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07화(20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07화
그린트 교수는 이 사건이 높은 확률로 교수진이나 외부 강사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생이 벌인 짓이라기엔 지나치게 치밀했으며, 즉살 수준의 독 마법은 흑마법 중에서도 상당히 고급 마법에 속했다.
게다가 그런 짓을 벌이고도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예사 마법사는 아니리라는 것이 그린트 교수의 판단이었다.
헌데,
아르델 아카데미에는 전혀 다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베티 선배 일 들었어? 그거 강령과 애들이 한 거라던데.”
“야, 야. 목소리 낮춰. 훅 가면 어쩌려고 그래.”
“쟤네 쳐다보는데…? 아, 소름 끼쳐.”
도서관의 학생들은 강령과 학생들을 힐끗거리며 돌아보고선 진저리를 치며 자리를 떴다.
원래부터 강령과를 상대로 호전적이었던 마법과기에 크게 이상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시와 다른 전운이 아르델 아카데미를 감돌고 있었다.
타인에겐 관심 없는 신학과도, 학문만 파고 있던 자연학과도.
모두가 강령과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이미 강령과에 범인이 숨어 있다는 것,
나아가 강령과 학생들이 그 범인을 알고도 숨겨 주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부분은 교무실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놈들 짓이 분명합니다.”
마법과의 아니타 교수가 단언하듯 말을 뱉었다.
그녀는 한시혁의 뒤를 이어 2학기 마법제조학을 가르치게 된 교수였다. 아르델 아카데미 마법과를 수석으로 졸업, 마탑에 입학 및 수석 졸업.
그야말로 엘리트 정석 코스를 밟아 온 그녀에게는 태생적으로 강령과를 증오하는 생각이 박혀 있었다.
강령과 학생들이 작당해서 선량한 마법과 학생을 죽였다.
아니타 교수는 이미 그리 확신했고, 다른 교수들은 그녀의 주장에 말을 얹었다.
“황제 폐하께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알아내라 하셨습니다. 반드시 말씀드려야 합니다.”
“맞습니다. 애초에 폐지되었어야 했을 학과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놔두고 있었습니다.”
“음침한 놈들… 아무리 그래도 같은 학생을 죽여?”
“그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당연하지만 교무 회의에는 마법과 교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면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강령과 교수들 역시 반발하기 시작했다.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증거도 없잖습니까, 지금!”
“맞습니다. 왜 가만히 있던 애들을 물고 늘어지는 겁니까!”
“가만히 있었다고? 그놈들이 가만히 있었어?”
“그럼 뭘 하고 있었는데!”
“사고 친 게 한두 번이야?”
마법과의 교수 하나는 흥분해서 쏘아붙였다.
아예 강령과의 교수들을 제대로 저격한 발언이었다.
“강령과 애들이 죄가 없는 거면… 범인은 그쪽에 있나?”
“주둥이가 뚫렸다고 다 뱉으면 말인 줄 알아! 지금 장난하나?”
“학생들이 아니면 당신들이겠지! 그럼 누구냐? 하늘에서 독약이라도 떨어졌나?”
“이 인간이 진짜…!”
강령과의 안트 교수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악에 받쳐 외쳐 댔다.
“개자식이! 디버트 교수도 마법과였어! 네놈들 중에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나?”
“찔리니까 말을 돌리는 거냐? 이 버러지 같은 것들.”
“지금 말 다했나!”
퍽-
참다못한 강령과 교수가 마법과 교수의 멱살을 잡으면서 회의장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아이고, 교수님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본성부터 글러먹은 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본성부터 글러먹은 건 너겠지. 그딴 발상으로 애들을 가르쳐?”
“내가 반드시 폐하께 고해서 너희 버러지 같은 것들은 이 교단에서 치워 버릴 거다!”
우당탕탕.
“제발, 제발 그만들 하십시오!”
보다 못한 에른스트 에른스트 교수가 그들을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백날 싸워 봐야 죽은 애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런 에른스트 교수의 목소리는 다른 교수들의 고함 소리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미 깊어진 감정의 골은 이제 와서 수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저 베티의 죽음을 계기로 터져 버린 것에 불과했으므로.
“아이고, 제발…!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혼란 가득한 회의장 한복판에서 밀려다니는 에른스트 교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린트 교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불행히도, 일은 더 커지고 있었다.
* * *
“언제까지 이렇게 참고 살아야 하지?”
강령과 5학년의 베르거.
마법과 5학년의 구심점이 황자 마르셀이었다면, 강령과의 구심점은 베르거였다.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카리스마 있게 제압하는 타고난 리더상.
베르거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분명한 힘이 있었고, 그것은 그의 신분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물론 황자만큼은 아니어도 베르거 역시 명망 높은 마법사 가문 출신이었다.
그의 집안에서 강령과에 진학한 자제는 베르거가 유일했으나, 그렇다고 멸시를 받진 않았다.
그의 가문은 베르거의 모든 선택을 존중했고, 덕분에 그는 다른 학생들처럼 구김 없이 자랄 수 있었다.
학교생활 역시 제법 평탄했다고 느꼈다.
강령과에서도 매년 수석을 차지해 온 베르거를 건드리는 마법과 학생들은 없었으며, 그들조차 베르거라면 어느 정도 존중하는 편이었다.
강령과 제일의 모범생.
자연학과에 진학했어야 했던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대련보다 지략에 능한 베르거는 처음으로 들끓는 분노를 마주했다.
저학년 때, 자신을 무시했던 타 학과 학생들을 상대로도 그 흔한 주먹다짐 한 번 한 적 없었다.
하지만, 이번 건은 그 근간부터 다르다.
아무런 증거도 없다.
심지어 논리도 없다.
베티의 죽음에 강령과가 관여했다는 심증조차 없다.
헌데, 교수들조차.
아니, 이 나라의 황제조차 강령과를 의심하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단순한 의심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었다.
“르한이 잡혀 들어갔대.”
“왜? 그 자식은 관련 없잖아?”
“아버지가 흑마법사였다고… 일단 다 잡아넣은 다음에 수사하려는 것 같던데?”
이제는 근거도 없이 같은 과 학생들을 수사하고 있었다.
단순한 참고인 수사도 아니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강령과를 노린 수사가 계속되었다.
지금 잡혀 들어간 르한이 정말 범인으로 몰려서 사형 당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게 마냥 남의 일이리라는 확신 또한 없다.
“…이게 맞나?”
베르거는 처음으로 이 나라와 현 사회에 회의감이 들었다.
강령과 출신의 흑마법사들이 벌인 전쟁.
그 흑마법사들을 척살하고 일구어 낸 나라.
강령과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건 알았으나,
다른 제국에서는 이렇게까지 홀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애초에 우리 중에 그런 고급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
“강령과에서 흑마법사들의 사주를 받았을 거라잖아.”
“…그 인간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는 거야?”
강령과 학생들은 전에 없이 술렁거렸다.
다른 과에 비해 호전적이고 기가 센 학생들이 많다지만,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 피곤하니, 제 공부에만 매진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런 조용조용한 학생들조차 전부 분노케 만든 사건.
“어차피 아니라 해도 믿어 주지 않을 거야.”
“거지 같은 학교. 그냥 엎어 버리면 안 되냐?”
“이야, 시발. 흑마법을 쓸 줄 알았으면 이 학교부터 제물로 던져 버리는 건데.”
“…못할 건 뭐냐?”
“뭐?”
“할 줄 아는 놈들 한둘은 있잖아. 그 짓거리하다가 퇴학 당한 새끼들도 있는데?”
“흑마법을 쓴다고?”
“야, 애초에 우리가 배운 마법에서 한 끗 더 나가면 못할 것도 없어.”
강령과 학생들은 점점 생각이 극단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그를 제지해야 할 베르거조차 진지하게 그것을 고민했다.
흑마법사들과 접촉할 방법이야 수없이 많다.
애초에 베티의 죽음이 흑마법사의 짓이라면….
정말 이 학교에 숨어 있다는 말이 될 테니까.
그들은 반드시 강령과의 학생들을 도울 것이다.
아니.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베르거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내게 생각이 있어.”
* * *
황제의 알현실.
심각한 얼굴로 업무를 보고 있던 황제는 한태수의 방문에 고개를 돌렸다. 한태수의 옆에는 황자 마르셀이 함께 서 있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조합.
마르셀은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우물거리고 있었다.
“둘 다 앉지.”
리니아 황제의 말에 한태수는 자리에 앉았다.
알현실에 자주 드나드는 편도 아니건만, 요즘 들어 부르는 횟수가 늘었다.
아마 아카데미의 사건 때문이겠지.
한태수의 예상이 끝나기 무섭게, 황제가 입을 떼었다.
“자네 자식이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지.”
“네, 그렇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한태수는 미동 없는 황제를 응시했다.
황제는 마르셀을 돌아보며 말을 뱉었다.
“그래, 내 자식도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황자의 안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다.
제국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베티가 죽었으니, 그다음이 황자가 아니리라는 법은 없다.
“이런 식이면 내 자식을 아카데미에 맡길 수 없을 테지.”
“예.”
“그래서, 마르셀은 오늘부로 아카데미를 그만둘 생각이다.”
“네… 네?”
이번엔 마르셀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는 나와 있어라. 아니, 졸업할 때까지 복귀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황궁에서 교육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걱정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리도 갑작스럽게….”
“황명이다.”
마르셀은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 예상 못한 대처도 아니었기에, 한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아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자신 역시 한시하를 아카데미에서 빼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은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황제가 다시금 말을 걸어왔으니.
“아카데미가 요새 뒤숭숭하지.”
수사실 습격 사건부터 이번 베티의 죽음까지.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 일이 단기간에 두 번이나 일어났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쥐새끼 같은 놈이 안에 숨어 있기 때문이겠죠.”
“…역시 그렇지.”
리니아 황제는 즉각적인 한태수의 말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허나, 이어지는 말에서는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수사실 습격 사건 용의자에 한시혁의 이름이 오르내리던데.”
“….”
“참 신기하게도, 일이 커지기 전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자취를 감추었어.”
리니아 황제는 허공을 빤히 응시하며 말을 뱉었다.
“우연이었을지, 필연이었을지 궁금하군.”
그러고는, 한태수를 돌아보았다.
“자네가 그 아이를 숨겨 준 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