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9화(1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9화
“벌써 한시하 차례네.”
“그래도 저 녀석은 강령과 확정 아닌가?”
“글쎄… 요새 하는 짓을 보면 누가 봐도….”
“누가 봐도 강령과잖아!”
음침함이 사라졌을 뿐, 뭐로 봐도 선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간.
애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흘려 넘겼다.
나는 긴장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담담하게 교탁 앞으로 향했다.
우우웅-.
가까이에서 본 유리 구체는 한층 더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주사위가 튀어 오를 수 있게 윗면에 구멍이 뚫려 있는 유리 구체.
“준비되었나요?”
어니스트 학장의 물음에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많은 눈들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전의 한시하라면, 의심의 여지도 없이 모두가 강령과라고 확신했을 터였다.
헌데, 오늘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강령과일까?”
“아니, 아닐 수도 있지.”
나를 싫어하는 놈들 절반, 궁금해하는 놈들 절반.
치열하게 갈리는 투표를 실시간으로 직관하며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후우.”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일단 들어간다.
나는 유리 구체 안에 슬쩍 손을 넣어 주사위를 움켜쥐었다.
파지직.
동시에, 찌릿한 감각이 한쪽 팔을 휘감았다.
내 성향을 분석하고 제 나름의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휘젓는 주사위를 붙들어 본다.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은 카키색의 주사위는 돌린 힘에 비해 미친 듯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
“강령과겠지.”
팽글팽글.
서서히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력으로 정신없이 돌아대던 주사위는 순식간에 위로 튀어 올랐다.
파앗!
그리고.
허공에서 일렁이며 색깔을 바꾸어 낸다.
붉은색으로, 짙은 남색으로, 카키색으로, 다시 노란색으로.
한 데 섞인 색의 빛깔들이 눈앞에서 정신없이 요동친다.
마치 마법처럼 환상적인 빛의 아지랑이에 넋을 놓는다.
그렇게 영원처럼 느껴지던 10초가 지났을까.
툭.
예고 없이 손바닥 위로 떨어진 주사위를 간신히 받아 낸 순간.
“어… 어?”
강당의 학생들이 모두 놀란 눈으로 주사위를 주시했다.
주사위에서 선명하게 새어 나오는 붉은빛.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마법, 마법과다!”
“마법과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주사위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어니스트 학장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결과를 확정 지었다.
“한시하 학생, 마법과 배정되었습니다.”
됐다.
* * *
“한시하가 마법과라고?”
“주사위가 드디어 돌아 버린 거 아니야?”
“내가 마법과일 거라고 했잖냐. 요즘 도는 소문 몰라? 그 크릭도 용서해 주고, 안 그래 보여도 은근히 자비로운 구석이 있다던데.”
“그걸 믿냐고! 네가 안 처맞아서 그 소리가 나오지, 새끼야!”
뭐 예상했던 반응들이다.
그런데 고작 나 하나에 이렇게 시선이 쏠릴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들보다도 가장 강력한 강령과의 후보. 그렇게 불려왔던 한시하였다.
강령과로 배정된 시모어 파커는 못마땅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앞으로 엮일 리 없는 강령과 학생의 반응이야 신경 쓸 이유가 없고.
지금 내 몸은 흥분에 들떠 있었다.
수명이 최소 3년은 늘어난 기분이랄까.
“…나이스.”
대학 입시의 성공했을 때의 그 심정으로 주먹을 쥔 채 허공에 내질렀다. 수군대는 말소리들이 어떤 말을 하든 신경 쓰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강당을 빠져나온 순간, 옆에서 불쑥 익숙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걸어온 아델라였다.
“축하해.”
“어?”
“앞으로는 마법과에서 보겠네. 조금 놀랐지만.”
피식, 아델라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대놓고는 말 안 해도 묘하게 안도하는 듯한 얼굴인데.
“왜, 내가 마법과이길 바랐냐? 솔직하게 말해 봐라.”
“어.”
단 5초도 망설이지 않는 칼답.
괜히 놀려 먹으려다가 당황한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아델라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면 안 돼?”
“아니, 그건 아닌데. 어,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주면 안 되는 거냐?”
“강령과로 갔으면 매일 싸웠을 텐데, 그러면 매일 나한테 졌을 거잖아.”
아델라가 담담하게 뱉는 말에 내 얼굴이 차게 식었다.
그럼 그렇지, 조금 훈훈한 멘트를 기대했거늘. 벌써부터 연습 대련에서 나를 후려 팰 계획까지 짜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거 너무한데, 진짜.
혼자 투덜거리는데 아델라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너 마법과 올 거. 나 솔직히 예상하고 있었어.”
응?
이 태연한 반응은 또 뭐야?
뭐야, 네가 왜 나보다 담담한데.
아델라는 초코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선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던전에서부터 짐작했어. 네가 거기서 쓴 마법들. 흑마법의 형태와는 결이 너무 달랐잖아.”
던전에서라면, 내가 한시하에 빙의한 뒤 아델라 앞에서 처음 선보인 전투였다.
그때는 백마법 중에서 아주 기초, 정말 기초적인 마법밖에 쓸 줄 몰랐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였다.
아델라도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
의아한 눈빛으로 돌아보자, 그녀는 선선히 내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마법의 종류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럼?”
“강령과는 죽이려고 공격을 하지만, 마법과는 살리려고 공격을 하거든. 넌 후자였어.”
아.
그랬구나.
아.
“잠깐만.”
그….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같은데.
묘한 기시감에 아델라의 말을 곱씹어 보던 순간, 유쾌하지 않은 기억의 잔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넌 죽이려고 싸웠지만, 우리는 살리려고 싸웠어.’
‘그래서 이긴 거야. 네 무덤에 내 손으로 흙을 끼얹어 주고 싶었거든.’
하하.
이거 한시하가 묻힐 때 마지막으로 들은 말 같은데.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왜… 왜 그래?”
“너 그 말 나중에 다른 사람 묻으면서 하지 마라….”
“어?”
제길.
무서워서 살겠나.
한 발자국 뗄 때마다 사망플래그가 들려온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살 떨리는 감각에 속으로 한탄하며 복도 끝을 돌아서던 순간.
“어, 한시하?”
웬 그림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거참, 오늘 찾는 사람 많네.
이번에는 대체 또 누군데.
별생각 없이 고개를 들자마자 몸이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눈앞에서 생글거리며 인사를 건넨 남자는, 강당에서 처음으로 마주했던 슬카데미의 주인공.
“반갑다, 너도 마법과 학생이지?”
이한이었다.
* * *
슬카데미의 메인 캐릭터를 꼽자면 세 사람이 있다.
땅의 마법사 아델라, 빛의 마법사 솔리아 아르케넨트, 그리고 만능의 마법사 이한.
아델라는 화끈하지만 감정적이고, 솔리아는 예리하지만 마음이 여리다. 하지만, 이한은….
셋 중 내게 가장 위험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주인공 이한이다.
내 눈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 이쪽을 향했다. 분명 웃고 있지만 속은 아닐 것이다.
내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어떤 수작을 부린 건지 속으로 열심히 계산하고 있을 게 뻔했다.
그가 악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편이 아닌 이들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극강의 사이다패스 성격.
참으로 주인공다운 면모가 여실히 묻어 있는 성향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됐네.”
“마법과에 원래 관심이 많았나? 이거 의외인 걸?”
“제법 재밌더라고. 그 녀석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어서.”
바실을 지칭한다는 것쯤은 눈치챘을 것이다.
나는 태연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면 좀 어떠냐.
적어도 나는 삼류 악역처럼 행동해선 안됐다.
크릭의 힘을 빌려 평판을 올려놓은 것도 다 이 순간을 위함이다. 아델라까지는 그렇다 쳐도 니들과 엮일 생각은 없다.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그건 이쪽도.”
이한도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조우가 잘 마무리될 무렵, 느닷없는 한마디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 맞다. 몸은 좀 괜찮고?”
이거 설마.
“실습 시험 직전에 던전에 갇혔었다고 들었는데.”
거기까지 알고 있었던 거냐.
뭐, 어느 정도 소문이 퍼졌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아델라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투였다.
아델라가 말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능청스레 웃어 보였다.
여기서 괜히 흔들렸다간 인정하는 꼴만 된다.
“완전히 죽었다가 살아났지.”
이건 뭐 팩트니까.
“그래?”
“갇혀 볼래? 어떤지.”
“뭐,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겠네.”
이한은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는 훨씬 의심의 눈빛이 가신 뒤였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다.
의심을 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
만약 당시 파괴된 던전의 모습을 봤거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 슬라임이 불에 터져 죽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델라의 공격 양상과는 전혀 다른 전투의 흔적.
만약 그거 때문에 나를 의심하고 있는 거라면.
최소 하나의 패는 진실을 보여 줘야 한다.
“바실 덕분에 살았어.”
“네 드래곤?”
“응. 녀석이 아델라를 많이 도와줬거든. 내가 패닉에 빠졌을 때도 알아서 1인분은 톡톡히 해 줬고. 어쩌면 덕분에 마법과에 배정받았을지도 모르지. 나와 퍽 어울리진 않지만.”
“아.”
“네 눈엔 내가 테이머 쪽 재능은 없는 거 같아 보이나?”
선수를 쳐서 대화의 흐름을 이쪽으로 끌어온다.
이한은 잠시 멈칫하더니 표정을 다시 숨겼다.
“글쎄. 지난 실습 시험 성적으로는 충분하고도 넘칠 거 같은데.”
“제법 희망이 되는 말이네.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거든. 다 죽은 해골 쪼가리 움직이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
“그건 몰랐는데.”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지. 이제 생겼으니, 마지막으로 믿어 보려고.”
싱긋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그의 눈빛이 잠시 일렁였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평범한 인사였다.
“…마법과가 적성에 맞기를 빌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수업 때 보자.”
아무리 이한이 머리를 굴려도 아직은 열다섯 살.
슬카데미를 정주행하면서 네 녀석 성격이야 몇백 화 동안 익히 봐 왔으니,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당황한 눈빛이 여실히 보이는 태도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후.
이 정도면 첫 고비는 충분히 넘긴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