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00화(20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00화
일단 큐브고 나발이고, 이 폭탄 발언에 대해 수습할 필요가 조금 있어 보였다.
결혼운은 없는데 자식운은 많다고?
내 인생, 이거 맞아?
“콜록… 콜록.”
마시던 차가 잘못 넘어가서 헛기침이 나왔다.
아니, 방금은 정말 사레가 들릴 뻔했다.
아, 아니 방금 내가 들은 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
“결혼운이 없어요…?”
“응, 할 때마다 개박살 나네. 이미 한 번 박살 났지?”
“아… 아니, 그건 맞는데요….”
다 맞히니까 후자까지 맞힐까 봐 정말 불안해진다고!
나는 난처한 기색으로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일단 최대한 희망적인 쪽으로 생각해 보자고.
어디선가 들은 말이긴 한데, 원래 저런 대운 같은 게 되게 큰 부류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들었단 말이지.
“제가 직업이 뭐 키우는 직업이거든요. 혹, 혹시 그것도 자식운에 포함되나요?”
“아, 옆에 파충류 같은 거?”
“네네.”
“…그것도 자식운에 포함되지.”
후우….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노파는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녀의 눈앞에 앉은 나는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니, 그걸 진작에 말해 줬어야지!
놀랐잖아!
“바실이도 자식운에 포함이었어?”
“어쨌든 결혼운은 없는 거네?”
“어… 힘내….”
윤하을이 짠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아델라는 아무렇지 않게 독설을 날리고선 혀를 찼다.
그러니까, 자식운 문제는 대강 해결된 거 같긴 한데.
결혼운은 뭔데!
“저 진짜 없어요?”
“아예 안 보인다니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니, 저 단명하나요?”
“…이젠 생명운이야? 그건 추가금 나오는데.”
“아, 괜찮으니까 봐 주세요.”
딸랑딸랑.
방울을 흔들거리던 노파가 심각한 얼굴로 멈칫했다.
이미 결혼운까지 없는 마당에 뭐 더 잃을 게 있나 싶지만, 단명은 아무래도 곤란하다.
떨리는 심정으로 노파의 말을 기다리던 순간.
그녀가 거친 목소리로 입을 뗐다.
“걱정 마. 단명은 안 해.”
“…그래요?”
“한 몇백 년 살 거 같으니까.”
“네?”
“더럽게 오래도 사네.”
콜록.
또 사레가 들려 버렸다.
윤하을은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 나를 돌아보았지만, 황당한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생까지 합쳐도 몇백 년은 계산에 안 맞는데.
“아니, 잠깐. 그건 또 무슨 소리….”
“자, 끝났어. 다음 사람.”
인간이 어떻게 몇백 년을 살아?
아니, 그걸 떠나서.
“제가 몇백 년 동안 결혼을 못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너는 돼.”
“…제가 어때서요!”
결국, 아델라의 손에 밖으로 끌려나왔다.
윤하을이 다음 차례였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더 묻지도 못했다.
아델라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드래곤이야?”
“시람이거든?”
“몇백 년 산다며. 혹시 거북이야?”
“몇백 년 살겠냐고. 어, 살 수 있겠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건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잘 맞혀서 놀라긴 했지만.
그래 봤자 사짜일 뿐이다.
그럴싸한 말을 늘어놓았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설마. 윤하을도 못 보는 먼 미래를, 이런 시골의 점쟁이가 다 맞히는 게 말이 되질 않잖아?
원래 이런 건 좋은 말은 새겨듣고, 나쁜 말은 흘려듣는 법이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찬물로 속을 차렸다.
“다 헛소리네.”
딴 건 몰라도.
“결혼운, 그건 절대 안 돼.”
몇백 년 혼자 살기 싫어!
* * *
같은 시각, 한시하 일행을 점집에 바래다주고 상단에 돌아온 엘리사는 피식 웃었다.
“거의 다 떠먹여 줬는데, 그 꼬맹이가 못 받아먹지는 않겠지?”
어딘가 오묘하고 닮은 구석이 있는 빨간 머리 아이.
그녀가 예언가 유망주라는 걸 알지 못하는 엘리사는 그저 패기 넘치는 특이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함께 온 청년을 좋아한다고 했지.
“나이 차 때문에 우리 애가 좀 많이 아까운데.”
본인이 원하니 어쩔 수 없지.
연애운을 보러 간 김에 궁합도 보고 오라고, 엘리사는 나름 윤하을을 떠밀어 준 것이었다.
그렇게 간 점집에서 정말 충실히 점만 보고 있을 줄은 몰랐겠지만 말이다.
엘리사는 납품 목록을 확인하고선 하나하나 들어온 물건들을 체크했다.
사실 이건 프리드 상단 측에서 하는 일이었으나, 꼼꼼한 성격의 엘리사는 본인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편했다.
일단 거래하는 식량은 오전에 이미 전부 들어온 상태다.
“밀은 충분히 들여왔고… 가만 보자.”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엘리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자, 프리드 상단의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품목.
납품목록의 가장 마지막. 값비싸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광물들을 들여오는 칸을 확인한 엘리사의 표정이 굳었다.
“어?”
뭔가 이상하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선 다시 목록을 확인했다.
“어어어?”
매주 금요일.
일주일에 한 번씩 물건을 들여오는 날.
당연히 있어야 할 물건이 그 자리에 없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엘리사는 저도 모르게 경악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한 번 봐도, 아니 여러 번 봐도.
안 들어온 게 분명하다.
“아아아악! 조졌잖아!”
엘리사는 구겨진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 * *
아르델 제국의 황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오드리세 산맥.
이전에 살아온 곳들과는 달리, 어딘가 삭막한 마을이 퍽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홀로 조용히 지내기엔 퍽 좋은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옆집의 사람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다.
상단의 일이 바빠서인지 각자 묵묵히 자기 일을 할 뿐이다.
외지인인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들도 없었다.
외로워도, 편하다.
한시혁은 외진 저택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도각도각.
긴 생머리의 세피아가 힐을 신고선 이쪽으로 걸어왔다.
명랑한 목소리가 한시혁의 귓가를 간질였다.
“몸은 좀 어때요?”
늘 환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빛나는 사람.
마치 귀인처럼 나타나서는 잠시 휴식을 취할 저택을 마련해 주었다.
자세한 설명도 없이, 그저 요양을 떠난다 했을 뿐인데. 마치 제 일처럼 세피아는 자신에게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한시혁은 두 번 더 폭주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인지하자마자 숲속으로 기어들어 갔고, 다행히 세피아에겐 들키지 않고 해결했다.
몸살이 났다며 대충 둘러 댔는데, 그 말을 기억해서인지 시장에 나갈 때마다 약을 두둑이 사 온다.
세피아는 희뿌연 물약을 손으로 흔들고선 한시혁에게 건넸다.
“하루 세 번, 밥 먹고 알아서 챙겨 먹어요. 먹여 줄 나이는 아니잖아.”
“예, 고맙습니다.”
툭.
한시혁은 세피아가 던져 준 물약을 조심스레 받아 들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을 떠나자마자 흑마법사라 수배령이 내려질 줄 알았건만.
한태수는 한시혁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목적을 다했다 생각한 듯했다.
한시혁이 흑마법사라는 사실은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눈앞의 세피아가 저리 편견 없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만 해도 그러했다.
다행이다.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생판 남인 자신에게도 약까지 챙겨 주고 지극정성….
‘이 약은 어차피 필요 없을 텐데.’
꾀병이니 약효가 어떻든 의미가 없다.
못 이기는 척 받아 든 물약을 대충 흘리려던 한시혁은, 세피아의 명랑한 한마디에 멈칫했다.
“여기서 먹어요.”
“네?”
“대충 보니까 나 가면 다 흘려버릴 것 같은데?”
“….”
“아주 귀신같죠?”
“예언가보다 예언 능력이 뛰어나시네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닌데 세피아가 배시시 웃었다.
한시혁은 떨떠름한 얼굴로 손에 쥔 물약을 내려다보았다.
병적으로 관리하는 주변 환경만큼이나, 제 건강에도 진심인 한시혁이다.
아프지도 않는데, 이 물약을 삼켜도 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세피아가 그를 재촉했다.
“몸살 기운에만 먹는 약이 아니라, 근육통에도 좋아요. 마법사들이 몸보신 할 때 들고 다니는 약인데… 아무튼 비싼 거라니까?”
“제가 마력을 쓸 일이 어디에… 아.”
투덜대며 말하던 한시혁은 침을 삼켰다.
지난 폭주로 괜히 체내의 마력을 다 쏟아내 버리는 바람에 근육통이 며칠 가긴 했다.
이러다가 기절해 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던 허약한 체력.
자신이 마법사는 아니지만, 세피아의 말이 맞다면 이 약은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세피아는 싱긋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또 그 약엔 저주 면역도 걸려 있는데요.”
“아주 만병통치약이라고 광고하시지 그럽니까.”
“비슷해요! 그래서 마시면….”
한시혁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약의 뚜껑을 땄다.
은은한 과일향이 나는 물약이다.
“아마 환각도 나아질 거예요.”
“네, 감사합….”
물약을 삼키려던 한시혁의 손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늘 무심하던 한시혁의 표정이 살짝 굳어 있었다.
“네?”
“환각도 나아질 거라고요.”
“아니, 제가 환각이 보인다는 걸 어떻게 아십니까.”
한시혁은 그대로 물약을 내려놓았다.
세피아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머금은 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웃음이었지만, 한시혁은 그 미소 속에서 다른 뜻을 읽었다.
한시혁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그 눈빛을 받아쳤다.
“어쩐지.”
“예언가가 무슨 눈치가 그렇게 없어요?”
세피아 정도 되는 마법사가 이 근처에서 일어난 폭주를 모를 리가 없었는데.
두 번이나 반복되었던 제 어설픈 변명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는데.
왜 아무 말이 없었나 했다.
한시혁은 황당하다는 듯 세피아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사람입니까?”
세피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배시시 웃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말장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라, 저도 진심이었는데.”
“양심상 마법부를 때려치우신 겁니까.”
“그럴 리가요. 저 양심 없어요!”
쓸데없이 당당하기까지.
한시혁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뱉었다.
세피아 정도 되는 마법사가 뭐가 아쉬워서.
권력과 부, 모두를 쥘 수 있었을 마법부 전 위원장이었는데.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국이 썩을 대로 썩은 거 아닙니까.”
“더 나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 표정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늘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농담만 주워섬기는 그녀지만, 저 말만큼은 그녀의 신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한시혁은 늘 그렇듯.
그런 신념을 가지고 사는 자들의 미래를 알고 있다.
물약의 맛 때문인지, 씁쓸한 맛이 입가에 맴돌았다.
한시혁은 탁자 위에 놓인 물약을 움켜쥐고선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교양을 중시하는 한시혁답지 않은 행동.
세피아는 그런 그를 흥미롭다는 듯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아! 저 근처에 납품할 물건이 생겨서요. 확인하고 올게요!”
여느 때처럼 환하게 웃으며 쪼르르 달려 나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