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94화(19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94화
희뿌연 구름이 마침내 흩어졌을 때, 아델라와 솔리아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바실의 폴리모프 마법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건 여기 있는 모두 비슷했기에, 다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다.
눈이 세 개 달린 한시하가 나오는 건 아닐까?
표정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런데.
“….”
파앗-.
모습을 드러낸 한시하는 그런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멀쩡하잖아?”
아니, 멀쩡한 게 문제가 아니다.
천천히 한시하를 훑어본 아델라는 그대로 멈칫하고 말았다.
“어….”
한시하랑 닮았는데도 묘하게 다른 느낌의 얼굴.
왠지 모르게 익숙해서 자꾸만 시선이 간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한데 확실히 조금 더….
“어른 같아.”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솔리아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솔리아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침을 삼켰다.
“어… 어… 그러네.”
조금 더 차분해진 분위기의 한시하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했던 웃음 대신,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가 이쪽을 돌아본다.
깊고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빤히 응시하자, 솔리아는 눈길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옆에 선 아델라에게만 들릴 목소리였다.
“나는… 이 모습도 괜찮은 것 같은데.”
“확실히 그래.”
머리색도 눈동자색도 다른데, 본연의 분위기를 지울 수는 없다.
싱긋 웃고 있는 저 미소가 그러했다.
한시하는… 한시하다.
낯설지만 그렇지 않은 얼굴을 보면서 윤하을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여전히 입을 떼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윤하을을 돌아본 한시하는 팍 인상을 썼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반응이 즉각적인 윤하을이 저리 망설일 정도라니.
한시하는 덜컥 불안해져서 되물었다.
“반응 뭐야…?”
“….”
“왜 그렇게 조용한 건데?”
제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거울을 가져와 보라며 한시하가 다급히 외치는 와중에도, 윤하을은 입을 떡 벌린 채 굳어 있었다.
비단 낯을 가려서만은 아니다.
제가 아는 한시하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도 아니다.
반응이 한 발 늦었던 이유는.
그저….
그저….
“와… 잘생겼다….”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 * *
“금발의 솔리아라니. 제법 어울리는데.”
“잠, 잠깐만. 나 누가 누군지 헷갈려. 기다려 봐.”
“얘들아, 이쪽에 모여서 통성명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우왕좌왕.
나탈리의 작업실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직접 상단에 잠입할 예정인 한시하와 솔리아, 윤하을, 아델라.
네 사람이 폴리모프 마법 덕에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었고, 나머지는 그 얼굴을 기억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어찌 되었건, 만족도는 높았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거울을 슬쩍 돌아본 아델라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걸.”
“거의 다른 사람이 되었지.”
“뭐?”
한시하가 능청스럽게 얹은 말에 아델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는 너는?”
“나? 나는 이게 원래 본판인데?”
“…뭐라는 거야.”
아델라는 한시하의 알 수 없는 허세에 나직이 중얼거렸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뭔가… 예전처럼 대하기엔 영 조심스럽다.
‘진짜 낯설어….’
아델라는 한시하에게 대놓고 투덜대는 대신 힐끗힐끗 돌아보았다.
정작 한시하가 고개를 돌리자 별일 아니라며 헛기침을 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피하는데, 이한이 손뼉을 치며 전원을 집중시켰다.
“저기, 다들 거울 좀 그만 쳐다보시고. 아, 한시하!”
“어.”
“여기, 이거 받아.”
그러고는 한시하를 앞으로 불러 푸른빛을 띠는 큐브를 건넸다.
오드리세 산맥에 가기 전 마지막 준비.
시모어의 도움과 나탈리의 연구 끝에 큐브를 약화시킬 방법을 찾아냈다.
이한의 시선이 닿자, 나탈리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뗐다.
어떻게 큐브를 약화시킬 건지, 그 방법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회로를 꼬는 방식으로 조금 마력 출력량에 변주를 줘 봤는데요. 저항값이 올라가니까 최대 출력량이 떨어지는 거예요. 완전히 회로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절반 정도로 출력이 떨어졌을 거예요!”
“그 정도면 훌륭한 수준이지.”
한시하는 푸른 큐브를 들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의 큐브.
훗날 최종보스 아바돈의 욕망에 반응하여 그의 가장 큰 전력이 되는 큐브 중 하나였다.
완전히 무력화시키진 못해도 약화시킬 방법을 찾았다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물론, 훌륭한 수준이라는 말은 정확히는 틀렸다.
‘저 안에 있는 마력량에서 절반을 제한다고 해도 상당할 텐데.’
핵폭탄의 위력을 절반으로 줄인다 해도, 그게 안전해지는 건 아니다.
기존의 출력량이 어마어마한 만큼, 이 정도 수준으로는 안주해선 안됐다.
그럼에도, 수고했다.
한시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떼었다.
“계획대로 오드리세 산맥으로 바로 출발하면 되겠는걸?”
해독 아티팩트도 완성했고, 큐브도 약화시켰고, 폴리모프 마법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네 사람에게 건 폴리모프 마법을 동시에 유지하느라 바실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듯싶지만 잘해 주고 있다.
이만하면 충분히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
그러니,
더 망설일 시간은 없다.
내일 아침이다.
“오드리세로 가자.”
* * *
총 7명이나 되는 결사단 전원이 동시에 움직이는 건 너무 눈에 띄는 일이다.
오드리세 산맥으로 향할 때까지 위험부담은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시간대를 나눠서 가기로 했다.
상단에 직접 잠입할 예정인 우리 넷은 오전 타임 기차를 타고 오드리세로 갈 것이다.
아르델 아카데미 역의 승강장.
일찌감치 도착한 아델라가 이쪽을 향해 격하게 손을 흔들었다.
긴 생머리의 아델라라….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나는 피식 웃으며 아델라가 있는 쪽으로 걸었다.
“윤하을은?”
“어, 저기 오네.”
검은 머리의 윤하을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돌아왔다.
빨간 머리에 삐쭉하게 쳐 내린 긴 머리. 모험가를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에 순간 놀란 얼굴이 되었다. 신비로운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쾌활해 보이는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
지난번 폴리모프 연습 때와는 또 달라졌네.
늘 반짝이는 저 동글동글한 눈동자는 그대로지만.
아직 [그림자화]로 몸을 숨기지 않은 바실이 신기하다는 듯 튀어나와 킁킁거렸다.
“어때? 바실이가 추천해 줬어!”
바실의 추천이라.
“꾸우?”
녀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윤하을의 짐을 받아 들었다.
“그냥 네가 하고 싶었던 거겠지.”
“…들켰네. 사실 바실이 팔아서 핑계대고 싶었지.”
윤하을은 웅얼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이른 아침부터 나오는 건 윤하을의 생활 패턴상 흔치 않은 일이다.
“끄응. 빨리 도착해서 자고 싶다….”
“왜 그 소리 안 나오나 했다.”
“죽을 거 같아….”
더더구나 방학이라면 어디엔가 틀어박혀 골골대고 있었을 윤하을이 아침 댓바람부터 아르델 황도에서 꽤 떨어진 오드리세 산맥까지 가다니.
내일 해가 서쪽에서 떠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웃는데 아델라가 기차표를 확인하며 물었다.
“이제 곧 출발이지?”
기차표상 찍힌 시간으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의 본거지일지도 모르는 오드리세로 가는 발걸음이 마냥 가벼울 수는 없겠지만, 애써 별일 아닌 것처럼 편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데.
“솔리아는?”
아까부터 솔리아가 보이질 않았다.
내 물음에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러게. 왜 이리 늦지?”
일찌감치 나왔으면 나왔지, 약속을 안 지킬 애가 아닌데.
같은 기차를 타기로 했으니 지금쯤은 기차역에 왔어야 할 시각이다.
괜히 불안해진다.
“무슨 일 생겼나? 잠깐만. 확인하고 올게.”
“지금? 10분도 안 남았는데?”
“두고 떠날 수는 없잖아. 금방 돌아올게. 기다리고 있어.”
“어… 어어.”
아델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실에게 [그림자화]를 걸어 주어야 하는 솔리아다.
이번 잠입에 큰 전력을 차지하는 솔리아인 만큼 조금 늦는다고 해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기차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유가 없다.
인파를 뚫고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니,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허억… 헉.”
숨을 헐떡이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찾아야 할 사람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사람들 틈에 휩쓸려서 놓치게 된다면 곤란했다. 정신없이 뛰면서도 솔리아를 찾아 사람들의 얼굴을 눈으로 좇았다.
일단 지금 이 기차역에 도착한 거라면 만날 수 있을 텐데.
조급함에 큰 소리로 악을 쓰듯 외쳤다.
“솔리아!”
얘 어디 갔냐, 정말.
절대 늦을 애가 아닌데….
“솔리아!”
그렇게 정신없이 외쳐 대던 순간이었다.
“한시하!”
어?
환청처럼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실의 폴리모프로 순간 못 알아볼 뻔했으나, 솔리아인 것이 분명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나는 허겁지겁 사람들의 틈에 끼어 솔리아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한시하! 한시하!”
솔리아는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면서 이쪽으로 내달렸다.
급하게 뛰어서인지 잔뜩 상기된 얼굴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무거운 짐을 가득 들고 달려오는 솔리아에게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어이구.”
우당탕탕.
불안하다 싶었는데 양손 가득 들린 짐가방을 놓치고선 앞으로 고꾸라진다.
“괜찮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급해 보이는 얼굴.
살짝 늦기는 했어도 기차를 타기엔 충분했다. 조금 빨리 가기만 하면 무리는 없다.
“천천히 가자. 그렇게 뛸 필요 없어.”
나는 솔리아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하지만, 솔리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선 고개를 저었다.
“한시하, 이거 받아!”
“뭐?”
솔리아는 짐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었다.
윤기 나는 양털재질의 검은 망토.
양손 가득 그걸 쥔 채 구겨서 던진 솔리아가 다급히 말을 뱉었다.
속사포로 쏟아 내는 말들이 귓가를 때렸다.
“그림자화 대신에 이걸 쓰고 다니면 문제없을 거야! 최소 열두 시간 지속되는 고급 투명화 망토인데, 가방 가득 넣었으니까 며칠 정도는 괜찮아. 이거 잔뜩 구하느라 진짜 늦을 뻔했어!”
응?
“클로스티 거는 준비를 못해서… 웬만하면 바실이한테 입혀 줘. 그리고… 내가… 또….”
허겁지겁 말을 쏟아 내는 솔리아.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솔리아의 팔을 붙들었다.
“천천히, 침착하게 얘기해 봐. 무슨 일이야?”
“아르케넨트 령에 일이 좀 생겼어.”
“아르케넨트 령에?”
솔리아가 자신의 공석을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투명화 망토.
솔리아는 미안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힘겹게 말을 뱉었다.
“저주받은 땅이 사람들을 삼키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 아버지가 급히 내 도움이 필요하대서. 정화력을 쓰러 가야 할 것 같아.”
흑요석 채굴장 근처에 벌어진 이상 현상.
갑자기 황폐화된 농지가 저주받은 땅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단다.
아무래도 흑요석을 채굴하면서 흘러나온 마기가 증폭되어 벌어진 현상인 듯해 보였다.
애초에 그런 재해를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솔리아뿐이다.
가지 말라고 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아르케넨트 령에는 지금 솔리아가 필요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야지.”
잔뜩 미안해하는 기색.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괜찮다.
이만하면 투명화 망토의 양도 충분하고, 솔리아가 잠시 공석이 된다고 크게 곤란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전면전을 펼칠 게 아니라, 잠시 잠입할 뿐이니까.
“괜찮아.”
“금방 합류할게.”
큐브의 위치나 그들의 본거지를 알아내기 전까진 적극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때까지만 돌아와 주면 문제없다.
다만.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될 뿐이다.
저주받은 땅의 정화.
그런 면에서 솔리아를 따라올 자가 없지만.
그녀에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어쩐지 걱정되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 내 눈빛을 질책으로 느꼈는지, 솔리아가 미안해하는 얼굴로 말한다.
“…진짜 금방 돌아올게.”
“그래.”
내 시선이 솔리아의 목에 걸린 아티팩트에 닿았다.
영롱한 목걸이가 햇살에 닿아 반짝였다.
늘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 아티팩트는 솔리아를 참 닮았다.
더없이 맑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아티팩트.
나는 그걸 뚫어져라 보다가 피식 웃었다.
“예쁘네.”
그러곤, 솔리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꼭 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