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89화(18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89화
뜻밖의 바베큐 파티에 신난 건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한시혁은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면서도 학생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훌륭한 제자들이라면 무릇 이럴 때 스승을 찾는 법이다.
“교수님, 한 입 드실래요?”
“…한 번 도전해 보지.”
한시혁은 그렇게 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 틈에서 고기 한 점을 들었다.
한 입만 먹어도 정신이 황홀해지는 것이, 이런 음식을 먹어 보지 못한 한시혁도 눈이 돌아갈 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산다고…?’
그간 너무 돈을 아꼈던 듯싶다.
특 A급 스테이크를 안 먹고 무슨 낙으로 살았나.
침이 절로 고이는 맛에 잠시도 포크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아예 자리를 잡은 한시혁은 나이프를 든 채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교수님… 식성이 좋으시네요….”
아무리 학장이 쏘는 바베큐라지만 고기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며칠 굶은 사람처럼 먹고 있으니, 처음 고기를 권했던 학생은 넋이 나간 얼굴로 두 눈을 끔뻑였다.
‘나이프 뺏어 버릴까.’
역시 교수들이란 이런 면에서는 눈치가 없는 법이다.
“으음. 으으음.”
“교… 교수님?”
한시혁은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서야 다시 빳빳한 자세로 돌아갔다.
마치 한 입도 먹지 않은 사람처럼 깔끔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박한 식사였군.”
“….”
뒤통수가 조금 따가운 것 같으나 그 이유는 모르겠다.
한시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저편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은발을 찰랑거리며 고기를 굽는 데 집중하고 있는 솔리아.
아까부터 투닥대는 소리가 어디서 들리나 했더니, 역시 저쪽이었나.
“나 잘 굽지 않아?”
“저기… 조금 비켜 줄래?”
“아니야, 굳이 네가 구울 필요 없어. 내가 더 잘 굽거든.”
“…하?”
그 옆에서 고기를 얻어먹고 있긴 한데 뭔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아델라.
“이야, 너 소질 있다야. 진짜 잘 굽는데?”
그리고.
특 A급 스테이크의 품질에 감탄하며 고기만 처먹고 있는 한시하가 있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감이 와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저랬으니 새삼 놀랄 것도 없긴 하지만.
한시혁은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녀석은… 하….’
혀를 끌끌 차던 한시혁의 시선이 건너편으로 향했다.
“음?”
설마, 싶어서 확인한 건데.
눈에 딱 들어와 버렸다.
신학과 학생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서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한 사람.
“아, 개짜증 나.”
윤하을이 스테이크를 안주 삼아 대낮부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 * *
벌컥벌컥.
교수가 있건 말건, 제법 당당하다.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음료수나 다름없는 와인을 들이켠 윤하을은 툴툴대며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마법과 쪽에서 내내 스테이크를 굽다가 잠시 대피해 온 원이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윤하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나 신학과 안 맞는 거 같아.”
“갑자기?”
“원래 안 맞았어. 나, 마법과로 전과할 거야. 완전 따분해, 진짜.”
졸지에 따분한 인간들이 되어 버린 신학과의 학생 하나가 두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단지 그뿐. 다시 고개를 돌리고선 고기를 우물거린다.
윤하을은 원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봤지?”
“너네 과 재미없기로 유명하긴 하지.”
애들이 착하긴 한데…
착하기만 한 타입들이다.
아마 타고난 재능만 아니었다면 윤하을의 전공은 그녀의 말대로 마법과가 더 적합했을지도 몰랐다.
“후우.”
윤하을은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도 한시하가 있는 쪽 테이블에 눈을 떼지 못했다.
누가 봐도 저쪽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막상 끼어들기는 애매했는지 괜한 신학과 학생들에게 투덜대고 있는 중이다.
원은 피식 웃으며 그런 윤하을에게 은근히 물었다.
“너 쟤 좋아하냐?”
“허업!”
화들짝.
윤하을은 기겁하듯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그러곤, 당황한 기색으로 몸을 낮췄다.
신학과의 친한 녀석들은 몇몇 알지만, 그래도 공공연한 사실은 아니다.
하물며 솔리아와 약혼까지 할 뻔했던 상대라 조심스럽다.
윤하을은 난처한 기색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야…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뭐?”
“…너 눈치 진짜 빠르구나!”
“이… 이게 빠른 거야?”
원은 원대로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
‘티를 너무 잘 내고 다녔던 것 같은데?’
“아, 티 났나?”
윤하을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고, 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본인 딴엔 진지한 거 같은데 그게 더 웃겼다.
애초에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티를 내고 다녔는데.
물론, 궁금하기는 했다.
만인의 이상형, 나탈리. 그 정도까지의 인기는 아니어도 오묘한 분위기에 은근히 사람을 홀리는 얼굴.
윤하을을 알게 모르게 좋아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본인도 어느 정도는 그걸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런 애들은 놔두고 하필 한시하인지.
한시하를 워낙 가까이서 봐 온 터라 객관적인 평가가 안 되는 원의 입장에서는 그 사실이 의아했던 것이다.
“근데 나는 진짜로 이해가 안 가는데… 너는 쟤가 왜 좋냐?”
“응?”
“내가 보니깐 아델라도 한시하한테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솔리아는 잘 모르겠지만 약혼할 뻔하기도 했고….”
“뭐? 아델라도?”
“그래. 나는 모르겠는데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대체 그 이유가 뭐냐는 거지.”
다소 직설적인 질문이긴 한데, 윤하을이 대답을 피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야….”
원은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었고,
윤하을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더없이 맑은 웃음이었다.
“잘생겼잖아!”
“으… 으응?”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윤하을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두 번이고 강조했다.
“완전! 내 취향이야!”
“….”
이유가 그거였냐.
원은 흥분한 윤하을을 보면서 잠시 멍해졌다.
잔뜩 상기된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인 듯했다.
윤하을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속사포로 말을 쏟아 냈다.
“물론 내가 한시하를 좋아하는 데에는 백 가지 이유가 있지만….”
“….”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잘생겨서야!”
“시발, 서러워서 살겠나.”
본인이 그렇다는데 뭐라고도 못하겠고.
뭔가… 뭔가… 억울하다.
원은 괜히 삔또가 상해서는 투덜거렸다.
한시하의 룸메이트로서, 가장 가까이서 봐 왔다고 단언한다.
한시하의 모든 것을 낱낱이 말이다.
열 받으니까 이참에 몇 개 좀 꺼내야겠다.
“야, 네가 같은 방을 안 써 봐서 그러는데. 쟤가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 줄 아냐?”
“그래?”
“어, 지가 어질러 놓고 내 자리까지 다 청소하라고 그러면서 갈구는데….”
“세상에. 깔끔해….”
“그게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한시하가 돌멩이한테 이름까지 지어 주면서 쓰다듬는 건 봤냐? 나는 무슨 미친놈인 줄….”
“…심지어 감성적이기까지 해!”
“에라이, 진짜.”
어느 쪽이든 제대로 뭐가 씐 상태이니, 이런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저렇게 대놓고 좋아하는데 뭔 말을 더 얹을 수도 없고.
원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아니, 다른 것 볼 거 없이. 너, 미래 볼 줄 알잖아. 한시하가 너랑 엮이는지, 그것만 보면 되는 거 아니야?”
“나랑 관련된 미래는 못 보는 걸?”
“결혼운. 뭐, 그런 거 있잖아.”
“아!”
윤하을은 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잖아도 이미 봤었는데. 한시하 팔자에 결혼운은 없던데?”
윤하을의 말에 원이 멈칫했다.
“…그건 안 좋은 거 아니냐?”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닐까?”
윤하을은 해맑게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원은 탄식과 함께 머리를 짚었다.
“미치도록 긍정적이네.”
“약혼운도 없더라!”
“그건 소름 돋게 잘 맞혔네.”
원은 난장판이 되었던 한시하의 약혼식장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약혼운이니, 결혼운이니. 예언가 지망생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느 정도 힌트는 주는 게 도리다.
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윤하을에게 손짓했다.
아무리 봐도 윤하을이 삽질을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봤을 땐… 넌 딱 하나 문제점이 있어.”
“뭔데?”
원래도 사람의 말을 잘 믿는 성격이니, 원이 어떤 헛소리를 한다 한들 믿을 윤하을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뜬금없는 헛소리는 아니었다.
“너는 너무 적극적이야.”
“…내가?”
“표정에서도 봐, 다 티 나잖아! 너무 그러면 상대도 부담스럽단 말이야.”
“많이… 그런가?”
“원래 이런 건 어느 정도 밀고 당기기가 있어야 하는 거야. 넌 그냥 밀어 버리니까 안 되는 거지.”
“아….”
윤하을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아마도 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모양.
“맞는 거 같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원의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윤하을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뭔지 알았지?”
“으, 으응!”
물론 가르쳐 주는 원도 사실 연애 경험이 전무했으나, 윤하을이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큰 깨달음을 얻은 윤하을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두 눈을 반짝였고, 원은 그런 윤하을을 보며 뿌듯하게 웃어 보였다.
“확실히 뭔가 깨달은 거 같아서 마음이 놓이네.”
* * *
바베큐 파티 다음 날.
아르델 아카데미 복도는 아침부터 난리가 났다.
웅성거리는 학생들의 인파를 뚫고, 원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이맘때쯤 난리 날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성적 나왔나 본데?”
“저… 저기 붙었다!”
벽보에 성적과 순위가 공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전반적으로 기말 평가는 꽤 선방했으니, 어느 정도 좋은 점수를 기대해도 될 듯싶었다.
솔직히 다른 애들도 꽤 열심히 해서, 3등을 지키기만 해도 다행일 것 같긴 한데.
“어어어어!”
앞서 가던 원이 먼저 벽보를 확인하고선 호들갑을 떨었다.
뭐야?
괜히 궁금해지잖냐.
“뭐야? 어떻게 나왔는데?”
“미친. 야, 너 대박인데?”
“왜?”
자꾸만 뒤에서 미는 녀석들 때문에 어쩌다 보니 벽보 앞으로 밀려갔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밀어 대는 통에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일단 성적은 봐야 하니까….
“어?”
마법과 석차 현황
가장 꼭대기에는 언제나처럼 이한의 이름이 있다.
그건 영 놀랄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그 아래에 박혀 있는 이름 석 자.
한시하
“뭐야? 나 2등이야?”
아델라를 제치고 2등을 찍었다.
그 공부 귀신을 이겨 먹었다는 사실이 나도 믿기질 않아서 잠시 멍해졌다.
그제야 원이 왜 저리 호들갑을 떨었는지 알 수 있었다.
“3년 만일걸. 상위권 석차가 또 바뀌었네.”
아델라 3등, 솔리아 4등.
그 밑은 크게 다를 것 없는데….
또다시 내가 변수를 만들어 버렸다.
이거, 좋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 있던 순간.
“드디어 나를 제친 거야?”
불쑥.
아델라가 끼어들어서 깜짝 놀랐다.
“어?”
이 타이밍에 만나도 되나 싶었는데, 3위를 뺏겼던 충격으로 완전 넋이 나가 있었던 예전의 솔리아와는 달리 제법 태연한 얼굴이었다.
아델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는 그럴 줄 알았어.”
“…진심으로?”
“실습 과목 성적 엄청 올랐잖아. 대부분 나랑 같이 들었는데… 내가 점수 밀렸거든.”
아델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 조잘대면서 피식 웃었다.
그러곤,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더한다.
“게다가 너 잘하잖아.”
아델라의 칭찬이라.
꽤 진귀한 것인데.
2등을 하니 좋은 점이 하나 있긴 하네.
“고맙다.”
나는 아델라의 말에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마법과의 성적 벽보 옆에 붙어 있는 건 신학과의 석차다.
뭐, 볼 것도 없이 석차 1등은 윤하을이다.
“쟤도 참 대단하다.”
“신학과에서는 압도적이잖아.”
내 말에 아델라는 인정하듯 살며시 웃었다.
그때, 벽보 앞에 서 있는 윤하을이 눈에 들어왔다.
“끄아아….”
애들 틈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난처한 얼굴.
수석의 성적을 확인하고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표정이다.
그 모습이 참 한결같아서, 웃으면서 윤하을을 불렀다.
멀지 않은 거리였다.
“어, 윤하을!”
힐끗.
큰 소리로 외친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윤하을이 움찔했다.
확실히 들었다.
그래도 1등인데, 축하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번쩍 들 때였다.
“너 1등이더….”
홱.
후다다닥!
고개를 돌린 윤하을이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갔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