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2화(2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2화
“일어나, 정신 차리라고!”
원은 낑낑대며 바닥에 누워 있는 솔리아를 흔들었다. 한시하를 따라 여기까지 끌려왔지만,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가히 호러나 다름없었다.
거대한 나무줄기를 흔들어 대며 고함을 내지르는 불쾌한 인상의 나무와 아르델 아카데미의 우등생이라 불리는 두 친구가 쩔쩔매고 있는 장면.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하, 내가 왜 여기를 따라와서.”
솔리아의 멍한 눈을 보니 이미 정신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원은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그런 솔리아가 정신을 차리길 빌고 있었다.
“아아악! 저리 가, 이 나무껍질아!”
검술에도 능통한 땅의 마법사 아델라가 아무리 검으로 나무줄기를 쳐 내고 또 쳐 내도, 이 싸움은 상당히 승산이 없어 보였다.
솔리아의 말대로, 이건 그녀에게 달려 있으니.
“제발… 어서 빨리….”
원이 솔리아를 케어하는 사이, 한시하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섰다.
아델라가 악 소리를 내지르며 시선을 돌리는 와중에도, 저 소름 끼칠 노란 눈은 한시하를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아, 한쪽은 이미 타들어 갔지만.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돋보기를 흔들어 보였다.
“다른 쪽도 원해?”
[죽여 버리겠어…. 어설픈 꼬맹이.]두 번은 안 당하겠다는 의지인지, 아까까지만 해도 끌어올 수 있었던 햇빛은 완전히 차단된 뒤였다.
어둑한 늪지대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상황.
한시하는 애써 태연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저 서늘한 눈빛을 받아쳤다.
악에 받친 속삭임이 이어졌다.
[제 가문에서도 버려진 능력 없는 버러지.] [졸업도 못할 형편없는 낙제생.] [외면하지 마. 너는 이쪽이 어울리니까.]“아하… 그랬어?”
한시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까닥였다.
한시하의 단편적인 기억을 흡수해서 되는 대로 지껄이는 모양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쪽은 한시하가 아니었다.
생판 관심 없는 삼류 악역.
슬카데미에 빙의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시하의 존재는 그토록 미미했으니.
괴상한 음성을 내며 한시하의 정신을 흔들어 놓을 생각이었던 나무는 뜻대로 되지 않자 당황한 기색이었다.
[왜… 대체 왜….] [어째서 통하질 않는 거지?]‘정신 계열의 몬스터라….’
솔리아를 침식시킬 정도면 사실 상당한 수준의 몬스터가 맞다.
그래 봤자 슬카데미 초반부에 나오는 일회성 몬스터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지금도 봐라.
제 정신 공격이 먹혀들지 않으니 당황해서 날뛰고 있지 않은가.
흑마법 계열의 나무 몬스터 라티스무스.
흑마법사들이 멀쩡한 묘목을 계량해서 고도의 정신 공격을 시전하는 괴기한 바오밥 나무로 키워 냈지만.
사실 대처법은 간단했다.
정신 공격의 몬스터들이 늘 그렇듯, 정신 착란 능력만 믿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니까.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나무줄기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델라를 돌아보았다.
“이 나무, 빛에 약하다고 했지?”
“그렇긴 한데! 좀 도와줘! 아악!”
“근데 그거 알아?”
한시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낮게 읊조렸다.
“나무는 원래 불에도 약해.”
“그게 무슨 소리….”
파아앗.
한시하의 어깨에 업혀 있던 바실이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검을 다시 쥐고 마법을 시전하려던 아델라는 놀란 눈을 끔뻑였다.
“바실!”
“꾸우우!”
화르륵.
바실의 입에서 뜨거운 브레스가 뿜어져 나오자, 바오밥 나무는 괴성을 내지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브레스와 함께 조금씩 밝아지는 늪지대 내부에, 녀석은 고통스러워하며 발악하고 있었다.
이미 불이 붙기 시작한 나무줄기를 휘두르며 불씨를 꺼 보려 애쓰는 모습은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그 순간.
시퍼런 눈길이 이쪽으로 닿았다.
한시하는 이상을 감지하고 옆으로 몸을 던졌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커억!”
정확히 복부를 가격한 나무줄기에 한시하는 몇 미터 너머로 튕겨 나갔다.
‘아프잖아, 시발!’
바들바들.
악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고통이었지만, 정신을 차려야 했다.
하지만, 자리에서 채 일어나기도 전.
마치 이곳을 감지한 듯 정확히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나무줄기.
이대로라면….
서걱.
“일어나. 이번엔 네가 빚졌다.”
아델라는 검을 허리춤에 차고선 싱긋 웃어 보였다.
“…하여간 합이 잘 맞는다니깐.”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만하면 됐다. 자신이 열심히 이 질퍽한 흙바닥을 구르는 동안, 준비는 끝마친 뒤였으니.
“바실!”
화염의 소용돌이.
어느덧 레벨 2가 된 바실러스의 메인 스킬. 짙게 농축된 화염의 브레스가 정확한 궤도로 녀석에게 꽂혔다.
나무줄기의 반을 순식간에 태워 버린 상당한 공격.
[으아아아악!]“이야, 혼자 산불을 맞으셨네.”
아델라는 나직이 감탄하며 진흙탕에 박혀 있던 돌을 꺼냈다.
우우웅.
빠르게 회전하던 스톤이 허우적대는 나무줄기들을 가격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한시하는 연습용 지팡이를 치켜들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바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저 화염에 더해질 한시하의 주문.
스윽.
갑자기 머리 위로 몰려오는 먹구름에 아델라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묘하게 기숙사에서의 스모그를 연상시키는 그림에, 솔리아를 챙기고 있던 원 역시 다급히 외쳤다.
“뭐야?”
후두둑.
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시하는 지팡이를 내려놓으며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니, 너는 무슨 생각으로 지금 비를 뿌려?”
“저기 일어나잖아!”
아델라는 이를 악문 채 황당하다는 듯 다그쳤다.
원 역시 다급히 말을 더했다.
화염에 완전히 기세가 꺾여 있던 나무가 음산하게 웃으며 한시하 쪽으로 나무줄기를 내밀었다.
이것 참, 화해의 손길인가.
[역시 너는 이쪽이 어울린다니깐.]한시하는 웃으며 그 말을 바로 받아쳤다.
“…좋단다. 지 죽을 날도 모르고.”
[뭐?]어차피 바실의 힘으로는 저 거대한 나무를 상대하며 시간은 벌 수 있어도, 죽일 수는 없다.
죽이기 위해서는 더 화끈한 공격이 필요했다.
[너 설마….]아까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 공격에 무너질 리는 없었지만.
바실러스가 그 힘을 반이나 꺾어 놓은 상황이라면 해 볼 만했다.
“잘 가.”
한시하는 생글거리며 손을 들었다.
마지막 한 방.
기초 마법에 불과한, 전격 공격.
[…!]축축하게 젖은 녀석의 나무줄기에 지팡이를 꽂아 넣음과 동시에.
번쩍.
하늘 위로 섬광이 내리친다.
[끼에에엑!]소름 돋을 정도로 섬뜩한 외마디 비명이 늪지대를 울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남아 있는 것은 검은 재가 후두둑 떨어지는 번개 맞은 나무 한 그루뿐이었다.
* * *
“바실, 수고했어.”
아델라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연 순간이었다.
“어… 어?”
우웅.
그녀는 투명 구체에서 몸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번개를 맞을 상황을 우려했던 보호막이 깨지는 중이었다.
이거 설마.
아델라는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솔리아.”
“위험할 거 같아서.”
“언제 일어났어?”
얼떨떨해하는 아델라와 달리 한시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투였다.
전투 중 어느 순간부터 치유의 힘이 온몸을 감도는 것을 느꼈다.
대지의 정화와 함께 솔리아의 메인 스킬 중 하나인 버프 스킬.
“하안참 전에?”
아델라의 공격 때도, 바실러스가 스킬을 시전할 때도.
뒤에서 적절한 방패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솔리아였다.
“으으.”
한시하는 투덜거리며 말을 얹었다.
“그러면 나 나무줄기 얻어맞는 것도 좀 막아 줬어야지.”
그거 더럽게 아팠구만.
한시하가 투덜거리며 능청스레 말을 더하자, 솔리아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 있게 말하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최후의 일격.
그건 일반 학생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실 기초마법을 때려 박아서 이길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방대한 양의 마력으로 만들어 낸 무식하지만 완벽한 공격.
놀라울 정도의 재능을 왜 아직까지 숨기고 있었을까.
아니, 쓰는 법조차 제대로 몰랐던 걸까.
여전히 어설픈 컨트롤이긴 했지만 적어도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곧 미친 듯이 성장하게 될 고삐 풀린 재능이라는 걸.
둘이 정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솔리아는 애써 감정을 숨기며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한시하라고 했지?”
“얘기 많이 들었어, 솔리아 아르케넨트.”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솔리아는 잠시 고민하고선 그 악수를 받았다.
“실력이 제법이던데.”
“그런 말 자주 들어.”
“…처음 들었을 거 같은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이번만큼은 솔리아도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음침한 흑마법사. 한시하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솔리아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변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지만 실제로 그의 모습을 직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모습은 적어도 그녀가 기억하는 이전의 한시하와는 달랐다.
‘머리가… 저렇게 좋았었나?’
악한 심성을 떠나서 원래의 한시하는 멍청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솔리아는 방금 전의 전투를 회상했다.
모두가 혼비백산한 와중에도 홀로 침착하게 저를 찾아왔던 한시하.
-일어나야 해. 정신 차려.
한시하는 정신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자신을 깨우고선 말했다.
-저건 내가 잡을 거야. 물론 마무리는 네게 달려 있어. 빛의 마법사, 솔리아 아르케넨트.
-뭐?
-네가 우리를, 싸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
빛의 마법사인 터라, 가장 먼저 녀석이 경계할 것을 우려해서 세운 전략이었다.
한시하의 말대로 이건 그녀 없이 해낼 수 있는 작전이 아니다.
자신들의 공격은 솔리아의 버프 없이는 저주받은 저 나무에 먹혀들지 않는다.
공격을 하면 할수록 정신이 침식되어 끝내 저주에 말려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신을 잃었던 솔리아를 나무줄기에서 빼내어 안전한 곳에 피신시킨다.
그리고 모든 위급한 순간에 써먹겠다는 한시하의 판단력.
완벽한 서포터. 솔리아의 특성을 이해했기에 나올 수 있는 결단이었다.
그러면 처음부터 이걸 다 계산하고….
“미친놈 아냐?”
둘의 말을 중간에서 전해 듣고 있던 아델라는 혀를 내두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정신 나간 천재.
새삼, 저 녀석이 더 또라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