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06화(20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06화
베티의 죽음은 아르델 아카데미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왔다.
교내에서 맞이한 죽음.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독살당한 흔적. 범인은커녕 용의자도 잡아내지 못한 아카데미의 무능함.
이대로라면 아카데미에서의 교육을 전면 중단하고, 자식을 복귀시키겠다는 귀족들도 늘어났다.
그건 한태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흑마법사들의 소행인 듯하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카스티카 령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면 말해라. 마차와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다.
한태수가 보낸 편지를 찬찬히 읽고선 주머니에서 넣었다.
감사한 말이긴 하나, 이 상황에서 아르델 아카데미를 뜨는 것이 더 말도 안 된다.
카스티카 령은 안전한가?
아니다.
곧 아르델 제국 내에 안전한 곳은 없어질 테니까.
이렇게 아카데미에서 독살까지 감행할 정도면, 어느 정도 세력을 키웠고 양지로 올라올 거란 뜻이겠지.
큐브를 몇 개나 집어삼킨 거야.
물론 그런 실리적인 이유도 있지만….
거기엔 감정적인 판단도 섞여 있었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꽤 가까웠던 사이.
베티 선배를 누가 죽였는지.
우리는 그 범인을 찾아내 족쳐야 하니까.
결사단 전원.
나탈리의 작업실 지하에 모인 우리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아닌 척해도 지금 여기서 멀쩡한 사람은 없었다.
베티 선배를 가장 가까이에서 봐 왔던 건 나지만, 다른 친구들도 그 선배와 접점이 어느 정도는 있었던 모양이었다.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후배들을 받아 주는 착한 선배.
베티 선배가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점에는 모두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악연이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했다. 베티 선배는 절대 누군가가 앙심을 품을 만큼 적을 만들 사람이 아니다. 그런 선배가 흑마법의 흔적이 묻어 있는 물약에 의해 독살당했다.
“동감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야. 반드시 선배를 죽여야 할 이유.”
아델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그 선배는 마법과 소속이긴 했어도 전투 재능은 아니잖아. 흑마법사들과 싸울 일도 없었을 거고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는 성격이었으니까….”
“연구.”
나는 아델라를 돌아보며 그 말을 입안에서 굴렸다.
“…해서는 안 되었던 연구인 거 아니냐?”
“해서는 안 되는 연구?”
예전에 한시혁이 경고한 적이 있었다.
해독 아티팩트를 처음 만들었을 때, 누군가는 그 발견을 불편해 할 것이라고. 연구를 막기 위해 나를 해할지도 모른다고.
지금으로선, 베티 선배가 그런 위험한 연구에 뛰어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거야. 우리는 수사관이 아니라, 지금 당장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턱없이 적을 테지만.”
원래는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한시혁이 수사에 들어갔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나와 아델라가 수사 보조의 명목으로 이번 건에 끼어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그의 공백으로 내부 수사관이 없는 상황이었고. 새 수사관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그린트 교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린트 교수는 실력 좋은 교수이나,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델라 역시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답지 않게 떨리는 목소리가 작업장 내로 울려 퍼졌다.
“이대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냐. 베티 선배,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 근데, 그렇지만… 이걸 놔두면 다음엔 누가 될지 몰라. 더 안타까운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아델라가 나를 천천히 돌아본다.
“한시하. 힘든 일이겠지만… 선배가 준비하고 있던 연구 논문 주제에 대해 확인해 줘.”
“알았어.”
“아니면 선배가 최근 읽었던 논문들도 상관없어. 그 중에 문제 될 만한 것들도 있으면 한 번 얘기해 주고.”
“어, 그것도 알겠어.”
지금 여기서 베티 선배의 연구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사람은 나다.
유품이 되어 버린 베티 선배의 짐을 뒤져야 할 내 심정이 결코 편치는 않겠지만, 해야 할 일이었다.
오히려, 다른 게 더 걱정이 되었다.
갑작스레 에른스트 교수의 연구실에 모든 짐을 두고 떠나게 된 베티 선배다.
만일 정말 연구 주제가 문제였다면 그 기록마저 이미 흑마법사들이 털어 간 게 아닐까 싶지만….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 * *
외부의 마력을 저장할 수 있는 아티팩트.
베티 선배가 내게 건네려던 논문의 초안은 다소 위험한 주제를 담고 있었고, 우리의 가설대로 이 연구가 원인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때.
베티 선배에 대한 소식은 전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한시하! 한시하!”
나탈리가 선배 죽음의 직접적인 이유를 찾아냈다.
여기서 그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나탈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지난주 판매 리스트를 꺼내왔다.
“…목걸이가 사라졌어요.”
목걸이?
“원래 판매 물품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직원이 이걸 베티 선배한테 팔았던 것 같아요. 연구 목적으로 쓴다고….”
나탈리의 말을 듣자마자, 그게 무슨 목걸이였는지 기억이 났다.
‘마력이 저장되어 있는 목걸이예요.’
‘외부의 마력을 끌어 올 수도 있어요.’
‘실제로 큐브의 초기 구상품이에요. 마력을 끌어 올 수 있는 정도가 미약해서 폐기되었어요.’
큐브와 비슷한 원리로 구동되던 목걸이.
나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나탈리에게 물었다.
“왜 폐기를 안 했어?”
아직 물려받지 않은 작업장의 아티팩트들을 나탈리 선에서 마음대로 폐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실수가 너무나도 큰 비극으로 이어졌기에 질책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한테도 좀 더 신신당부했어야지.”
“판매품목이 아니라고 일러뒀지만, 그 이유는 일부러 말을 안 했어요. 그냥 폐기품이라고만….”
괜히 이상한 소문이 퍼져 나가는 것보다 차라리 그게 나을 테니.
나탈리는 폐기품이라고 둘러 댈 뿐, 정확한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팔지 말라고 했으니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진작에 없애 버렸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인데… 다 제 잘못이에요….”
연구용으로 취득한 목걸이를 교내의 누군가가 발견했고, 베티 선배가 독살당했다.
당시에 소지품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는 없었으니 아마도 그 목걸이는 누군가 가져갔을 터.
나탈리는 한참 동안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늘 밝은 얼굴의 나탈리가 금방이라도 울 듯 가만히 멈춰 있다.
눈물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는 건지, 메마른 얼굴은 그저 깊은 회한이 묻어 있을 뿐이다.
그 감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제아무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더라도, 이번 건은 나탈리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순간에 자책은 별 의미가 없다.
논문을 조금 더 일찍 첨삭을 했더라면,
그 주제의 위험성을 눈치채고 베티 선배를 말렸더라면.
아니, 그때 그 목걸이를 부숴 버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지만.
이미 지난 일은 후회해 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적어도 지금 나탈리의 증언은 범인을 알아내는 것에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는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사람 쪽을 택했다.
“그린트 교수님께 가자.”
* * *
그린트 교수는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사건 파일을 내려다보았다.
6학년의 모범생, 베티 학생이 죽었다. 교우관계는 원만하고, 원한을 살 만한 성격도 아니란다.
헌데, 교내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학생이 사망했다.
독살은 처음이었다.
“알 수가 없군….”
그린트 교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수사실의 흑마법사 습격 건도 그렇고, 이제 더는 아카데미가 안전하지 않다.
어니스트 학장이 가꾸었고, 황가의 지원을 받았으며 자신 역시 한평생을 다해 일구어 냈던 아카데미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그 어떤 교수도, 학생도 믿을 수 없는 지경까지 되어 버렸다.
“기생충 같은 것들….”
그린트 교수는 흑마법사들을 그리 명명했다.
어딘가에 숨어들어 사악한 짓을 일삼는 이 사회의 기생충 같은 것들이라고.
범인은 분명 교내에 있다.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었을 뿐더러,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도망칠 시간도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대체 어떤 간 큰 자가 교내에 숨어서 이런 일을 벌였는가.
죄도 없는 아이를 무슨 이유로….
하지만 그런 그린트 교수의 의문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그린트 교수는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목걸이가 도난 당했다고?”
긴히 상담할 내용이 있다고 자신을 찾아온 두 명의 학생.
교수실에 면담을 요청한 것치곤 지극히 어두워 보이는 낯빛에 외부인을 차단하고 안에 들였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증언을 들고 왔다.
바로 베티의 연구 주제와 관련된 목걸이가 현장에서 사라졌다는 것.
그린트 교수는 한시하와 나탈리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네 작업장에서 나온 목걸이냐.”
“네… 네!”
나탈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그녀의 두 눈엔 여전히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베티가 연구하던 논문의 주제는 그린트 교수도 이미 파악한 내용이었다.
허나, 논문의 성과도 없었고 연구의 진척도 아직은 부족했기에 죽음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실물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
위험한 생각을 머릿속에만 지니고 있는 것과 그것을 구현해 낸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은 다르다.
외부의 마력을 끌어 올 수 있는 아티팩트라….
대충 생각해 봐도 그들이 탐냈을 것 같은 물건이다.
“위험한 물건이었다.”
동시에 마법사들이 탐낼 만한 경이로운 발견이다.
베티의 논문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발표되었다면 아마 마법계의 파장도 어마어마했을 터.
이런 구상을 했다는 것부터 이미 천재적인 아이였다.
그런 천재를 잃은 것은 몹시도 안타까우나….
그린트 교수는 굳어 있는 나탈리를 돌아보며 말을 뱉었다.
“네 탓은 아니다.”
움찔.
한시하가 같은 말을 했을 때에도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나탈리다.
그저 한시하니까,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일 거라고.
그 위험한 물건을 진작에 폐기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나탈리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그린트 교수답지 않은 위로는, 나탈리에게 분명 도움이 되었다.
나탈리는 슬프게 웃으며 챙겨 온 자료를 품에 안았다.
그린트 교수는 볼일이 끝났다는 듯 자세를 돌려 앉았다.
“상당히 도움이 된 증언이었다. 추후에 수사에 진척이 있으면 너희에게도 언질을 주마.”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들어가 봐라.”
이제부턴 제 몫이라 생각했기에,
그린트 교수는 처음과 같은 자세로 두 사람을 돌려보냈다.
나탈리의 값진 증언과, 독살의 목적.
짧은 면담이었지만 꽤 많은 것들을 얻어 내었다.
그린트 교수는 베티를 죽인 이들을 곧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바람과는 달리.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