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96화(19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96화
퍽.
상인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한시하를 발로 걷어찼다.
당연하지만 은신 중이니 마법을 쓸 수는 없다. 무력하게 얻어터진 한시하는 바닥을 구르며 곡소리를 냈다.
“아아아악!”
그리고, 전혀 신빙성 없는 소리를 덧붙였다.
“아이고, 나 주거… 나 죽넹….”
퍽퍽.
“아아아악!”
어째 맞는 소리보다 소리 지르는 게 더 큰 느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윤하을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와… 연기 진짜 잘한다.”
처맞으면서 실실 쪼개는 놈이라.
확실히 정말 미친놈으로 보이기는 했다.
상인은 눈이 돌아서 저 모습이 안 보이는 듯싶은데.
조금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아델라의 입장에선 퍽 신선한 광경이었다.
“…취향이 원래 저랬어?”
“몰라. 조금 즐거워 보이는데.”
“아아아악! 잘못했어요!”
입으로는 곡소리를 내면서 두 눈이 빛나고 있는 걸, 오랜 시간 한시하를 봐 온 둘이 모를 리가 없었다.
일단 계획대로 시비를 터는 거엔 성공했고.
먼지 나게 처맞는 것도 성공한 듯 해 보인다.
“거기서 너무 즐기고 있는 게 문제지.”
“생긴 건 어른스러운데… 왜 정신연령은 우리랑 비슷한 것 같지.”
“당연하지. 폴리모프잖아.”
“응….”
스물여덟의 한시하는 역시 껍데기일 뿐, 저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윤하을은 단정했다.
그러고는 한숨과 함께 덧붙였다.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거야….”
이렇게 한시하가 바닥을 구르는 와중에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얻어맞는 와중에도 대책 하나는 확실한 인간.
일반인인 상인들은 모르는 것 같아도 윤하을의 눈에는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악! 잘못했어요!”
한시하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배리어.
미세한 마력으로 방어막을 삼고 있었나. 아마 신나게 걷어차고 있는 건 저쪽인데, 때리면 때릴수록 발만 아플 것이다.
“어우, 씨. 이 새끼, 이거. 몸은 왜 이렇게 단단해. 시비 걸다가 여기저기서 처맞았나.”
“…그럴 리가요. 저는 선량한 시민인데요? 악!”
빡!
결국 더 까불어 대던 한시하는 뒤통수를 맞고 조용해졌다.
“목소리만 커서는, 싸움 실력은 영 별 볼 일 없잖아?”
여차하면 제 친구들을 동원할 생각이었던 상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뭔 배짱으로 우리 상단 구역에서 깝친 거냐?”
“….”
“팔다리 하나라도 부러뜨려 놔야 이 새끼가 답을 하려나.”
“잘… 잘못했습니다!”
“뒤에 난장판 된 거 안 보여?”
“보… 보입니다!”
슬슬 건수를 잡기 시작하는 상인.
10여 년간 상단 생활을 하면서 시비 붙은 애들을 등쳐먹는 것은 그의 주특기였다.
익숙한 일이니만큼 말도 거침없이 나온다. 상인은 본인이 깽판 치느라 엉망이 된 짐 더미를 손으로 까닥이며 한시하를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객기도 있는 놈이 치는 거야. 딱 보니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얼치기 같은데.”
아무리 오드리세 지역에서 한가락 하고 있는 상단이라 해도, 아무나 건드리는 건 아니다.
딱 봐도 멍청한 외지인이거나, 가족을 잃어서 갈 곳 없는 고아들.
눈앞의 한시하 일행은 전자에 속했다.
“너 이거 갚을 돈은 있냐?”
훌쩍.
한시하가 티 나게 들썩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없는데요….”
“등신 새끼. 이게 다 얼마짜리인 줄 알아? 물건 손상 갔으면 내다 팔지도 못하는데. 하아… 골 때리는 새끼네, 이거.”
“열심히 돈으로 제가….”
“어떻게 갚을 건데?”
“그건….”
잠시 우물쩍거리던 한시하는 난처한 얼굴로 입을 뗐다.
“여기서 일해서… 갚도록 하겠습니다.”
상인은 눈을 끔뻑였다.
이걸 이렇게 쉽게?
뭐, 이런 멍청한 놈이 다 있어?
‘생각보다 쉬운데?’
패기 넘치게 덤비던 꼴을 봤을 땐 만만찮을 상대일 줄 알았는데.
싸움도 못해, 머리도 못 굴려, 패기란 온데간데없고 축 처진 어깨로 제 눈치를 살피고 있다니.
굴려먹기 딱 좋은 스타일의 녀석이었다.
상인은 미묘하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비릿하게 웃었다.
“그래,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그렇지?”
“아… 예.”
울상이 된 얼굴로 훌쩍이는 한시하.
상인은 거들먹거리며 말을 얹었다.
“같잖은 동정도 능력이 있을 때 하는 거야, 멍청한 자식아.”
“네에… 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어떻게 부려먹어야 할지 고민했다.
싸움실력이 별 볼 일 없어서 그렇지, 못 먹고 자란 것치곤 제법 체격도 쓸 만하다.
거기에 더해 조금 얻어맞았다고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듯 순종적인 태도까지.
“아주 마음에 들어.”
“…네?”
“아니, 아니라고. 새끼야, 눈 깔아!”
“악!”
등쳐먹으려면 확실히 등쳐먹어야 하는 법.
괜히 생각할 여유도, 도망갈 시간을 줘서도 안 된다.
정신없이 한시하를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던 상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제 일행이 처맞는 데도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있었던 독한 어린애들.
“야. 뭣들 구경하고 있어?”
“예?”
“일행이냐?”
“어… 그게….”
“어디서 내빼려고 들어? 니들은 해당사항이 아닐 줄 알았어?”
이번에는 불똥이 그쪽으로 튀었다.
“니들도 같이 갚아.”
“헉!”
“어떻게 그런 일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리액션.
그 말을 듣자마자 살짝 올라간 아델라의 입꼬리를, 꽤 먼 거리에 서 있던 상인은 보지 못했다.
“훌쩍.”
어찌 되었건.
…그렇게 전원 취업에 성공했다.
* * *
끄응-.
윤하을은 악 소리를 내며 무거운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인정사정없이 굴릴 것 같더니만 실제로도 그랬다.
“왜… 나는 따라와서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마법과의 둘과 달리, 신학과 출신인 윤하을은 몸을 쓰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차라리 머리를 쓰는 일이라면 훨씬 더 익숙할 텐데.
금방이라도 뻗을 것만 같은 피로감에 골골거리던 윤하을은 벽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었다.
“야! 거기 수습들, 뭐 하고 있냐?”
“…숨 고르고 있었거든요!”
“가만 보면 저게 진짜 말끝마다 따박따박… 너 일로 안 와?”
바로 걸렸다.
윤하을은 팔딱거리며 달려오는 상인을 피해 앞으로 뛰었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아델라는 혀를 찼다.
물론 이 중에서 최약체에 속하는 윤하을이라 해도 저 상인 하나 정도는 껌이겠지만….
“악!”
일단은 싸우지는 않는 듯했다.
목덜미가 붙들려 질질 한쪽으로 끌려간 윤하을은 한시하를 향해 입모양으로 구조 신호를 보냈다.
아니….
셀프 구조를 해도 되겠냐는 의사를 보내왔다.
‘나 이 인간 족쳐도 돼?’
‘안 돼!’
‘반 죽여 놔도 돼?’
‘절대 안 돼!’
짝!
“뭘 그렇게 자꾸 꼼지락거려?”
“악!”
다행히도 그나마 이 상단에서 성격이 덜 더러운 편에 속하는 그웰이다.
다른 상인한테 걸렸으면 반 죽었을 태도였지만 무던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는 힘을 빼서 등짝 스매싱을 갈기고선 혀를 찼다.
일 잘하는 수습을 끌고 왔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만 어디선가 맹랑한 꼬맹이를 데려왔다.
짧게 친 빨간 머리에 저 만만찮은 눈빛 좀 봐라.
“꼼지락 안 거렸든요?”
“….”
“안 꼼지락거렸거든요? 꼼지락 안 꼼… 어우, 이거 발음 왜 이렇게 안 돼.”
“야야, 싸가지. 그게 중요한 거 아니니까 일하라고.”
“혀가 꼬여서 못하겠어요. 뇌랑 상의 좀 하고 올게요.”
그웰은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이마를 짚었다.
세멘트 상단에서 가장 성질이 더럽기로 소문난 말테의 앞에서는 설설 기던 녀석들이, 그가 떠나자마자 기세등등해졌다.
그 편에 서 있는 여자애는 더 가관이다.
묵묵히 일을 하는데….
심지어 잘하는데….
툭!
빡!
쾅!
“드럽게 많네.”
화를 내면서 하는 중이라 범접하기엔 조금 무서웠다.
그래 봤자 한 주먹거리에 불과할 어린 여자애일 뿐인데. 기분 탓인지 알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휘익-.
쾅!
‘기분 탓이 아닌가?’
방금 되게 무거운 밀가루 포대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린 것 같은데?
“야… 야… 자중해.”
“응?”
“그거 되게 무거운 거야.”
“아.”
아델라는 손을 툭툭 털고선 한 손으로 들던 밀가루 포대를 두 손으로 받았다.
받아서 한시하를 향해 던졌다.
“컥! 자중하라고!”
“방금 되게 자중했는데…?”
한시하는 아델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저희 동네에서 천하장사거든요. 아저씨가 이해하세요.”
그 모습을 보며 그웰은 인상을 찌푸렸다.
오드리세 산맥의 뒤편, 시골이나 다름없는 인듀스 지역에서 왔다고 했었지.
“깡촌에는 괴물들밖에 없나.”
보호자부터 어린애들까지.
도대체가 정상인 놈들이 없었다.
* * *
생명수 공장을 방불케 하는 체험, 삶의 현장.
한시하는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이마를 옷소매로 훔치고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까까지 그웰이 하도 간섭하느라 신경 쓰는 바람에 일이 배로 불편했었다.
아델라가 자꾸 무거운 물건들을 한 손으로 집어던지는 바람에 일일이 주의를 줘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
오히려 윤하을은 주의를 줄 게 하나도 없었다.
“…좀 자고 일어날게.”
도움도 별로 안됐으니까.
나는 가끔 쟤가 천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한시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래 보여도 제 할 일 있을 때는 어디선가 나타나 깔끔히 처리하고 가는 타입이니 믿을 수밖에.
그웰의 감시도 소홀해졌고, 이제는 조금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멘트 상단에 눌러앉는 게 계획은 아니었으니, 솔리아가 올 때까지 뭐라도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누구한테 말을 걸지?’
생명수 공장에서 했던 것처럼 일단 조심스럽게 상단 내에서 다른 이들의 동태를 살핀다.
겸사겸사 물어볼 게 있다면 물어보고.
그때, 주위를 두리번대던 한시하의 눈에 한 어린애가 닿았다.
너덜너덜해진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굳어 있는 남자아이.
“아!”
아까 자신이 구해 줬던 그 녀석이다.
결과적으로 붙잡혀서 끌려왔으니 구해 줬다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신 맞아 줬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지.
저 녀석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사연이 있으니 경계심도 덜할 테고.
한시하는 무거운 포대를 어깨에 지고선 그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안녕?”
또래로 보였을 때는 그냥 대충 다가가서 툭 말 걸면 될 것 같은데, 스물여덟의 한시하는 어쩐지 조심스러워진다.
뭐라도 알아내야 하는데.
“…어이.”
“야.”
“혹시 내 말 잘 안 들리니?”
한시하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치고선 말을 뱉었다.
그러고는.
휙.
눈앞에서 손을 휘저었다.
“…잘 들리는데요. 좀 비켜 주시죠.”
“나 아까 시장에 있던 그….”
뭐라 소개해야 할까.
구해 줬다는 건 너무 생색내는 거 같고.
맞아줬다는 건 뭔가 없어 보이고.
잠시 꺼낼 말을 고르고 있던 한시하를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녀석이 말을 뱉었다.
아.
“얻어터지던 사람이요?”
이 개자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