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17화(21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17화
애초부터 황실의 지하 감옥에 쳐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 앞에서 어떤 짓을 벌여도 들여보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지.
아델라는 심호흡을 하고선 한태수를 올려다보았다.
마차를 타고 한달음에 카스티카 령에 도착했다.
가족을 죽인 마을의 원수.
이 세상이 끝낼 때까지 아델라는 그를 용서할 수 없으리라 확신했으나, 한시하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귀족보다도 귀족 같은 자.
그건 단순히 품행에서 흘러나오는 교양뿐만이 아니라, 그가 지니고 있는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도와주세요.”
한태수 백작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당장 한시하를 빼낼 수는 없어도, 면회는 가능하게 해 주지 않을까.
아델라는 그 실낱같은 희망을 잡으려 여기에 온 셈이었다.
“저, 시하 꼭 만나야 해요.”
한태수는 대답 대신 아델라를 빤히 응시했다.
한창 서류를 정리하는 와중에 다짜고짜 서재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
만약 그 상대가 아델라가 아니었다면 당장 쫓겨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태수는 더없이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서?”
아델라는 그런 한태수의 말에 순간 울컥했다.
‘그래도 당신 자식이라고!’
자식이 지금 황실의 지하 감옥에 갇혀서 생사도 모르는 와중에 어떻게 아버지가 된 사람이 저렇게 미동도 없을 수 있는가.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날카롭게 말했다.
“아버님이 지켜 주지 않으신다면 저라도 지켜 줘야 해서요.”
“…아버님?”
허.
한태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짧게 혀를 찼다.
“평민을 며느리로 들일 생각은 없다만.”
“저는 지금 농담하러 온 것이 아니에요.”
“나도 농담할 생각은 없다. 내게 도대체 뭘 원하는 거냐. 황명으로 수감된 것이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면회라도 하게 해 주세요.”
“면회?”
“잠깐이면 돼요. 5분이어도 되고, 그보다 더 짧아도 괜찮아요.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아델라의 눈가는 이미 붉어져 있었다.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 것인지, 한태수에게 부탁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누가 보면 이미 죽은 줄 알겠군.’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한태수는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했다.
저리 절절하게 말하니 표정 관리가 조금 힘들다.
꼭 해야 한다는 그 말은 작별 인사라도 되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아델라의 생각의 흐름은 한태수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제가 옆에 있어 줘야 해요. 어차피 구해 주지도 못하고… 빼내주지도 못하는 건 제가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래도, 꼭 옆에는 있어 주고 싶어요.”
아델라는 울먹이면서 말을 더했다.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백작님.”
저 아이가 자신에게 찾아와서 이토록 간절하게 부탁하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는 행동인지 알고 있다.
‘…사실대로 말해 줘야 하나.’
한태수는 잠시 갈등하다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서 직접 보는 게 나을 테지.
그나저나 면회라….
황제가 그리 좋아하진 않을 테지만, 저리도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차마 외면할 수 없다.
아델라에게 마음의 짐이 많았던 한태수는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위치는 알려 주마. 면회도 가능하도록 말은 해 두지.”
“정, 정말요?”
“미리 말해 두지만 폐하가 막으시면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네… 알겠습니다!”
“절대 소란은 피우지 말아라.”
“그것도 무조건… 명심하겠습니다.”
아델라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사람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거듭 고개를 숙였고, 한태수는 더는 할 말이 없어져서 책장을 닫았다.
“그러면 이만 가보아라. 슬슬 피곤하군.”
그런데, 어째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한태수는 사뭇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음?”
한태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감옥의 위치를 받아 낸 아델라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 * *
카스티카 령과 목적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아델라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황실 감옥에 도착했다.
한태수의 말이 잘 전달되었는지 보초병들이 별 말없이 그녀를 안내해 주었다.
막상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하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한시하도 분명 무서웠을 텐데.’
앞에서는 괜찮은 척 다해도 황실 감옥에 끌려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 리 없다.
겁에 질렸을 한시하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까 봐.
자신이 조금의 위안도 되지 않을까 봐.
아델라는 그것이 더 두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럼에도 아델라는 한시하를 만나야 했다.
왠지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날 것 같아서, 거듭 심호흡을 하며 마음에 달랬다.
한시하의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나까지 그러면 더 불안해할 거야.”
울지 말자.
아델라는 스스로 다짐하며 보초병을 뒤따라 걸었다.
황성 깊숙이 마련된 감옥이었다.
아델라는 보초병이 시키는 대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어두컴컴한 지하를 생각했으나 조명이 환히 켜진 복도가 연이어 나타났다.
그런데.
‘지하 감옥이라 했던 것 같은데?’
“이쪽 길 맞아요?”
불안해진 아델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보초병에게 물었다.
굳은 얼굴로 그녀를 안내하던 보초병은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이쪽이 맞습니다.”
“근데 여기는 너무 밝은데….”
어째 이상한 게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화려하다.
아델라 인생에 직접 감옥을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나, 누가 봐도 감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비주얼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한 층을 더 올라가서, 계속 계단만 오를 줄 알았던 보초병은 복도로 들어섰다. 아델라는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그래도 명색이 황궁 건물인데 함정이 있지는 않겠지.
아델라는 눈앞의 보초병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은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를 계속 따라 걷고 있던 순간.
보초병이 마침내 어떤 문 앞에 멈춰 섰다.
얼핏 봐도 손님의 객실이라면 모를까, 감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까지도 아델라는 보초병을 전혀 신뢰하지 못했다.
혹시 잘못 데려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보초병이 열쇠를 문고리에 꽂았다.
“여기예요?”
“예, 갇혀 있잖습니까. 안에서는 열지 못합니다.”
겉은 저리 생겼어도 저 안은 생판 다른 공간일 수 있기에.
아델라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각종 고문기구가 널브러진 끔찍한 감옥의 광경을 연상했다.
만약 그렇다면 바로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아델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문 채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것도 잠시.
딸깍.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델라는 초조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아델라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어?”
시멘트 바닥 대신 푹신해 보이는 침대와.
아카데미의 기숙사를 연상시키는 밝은 조명.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누워 있는 한시하였다.
“한… 한시하?”
“…!”
아델라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죽었나, 살았나 걱정하면서.
눈물 줄줄 흘리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 발을 동동 굴렸는데!
“야, 너….”
어째 편해 보인다?
* * *
황실의 자칭 지하 감옥 내부.
한시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면회를 온 아델라에게 주장했다.
“저는 수감 중입니다만?”
“하…?”
아델라는 한시하의 뻔뻔함에 말문을 잃었다.
귀족 자제랍시고 황제에게 반기를 들어도 이런 곳에 갇혀 있다니.
부정부패의 한 단락을 보는 기분이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거 맞아?
한시하는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지만 말이다.
“그럴 리가. 이래 봬도 완전 갇혀 있었다고….”
“어, 그래. 몸은 괜찮아?”
매우 멀쩡해 보이지만 예의상 물어 주자.
아델라의 질문에 한시하는 괜히 곡소리를 내며 웅얼거렸다.
“아니, 어제 여기 올라오는데. 그 1층에 있는 놈 있잖아.”
“…보초병?”
“어, 그래. 그놈이 나한테….”
“뭐? 그 자식이 너 때리기라도 했어?”
“아니, 그놈이 내 손목 너무 세게 잡았거든.”
“…아.”
“자국 볼래? 아, 안 보이네. 생각보단 약했나 보다? 하, 내가 그래도 꽤 곱게 자란 축인데 그놈이 막… 막… 나를 함부로 대하더라니까?”
정말 어이가 없다.
‘아예 패대기를 쳐 놨어야 정신을 차렸을 것 같은데.’
아델라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는 진짜 살아 있는 게 기적이야. 황제 폐하를 상대로 할 말 못할 말 다하다가 이렇게 된 거라며?”
“…이렇게?”
한시하는 베개를 움켜쥔 채 되물었다.
팔자가 너무 좋아 보여서 ‘이렇게’가 성립되질 않는다.
아델라는 혀를 내두르며 자칭 지하 감옥을 돌아보았다.
아예 들어와서 보니 더 화려해 보이는 샹들리에와, 만져 보지 않아도 푸근한 감촉이 느껴지는 듯한 두툼한 저 이불.
이해가 안 가는 것 투성이지만,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건 따로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감옥이라면서 저리 자유로워도 되는 거야?
아델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지어 왜 묶여 있지도 않은 건데?”
“뭐야, 그 아쉬워하는 표정은?”
“뭐?”
“…너 그런 취향이었어?”
악!
결국 맞을 소리만 골라서 한다.
이것도 모르고 카스티카 령까지 찾아가서 한태수에게 부탁한 걸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밀 지경이다.
“내가 진짜 무슨 개고생을 한 거지…?”
아델라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물론….
그래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보다는 푹신한 바닥에 있는 편이 낫다.
만약에 정말 여기가 지하 감옥이었다면, 한시하를 보자마자 눈물이 줄줄 흘렀을 테니까.
다친 곳도 없고, 환하게 웃는 그 미소도 그렇고.
자신의 기억하는 한시하의 모습 그대로라서 화가 났다가도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래, 아무 일 없었으면 됐지.
아델라는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멀쩡해서 다행이야.”
“응?”
그 말을 들은 한시하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되물었다.
“뭐라고? 잘 안 들렸는데?”
“….”
“다행…? 다행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참으로 투명한 표정이랄까.
당황한 듯 움찔거리는 아델라를 본 한시하가 생글거리며 물었다.
“너 혹시 나 걱정했어?”
한시하의 말에, 아델라는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니야!”
“아예 새하얗게 질려서 들어오던데? 여기서 표정 다 봤어.”
“뭐래! 아니야, 아니라고!”
“진짜 아니야?”
“와. 정말 하나도 걱정 안 했거든? 네가 여기 오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질색하니 더 재밌다.
한시하는 턱을 쓸어내리며 아델라를 떠보았다.
“흐음… 근데 왜 여기를 왔을까….”
“지나가다 들렀어!”
“이야, 황궁을 지나가다 들릴 정도면 상당히 출세했는걸?”
“그만 놀려, 이 자식아!”
투닥투닥.
명색이 황실 감옥이건만.
여기까지 와서도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