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02화(20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02화
동생이 죽었다고 믿어 온 것과 눈앞에서 죽어 버린 것은 다르다.
눈앞에서, 동생이 죽었다.
엘리사는 비명 한 번 지르고 못하고 쓰러진 무명을 붙들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이 하염없이 무명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왜… 왜… 대체….”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이 로브를 쓴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절규하듯 물었다.
“아무도… 모르게… 보내면 되었잖아!”
“나는, 뒤끝을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아.”
“고작… 그런 이유로요…?”
“엘리사. 나를 실망시키지 마.”
“하… 하하….”
실망이라.
엘리사의 눈에서 증오 가득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세멘트 상단에 맞아 죽을 뻔했던 자신을 구해 준 은인이다.
그녀와 함께 달콤한 목소리로 잘못된 사회를 논했다.
죄 없는 이들을 배척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죽여 버리는 귀족들을 욕했다.
황제를 죽여 이 빌어먹을 제국을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헌데.
“왜… 죄 없는 애를 죽여….”
눈앞의 여자가 그 귀족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왜…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당신이 죽여!”
대체 무슨 자격으로.
대체 무슨 이유로.
어떤 명분이 있기에, 죄 없는 아이를 죽이는가.
“당신이 뭔데! 왜 내 동생을 죽여!”
엘리사는 처음으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아아악!”
옳다고 믿어 왔던 제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
엘리사는 절망에 빠져 주저앉았다.
무얼 위해서 싸워 왔나.
이제는 그 이유조차 희석되어 알 수 없는 게 아닌가.
엘리사는 그녀를 제 손으로 죽이고 싶었다.
제 동생을 죽인 저 손을 꺾어 버리고, 무심한 저 눈동자를 파내고 싶었다.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똑같이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게 엘리사에겐 정의가 되었다.
정의라는 게 원래, 손바닥 뒤집듯 어찌 부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가.
엘리사는 그리 생각하며 무딘 검을 들었다.
하지만.
“어… 어어….”
검을 쥔 손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은 ‘조종’.
로브를 쓴 여자가 인상을 찌푸리고선 말했다.
가벼운 목소리는 마치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툴툴거렸다.
“실망시키지 말라 했잖아.”
그 말의 의미를 알아 버린 엘리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 이 개자식이….”
“쓸모가 없어져 버렸네. 유감이야.”
자신이 힘을 준 모든 이들을 꼭두각시처럼 부릴 수 있는 마녀 같은 존재.
그런 이가 자신에게 명령한다.
“죽어, 엘리사.”
“어… 어….”
그 명령은 결코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걸, 엘리사는 직감적으로 안다.
맨땅에서 태어나 바르작거리듯 살아온 인생.
“으윽….”
그 마무리에,
자신은 웃었을까, 아니면 울었을까.
그조차도 알 수 없어져 버린, 제 것이 아닌 몸뚱어리.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했고, 제 죽음조차 선택할 수 없었다.
“아….”
엘리사는 텅 빈 눈으로 검을 들었다.
“컥!”
그러고는, 제 가슴에 찔러 넣었다.
* * *
그 모든 광경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윤하을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손을 떨었다.
“미친….”
프리드 상단은 흑요석을 유통하고 있었고, 그 책임자는 엘리사였다.
그녀와 가까이 지내 온 윤하을에겐 그것만 해도 충분히 충격 받을 일이지만, 그랬던 엘리사가 죽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제 동생과 함께.
엘리사는 눈을 부릅뜬 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로브를 쓴 여자는 시야를 가리는 그녀가 불쾌하다는 듯 발로 밀어 넘어뜨렸다.
쿵.
쓰러진 엘리사를 향해 눈길도 주지 않은 여자는 성가시다는 듯 말을 뱉었다.
“더 숨어 있는 쥐새끼는 없나?”
“없습니다.”
“좋아.”
이어 미약한 온기가 남아 있는 엘리사를 돌아본 그녀는 혀를 찼다.
“꽤 유능한 아이었는데… 대의를 치르기에는 더없이 미숙해.”
엘리사에 대한 짧은 평가.
자신이 죽여 버린 이의 끝을 읊고 있다기엔 지나치게 건조한 목소리.
한시하는 이를 악문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솔리아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투명화 망토로 저편을 보고 있고.
아직 이쪽의 위치는 들키지 않은 상태였다.
한시하는 최대한 숨을 죽인 채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로브를 쓴 여자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목소리를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예상 밖의 습격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물건은 뺏기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옮겨야겠어. 싸움이 너무 커졌거든.”
프리드 상단의 이름을 팔기에도 죽어 나간 사람의 수가 너무 많다.
로브를 쓴 여자는 더 이상 프리드 상단과 거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자는 그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번 일도 보스에게는 보고하지 않습니까?”
“….”
“저는 뜻을 따르겠습니다만, 결국 보스와 뜻을 달리하시는 건지….”
로브를 쓴 여자가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로브를 벗어 내렸다.
“그 인간은 너무 야만적이야.”
로브를 벗자 드러나는 생머리.
바람에 살랑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린 여자가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 인간과 다른 세상을 꿈꾸거든.”
섬뜩할 정도로 매력적인 눈동자가 햇살을 받아 빛났다.
그 얼굴을 멀리서 확인한 세 사람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한시하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저… 저 사람은….”
학술회에서 만났던 얼굴.
어릴 적부터 마법부 위원장을 겸임했던 천재 마법사, 세피아.
그녀가 고개를 까닥이며 말을 뱉었다.
“그리고, 최근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어.”
“지원군이라면….”
“한시혁. 그자가 찾아왔어.”
그녀의 말에, 한시하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 * *
충격적인 것을 보았고,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세피아가 떠나가고 나서 방금 들은 사실들을 이한에게 보고했고, 세 사람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프리드 상단으로 복귀할 수는 없다.
“여기를 뜨는 게 안전할 것 같아.”
아델라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NGC 구역은 둘로 나뉜 듯했다.
원작에서는 없던 설정이었는데.
아니, 여기까지 자세히는 서술하지 않은 건가.
나쁜 놈들이니 전부 쓸어버려야 할 뿐, 그중에서 덜 나쁜 놈, 더 나쁜 놈을 고르고 있진 않았을 테니까.
자신이 알고 있는 최종보스 아바돈.
그리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하는 세피아.
그들의 갈등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세피아가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울렸다.
‘한시혁. 그자가 찾아왔어.’
죽지 않은 건 확실한데, 하필이면 세피아와 함께 있다.
대체 무슨 이유로 그 무서운 여자랑 함께 있는 거지?
세피아가 저런 인간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거 같았어.”
“한시혁 교수님도… 조종할까?”
“발동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제약이 없진 않을 거야.”
테이머도 어떻게 되면 ‘조종’의 일환이지만, 쓸 수 있는 마력이 한정되어 있고 길들일 수 있는 대상 또한 한정되어 있다.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세피아도 그러한 일종의 제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제약을 알아내서 한시혁을….
“아니, 아니지.”
지금 당장 한시혁을 빼내오는 것은 무리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한시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선 고민했다.
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솔리아와 합류하자.”
오드리세 산맥에서 알아낸 것들을 종합하고, 저 팀과 의논한다.
아르케넨트 령에 있을 솔리아와도 다시 합류한다.
아델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시하에게 물었다.
“교수님이 저기에 있는데… 너 괜찮아?”
“어린애도 아니고. 제 목숨은 알아서 붙들고 있을 거야.”
“그건 그렇지만….”
납치되었는지, 제 발로 기어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냉정하게 보자면 그러하다.
“만날 때가 되면 만날 거야.”
그러나, 그리 말하는 한시하의 표정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한시하는 넋이 나간 얼굴로 사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솔리아에게 연락해야 했다.
아르케넨트 령의 정화.
금방 끝날 일이라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늦어지고 있었다.
한시하는 솔리아의 답이 없는 사마트폰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한시혁의 일 때문에 괜히 더 불안해진다.
한시하는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
-솔리아.
-일은 끝났어?
-솔리아.
-대답해.
여전히 답이 없는 사마트폰.
한시하는 초조한 표정으로 사마트폰을 노려보았다.
윤하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솔리아도 연락이 안 돼?”
“어. 아무래도 아르케넨트 령에 직접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저주 받은 땅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시혁이면 몰라도, 솔리아 혼자 보낸 곳에서 연락이 없으니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드리세에서의 일은 해결되었으니까, 우리가 그쪽으로 가자.”
“그러자, 그럼.”
아델라 역시 한시하의 말에 수긍했다.
상황적으로 따져 봐도 여기에 계속 버티고 있는 것보다 빠르게 자리를 뜨는 편이 낫다.
“이한에게는 내가 연락을 취할게.”
“고마워, 아델라. 근데, 어느 쪽으로 가면 되지?”
흑요석 채굴장 근처에서 일이 났다고 했으니까, 솔리아가 그쪽에 있을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아르케넨트 령도 꽤 규모가 있는 편이었기에, 곧바로 채굴장 근처로 가는 편이 낫다.
다행히 아델라는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담담하게 답했다.
“옵시안.”
“뭐?”
“옵시안 채굴장이야. 아르케넨트 령 북쪽. 여기서 멀긴 한데, 하루 안이면 갈 거야.”
“….”
옵시안….
그 이름을 곱씹던 한시하는 아델라의 말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설마.
“왜 그래?”
어딘가 익숙한 지역의 이름.
별생각 없이 지도를 보고 갔을 때에는 몰랐다.
“안 돼….”
아르케넨트 령의 저주받은 땅 에피소드는 원작에 없었다.
아니, 그리 세세하게 내용을 다루진 않았다.
흑마법사들의 전투가 일어난 곳에 이한이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솔리아가 사망했다.
충분히 살 수 있었던 것을, 독이 퍼져서 죽었다.
그게 슬카데미의 메인 캐릭터, 솔리아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원작에선 그곳이 아르케넨트 령이 아니었다.
당연히 아르케넨트 가문은 제 땅을 되찾지 못했으니까.
옵시안의 저주받은 전투라 서술되었을 뿐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서술과 달라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장면과 달라서.
한시하는 간과했다.
이한과 함께 싸웠어야 했을 전투에, 솔리아 혼자 보내졌다.
이한은 그 자리에 없다.
자신 역시, 그 자리에 있어 주지 못했다.
“가야 해… 지금 당장….”
한시하는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히 일어섰다.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망설이는 것조차, 그에게는 사치였다.
“가야 한다고!”
한시하는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솔리아가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