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97화(19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97화
“얻어터지던 사람… 하, 죽여주게 아름다운 수식어네. 그거밖에 없어?”
“얻어터지던 걸 그럼 뭐라고 포장해요. 전 이거 포장해야 하니까 비켜 주실래요?”
눈을 끔뻑거리던 한시하는 한 발 뒤로 비켜섰다.
다가오던 아델라는 그 모습을 보곤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구해 줘 놓고 싸가지 없게 툴툴대는 어린애의 인성 때문은 아니었다.
‘…한시하가 저걸 놔두네?’
한시하라면 진작 언어 교정을 해 주겠다고 주둥이에 주먹을 갈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웬일로 그냥 넘어가다니.
아델라는 그 광경을 보곤 윤하을과 함께 속닥거렸다.
“폴리모프와 함께 성격도 조금 바뀌었나 봐.”
“확실히 어른스러워졌지.”
“으응. 이제야 좀.”
그걸 알 리 없는 한시하는 두 팔을 걷은 채 묵묵히 녀석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름이 뭐냐?”
“….”
“그거 말해 주기 싫을 정도로 내가 꼴 보기 싫은가? 나는 죄 지은 거 없는데.”
“멍청하게 얻어터진 게 죄죠.”
“으음. 중죄긴 하네.”
버르장머리 없는 어린놈의 싸가지를 고쳐 주지 않는 이유는 있었다.
“괜히 끼어들어서 여기 끌려오긴 왜 끌려와요? 진짜 등신이세요?”
“걱정할 거면 좀 고운 말로 해 봐. 기왕이면 듣기 좋게.”
표면적으로 뱉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자신과 일행들이 여기에 끌려온 것에 대해 이 어린애가 나름의 자책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 이름 없어요.”
“아. 저런.”
“걱정할 거면 좀 성의 있는 말로 해 봐요. 기왕이면 듣기 좋게.”
“그런 거 잘 못하니까. 대신 성의 있을 만한 게… 이름 지어 줘?”
“생판 모르는 사람이 제 이름을요?”
“무명이 어떠냐.”
이름이 없으니까 무명.
아이는 질색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대충 지었어. 존나 별론데요.”
“그래, 무명아.”
“하.”
싫다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어째 매치가 안 되는데.
“야.”
“야보단 이름이 확실히 듣기 좋네요.”
까다롭긴 해도 단순한 면이 있는 꼬맹이었다.
한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질문을 시작했다.
다짜고짜 납품 품목을 물어봤자 이상하게 보일 게 뻔하다.
괜히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가면 곤란하니, 나름 일상적인 질문부터 시작이었다.
“그래, 무명아. 여긴 왜 끌려온 거냐?”
“…쟤들처럼요.”
녀석이 손끝이 향한 곳엔 아델라와 윤하을이 있었다.
힐끗.
눈치를 살피며 이쪽을 돌아보던 두 사람이 후다닥 뒤편으로 숨는다.
엿듣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한시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쟤네도 참 티 나게 숨는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한시하는 이어진 무명의 말에 조용해졌다.
아니, 더 이상 입을 뗄 수 없었다.
“저도 저희 누나가 그쪽처럼 깝치다가 끌려왔거든요.”
“뭐?”
“힘은 없는데 정의감만 철철 흘러넘쳐서. 그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고 제 가족 하나 똑바로 못 챙긴 최악의 보호자. 그런 사람이었어요.”
“….”
“그래서 저는 그쪽 같은 부류의 사람들 안 좋아해요.”
한시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니, 증오해요.”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꽤 오래전 얘기를 하는 듯한 두 눈은 티 날 정도로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 * *
말하지 않는 개인사에는 보통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델라도 그러했고, 자신도 그러했다.
한시하는 입을 꾹 닫은 채 아무런 말이 없었고, 적막을 깬 건 무명이 먼저였다.
“혹시 그럴 거 같아서 선수 치는 건데, 탈출할 거면 제대로 계획 짜고 탈출해 봐요. 저는 총 다섯 번 실패했으니까.”
“다섯 번이나?”
“네. 맨 처음엔 나가자마자 마을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했거든요. 다 같은 한패니까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요. 정상인 인간은 이쪽에 별로 없어요.”
“나머지 네 번은?”
“나가기 전에 걸린 게 두 번, 나가고 나서 마을을 못 벗어나서 잡힌 게 두 번. 오늘 본 게 그중 하나였는데. 당분간은 감시가 더 살벌해져서 못 나갈 것 같으니, 나갈 거면 최소 한 달. 그 후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여기 상단 하나 날리는 건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마력도 쓸 줄 모르는 일반인들.
흑요석을 납품하는 상단이라 해도 그냥 장사치들일 뿐이다.
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은 도와주지 못하는 처지라 미안하다.
한시하는 애써 그런 감정을 숨기고선 조금 더 깊게 질문했다.
“여기선 주로 무슨 일을 하냐?”
“물건 팔아요.”
“…그렇겠지.”
이름을 지어 준 뒤로는 틱틱대면서도 할 말에는 다 대꾸하는 녀석이었다.
“그것 말고는?”
“물건을 사겠죠? 갖다 팔아야 하니까?”
조금 쓸 만한 얘기가 나왔다.
한시하는 헛기침을 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여기서 주로 납품하는 물건은 뭐냐?”
“네?”
“너도 뭔지 알아?”
한시하의 물음에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잠시 턱을 쓸어내리던 무명은 질색하며 말을 뱉었다.
“…그건 또 왜 궁금하세요? 미리 말해 두는데, 약은 없어요.”
응?
“내가 약쟁이로 보였냐?”
“아뇨. 그쪽으로 탐했다가 골로 간 애들만 다섯 넘게 봐서요. 여기가 맨정신으로 버티기는 좀 애매한 곳이라.”
“약에는 관심 없어. 내가 찾는 거는 음… 마기가 강한 물건이라든가?”
“약 찾는 거 맞네.”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아는데 자꾸 단정 짓지 말지.”
“약쟁이였네.”
하여간 싸가지 없는 어린애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다.
“어쩐지 눈이 좀 풀렸어.”
“그럴 리가. 이렇게 총명한 눈은 처음일 텐데.”
“다 큰 어른이 양심도 없어요?”
“응?”
“왜요?”
“…오랜만에 듣는 어른 취급이라서 잠깐 적응을 못했네.”
한시하는 잠시 휘청거리며 무거운 짐을 다시 실어 날랐다.
“그래서 딱히 이상한 것들은 납품 안 한다는 거지?”
“…형이 좋아할 만한 건 없어요.”
“흑요석은?”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
“검은색 보석 같은 거.”
“약 같은 건 아예 없다니까요.”
아무래도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듯한데.
그래서 그냥 이쯤에서 질문을 끝냈다.
“끊어 보도록 최선을 다해 볼게.”
“다들 그러다가 약쟁이 되던데.”
무명의 말에 피식 웃어넘기며,
한시하는 뒤편에 있는 아델라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 * *
조금만 쉬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는 살벌한 납품 현장이다.
흡사 상하차나 다름없는 일을 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하고 나니, 잠시 숨 돌릴 시간이 돌아왔다.
생명수 공장 덕에 이런 일에도 익숙해진 한시하가 나름 팔팔한 체력으로 두 사람에게 향했다.
쉬는 시간이라 더 이상의 터치는 없다.
여기는 흑마법사들의 본거지가 아닌, 그저 깡패들의 상단일 뿐이었으므로.
특별히 세 사람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한시하는 무명과 대화하면서 대충 얻어 낸 정보를 정리해서 들려주었다.
“거의 5년을 일하면서도 검은 보석은 들은 바가 없다….”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닌 거 같아.”
윤하을은 무명이 있는 쪽을 휙 돌아보고선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판별기 급의 재능은 없었어도, 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굳이 거짓을 입에 올릴 성정의 아이는 아니었다.
“비밀스럽게 납품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지. 그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면 상단의 개나 소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놓지는 않았을 거야.”
목격자가 없다고 해서 세멘트 상단에서 흑요석을 납품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그 어떤 곳보다 악한 상단의 모습 그 자체.
어린애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고 학대하는 이들이다. 그 악행에 흑요석 납품죄 하나 추가된다고 뭐 달라질 게 없을 만큼.
“빨리 납품 경로를 파악하고선 부숴 버리고 싶은 곳이야.”
한시하는 그리 짧게 말을 뱉고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근처에는 개미 새끼 하나 없다.
아직까지 위장 신분도 들키지 않은 것 같으니 문제 될 건 없으나, 이젠 조금 더 적극적으론 나설 때였다.
한시하와 생각이 같았던 아델라가 말을 뱉었다.
“여기서 백날 일한다고 납품 품목을 다 볼 수는 없을 거 같아.”
“저 어린애도 못 본 거면 외지인인 우리라고 다를 건 없겠지.”
“직접 확인해 보자.”
아델라의 말에, 한시하는 굳게 닫힌 창고를 돌아보았다.
일하면서 줄곧 살폈던 건데 상인들이 가끔씩 드나들던 창고였다.
한눈에 봐도 꽤 커다란 규모에 있을 것은 다 있어 보이는 창고.
저 안에 납품 목록과 함께 장기로 보관해 두는 물건들이 있을 게 분명했다.
백날 여기서 눈치를 살펴봐야 나오는 건 없다.
한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을 반짝였다.
“야, 들어가자.”
* * *
끼이이익.
쾅.
한 손으로도 밀기 버거울 정도의 묵직한 문이 굳게 닫혔다.
어차피 이곳은 세멘트 상단의 구역이었고, 상인들이 오고 가는 한복판에서 창고의 물건들을 탐낼 멍청이들은 없었기에 보초가 따로 서 있지는 않았다.
애초에 한낮에 그만한 물건을 들고 나르는 데 걸리지 않을 리가 없기도 하고.
덕분에 적당히 눈치를 봐서 들어오는 데에는 성공했다.
아델라는 밖에서 망을 보고, 한시하와 윤하을은 창고에 잠입한다.
아직까지 작전은 무난하게 성공이었다.
“어디서부터 뒤져?”
꽤 넓은 창고의 내부. 윤하을은 물품들을 덮고 있는 천을 적극적으로 걷으면서 물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간 자신들을 찾으러 올지도 몰랐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
최대한 빨리 끝내자.
한시하는 머리를 굴려 창고 앞 짐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너는 이쪽을 뒤지고 있어. 나는 납품목록이 있나 확인해 볼게.”
“응!”
이 넓은 곳을 전부 뒤질 수는 없으니, 윤하을이 흑요석이 있나 살펴보는 동안 한시하는 그간의 납품목록을 확인한다.
다행히 오래 헤맬 필요도 없이 납품 목록은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어!”
높은 짐더미 위에 놓여 있는 종이 차트.
한시하는 차트를 손으로 낚아채고선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거의 1년 간의 기록이네.”
막대한 정보량이지만 전부 다 읽을 필요도 없고.
흑요석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걸?
그리 생각했으나….
“흑요석… 흑… 흑요석….”
왜 없냐.
홱.
종이를 다급히 넘기며 두 눈을 굴렸다.
이 페이지에도 없고, 다음 페이지에도 없다.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나?”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흑요석을 납품한다고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저주받은 보석이라고 안 좋은 소문이 돌 수는 있겠지만, 여기 상인들이 그런 소문을 신경 쓰는 인간들이었으면 어린애들이나 외지인을 잡아다가 수습으로 부려 먹지는 않았겠지.
“일단 이걸 챙겨서 나가야 하나?”
돌아가서 꼼꼼히 다시 훑어보면 놓친 부분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며 차트를 챙기려던 순간.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사마트폰이었다.
한시하는 자세를 낮추고선 진동하는 사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아델라?
-야, 지금 뭐 해?
-나? 지금 납품목록 훑고 있었는데. 왜?
망을 보고 있던 아델라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자, 한시하는 당황한 기색으로 벽에 붙어 섰다.
-지금 거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
뭐?
-숨어! 빨리!
아델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끊어지기 무섭게.
한시하는 허리를 꺾어 자세를 낮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