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18화(21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18화
일주일 후, 아델라와 윤하을은 아카데미 정문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한시하가 돌아오기로 한 날이다.
불과 일주일 만에 나온 거라 감옥에 갔다 왔다고 해도 되나 싶긴 한데.
그래도 마중을 안 나올 수 없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델라는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얘 대체 언제 와.”
그렇게 툴툴대던 순간, 저편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윤하을은 동그래진 눈으로 제자리에서 총총 뛰었다.
“한시하! 여기! 이쪽이야!”
한시하는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선 천천히 걸어왔다.
“뭐야? 다들 여기까지 나와 있었어?”
“당연하지!”
누가 보면 몇 달이라도 있다가 나온 줄 알겠다.
한시하는 윤하을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끼면서 피식 웃었다.
“솔리아랑 원은 저녁에 온대. 오늘 1층 휴게실에서 다 같이 모이기로 했거든.”
“아, 그렇게 됐어?”
“응, 이한은 바빠서 못 올 것 같아. 내가 나중에 대신 화내줄게.”
한동안 폐쇄되었던 C동이 풀리면서 아르델 아카데미는 조금씩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중이었으나, 여전히 휴강 중인 과목은 많았고 교내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태였다.
한시하는 그 모든 것들에 마음이 쓰였다.
자꾸만 어두워지는 한시하의 낯빛을 확인한 윤하을이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암튼 저녁은 그렇다고. 점심은 우리랑 먹으러 가자!”
“어?”
뒤늦게 고개를 돌린 한시하는 시계를 확인하였다.
늦어도 한참 늦은 오후 3시.
갇혀 있는 시간 동안 편히 먹은 것은 아니라 살짝 허기가 지긴 했지만, 다른 애들은 진작에 점심을 먹었을 시간이다.
한시하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뱉었다.
“됐어, 괜찮아.”
“원래 그렇게 고생하고 나왔으면 배라도 든든하게 채워야 하는 거거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내가 거듭 말하지만, 얘가 우리보다 팔자 편하게 있었다니까?”
“야, 갇혀 있었는데 어떻게 팔자가 편해!”
윤하을은 인상을 찡그리며 아델라의 말을 받아쳤다.
지하 감옥이라고 들었던 곳이 알고 보니 황실의 객실이었고, 한시하가 일주일 동안 거기에 갇혀 있었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저 반응이다.
윤하을은 고생했다며 한시하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응, 뭐 먹을래? 내가 사 줄게!”
“아… 내가 또 공짜는 거절 안하지.”
“역시 그렇지? 가자!”
한시하는 웃음을 터트리며 윤하을을 따라나섰다.
* * *
대낮부터 다소 거한 식사메뉴가 나왔다.
이게 뭐냐.
진짜 이걸 사 준다고?
나는 윤기가 좔좔 흐르는 스테이크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최고급 스테이크라더니 나이프를 대자마자 육즙이 줄줄 새어 나온다.
군침이 절로 돌아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와….”
나는 한 입에 스테이크를 밀어 넣고선 탄성을 터트렸다.
흥분할 수밖에 없는 맛인데?
크게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진짜….
“야, 너무 맛있는데?”
“그렇지? 여기 진짜 맛집이라니까.”
아델라는 싱긋 웃으며 말을 뱉었다.
“많이 먹어.”
원래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나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스테이크를 순식간에 해치워 나가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진짜 지하 감옥에 갇혔던 사람 같다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포크질에 이미 이성은 놓은 지 오래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기를 몇 분.
나는 뒤늦게 고개를 돌리다가 아델라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부터 시선이 느껴지나 했더니….
나는 나이프를 들고서 아델라에게 물었다.
“너는 안 먹냐? 쟤는 아예 코를 파묻고 먹는 것 같은데.”
윤하을 봐라.
단팥빵 못지않게 스테이크에 진심이라고.
아델라는 턱을 괸 채 내 말에 대답했다.
“응, 먹을 거야. 훈련 생각 중이었어.”
이 근사한 고급 스테이크 앞에서도 훈련 생각이라니.
확실히 한결같은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다.
나는 아델라의 말에 피식 웃으며 스테이크를 썰었다.
사실 둘이 좋아할 만한 희소식이 따로 있다.
일주일 동안, 황제가 옆에서 감시하는데 놀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마력 회로를 손봤던 사실을 얘기했다.
“거기 있었던 일주일동안 마력 회로를 조금 손봤어.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닌데 나탈리의 마력 회로보다 반의 반? 그 정도의 마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진짜?”
사실 이만하면 엄청난 성과다.
가만히 스테이크만 썰고 있던 윤하을도 놀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정도면 큐브 하나만으론 폭발적인 위력을 만들진 못할 거야. 우리는 일단 큐브를 다 뺏기는 한이 있어도 피해를 최대한 줄여 봐야 하니까. 조금씩 더 건드려 보려고.”
“수고했어.”
“진짜 다행이다.”
사실 희소식은 따로 있다.
처음 폭동이 일어났을 때는 분노했고, 그 뒤에는 아바돈의 화원에 불을 지르고 황제 앞에서 깽판을 치느라 잊고 있었다만….
“그, 맞다. 아바돈이 가져간 그 큐브 있잖냐.”
나는 흑마법사들에게 약탈당한 감정의 큐브를 언급했다.
푸른빛을 내던 그 큐브는 감정의 강약에 따라 더 큰 힘을 출력해 내는 큐브로, 사실상 다섯 개 중 그 위력이 가장 강했다.
그만큼 빼앗겼을 때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인데….
“나탈리가 처음으로 약화시킨 큐브 기억나지?”
마력 회로를 조정하며 마력의 역치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증명해 낸 나탈리의 첫 번째 실험.
겨우 절반이었지만 그래도 성공했었던 그 실험이었는데.
“아바돈이 쌔벼간 큐브가 그거였지 뭐야?”
“…약화시킨 거를 가져갔던 거야?”
“어. 뭐, 엄청 대단하게 약화시켜 놓은 건 아니지만, 아마 이 사실 알면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난리를 칠걸?”
가장 강한 감정의 큐브의 출력을 절반으로 만들어 놨으니.
아바돈이 알면 뒷목을 잡을 일이다.
꼬와도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복구는 안 될 걸?”
마력 회로를 끊어 버렸는데 무슨 수로 복구한다냐.
아델라는 내 말에 통쾌한 얼굴로 웃었다.
“이야, 하필이면 그걸 집어 간 거야? 운도 없다.”
“두 개나 훔쳐놨는데 하나는 허탕이고 하나는 빈약한 셈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테이크를 한 입에 베어 물었다.
남을 엿 먹이고 먹는 음식은 언제나 더 달달한 법이다.
“아, 배부른데. 슬슬 일어날까?”
* * *
아델라까지 식사를 마치고 나서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광장의 기념품 상점이었다.
보나마나 ‘예쁜 쓰레기’들을 모아서 파는 곳이었는데, 나는 그런 쪽의 감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터라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
근데, 윤하을이 너무 목이 빠져라 보고 있더라고.
신기한 게 꽤 많아 보였던 모양이었다.
“우와, 이건 뭐야?”
막상 들어와 보니 기념품 상점이라기에는 잡다한 것들을 섞어 파는 잡화점이나 다름없었다.
어린 애들 장난감부터 예상했던 대로 예쁜 쓰레기들까지.
대충 스윽 훑어보고선 윤하을을 기다리는데, 애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옆에 선 아델라에게 물었다.
“윤하을 어디 갔어?”
“아까 저어-기. 재밌어 보이는 거 있다고 가 버렸는데?”
“아. 저기 있… 네.”
의외로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윤하을이라서 그런지, 아주 살판이 났다.
매장 구석에서 쪼그려 앉은 윤하을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뭘 그렇게 보고 있냐?
윤하을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자, 웬 애견 용품처럼 생긴 것들이 벽 한편에 줄줄이 걸려 있었다.
“조이 주려고?”
“응?”
윤하을은 갑자기 들려온 내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아니? 신기하게 생겼어.”
이쪽은 나도 왠지 친숙해서 빤히 보게 된다.
그래도 밥은 얘네가 사줬는데, 필요할 만한 거 하나 사 줄까.
그렇게 생각하며 진열장을 쑤욱 훑던 중, 특별히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반짝반짝하니 화려하게 생긴 고양이 낚싯대였다.
아니, 이게 판타지 세계에 왜 있어.
여기 고양이도 안 기르는 세계관이잖아?
길거리에서 동물을 산책시키는 꼴을 거의 못 봤어요, 내가.
여기서 동물병원 차렸다가는 바로 폐업해야 할 것 같은 글러먹은 입지건만, 고양이 낚싯대 비슷한 게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선 그 아래 표기된 설명을 읽었다.
마력이 깃든 운동기구(몬스터용)
음.
고양이용이 아니라 몬스터용이었구만.
바실이도 저거 주면 좋아하려나?
아니.
찢겠지.
바실이 녀석에게 선물해 주려던 계획은 빠르게 관두었다.
나는 저 정체불명의 낚싯대, 자칭 운동기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게 뭔지 알아?”
나보다 더 아르델에 오래 살았으니 알고 있었을 법하건만, 윤하을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저거?”
마침 구경을 마치고 온 아델라가 말을 얹었다.
“운동기구 아니야?”
“운동기구…?”
됐다.
쓸 줄도 모르는 것 같은데, 제대로 알려 주고 나서 사 주는 편이 나을 듯했다.
“다 봤으면 가자.”
나는 그 길로 상점을 돌아 나왔고.
윤하을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참을 힐끗거리다가 우리를 따라 나왔다.
* * *
아카데미의 1층 도서관.
이전처럼 북적이진 않았지만, 평일이라 공부를 하러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물론, 전부 다 공부를 하러 온 것은 아닐 터.
연애상담을 하러 온 인간도 있다.
“자, 내 얘기 들어 봐.”
“응.”
오늘 윤하을의 연애상담의 희생자는 늘 그렇듯 필릭이 되었다.
윤하을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장황한 설명을 시작했다.
“상점에 갔어.”
“어.”
“근데 원래 물건에는 별 관심도 없는 애거든?”
“한시하가?”
“응, 걔는 현찰에 관심이 있지, 물건은 별로 안 좋아하더라구.”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윤하을은 손사래를 치며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그런 애가 딱 그것만 보고 있는 거야. 상점에 들어갔을 때부터 나올 때까지 다른 거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다가, 하나에 꽂힌 거지.”
“갖고 싶었네.”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강령과 폭동 이후로 축 처져 있는 한시하가 걱정되어서라도, 윤하을은 기분전환을 위한 선물을 하나 준비하고 싶었다.
한시하 걔가 안 그런 것 같아도 은근히 단세포라서 뭐 주면 기분 좋아한단 말이지.
그런 고로 선물을 고르던 중이었는데, 그 상점에서 봤던 그게… 딱! 한시하가 좋아할 것 같다는 거지.
필릭은 잠자코 얘기를 듣고 있다가 물었다.
“근데 그게 뭔데?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었어?”
“어… 음….”
사실 외관상으론 잘 모르겠다.
웬 낚싯대처럼 생겨 가지고는 가격대도 별로 안 나갈 것 같던데.
그래도, 일단 분류상으로는….
“운동기구래.”
“내가 걔 성격은 잘 모르지만, 좋아할 것 같은데? 뚫어져라 그것만 보고 있었다면서.”
“어, 근데. 운동기구… 같이 생기진 않았는데.”
“그래? 뭐 근력 훈련용이라도 되는 거 아니야?”
“아니, 힘자랑하면 부러질 것처럼 생겼어. 낚싯대 같다니까.”
“음….”
윤하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잠시 고민하던 필릭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뱉었다.
“야, 아냐. 그게 우리가 보기엔 그래도, 또 그쪽에 관심 있는 애들은 걔네만 아는 그런 게 있다니깐?”
“역시 그렇지?”
“일단 사. 내가 봤을 땐 딱 실용적이고, 괜찮네.”
“응.”
윤하을은 마음을 정하고선 싱긋 웃었다.
“걔가 훈련도 열심히 하니까 그걸로 해야겠다.”
주면 열심히 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