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84화(18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84화
둘의 사이가 안 좋다는 건 아르델 아카데미 내에선 모두들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시혁이 봤을 때는 저와 한시하보다도 더 유치하게 투닥대는 걸로 보였다.
“여기는 왜 옵니까?”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딱딱한 로봇처럼 늘 굳어 있는 인간과 능글맞은 살쾡이처럼 늘 웃어 대는 인간.
어느 쪽이든 한시혁의 입장에선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에른스트 교수의 등장 덕에 자신을 향하던 화살은 멈추었다.
에른스트 교수는 옷소매를 가다듬으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제 학생들의 경기를 보러 왔지요. 이쪽이 잘 보이니까.”
“잘 보이는 자리가 널렸을 텐데.”
“이쪽 전세라도 내셨습니까?”
“말 한 번 교양 없게 하시는군.”
조금 있다간 멱살도 잡을 거 같은데.
한시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와중에도 그린트 교수와 에른스트 교수의 기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을 보는 안목이 그리 좋으시다던데, 그래요. 3학년에서 어떤 학생이 우승자일 것 같습니까?”
날이 선 에른스트 교수의 발언.
그린트 교수는 퉁명스레 답했다.
“이한이겠지.”
“한시하겠죠.”
“이한이 3학년 1등이니까. 실전 전투 경험도 그 녀석이 압도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한시하입니다.”
제 지도학생을 알뜰히 챙기는 에른스트 교수와, 현실적으로 판단하라며 일침을 갈기는 그린트 교수.
거기에 다른 교수의 첨언이 있었다.
“이한이죠.”
“이한이겠지.”
“허, 나중에 결과 보고 후회하지나 마시고요.”
아예 내기라도 걸자며 시끌시끌하게 싸워대는 교수들.
그 사이에 낀 한시혁은 점점 피곤해졌다. 에른스트 교수가 그런 한시혁을 불렀다.
“한시혁 교수,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시하일지 이한일지.”
“그건….”
“아, 대답하지 마세요. 아이, 참. 들으면 안 될 것 아닙니까!”
“맞지, 허허. 내기 걸자며! 아니, 확실하게 다들 베팅을 합시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걸 보니, 애들 틈에 끼어 있는 건지 교수들 틈에 끼어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한시혁이 조용히 자리를 떠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아닙니다. 5학년의 마르셀이겠지요.”
뒤편에서 잠자코 앉아 있던 자연학과의 레빈 교수가 입을 열었다.
한시혁의 예언이 틀렸을 거라는 확신.
레빈 교수가 정적을 뚫고 담담히 말을 뱉었다.
“황자를 이길 수 있는 학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단순히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말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 * *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연례행사.
경합대회 당일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한 뭔가는 없었다.
그냥 상위권이라 지원했는데 참가할 수 있게 되었고, 적당히 즐기다가 돌아갈 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상대는 만족스러웠다.
찌질한 황족 새끼.
그 녀석을 이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 여유롭게 첫 번째 대련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부터가 관건이지.
솔직히 여기 괴물들이 너무 많다.
당장 옆에 서 있는 이한과 아델라가 그 괴물들 중 하나고.
5, 6학년 중에서도 유명한 인간들이 몇몇 있었다.
그중 하나가 황자인 마르셀 실베스터 에드윈… 이려나.
“그때 도서관에서 봤던 그 인간 맞아?”
“그, 그렇다니까.”
아델라는 목소리를 낮추라는 듯 손짓을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기겁하는 원과 아델라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
멀대같이 키만 큰 그 녀석이 이 나라의 황자라고 했다.
정상인처럼 보이던데.
황제가 미친놈이라고 해서 황자까지 괴물이라는 법은 없다.
어찌 되었건 얼굴을 몰랐을 뿐, 나는 마르셀 실베스터 에드윈에 관해서는 아는 사실이 몇 개 있었다.
인성이 묘하게 터진 듯하면서도 완전히 개쓰레기는 아니고.
나름의 책임감도 있어서 전쟁이 터질 때 앞장서다 죽는 인물이었다.
실력도 꽤 수준급이었다.
이한과 견주었을 때는… 그래도 이한이 이길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다면 3학년 첫 경합대회 당시에는 이한이 져 줬던 것으로 기억했다.
여튼 나와는 상관없는 인간이다.
기왕이면 눈에도 띄지 않을 생각이었다.
리니아 황제가 그리 피곤한 성격이었는데, 그 아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거든.
재활용 쓰레기라고 해서 쓰레기가 아닌 건 아니다.
황가랑 엮여서 좋을 거 하나 없기 때문에 몸을 사릴 생각이다.
…라고 하면서 황족 팰 궁리를 하는 나도 제정신은 아닐지도.
그 순간이었다.
대련장 앞에 서서 웅성거리던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어어!”
저벅저벅.
어니스트 학장이 다리를 끌면서 천천히 교탁에 섰다.
원래는 조금 뒤에 있었던 경합대회는 예정보다 일주일 당겨졌다.
거기에는 뒤숭숭한 교내 분위기를 의식한 것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인지한 얼굴의 어니스트 학장이 입을 열었다.
“매년 제가 가장 기대하는 행사의 날이 밝았습니다.”
“와아아아아!”
“자랑스러운 우리 아카데미 학생들의 실력을 제한 없이 보여 줄 수 있는 날이죠. 학년도, 나이도, 신분도 상관없이 모두 정정당당하게 대회에 임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니스트 학장은 마이크를 당기고선 목소리를 깔았다.
“기말고사 주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교내에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분위기가 조금 뒤숭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만 들으면 기대해야 할 것 같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전히 지루해하는 표정이었다.
어니스트 학장이 매년 준비한 것이라고 해 봤자 별거 아니다.
늘 소정의 사은품을 우승 학년에 뿌리기는 했었다.
뭐, 올해도 문구 세트, 양말 세트 이런 게 아닐까 싶긴 한데….
별 기대는 없어서 따분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우승자를 배출한 학년에게는 일주일간….”
어니스트 학장의 제안은 예상외로 파격적이었다.
“바베큐 특식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파이어 보어 앞다리만 나오는 맛대가리 없는 기숙사 식단 대신에….
바베큐… 바베큐…?
바베큐라고?
아니, 나조차 눈이 돌아갈 제안이었다.
“우어어어!”
“학장님! 학장님! 학장님!”
“우어어어어억!”
어니스트 학장은 학생들의 환호성에 쐐기를 박았다.
“특 A급 바베큐입니다!”
“워어어어어억!”
아니.
이건 못 참지.
* * *
예전에는 아델라가 나를 가르쳐 줬었다.
테이밍 외에 다른 것엔 무지렁이였던 시절, 마력의 운용 방식에 도움을 줬던 것이 아델라였다.
이제는 내가 배웠던 대로, 윤하을을 가르친다.
윤하을은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력을 쓰는 법을 대강 익혔다.
손끝에 마력을 두르는 법도 금방이었다.
덕분에 나란히 경합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해맑게 손에 쥔 지팡이를 내려다보는 윤하을을 보며 물었다.
“잘할 수 있겠어?”
“응. 당연하지.”
윤하을은 허세 섞인 표정으로 내 말을 곧바로 받아쳤다.
상대가 6학년 수석이라면서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다.
“지더라도 간지 나게 지고 올게!”
전투를 위한 원동력이라며 소보루빵을 한 입 가득 베어 문 윤하을이 다시 지팡이를 잡았다.
기초 마법 수준은 진작에 습득한 윤하을이다.
마법과 학생들처럼 마법을 능숙하게 쓰진 못할 테지만, 윤하을에겐 압도적인 장점이 하나 있다.
상대의 공격 궤도를 예감할 수 있는 능력.
뭐, 공격이 느리게 보인다거나 그 자리에서 승패를 예견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냥….
어… 뭔가 쎄하네?
싶은 그 육감이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하을은 그 덕에 치명타를 잘 피하는 편이었다.
그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거지.
“너는 감이 좋잖아.”
“응, 확실히 그래.”
“최대한 방어 위주로 막아 보다가, 방심했다 싶을 때쯤 후려쳐.”
“처음부터 몰아치지 말고?”
“몰아치려 해도 안 될걸. 방심하게 만드는 게 나아. 솔직히 너 되게 만만한 상대거든.”
“무… 무시당했는데, 방금?”
유일한 신학과 출전자에, 딱 봐도 별로 싸워 보지 않은 듯한 골격.
말랑말랑한 애가 지팡이 들고 덤빈다고 6학년 수석이 움찔할 리 없다.
놀리려 한 건 아니었는데.
윤하을의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꽤 재밌었다.
괜히 생글거리며 말을 더했다.
“한주먹거리니까 그렇지.”
“뭐, 뭐어…?”
“음, 아니다. 한주먹은 좀 너무했나? 그럼 두 주먹?”
“너… 너보다 내가 더 셌었거든?”
“너도 아네? 이제 과거형인거?”
“으아아악!”
윤하을은 분하다는 듯 발을 굴렀다.
아니, 실제로 예전엔 윤하을이 나보다 분명 셌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앞선 것 같더라고.
즐거워서 웃었다.
“히히히.”
“뭐… 뭐지. 왜 화나지?”
“화나라고 웃는 건데?”
신학과의 1등을 마법으로 제쳤다. 아이, 즐거워.
나는 잔뜩 열이 오른 윤하을의 주먹을 깔끔하게 피하고선 태연하게 벽에 기대었다.
“느려.”
“악!”
“이 정도면 10초 컷 당하겠는데?”
“너… 너 잡을 거야!”
“응, 절대 못 잡죠? 오히려 나한테 잡혔죠?”
탁.
윤하을의 주먹을 한 손으로 막고선 능청스럽게 말을 뱉었다.
“으아아악!”
투닥투닥.
몇 번의 합이 이어졌다. 그래 봤자 지팡이도 들지 않은 어설픈 대련이지만….
그걸 잠자코 보고 있던 이한이 혀를 찼다.
“와아, 진짜. 잘들 논다.”
마치 애새끼들을 보는 듯한 발언.
생각해 보니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윤하을의 옆구리를 찌르며 목소리를 낮췄다.
“야, 쟤가 진짜 경쟁자야.”
“맞네. 진짜 재수 없다.”
윤하을은 내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덧붙인다.
“자기 1등이라고 텃세 부리는 것 봐봐.”
“…내가 언제?”
“시하가 너는 이길걸?”
옳지. 옳지.
“시하가 방학 동안 엄청… 늘어서 너 정도는 껌이야!”
짜란다. 짜란다.
“그러니까 딱 긴장하고 있으라고. 너어… 까불다가 훅 간다!”
“뭐?”
윤하을이 고개를 홱 치켜들자, 이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더니 내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나… 뭐 잘못했냐?”
“아니, 그런 거 없는데. 넌 원래 재수 없어. 그 이유는 모르겠네… 묘하게 싸가지가 없어서 그른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한의 말을 받아쳤고, 다시 윤하을을 돌아보았다.
이한을 약 올리는 건 이쯤하고, 응원해 줄 시간이 왔다.
“잘하고 와라.”
제대로 된 대련은 윤하을의 실력도 한 단계 높여 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6학년의 수석과 붙는 건 그녀에겐 희소식이다.
마침 저편에서 조교가 윤하을을 부르길래, 어깨를 토닥이며 눈을 마주쳤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익히는 아르델의 천재.
그게 윤하을이다.
그러니까.
“경험이라 생각해.”
“응!”
나는 웃으며 윤하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