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88화(18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88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증명하듯 처참한 꼴이 된 대련장.
숨을 헐떡이며 떨어뜨린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하아… 하.”
결승전은 내 패배였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이한은 확실히 강했다.
조금의 빈틈도 없었고, 3학년의 학생인가 의심될 정도로 전투에 있어서도 능숙했다. 오히려 그 치밀함은 나보다도 더 한태수를 닮아 있었다.
그렇기에 이한이 원작에서 한태수를 꺾고 카스티카 가문을 멸망시킨 거겠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훌륭한 대련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찰나의 움직임, 판단, 마력운용. 그 모든 면에서 충분히 배울 점이 많았던 전투였으니.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전투 과정만 놓고 봤을 때도 훌륭한 대련이었다.
이한을 상대로 꽤 오랜 시간을 버텼고, 몇 번은 몰아붙였으며 기세를 잡고 반격한 적도 있었다. 여러모로 내 입장에서는 선방했던 전투다.
이한, 저 녀석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한이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고선 내게로 다가왔다.
“일어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이한의 공격이 몇 번이나 명중했기에 만신창이가 된 몸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수도 없기에 비틀거리며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고마워.”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관중석을 돌아보았다.
우승자가 3학년 중에 나왔기에 잔뜩 들뜬 관중석. 우리 둘 중 누가 이기든 저들이야 상관이 없었겠지만….
관중석에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잔뜩 신이 나서 방방 뛰고 있는 윤하을.
그 옆에 서서 움찔거리는 솔리아.
그리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혀를 차고 있는 시모어.
세 사람 옆에는 아델라가 알 수 없는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 시선이 그쪽에 닿자마자,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아델라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하게 웃었다.
“하아….”
이기든 지든 상관없는 경기가 있다.
어차피 못 이겼을 경기라는 걸 알면서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이한과 제대로 붙어 본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이 세계관의 절대자로 예정되어 있는 주인공과 붙어 본다는 건 더없이 진귀한 경험이다.
사소한 거 하나하나 내가 배워 가야 할 만큼.
물론 그런 거 다 떠나서.
내가 가장 기분 좋은 이유는.
앞으로 나올 바베큐 때문이지만.
“야!”
흔들흔들-.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네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어… 어어!”
네 사람이 동시에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쩌다 보니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이 눈에 띄는 편인데.
“한시하! 잘생겼다아아악!”
가장 목소리가 큰 건 단연 윤하을이었다.
“이쪽! 이쪽 봐줘!”
혼자서 4인분의 응원을 하고 있는 윤하을.
아델라는 부끄럽다는 듯 그런 윤하을을 잡아당겼고, 시모어는 한숨과 함께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꺄아아악! 고기 먹으러 가자아악!”
사실 이쪽도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다.
“누가 보면 우승한 줄 알겠다….”
못 말린다, 진짜.
머리를 짚으며 혀를 내두르는데, 이한과 눈이 마주쳤다.
“음?”
저편에 있는 애들 신경 쓰느라 놓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말없이 줄곧 뒤편에 서 있던 이한이 내 쪽으로 걸어오며 스쳐 지나갔다.
뭔가 개운치 않은 눈빛.
우승한 것 치고는 영 밝지 않은 얼굴.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두운 표정의 이한이 내게 속삭였다.
“…잘하더라.”
“뭐?”
이긴 건 본인인데, 두 눈에 짙게 배어 있는 패배의 빛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 * *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축제나 다름없는 아카데미의 경합대회.
올해 첫 출전임에도 이한은 당당히 우승자의 자리에 제 이름을 올렸다.
그 자체로 뿌듯했어도 될 일이지만 어딘가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이한은 벤치에 돌아와서 생각에 잠겼다.
아르델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로, 최소한 아카데미 내에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던 이한이었다.
실로 타고난 재능. 저마다 한가락 하는 가문 출신의 자제들이 이한을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번 경합대회에서도 상대들을 제법 손쉽게 꺾었다.
굳이 까다로웠던 상대를 하나 뽑자면 6학년 수석인 월터 마틴 정도.
나머지는 잔챙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가 났다.
한시하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었다.
허나, 한시하는 그런 이한의 예상을 꺾어 버렸다.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버텼다.
‘어떻게 된 거지?’
이한은 자신이 오판을 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졌다.
같은 동급생이라는 이유로 너무 만만하게 봤나?
“아니야.”
애초에 녀석과 말을 섞은 것이 작년쯤이었고, 그 즈음의 한시하는 마력을 제대로 다루는 법도 몰랐다.
타고난 마력량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잘난 카스티카 가문의 자제.
물론, 한시하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서부턴 그런 편견은 지웠다.
한시하는 동급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머리 회전이 빨랐고, 하나를 익히면 열을 배우는 천재였으니까.
큐브를 지키겠다는 계획도, 그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도.
한시하는 가장 많은 공헌을 했다.
그 실력은 인정하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비약적으로 성장할 줄은….
이한은 처음으로 굳건히 지켜 오던 1등의 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마력으로 활을 형태화하는 방법조차 몰라 낑낑대던 녀석이 겨우 1년 만에 자신과 비등한 수준으로 성장했으니.
6학년 수석도 여유 있게 이기는 자신을 상대로 그 정도의 합을 펼친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다.
슬카데미의 메인 주인공.
이한은 적수를 만날수록 강해지는, 승부욕이 설계되어 있는 인물이다.
본인은 그걸 알 턱이 없었기에 더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뿐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절대 1위의 자리를 내주진 않겠다고 이한이 혼자 다짐하고 있을 무렵.
한시하가 불쑥 그의 앞에 나타났다.
“뭐 하냐?”
정확히는 왜 1등씩이나 하고 나서 그리 궁상맞게 벤치에 앉아 있냐고 묻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한시하는 그런 물음 대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축하한다.”
조금 뒤늦게 건네는 인사긴 한데,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될 말이었다.
한시하는 웃으면서 악수를 건넸고, 이한은 반사적으로 그 악수를 받으며 입을 뗐다.
“네 드래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거 같은데.”
“꾸… 꾸우….”
부들부들.
하필 승부욕이 강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 이한에게 진 게 분했는지 잔뜩 삐져 있었다.
저 부풀린 두 볼을 봐라.
“이젠 귀엽지도 않아.”
“꾸!”
“폴리모프 강화 연습 가장 많이 시킨 건 내 쪽일 텐데?”
나탈리와 시모어도 고생하긴 했지만, 한시하가 아티팩트 연구에 바쁠 때마다 바실을 끌고 나갔던 게 이한이었다.
그 노고를 알고 있는 한시하만 쯧, 하고 혀를 찼다.
“원래 다 덧없는 거야.”
“드래곤의 인성이란….”
“네 인성! 몬생!”
이젠 인신공격까지.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말이 도는 게 아니냐고.
이한은 피식 웃으며 말을 돌렸다.
바실에 정신이 팔려서 한시하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이한은 담담한 얼굴로 한시하를 올려다보았다.
“1등하고 싶었을 텐데 아직은 내가 1등이네.”
도발하려는 말은 아니다.
약간의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그저 장난스럽게 던진 말.
“아쉽지는 않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한시하는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아니, 글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라면 농담이라도 이겨 먹고 싶었을 거라고 했을 것 같은데.
뜻밖의 말에 이한은 눈썹을 들썩였다.
“뭐?”
“그렇잖아. 야, 내가 1등 했어 봐. 너보다 내가 강해지면….”
으.
한시하는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너 대신 내가 존나게 굴러야 할 거 아니야.”
“…?”
“어우야, 힘내라.”
“음?”
“파이팅하고!”
“뭐… 뭔 소리야?’
어찌 되었건, 이한이 이해할 수는 없는 말이었다.
* * *
이한의 우승으로 3학년 전체에 열리게 된 바베큐 파티.
당연하지만, 다음 날 아카데미는 완전 난리가 났다.
“흐아아아압! 미친. 카드벨 제국 산 소고기래!”
“와… 육즙 봐….”
“자,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얘들아, 줄 좀 서라고!”
화염계 능력자가 미디움 레어로 스테이크를 굽는 동안, 뒤에 선 애들은 침을 삼키고 있다.
한시하는 바베큐장의 중앙에 서서 고개를 까닥였다.
“어, 맛있지?”
“…살살 녹는데?”
“야, 학장님이 이번에 진짜 큰 마음먹고 준비하신 것 같다.”
“카드벨 산 스테이크가 그렇게 비싸다던데.”
명색이 다들 귀족 가문 자제들인데, 아카데미에서 맛없는 기숙사식을 먹다 보니 눈이 다소 낮아졌다.
영양사의 실험적인 식단에 고통받고 있던 학생들은 스테이크에 두 눈이 돌아갔다.
한시하는 그런 애들의 민심을 한 명씩 확인하며 바베큐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어, 이거 누구 덕분에 먹는 거라고?”
“한시하!”
“한 번 더, 외쳐.”
“와아아아악!”
그걸 지켜보고 있는 아델라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다.
한참 열화와 같은 응원을 즐기고 돌아온 한시하가 뿌듯한 얼굴로 스테이크 한 점을 아델라에게 건넸다.
“역시 누구 덕분인지… 아주 맛있지?”
아델라는 반사적으로 그 스테이크를 받아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어니스트 학장의 허세대로 특 A급의 바베큐 파티가 맞긴 한 건지, 한 입을 씹자마자 육즙이 줄줄 흐른다.
입 안 가득 느껴지는 스테이크의 풍미에 아델라는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니, 근데….”
“응, 무슨 문제라도?”
“…네가 우승한 게 아닌데 왜 생색을 네가 내고 있는 거야?”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애들은 고기에 이미 정신을 팔아먹은 거 같고. 이한은 별 신경도 안 쓰고 있는 듯하고….
정녕 이거에 이상함을 느끼는 건 자신뿐인가.
“좋은 게 좋은 거지.”
“허어….”
어이가 없다.
뻔뻔해서 묘하게 설득되는 구석도 있지만 말이다.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고, 제 근처에 있는 고기 한 점을 포크에 찍어 한시하에게 건넸다.
“누구 덕분인지 맛있더라.”
“거 봐, 그렇다니깐.”
한시하가 아델라가 건네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려 몸을 앞으로 빼던 순간이었다.
스윽.
갑작스럽게, 검은 그림자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춉.
아델라가 건넨 고기를 순식간에 받아먹고선,
“어… 어?”
우물우물.
능청스럽게 고기를 씹으며 둘 사이에 끼어든 한 사람.
솔리아가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한데 고기는 내가 구울게.”
“…?”
그러곤, 둘 사이에서 태평히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