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10화(21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10화
학교가 완전히 뒤집혔다.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은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니, A동 기숙사에서 몸을 사리고 있었을 아델라가 찾아왔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이한이나 솔리아였을 수도 있고.
헌데,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얼굴이었다.
“크릭?”
조별 과제 빌런들 총집합… 뭐 그런 거냐?
얼마 전엔 파비안이 다녀가며 별 진상 짓을 다 하고 갔는데, 이번엔 이놈이다.
“뭐, 너도 일주일 숨겨 달라고?”
그래서 파비안은 현재 우리 방은 아니어도 A동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었다.
버려진 창고 하나 알려 줬는데 황족이라고 툴툴거리면서도 잘만 기어 들어갔다.
하지만, 파비안은 강령과에서 탈출해 왔으니 그렇다 쳐도 사라졌다던 녀석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다니….
금방이라도 무슨 말을 꺼낼 것처럼 우물거리는 입술.
원래부터 감정에 충실한 녀석이라 그런가.
일단 알겠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기긴 생겼다는 것을.
“뭔데?”
“그… 그것이….”
크릭은 녀석답지 않게 망설이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을 뱉었다.
그래 봤자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떨림은 전혀 감춰지지 않았다.
“황자님이 찾으셔서 왔어.”
언제부터 황자와 아는 사이였다고 이런 긴밀한 얘기를 전해 오는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들어 보기로 했다.
물론 그다음 변명은 더 기가 찼지만 말이다.
“긴히 할 말이 있으시다고 1층에서 만나자 하시던데.”
“아, 그러냐?”
“많, 많이 중요한 얘기인가 보던데.”
황가에서 카스티카 가문에 접근하는 것이 이상할 일은 아니건만.
여전히 뒤끝이 구린 것이 미심쩍기 그지없는 변명이다.
“바로 가도… 괜찮을까?”
내 눈치를 살피면서도 미안해 죽으라고 하는 저 표정.
아무리 곱씹어 봐도 죄책감이 여실히 느껴진다.
조별 과제 빌런 짓 한 것 외에 나한테 미안해 할 만한 일은 없을 텐데.
그건 둘째 치고.
“황자가 나한테 친히 오라고?”
그놈이 제 방을 놔두고 1층에서 만나자는 것도 이상한데….
“야, 너는 나를 잘 모르냐?”
“어?”
“황족이고 황자고, 똑같은 거 아니냐. 발이 없어, 다리가 없어. 아니면 여기까지 올 머리가 없어. 내가 보고 싶으면 지가 오라고 해.”
“꼬… 꼭… 사람 없는 곳에서 해야 할 말이라고….”
어떻게든 배리어 밖으로 나를 끌어내 보겠다는 개수작.
처음부터 다 읽고 있었고, 그냥 들어 주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뱉었다.
“…생각한 변명이 그게 최선이냐?”
움찔.
크릭이 티가 나게 어깨를 움츠렸다. 사색이 된 얼굴은 결국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나름 저 녀석 치곤 최선을 다해 연기해 보려 한 것 같은데, 그러려면 저 파들거리는 눈동자부터 감췄어야지.
야, 사시나무도 너처럼 떨어 대진 않겠다.
크릭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몹시 찔렸는지 뒷걸음질을 쳤고, 나는 그저 한심하다는 듯 그런 녀석을 바라봤다.
어우, 저 빡대가리.
역시 저놈을 데리고 조별 과제를 무사히 마친 내가 보살이 아닐까.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그래서 어딘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크릭에게 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움츠리고 있던 크릭의 어깨가 펴졌다. 적잖이 놀란 기색으로, 녀석이 나를 올려다본다.
“…왜? 가게?”
“오라며.”
“아니, 그건….”
뭘 모르고 끌어들일 때나 했던 핑계일 뿐, 내가 떡하니 그 수작을 아는데 위치를 물어보는 것이 의아한 모양이었다.
강령과 몇 명이 있는지도 모르고, 흑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르는. 크릭의 상상대로 다소 위험한 곳이 맞다.
“다른 애들… 다 끌고 가려고?”
그렇기에 크릭은 안전을 위해 내가 친한 녀석들을 모조리 끌고 쳐들어갈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
물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싸우러 쳐들어갈 거라면 내가 아니라 교수들한테 맡겼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 강령과 폭동은 강령과 학생들의 처참한 패배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더한 사상자를 막기 위해서라면….
더 늦으면 안 될 거 같아서 고민 중이다.
처음 파비안이 말했을 때 그때 들어갔으면 딱 좋았지.
지금은 녀석들도 조금씩 흑마법에 잠식되는 중이라, 전보다 훨씬 호전적일 것이다.
허나,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것은 틀림없다.
흑마법사들은 저들에게 가장 강한 흑마법을 가르쳐 줬다.
마력이 얼마 되지도 않는 일개 학생들이 C동 전체를 점령한 것도 그 덕분이다.
하지만, 생명을 갈아 넣는 마법이기에 지속시간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을뿐더러, 흑마법의 숙주가 완전히 잠식되면 스스로도 컨트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 한시혁조차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해 사고를 치고 잠적했는데, 하물며 마력 사용이 더 미숙한 것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더 강한 위력에, 더 강력한 폭주. C동의 운명이야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걸 막기 위해 결국 제국은 저 녀석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내가 간섭한다면 상황이 최악까지 치닫지는 않겠지.
방법이 까다롭긴 해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원작에서 언급되었던 그 방법을 써 볼 생각이었다.
“아직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지?”
“걔네…? 완전 말이 안 통하던데?”
“너도 말이 안 통해, 새끼야. 대화가 가능하냐고 물었잖아.”
“걔네도 말은 할 줄 알지 않을까? 강령과도 사람이야…!”
“확실히 너는 사람이 아니야. 아니면 그렇게 멍청할 리가 없지.”
“뭐?”
“왜?”
“….”
방금 전까지 나를 사지로 던져 놓으려던 녀석이 말대꾸를 하네?
크릭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곧바로 눈을 깔았다.
“너는… 내가 진짜 끝나고 조진다.”
움찔거리는 크릭의 뒤통수가 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저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대화를 이어 나가면 딱일 것 같은데.
어쨌든 크릭이 두 눈을 굴리고 있는 걸 봐선 아직 강령과 녀석들도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라는 거고. 흑마법에 완전히 잠식된 상태는 아니다.
가 볼 만하네.
“야, 앞장서.”
“…!”
나는 크릭을 툭 밀며 말을 뱉었다.
“어… 어!”
크릭은 우물쭈물하면서도 발걸음을 내디뎠고, 나는 그 뒤를 따라 태연히 걸었다.
“그, 근데. 진짜 가도 되는 거 맞지?”
지가 부를 땐 언제고?
개소리를 지껄이는 크릭을 가볍게 무시하며 한 사람을 생각했다.
괜히 떼거리로 강령과 놈들이 죽어 나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은 지극히 인도적인 이유도 있으나….
“윤하을….”
빨리 가 봐야 돼.
왠지 걔 사고 칠 것 같단 말이야.
이건 신학과가 아닌 일반인의 쎄한 직감이다.
“아, 불안하네.”
유감스럽게도 내 촉은 대부분 맞는 편이었다.
* * *
같은 시각, 윤하을은 조심스럽게 기숙사의 문을 슬쩍 열었다.
마법과와는 동떨어진 신학과의 여자기숙사.
하필이면 강령과 학생들이 점거해 버린 곳인지라, 복도에는 녀석들이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신학과 학생들을 제물로 바치겠다나 뭐라나.
신학과 교수를 상대로 그러한 협박을 하고 있긴 하던데….
아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윤하을은 지난 이틀 간 별의 뜻을 읽으면서 미래를 엿보려 부단히 애를 썼다.
모든 걸 읽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기숙사 C동 전체에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흉살이 도사리고 있고, 지금의 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참사가 벌어지리라는 것을.
하지만, 그 흉살이 신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뻗고 있진 않았다.
오히려 이 일의 시작점인 강령과가 크게 화를 입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미래가 얼기설기 섞여서 해석조차 힘들다.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마음 놓을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서 무슨 일을 당할지, 제아무리 실력 좋은 예언가라도 제 모든 미래를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윤하을은 보다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배고파….”
매점을 못 간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밥도 못 먹었다.
A동과 B동 쪽은 보급이라도 있지, 이쪽은 뭐라도 오면 강령과 애들이 다 털어가서 3층까진 올라오지도 않는다.
그런고로 기숙사에 남겨 둔 식량 외엔 거의 먹은 것이 없다 봐도 무방했다.
윤하을은 달달한 단팥빵에 대한 기억을 입안에서 굴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배고파 죽을 것 같아.”
아무리 봐도 분노한 강령과 애들한테 붙들려 죽는 것보다 아사할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 이 상황.
차라리 사람은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말이라도 하지….
“끼잉….”
윤하을의 품에는 말도 못하고 보채고 있는 회색 고양이가 있었다.
데려온 뒤로 쑥쑥 자라서 이젠 더 이상 아기 고양이라 말하기도 민망해진 회색 고양이 조이.
윤하을은 조이를 품에 안고선 중얼거렸다.
“너도 배고프지?”
“낑….”
이 좁은 기숙사 방에서 배고프다며 골골대고 있는 처지라니.
윤하을은 그렇잖아도 오전에 이미 점을 쳐 보았다.
“나도 나가고 싶은데… 나가면 잡힌대….”
오늘의 운세가 별로 좋지 않으니 닥치고 앉아 있으라는 결과가 나와서 몸을 사리고 있을 뿐이다.
윤하을은 투덜거리며 창밖을 스윽 내다보았다.
아델라도, 솔리아도, 한시하도. 마법과 녀석들은 지금쯤 저 건너편 건물에 있을 텐데 자신만 여기 발이 묶여 있는 것이 뭔가 억울하다.
윤하을은 창문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다가 중얼거렸다.
“그냥… 잡힐까?”
잡혀도 죽는단 운세는 없었는데?
“다시 해석해 보자.”
후다다닥.
낮에 봤던 카드를 다시 꺼내온 윤하을은 책상에 그것을 펼쳐 놓았다.
“달과 해가 동시에 북쪽 방향에 있으니까 빛을 가리면서도 어떻게 보면 보완이 가능한 양상이라는 말이지….”
원래 예언이라는 것이 그렇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서.
같은 카드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법.
“굳이 따지자면 지금 이 시각이 기운이 가장 좋아.”
호오….
윤하을은 빠르게 자기합리화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괜찮은걸?”
다시 보니까 좋게도 해석이 가능하잖아?
잡힐 수도 있지만, 잡힌다 해도 상황이 그리 나쁘진 않아!
“죽진 않을 것 같은데?”
저승길 가기 전의 단골멘트.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윤하을은 가볍게 중얼거렸다.
“에이, 이 정도면 안 죽어.”
절대, 절대로.
윤하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카드를 하나씩 손으로 잡았다.
“좋아. 좋아. 좋아….”
조이 밥도 좀 챙겨 오고, 단팥빵도 공수해 오고.
여차하다가 각이 좀 보이면 한시하가 있는 건너편 건물로 피신도 하고.
이 플랜, 완벽하다.
한시하가 봤다면 뜯어말렸을 결정을 아무렇지 않게 내린 윤하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이야, 가자!”
“냐옹-.”
윤하을은 창문을 벌컥 열어젖히고선 빠르게 길을 훑었다.
그러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창문 사이로 몸을 우겨넣는다.
“조이, 이쪽이야!”
2층의 발코니를 밟고 무사히 내려가겠다는 계획.
윤하을은 이미 창가에서 폴짝 뛰어내렸고.
“하지 말라는 건 꼭 안 지키지!’
마치 그렇게 외치는 듯한 한시하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