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83화(18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83화
지적할 구석이 한두 가지는 아니었다.
황자가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뭔 일이냐는 듯 끔뻑이는 눈빛.
거기에 더해 황제의 하사품으로 펜 돌리기나 하고 있는 태연함.
하지만, 오히려 자신을 이상한 사람 보듯 보기에, 마르셀은 별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물론 그의 얼굴을 알아본 나머지 둘이 뒤늦게 형식상의 인사를 건네긴 했지만 말이다.
역시 이상한 놈이다.
마르셀은 그리 생각하며 제 기숙사로 돌아왔다.
같은 방을 쓰는 동급생 에카르트가 빨랫감을 널고 있었다.
마르셀은 에카르트 쪽을 힐끗 돌아보며 물었다. 문득, 저 녀석은 그 이상한 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져서였다.
“한시하를 아나?”
마르셀 실베스터 에드윈.
황자가 뜬금없이 물어보는 말에 에카르트는 공손하게 답했다.
“들어 봤죠. 카스티카 가문의 한시하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아카데미 내에서는 신분이 중요하지 않기에 존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 꼭 존대하는 녀석이다.
그게 익숙해진 마르셀은 그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녀석일 것 같나?”
“직접 만나 보진 않았지만… 들은 바론 그 친구도 상당한 실력자인 것 같던데요.”
피의 백작의 아들.
낙제생에서 전체 3위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악착같은 노력파 학생.
한시하를 직접 만나 보지 못한 5학년생들은 대다수 그리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에카르트도 마찬가지였다.
“카스티카 출신이라면 제가 다가가기엔 좀 부담스러워서… 얘기만 들었지, 실제 만나 본 적은 없습니다. 황자님은 만나 보셨어요?”
“조금 전에 만나보고 왔다. 드래곤과 함께 있더군.”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테이머답게, 드래곤과 함께 있었다.
에카르트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마르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역시 그렇군요. 아, 훈련 중이던가요?”
“아니.”
마르셀은 두 눈을 끔뻑이며 낮에 봤던 광경을 회상했다.
훈련… 그래, 훈련과는 조금 거리가 먼 장면이었지….
‘들었지? 지는 토끼가 아니래. 돼지겠지.’
‘돼지 아냐!’
‘돼지보다 네가 더 무겁다는 생각은 안 하냐? 이 극악무도한 파충류야.’
‘꾸우우!’
으으음.
마르셀은 여전히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싸우고 있더군.”
“네?”
“드래곤이 편식을 해서….”
“…?”
“그걸 놀리고 있는데….”
“한, 한시하 학생이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에카르트는 조금씩 넋을 놓고 있었고.
말을 하고 있는 마르셀도 비슷한 얼굴이었다.
“그뿐이 아니라 그, 만년필을 발로 차고 다니고….”
“네?”
“황제 폐하의 하사품인 그 귀한 물건을… 바닥에 굴리면서….”
“네에에?”
말을 놓으라던 마르셀에게 그것만은 불가하다며 새하얗게 질렸던 에카르트다.
그만큼 신분을 중시하는 녀석에게 마르셀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마르셀이 본 것을 다 전해 들은 에카르트는 기겁하며 말을 뱉었다.
“그… 그 정도면 반역… 아닙니까?”
덜덜덜.
에카르트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니,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황제가 봤다면 확실히 뒷목 잡을 광경이긴 했지만.
마르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예?”
“그 의미조차 모르는 듯한….”
그 무지한 해맑음.
마르셀은 마침내 생각을 정리했다.
“좀 이상한 놈인 것 같았다.”
원래 천재들은 하나씩 나사가 빠진 놈들이라고,
마르셀은 그리 결론을 내렸다.
* * *
“아, 경합대회 있다는 말 들으셨습니까?”
넋을 놓고 있던 에카르트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선 물었다.
“경합대회?”
기말고사 주간에 연례행사로 열리는 경합대회가 있다.
3학년부터 출전권을 얻을 수 있으며, 전 학년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아르델 아카데미의 경합대회.
마법과와 강령과가 으르렁대는 마강전과는 달리, 경합대회는 학년대항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1등을 배출해 내는 학년에는 어니스트 학장의 특별 사은품까지 주어지니, 사실상 운동회처럼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늘 5학년과 6학년이 나눠 가졌던 1등의 자리.
하지만 작년에는 이변이 발생했다.
작년엔 4학년이었던 마르셀 실베스터 에드윈. 그의 이름이 1등에 올랐다.
첫 출전에 거머쥔 승리.
아르델 아카데미의 미래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탄식이 터질 정도로 시시한 전투였다.
“이번에도 출전해야겠군.”
“당연히 1등을 거머쥐실 것입니다.”
에카르트는 충성심 가득한 신하처럼 눈을 빛냈다.
마르셀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마르셀은 다방면에 재능이 있었고, 무예도 출중한 편이었다.
시험 성적 1위는 온전히 그의 실력이었으니, 실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대련이 그리도 쉬웠던 이유는.
정작 마르셀은 모르고 있었다.
‘황자를 건드리고 1위를 차지할 이가 있을 리가.’
본인의 성적으로 등수가 매겨지는 일반 시험과 달리, 이런 대련의 경우 상대가 은근히 져 주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제 역량의 100프로를 쓰지 않으니 마르셀에게도 쉽게 느껴졌던 것이다.
일 년 새에 놀랄 만치 실력이 오르긴 했지만, 4학년의 마르셀은 5, 6학년 선배들이 낙엽처럼 쓰러질 정도로 강한 존재는 아니었다.
당사자인 마르셀은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니 뿌듯해할 뿐이었다.
“이번에도, 1위는 우리 학년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 보지.”
* * *
얼마 지나지 않아, 경합대회 소식은 3학년에도 전해졌다.
[마법제조학의 심층적 분석] 강의 시간, 부쩍 수척해진 얼굴의 한시혁이 교탁 앞에 섰다.“전원 들었겠지?”
올해 3학년인 학생들은 경합대회 출전권을 얻게 된다.
보통 학년별로 10명의 지원자를 받고, 대련 시합이다 보니 몸을 잘 쓰지 않는 자연학과, 신학과보다는 마법과와 강령과 학생들이 많이 출전하고는 한다.
아마 이 자리에 앉은 학생들 중에서도 출전자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한시혁은 경합대회를 안내했다.
“랜덤으로 대진표가 배정된다. 전 학년 경합대회이기 때문에, 학년 간 페널티는 없을 예정이다. 참고로 그간 3학년 우승자는 없었다.”
너무 어린 나이라 교수들도 기대하지 않는 학년.
최연소 우승자는 4학년 때 1등을 차지한 마르셀이었다.
한시혁은 그 역시 황자빨이라고 생각하며 기대 없이 대진표를 집어 들었다.
“지원한 학생들은 앞으로 나와라.”
우당탕탕.
한시혁의 예상대로 제 강의실에도 지원자가 있었다.
아니, 생각보다 더 많았다.
대지의 마법사 아델라. 마법과의 테이머 한시하.
거기에 더해 신학과의 윤하을까지.
“…너도 나가냐?”
“네!”
한시혁은 윤하을을 보며 당황한 듯 물었다.
윤하을은 당당한 표정으로 해맑게 답했다.
머리 쓰는 일에 한해서는 천재라는 걸 익히 알고 있었으나, 예언가 출신이 몸 쓰는 일에 나설 줄은 몰랐다.
성적 상위권이니 지원하자마자 뽑힌 모양이지만….
‘그건 신학과 성적이지, 마법과 학생들과 붙으면 힘들 텐데.’
기대는 되질 않지만, 지원했으니 일단 대진표는 넘겨준다.
윤하을은 탄성을 뱉으며 첫 번째 대련 상대를 확인했다.
“아싸! 나 이 사람 알아!”
“누군데?”
“6학년 수석!”
“그… 해맑을 일이 아니지 않냐?”
“좋은 게 좋은 거지. 1등이랑 붙으면 떨어져도 가오가 살잖아!”
뒤따라 나온 한시하는 한숨을 내쉬며 대진표를 받아갔다.
순간, 한시혁과 두 눈이 마주쳤다.
일부러 피하는 중이다.
가만 보면 눈치는 밥 말아 먹었어도 이상한 구석에선 빠릿빠릿한 한시하가 혹시나 수사실 습격의 진실을 알아챌까 걱정해서였다.
한시하는 대진표를 다급히 확인할 뿐, 정작 한시혁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꼬깃꼬깃 구겨진 대진표를 빳빳하게 편다.
“어.”
첫 번째 상대를 확인한 한시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파비안 덴 에드윈]그 멍청한 놈이 어떻게 강령과에선 성적이 괜찮았던 모양인데.
이미 녀석을 익히 알고 있는 한시하의 입장에서는 우스운 상대일 뿐이었다.
“하… 이 황족 새끼.”
한시하는 혀를 차며 말을 덧붙였다.
“또 질질 짜겠네.”
* * *
“와아아아악!”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한 대련장.
작년엔 마강전이 열렸던 그 장소였다.
경합대회를 앞두고 관람석에 앉아 있는 교수들은 대련을 준비 중인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느 학년에서 1등이 나올지 추측하는 것은 퍽 재밌는 이야깃거리였다.
“3학년이 유명하다면서요.”
기존의 경합대회에서 3학년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학년이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아르델 아카데미의 유망주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학년이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진 교수들도 있었다.
“3학년에 누가 유명하지?”
“이한. 그 친구도 출전한다던데요.”
“이한만 나오나, 상위권 녀석들은 다 지원했던데요.”
“한시하도 있지.”
“저는 솔리아 그 녀석도, 일 한 번 칠 거라고 봅니다.”
교수진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낮게 깔린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훅 들어왔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시혁 교수.”
한시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왜 제 옆자리에 앉았나 했더니, 이런 시답잖은 것들을 물으려 그랬나.
그린트 교수는 아까부터 한시혁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묘하게 압박을 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한시혁은 태연하게 그린트 교수의 말을 받아쳤다.
“3학년 학생들… 확실히 잘하죠.”
“거기서 우승자가 나올 것 같습니까?”
그린트 교수의 물음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예언을 해 달라는 듯한 뉘앙스에 한시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별의 뜻을 보면 알 수야 있겠으나, 그만한 능력을 이런 보잘것없는 일에 쓰기엔 기가 빨린다.
그렇기에 귀찮다는 듯이 답했다.
“글쎄요. 직접 보는 게 빠르겠군요.”
하지만, 그린트 교수도 만만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딱딱한 목소리가 입을 열었다.
“한시혁 교수가 뛰어난 예언가라 들었습니다.”
“….”
“그 대단한 능력, 한번 보고 싶은데.”
마법부 위원이 파견되어 수사실 건의 조사를 마쳤지만 별다른 걸 찾지 못했고, 이대로 어영부영 넘어갈 참이다.
애초에 마법부 위원은 그만큼 이 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간절하지 않은 것 같았고, 한시혁이 의심스러운데 그에게 수사를 맡겼으니….
석연찮은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예언가도 아닌데, 예언가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 중인 게 아닌가.
어느덧 그린트 교수의 의심은 그 정도까지 번졌다.
꼭 그것이 아니라도, 돌다리는 두들겨보고 걷는 것이 나을 테니.
그린트 교수는 확실히 하고 싶었다.
한시혁은 그 눈빛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의심을 사는 건 이쪽도 곤란하다.
한시혁은 잠시 두 눈을 감고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예언의 과정이라기엔 지나치게 평범한 제스처.
미심쩍은 표정으로 한시혁을 바라보던 그린트 교수는, 그의 입에서 쉽게 나온 말에 멈칫했다.
“나오겠군요.”
“3학년에서… 우승자가 나온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한시혁의 눈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고, 알 수 없는 위엄은 확실히 그린트 교수가 익히 봐 온 예언가들의 것이었다.
사실일까.
저것조차 거짓은 아닐까.
그린트 교수가 머릿속에서 저울질을 하며 고민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3학년에서 우승자가 나온답니까? 허허허, 누구일지 궁금한데요.”
허허허.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갑자기 끼어든 한 교수.
“허헣.”
에른스트 교수를 보자마자, 그린트 교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