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86화(18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86화
아르델 아카데미 경합대회는 최후의 5인이 남으면서 슬슬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시하가 여기서 황자를 꺾는다면 그다음은 결승이었다.
아르델 제국의 황자인 마르셀과 카스티카의 적자 한시하.
두 사람이 대련장에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을 직관하고 있는 관객석은 난리가 났다.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모어에게 말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잖아.”
마르셀 실베스터 에드윈. 아델라가 그렇게 말하는 건 단순히 그의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르셀은 실력 좋은 선배지만, 이론에 강한 데 비해 실전에는 약했다.
이전의 대련들도 영 싱겁게 올라왔을 뿐, 제 실력으로 올라온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황자라는 지위.
평민 출신의 아델라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이겨도 불안하고… 져도 불안하고….”
“당연히 져야지.”
아델라의 중얼거림에 시모어는 헛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나름 명문가 출신으로 귀족들의 이권다툼을 질리도록 봐 온 시모어의 시점은 조금 달랐다.
“야, 너 같은 평민들은 몰라. 네가 저기 가서 황자를 때려눕히면 어떻게 될 거 같냐? 그냥 평민의 객기라고 생각하겠지. 못 배워 먹은 것들이군, 하고 무시한다고.”
“뭐?”
“근데 저기 나가 있는 게 한시하라면?”
“….”
“카스티카가 겁대가리 없이 황가에 도전하는 셈이지.”
아델라는 시모어의 무시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부정할 수 없는 얘기였다.
실제로 다른 귀족의 자제들이 줄줄이 마르셀에 패배한 것만 봐도 그랬다. 원래 마르셀의 실력이 그들을 압도했는지는 몰라도, 척 봐도 진심을 다해 싸운 거 같지는 않았으니까.
시모어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혀를 찼다.
“애초에 황자를 상대로 이겨 먹을 간덩이 부은 놈이 어디 있어.”
그래, 그런 놈이 없기는 할 테지….
역시 유감스럽게도 이 경기는 한시하의 패배다.
그리 중얼거리던 아델라는 그새 대련이 시작된 대련장을 보고선 흠칫 놀랐다.
“어?”
대련장에 서서 살벌하게 웃고 있는 한시하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잔뜩 굳어 버린 마르셀.
꽤 먼 거리였지만 패기 넘치는 한시하의 목소리가 이쪽까지도 또렷이 들어왔다.
“거… 황자 저하? 아무래도 처맞는 건 처음이시겠죠?”
쟤 뭐라는 거야?
“미친놈인가?”
* * *
마르셀 실베스터 에드윈.
5학년의 수석이자, 아르델 제국의 황자인 그는 난생처음 모욕을 받았다.
“거… 황자 저하? 아무래도 처맞는 건 처음이시겠죠?”
새파랗게 어린 3학년이 2년이나 선배인, 그것도 제국의 황자인 자신을 능욕하다니.
“처음이지. 내가 항상 이겼으니까.”
“아, 그러면 살살 가겠습니다. 충성심이 눈물겹지 않으신가요.”
“…죽고 싶나.”
“죄송합니다. 그러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나마 방금 전 저 말은 가까운 자신에게만 들려서 다행이었다.
황제의 문장이 새겨진 만년필로 펜 돌리기를 하고 있던 녀석. 괴짜인 건 알았지만….
‘건방져.’
분명 한태수는 아르델 건국에 있어 손꼽히는 공로를 세운 개국 공신이라 들었는데… 아무래도 가정교육에는 실패한 듯했다.
아버지의 재능을 빼닮았지만 성격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녀석.
너는 반드시 내가 이길 것이다.
마르셀은 그리 다짐하며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3학년의 수석인 이한이라면 모를까, 한시하를 이기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쾅.
한 손으로 막아 내기 버거운 마력구가 날아오기 전까지는.
‘뭐야?’
마법에 대한 재능은 0에 수렴했어도 막대한 양의 마력 덕에 아카데미에 입학한 녀석.
그 얘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잘못 맞았다가는 한 번에 갈 것 같은 위력의 마력구.
한시하는 마력이 아깝지도 않은지 마구잡이로 마력구를 소환했다.
“으윽….”
처음 공격에는 퍽 당황했지만 거기서 알았다.
노련함이 부족하다. 실제로 절반 이상의 마력구는 제 근처에도 못 오고 있지 않은가.
마르셀은 머리를 굴리며 한시하의 전력을 파악했다.
사실 한시하의 가장 큰 전력은 바실과 클로스티, 두 마리의 몬스터지만 대련의 규정상 한 마리밖에 데려올 수 없었고 그것이 드래곤인 바실이었다.
대충 보아하니 저 어설픈 공격으로 자신의 발을 묶고, 그 틈을 노려 제 드래곤이 공격해 올 셈인 모양인데, 마르셀은 그런 얕은 수에 당해 줄 생각이 없었다.
전력의 대부분인 드래곤부터 발을 묶는다.
“제법이군.”
“칭찬은 감사합니다.”
마르셀은 한시하의 공격을 막아 내는 척하면서 대련장에 마법진을 그려 나갔고, 겨우 3학년인 한시하가 그 마법진을 해석할 수 없으니 그 과정에서 조금도 방해받지 않았다.
“칭찬은 아니다. 그래 봤자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리니까.”
수월하다. 이미 기세는 이쪽에 완전히 기울었다고 마르셀은 판단했다.
건방지게 자신을 도발한 녀석에게 크게 한 방을 먹여 줄 기회다.
“이것도 막아 보지 그래?”
쾅-.
자신감이 붙은 마르셀의 공격은 한층 더 과격해졌다.
틈틈이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한시하를 몰아쳤고, 실전 전투에 익숙지 않은 한시하는 막기에만 급급했다.
“하아… 하….”
마르셀은 한시하를 걷어차서 벽 쪽으로 몰아넣으려했다.
한시하는 간신히 빠져나갔지만 지친 기색으로 숨을 뱉었다.
“부족했다고 하지 않았나.”
“….”
아마 제 드래곤을 묶어 둘 마법진이 완성된 것도 모르고 있겠지.
마르셀은 씨익 웃으며 지팡이를 허공에 들었다.
무식하게 마력구만 휘갈기던 한시하에게 본때를 보여 줄 때가 되었다.
“이건 몰랐겠지.”
순간.
마법진이 번쩍하면서 빛을 발했고, 브레스를 뿜으려던 바실은 그대로 마법진에 갇힌 채 얼어붙었다.
방호계 마법의 일종인 포박.
고작 3학년인 한시하는 해석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을 마법진.
“꾸우우!”
화염 브레스로 자신을 성가시게 하던 드래곤이 트랩에 갇혀 발버둥을 친다.
이렇게 되었으니,
승기는 완전히 제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닌가.
마르셀이 그렇게 확신하던 순간.
“컥!”
마력구가 명치를 때렸다.
이어서 한시하가 마르셀에게 쇄도했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에 마르셀이 뒤로 물러났으나, 한시하가 더 빨랐다.
아까는 볼 수 없었던 움직임.
마르셀이 당황할 새도 없이, 두 번째 마력구가 마르셀을 때린다.
“크억!”
어떻게 된 거지?
아까는 마력구 하나도 제대로 못 맞춰서 막무가내로 휘갈기던 녀석이 대체 무슨 수로….
쾅!
이번에도 공격은 명중했다.
‘아무래도 처맞는 건 처음이시겠죠?’
‘아무래도 처맞는 건 처음….
‘아무래도….’
한시하가 했던 말이 잔상처럼 머릿속을 부유했다.
“제길.”
뒤늦게 알았다.
정교하게 갈고닦아진 공격.
마력을 못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못 다루는 척했던 것이다.
자신이 저 드래곤을 발을 묶어 둔 게 아니라, 저 드래곤에 발이 묶였다.
그걸 지켜보면서 한시하는 완벽한 공격 타이밍을 잡았을 거고, 방심한 순간 반격했다.
미치도록 치밀하다.
자신을 완전히 가지고 놀았다.
마르셀은 또다시 날아오는 매서운 공격을 이 악물고 막으면서 버텼다.
분명 자신이 최강자라고 생각했는데.
3학년 수석도 아닌 녀석한테 밀릴 리가 없는데.
경합대회의 우승은 분명 제 몫이었는데….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으시네.”
마르셀은 한시하의 한마디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거, 최선 맞나?”
“이 개자식이… 억!”
퍽. 퍽.
이제는 농락하듯 시간차를 둬가면서 자신을 후드려패는데.
“작년에 우승은 어떻게 하셨대?”
저리 여유 있게 자신을 제압하는 녀석도 있는데.
우승을 어떻게 했었나.
“아….”
다들 봐준 것이었구나….
그간 대련이 지나치게 싱거웠던 이유는, 그 어느 누구도 진심을 다하지 않았기에.
제 전력의 100프로를 쏟아붓지 않았기에….
그래서 차지할 수 있었던 우승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으아아악!”
마르셀은 발악하듯 앞으로 튀어 나갔다.
* * *
같은 시각, 펜스에서 솔리아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련에 패하고 나서 한참 동안 다른 애들을 찾았는데, 드디어 그 일행에 합류했다.
솔리아의 옆에는 아델라와 시모어, 윤하을이 앉아 있었고 지금은 시시한 인사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네 사람은 눈도 끔뻑이지 않고선 대련에 몰입했다.
눈앞의 대련은 빅 경기, 한시하와 황자의 대련이었으니까.
물론, 아델라의 감상은 이러했다.
“황자를 상대로 저렇게 하는 미친놈은 없을 거야.”
처음에는 주춤하며 망설이는 듯하더니, 알고 보니 그것조차 페이크였다.
제대로 공격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한 번도 맞아 주질 않는다.
퍽. 퍽.
난생처음 맞아본다는 황자는 아예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한시하는 대련장을 어슬렁거리면서 일방적으로 황자를 패고 있었다.
뒤늦게 알았는데, 이제는 마력도 안 쓴다.
“억!”
“어억!”
빡!
“잠깐만! 잠깐만이라 했다!”
고요한 대련장은 어쩌다 보니 황자의 곡소리로 가득 찼다.
아델라는 두 눈을 끔뻑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예 가지고 노네.”
“저… 저래도 돼?”
솔리아는 제 전 약혼자가 저러고 있다는 사실에 말문을 잃었다.
시모어는 한숨을 내쉬면서 솔리아의 말에 답했다.
“되겠냐? 네 약혼자 간수 좀 해 봐. 간수를… 한다고 될 놈이 아니긴 한데.”
“….”
관중석의 분위기도 그들과 별 다를 바 없었다.
“저렇게 압도적이라고…?”
“황자 저하가 저리 약했나?”
“세상에….”
5학년 선배들은 마르셀이 처참히 지고 있다는 사실에 얼이 빠져 있었고, 4학년들은 웃음을 참으려고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3학년들은….
경건할 뿐이다.
아카데미의 황족 킬러.
한시하는 지난번에도 파비안을 후드려패더니, 이제는 급기야 황자를 팬다.
“항복! 항복이라고!”
결국, 눈이 밤탱이가 된 황자가 항복을 외쳤다.
“….”
와아… 아아아….
반사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던 솔리아는 싸늘한 주변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와아….”
분명 좋아하는 표정들이긴 한데.
황자가 저러고 있으니 이걸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눈치를 살피는 3학년들.
앞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던 다른 대련과 달리, 엄숙하기까지 한 승리의 현장이다.
아델라는 제가 대신 박수라도 쳐 줘야 하나, 순간 고민했으나.
한시하의 반응이 더 빨랐다.
“…뭘 하려는 거야?”
성큼성큼.
한달음에 관중석까지 올라온 한시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야, 3학년! 응원 똑바로 안 하냐!”
* * *
바베큐가 코앞이다. 이렇게 된 이상 먹어야겠다.
황자까지 꺾었으니 남은 것은 결승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건만, 어째 응원 소리가 너무 작다.
‘원동력이 필요한데.’
역시 이럴 때 필요한 게 동급생들이지.
“3학년, 소리 질러!”
이런 거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윤하을이다.
“와아아아! 멋져! 멋져!”
“와… 아아아….”
우물쭈물하고 앉아 있던 녀석들은 윤하을이 소리를 지르자마자 눈치를 보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야, 응원하라잖아.”
“같은 학년인데….”
“해도 되나?”
그것도 잠시.
“외쳐!”
“한시하! 한시하! 한시하!”
한 놈이 시작하면 따라 하게 되는 게 군중의 심리.
바베큐에 진심이었던 3학년들이 따라 외치면서 관중석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으음, 한 번 더.”
“와아아아악! 한시하! 한시하! 한시하!”
저… 저….
분명 즐기고 있다.
한시하는 생글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불쌍하게 뒤에서 실려 나가는 황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어어, 잘 안 들리는데? 조금 더 크게.”
“꺄아아아악!”
“으응, 아주 좋아.”
응원 소리에 발 맞춰 고개를 까닥이고 있는 한시하를 보며 아델라는 탄식했다.
“개또라이야, 진짜.”
물론 그 옆에서 꼬리를 흔들거리고 있는 바실은 한술 더 떴다.
축제 이후로 모처럼만에 쏟아지는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는 관종 드래곤.
“비껴!”
바실은 한시하를 밀치고 앞에 나서서 포즈를 취했다.
“바실아아악!”
“낌치!”
이쯤 되니 진짜로 황자가 불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