그렇겠지.”
원은 피곤하다며 혀를 찼고, 아델라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강의노트를 훑고 있었다.
어차피 이 일과 연관될 만한 사람은 이 셋 중에는 없다.
오히려 흑마법사를 발견하면 잡아넣고 족쳐야 할 입장이었다.
하지만.
원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를 폈다.
흑마법사를 밀고하는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걸리면 삼족이 멸한다니.
“연좌제 미쳤네. 그거 완전 순 독재자 아냐?”
한시하가 대수롭지 않게 뱉은 한마디.
하지만 그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으, 으응?”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손에 들린 강의노트를 접어 버렸다.
“….”
정작, 한시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굴렸다.
“뭐가 문제야?”
아.
뒤늦게 알았다.
“생각해 보니 황제가 독재자지….”
아델라가 한시하의 뒷목을 주물러 주며 웃었다.
“나는 네 목이 어떻게 아직 붙어 있는지 신기해.”
황제에게 역겹다고 하고도 아직 붙어 있는 모가지는, 일단 당분간은 튼튼히 붙어 있을 예정이었다.
방금 그 멘트는 거의 반역죄 수준이었기에, 한시하는 주변을 힐끗 둘러보고선 능청스럽게 말을 뱉었다.
“오우, 방금 진짜 갈 뻔했네.”
그런 한시하를 늘 곁에서 봐 온 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엄지를 치켜들었다.
“너는 진짜 개또라이야.”
한시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받아쳤다.
“부정하진 않잖아?”
“양심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원은 방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들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당사자인 한시하는 별 위기감이 없어 보였지만, 주변 사람들을 살 떨리게 만드는 멘트.
한시하는 괜찮다며 말을 더했다.
“내가 만나 보니깐 성격 파탄이긴 해도 융통성은 있는 인간이더라. 너무 걱정할 건 없어.”
“…미친. 한술 더 뜨네?”
“아, 진짜 괜찮다니깐?”
“쟤 입부터 막을까?”
우당탕탕.
아델라는 한시하의 입을 틀어막았고, 원은 두툼한 책을 날릴 듯이 손에 움켜쥐었다.
간신히 아델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한시하가 중얼거렸다.
오히려 호들갑을 떠는 두 사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심장이 그렇게 콩알만 해서 흑마법사는 어떻게 잡나 몰라….”
“너처럼 살면 흑마법사들 잡기 전에 제국 감옥에 끌려갈걸?”
“동감이야.”
두 사람이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뭘 모르는 이쪽이 겁대가리가 없는 거다.
한시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손에 들린 만년필을 내려다보았다.
하도 바닥에 굴려서 기스가 나 버렸다.
만년필에 또렷이 박혀 있는 화려한 황제의 문장.
생각해 보니 이것도 나름 황제의 하사품인데.
음.
“디자인 존나 구려.”
한시하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 * *
아르델 아카데미 5학년에 재학 중인 황자, 마르셀 실베스터 에드윈은 뒷짐을 진 채 1층의 도서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어딜 가도 대접받는 존재. 천한 이들을 향해 우월감을 느낌과 동시에, 얼마든지 그들에게 아량을 베풀 수 있는 배포를 지닌 자였다. 정확히는, 그렇게 교육을 받아 왔다.
마르셀은 교양 있는 걸음걸이로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갔다.
평시에 이곳을 지나갈 때면,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학생들이 한둘씩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기말고사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집중 중인지 이쪽을 돌아보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어차피 마르셀 역시 기말 준비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황자라 해도, 교육은 똑같이 받으며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
마르셀은 5학년 1위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편법 없이 순전히 제 실력이었다.
마르셀은 황족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기에, 자신과 같이 향상심을 가진 이들을 좋아했다.
악착같이 아카데미에서 버티고 있는 상위권 학생들이 그러했다.
“음?”
그런 마르셀의 눈에, 조건에 부합한 녀석들이 들어왔다.
역대 학년 중 인재가 가장 많다고 평가되는 3학년.
그중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아델라와 한시하였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해맑은 녀석에는 별 관심이 없어도, 나머지 둘에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한시하라고 했나, 저 녀석.
낙제를 간신히 면할 정도로 형편없었던 카스티카의 자제이다.
제 고귀한 출신도 써먹지 못하는 한심한 녀석이라 생각해 왔는데, 고작 2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해냈다.
학년은 달라도 소문은 익히 들어왔기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마르셀은 천천히 한시하를 향해 다가갔다.
같은 학년의 순위권 학생들과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누고 있는 듯, 제법 심각해 보이는 얼굴.
그리고, 오른손으론 만년필을 돌려 가며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공부 중에 막힌 문제라도 있었나.
아니면, 저 해맑은 녀석에게 문제라도 풀어 주고 있었나.
마르셀은 그들의 얘기가 들릴 거리에서 멈춰 섰다.
한시하의 목소리가 이편까지 또렷이 들려왔다.
“…바실이가 요새 편식을 하더라고.”
“진짜?”
“하도 치즈만 먹길래, 샌드위치 줬더니… 풀이라고 화내는 거야.”
“또끼 아냐!”
아까는 몰랐는데 옆에는 녀석의 드래곤까지 있었다.
한시하는 약 올리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들었지? 지는 토끼가 아니래. 돼지겠지.”
“돼지 아냐!”
“돼지보다 네가 더 무겁다는 생각은 안 하냐? 이 극악무도한 파충류야.”
“꾸우우!”
퍽-.
한시하의 종아리에 냅다 머리를 들이박는 드래곤.
굉장히 심층적인 대화가 오갈 거라 생각했던 마르셀은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벌렸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한편, 아델라는 한시하의 옆구리를 찌르며 타박을 놓았다.
“귀엽잖아. 왜 구박을 해.”
“몇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특식 다 엎어 버리고 나가니까 좋은 소리가 나와요? 안 나와요? 야, 너 이리 안 와?”
“당근 안 머거!”
“아, 이 시키 이거, 아무래도 사춘기 온 거 같은데.”
“안 머거!”
“응, 굶어! 굶으라고!”
“꾸우…?”
“응, 그렇게 귀여운 표정 해도 안 줄 거여, 이 자식아. 밥의 소중함을 알아야 투정을 안 해. 쬐끄만 게, 진짜.”
“꾸?”
“아, 쬐끄마하진 않지. 겁나 크구나, 너.”
잔뜩 볼을 부풀린 채 시무룩한 얼굴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드래곤.
어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테이머.
그 모습을 본의 아니게 눈앞에서 직관한 마르셀은 당황한 듯 두 눈을 굴렸다.
‘테이밍을 원래 저렇게 하는 건가?’
아니, 그보다.
드래곤이랑 저렇게 유치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나?
보다 못한 마르셀이 한시하에게 다가갔다.
“네가 한시하인가?”
얼굴을 착각한 거라고 믿었다.
3학년의 유망주로 꼽히는 녀석들이….
한 사람은 드래곤을 보며 귀여워 죽으려 하고, 한 사람은 살쪘다고 구박이나 하고.
‘그럴 리가 없지.’
아르델 제국의 미래는 밝디밝을 거라고 믿었는데….
“네, 한시하인데요?”
당당한 대답에 마르셀의 말문이 막혔다.
‘내 얼굴도 모르는 건가?’
아니, 그 전에.
마르셀은 신나게 만년필을 돌리고 있는 한시하의 손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휘익- 휘익-.
습관적으로 펜을 돌리다가 떨어뜨렸다.
툭.
떨어진 걸로도 모자라 발에 맞고 튕겨 나간 걸 본 한시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어기적어기적 일어섰다.
“아, 또 떨어뜨렸네.”
머리를 긁적이며 만년필을 대충 쥐고선 옷에 슥슥 닦는 한시하.
마치 공장에서 나온 양산품을 대하듯 편해 보이는 태도였다.
누구나 그렇기에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행동이지만.
만년필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마르셀은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저 만년필에 선명히 박혀 있는 황제의 문장.
즉, 황제의 하사품임이 분명한 만년필로….
펜 돌리기… 를 하고 있어?
“미, 미친놈인가?”
마르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