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화(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화
제 발로 여기를 기어들어 오다니. 소설 속 한시하는 미친놈이었음이 분명했다.
“허억… 헉.”
최대한 인기척을 내지 않기 위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몇 개 층을 올라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음습한 동굴을 빠져나가진 못했다.
왜냐하면.
“길이 어떻게 되는 거지?”
‘슬기로운 아카데미 라이프’에 빙의한 지 겨우 두 시간째.
상황을 정리해 본다면.
현재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줄거리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시하가 제 발로 멍청하게 흑마법사 단체에 가입하고, 그 수발을 들면서 성장하게 되는.
그런 삼류 엑스트라 악역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대로.
하지만,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나는 이 소설을 주인공 이한의 시점에서 기억하고 있을 뿐, 한시하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 기억 속 이 녀석은….
“그냥 뒈지는 애지.”
물론 그 뒈지는 장소가 아카데미 안이었지, 이런 이름 모를 동굴 속은 아니었지만.
나름 빠져나온답시고 빠져나왔는데. 어째 수명만 단축시킨 기분이다.
주먹을 꽉 쥔 채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해야 해.”
정신을 차려야 살아나갈 수 있다. 지금 내 머리는 과부하가 일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머리를 굴리는 거야 나름 자신 있다. 몸을 쓰는 게 젬병이라서 문제지.
빛이 들어오는 방향.
손을 뻗어 동굴의 벽을 짚었다. 조금씩 빛과 가까워지는 것을 봐선 이쪽 방향은 맞는 듯했다.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며 복도 끝을 살피던 순간.
말소리가 들려오며 공포감에 휩싸였다.
“무슨 일 있어? 왜들 이리 분주해?”
“지하 3층에서 꼬맹이 하나가 튀었다던데.”
미친.
이건 내 얘기다.
입을 틀어막으며 벽 옆에 붙어 섰다.
“꼬맹이?”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이라더군.”
슬기로운 아카데미 라이프의 작중 배경으로 펼쳐지는 곳이 바로 아르델 마법 아카데미.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남자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름은? 가문은?”
“글쎄. 수작질은 친 건지 아직은 모르겠네. 난데없이 흑마법을 배우겠다고 여기까지 들어와서 그대로 줄행랑 친 모양이야. 들여보내 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허어… 첩자인가?”
“별 볼 일 없는 꼬맹이라면 몰라도, 아르델 아카데미 출신이면 알아볼 필요는 있겠지. 제대로 도망치지도 못했을 거 같은데.”
쓸데없이 예리하시네요.
“잡히면 곱게 가긴 힘들겠군.”
“얼마 걸리려나?”
“한 시간 안에 죽는다에 내 지팡이를 걸지.”
“허허.”
내 목숨을 게임 아이템처럼 즐겁게 흥정하고 있는 흑마법사들을 보니 심장에 돌덩이가 얹힌 기분이다.
식은땀을 옷소매로 훔치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일단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걸리지 말아야 했다.
“….”
저벅저벅.
조금만 가까웠더라면 내 인기척을 감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운 좋게도 두 명의 흑마법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졌다.
“후하….”
죽는 줄 알았네.
눈치를 살피며 한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아까 지하 3층이라고 했다.
대략 세 층 정도는 올라온 것 같다.
그리고 아까부터 빛이 새어 나오던 철문.
저들이 저쪽 방향에서 내려온 게 맞다면.
“저기가 출구인가?”
일단 믿어 볼 거라고는 감밖에 없다.
침을 삼키며 손끝으로 철문을 살짝 열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밀어 보았지만.
“…열릴 리가.”
덜컹.
불안한 소리만 낼 뿐 요지부동이다.
여기 말곤 출구를 찾을 수가 없는데…. 꼼짝없이 갇혀 말라 죽어 갈 생각을 하니, 해탈한 듯한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하, 큰일 났네.”
식은땀이 흐르는 주먹을 꽉 쥔 채 다시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믿을 거라고는 오직 기억력, 그리고 한시하의 능력.
한시하는 백마법에 재능이 없었을 뿐, 마력은 타고났다.
끓어오르는 제 마력을 조절하지 못해 아군이고 적군이고 해할 수밖에 없었을 뿐.
그런 한시하의 마력을 조절하기 위한 매개체가 바로 흑마법이었다.
다른 생명체를 해함으로써 능력을 끌어 올리는 마법.
덕분에 한시하는 미친 듯이 빠르게 성장했다.
즉, 바꿔 말하면….
“조절만 하면 됐잖아.”
마력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쓸 수만 있다면, 저 튼튼한 철문도 제 힘으로 부수고 나갈 수 있다. 이 낯선 곳에 떨어진 지 고작 세 시간밖에 안 된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
손을 천천히 편 채 손끝에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주인공 이한이 처음으로 마력을 익히기 시작했을 때 이렇게 했던가.
마력. 게임이나 소설 속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 개념이었지만.
지금 내가 기댈 곳은 그 얄팍한 지식들뿐이다.
마력을 사용하는 방법. 그 원천.
머릿속의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그대로 절차를 밟아 나갔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피를 한데 모을 수만 있다면.
그것을 마력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하는 건가?”
파사삭.
푸른 아지랑이가 손끝에 감돌았다가 이내 스스슥 사라졌다.
이게 맞는 거 같긴 한데.
아직 내공이 너무 부족하다.
“한 번 더….”
숨이 가빠온다.
처음 수술실에서 메스를 들었을 때도, 이토록 두 손이 떨리진 않았었다. 피가 날 정도로 아랫입술을 깨물자, 조금씩 푸른빛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칼을 들고 와도 쉽게 벨 수 없을 거 같은 단단한 철문.
굳게 잠겨 있는 자물쇠를 향해 푸른 마력을 옮겼다.
정제되지 않은 초짜의 티가 여실히 느끼지는 가동력.
트드듯.
“하아… 하.”
역시나 쉽지 않다.
차라리 봉인 해제 마법을 썼다면 훨씬 더 수월했겠지만, 마력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태로 할 수 있을 리가.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에 한탄하며 다시 마력을 모으던 순간이었다.
홱.
“…!”
갑작스레 느껴진 기척.
들킨 건가?
덜컹, 하고 내려앉은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았다.
제기랄. 벌써부터 저 세상 행인가. 빙의한 뒤로 뭐 해 본 것조차 없는데….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춘 채 고개를 돌린 순간.
“어?”
뭐지.
로브를 쓴 남자들은 보이지 않고, 사람의 인기척도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 아닌 건 다행인데.
이건 뭔….
“꾸… 꾸우….”
붉은 꼬리에 커다란 두 눈망울.
이쪽을 올려다보며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는 녀석은.
웬 드래곤이었다.
어라?
“…파충류다.”
* * *
아, 직업병.
내 말을 들었는지 겨우 내 종아리 높이에도 못 올라오는 조그만 녀석이 날개를 펴 보인다.
파아앗.
몸을 부풀려 보이는 용기는 가상한데.
“아, 파충류 아니야?”
“꾸웅….”
아니란다.
머리를 긁적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개나 고양이는 허구한 날 봤어도, 파충류는 제법 낯설어서.
“꾸….”
무작정 좋다고 달려드는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테이밍?”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이쪽이다.
과거의 힘을 많이 잃었다고는 해도 슬카데미에서 단연 최상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가 바로 드래곤이다.
테이밍할 수만 있다면 수많은 테이머들이 두 눈 반짝이며 대기할 대상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테이밍하기가 까다로울 뿐더러, 실제로 만나는 경우도 흔치 않다.
그게 문제지.
슬라임 하나도 똑바로 테이밍하지 못해서 낙제를 받았던 1학년생이 바로 한시하, 내가 들어온 몸이었다.
저 녀석을 테이밍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저 문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그게 아닌 이상 짐 덩어리나 다름없다.
그나저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해츨링인 거 같은데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의아함에 녀석의 곳곳을 살피던 순간.
불현듯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설마.”
드래곤과 흑마법사들의 부속시설.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흑마법사들은 생명을 깎아 자신들의 힘을 충전한다. 인간에 비하면 영생에 가까운 생명력을 지닌 드래곤에게서 마력을 착취해 올 수 있다면, 그만한 힘의 원천이 없을 터였다.
딱 봐도 가족을 잃은 해츨링을 데려와 실험체로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위험천만한 일을….”
아무리 드래곤의 힘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걸리면 이곳이 초토화될 수도 있는 일이다.
소설 속에서도 결국 걸리는 바람에 흑마법사들이 반 이상 죽어 나갔던가.
덕분에 인력이 빈틈이 생긴 본거지를 주인공 이한이 손쉽게 찾을 수 있었지. 스쳐 지나가는 대사로 언급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인즉슨.
거기서 제 발로 탈출한 건가?
어떻게 나왔는 지는 몰라도.
“데려가면 안 되겠네.”
“…!”
테이밍이고 나발이고.
“지금 튀다가 잡히면 뒤지겠지만 너를 데리고 튀다가 잡히면 곱게 못 죽을 것 같아서… 미안하다.”
테이밍할 여력도 안 되고 책임질 수도 없다면, 여기서 돌려보내는 게 맞다.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고 뒤로 물러서려던 순간.
“끼… 끼엥.”
부비부비.
녀석이 슬며시 다가와 내 다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젠 급기야 내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내 말을 알아듣긴 한 건지.
혹시 데려가 달라는 건가.
커다란 눈망울을 끔뻑이며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게 간절히 부탁하는 것 같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안 돼.”
“끼… 끼에에!”
미친. 어디서 들키려고.
다급히 녀석의 입을 막은 채 철문 옆으로 붙어 섰다.
날개를 파닥이면서 크게 내 손길을 거부하진 않는다. 오히려 지금 데려가 주는 거냐는 듯 동그란 눈을 굴리고 있을 뿐.
아니, 여기서 나가야 데려갈 거 아냐. 드래곤의 힘으로 저 자물쇠라도 뜯고 나가 줄 수 있다면….
뜯고 나가….
“가능한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왜 이 생각을….
충분히 해 볼 만했다.
다급히 녀석을 내려놓으며 시도해 보려던 순간.
띠링-.
익숙한 알림음이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빙의자의 성향에 따라 스탯이 동기화됩니다.]내 성향?
[친화력 상승!] [친화력 상승!] [친화력 상승!]이건 뭔데?
알 수 없는 창들이 빠르게 내려가고.
마지막에 떠오른 멘트는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띠링-.
[‘테이밍’ 능력을 개화합니다.] [‘수상한 해츨링’을 테이밍하시겠습니까?]<??>
수상한 해츨링.
당신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레벨: 2
마력: 50
힘: 60
민첩: 35
지능: 10
[화염 방사 Lv 1]뭐?
이상하게 녀석이 나를 좋아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내가 한시하였다면 보자마자 기겁해서 도망갔을 테니까.
녀석의 태도가 이렇게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건, 분명 무언가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꾸우…!”
설마.
눈앞의 메시지창의 말대로, 전생의 성향이 그대로 불러와진 거라면….
떨리는 손으로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떻게 하는 건데, 이거.
설명은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하, 씨.”
내가, 너를 길들이겠다.
따위의 오글거리는 대사라도 뱉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녀석을 길들이겠다는 확신을 갖고 명령해야 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수치스럽다.
“하.”
수치스러워도 당장 뒤지는 것보다야 낫겠지.
특히나 길들이는 쪽이라면, 나는 제법 경험과 재능이 있는 편이다.
병원에 찾아와 잔뜩 날이 선 채 낑낑거리며 내 손을 물어재끼려고 하는 개들을 수없이 봐 왔다.
그런 개들을 수없이 길들여 왔다.
몇 번의 제스처로, 나름의 테크닉으로.
녀석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가장 먼저 안심을 주는 것.
그다음에는 신뢰를 주는 것.
나직이 입을 뗐다.
“…나를 믿어라.”
그리고.
“따라와.”
이게 맞는지 진짜 모르겠다.
근데 이거 말고는 생각이 안 나는 걸 어떡하냐고.
제발.
두 눈을 감은 채 천천히 테이밍의 의지를 확고히 하던 순간.
귓가에 이질적인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어… 이게 되네?”
특별한 의식이 따로 있던 것도 아니고. 이토록 간단하게.
얼떨떨한 표정으로 녀석을 돌아보았다.
파아앗.
메시지창과 함께 새하얀 빛이 녀석의 몸 주변을 감돌았다.
살포시 허공에 떠오른 녀석이 다시 바닥에 내려앉자마자 녀석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빛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게 된 건가?”
“꾸우?”
뚫어져라 이쪽을 올려다보는 눈망울은 그대로고.
변한 건 그다지 없는 것 같지만, 지금은 능력을 테스트해 볼 때가 아니었다.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되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철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나직하게 말을 뱉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지를 담아서.
첫 번째 명령이다.
“물어.”
“우우우웅!”
와다다다.
빠르게 철문 쪽으로 달려 나간 녀석은….
빠각.
“…!”
순식간에 철문을 뜯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