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21화(22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21화
솔리아는 한시하의 뜨끈뜨끈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미안해했다.
그냥 부딪힌 것도 아니고, 아예 땅에 내리꽂혔다.
묻지도 않았는데 한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파.”
음.
“그럴 리가 없는데?”
“몰라. 존나 아파.”
솔리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시하를 돌아보았다.
치유력을 얼마나 쏟아부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저 정도 치유력이었으면 피를 철철 흘리던 사람도 멀쩡히 나았을 거라고…!
“엄살은!”
“엄살 아냐.”
툴툴거리던 한시하는 제 머리를 손으로 문질거리더니 두 눈을 크게 떴다.
“…헉!”
식겁한 얼굴에 다급히 뱉어 내는 목소리.
“아직도 피 나는데?”
솔리아도 한시하를 따라 놀라고 말았다.
“피가 났다고? 진짜로? 어디? 어떻게? 아파?”
“…이걸 믿네.”
“….”
후-.
솔리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진심을 담아 한시하를 쏘아보았다.
자신을 놀려먹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는지 생글거리는 것이, 오늘따라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솔리아는 투덜거리며 중얼거렸다.
“정신연령이 열여섯 살인지 여섯 살인지 모르겠어.”
“…!”
한시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둘 다 내 입장에선… 조금 그런데?”
뭐가 그렇다는 건진 모르겠으나, 솔리아는 한시하의 말을 무시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사실 한시하가 있는 1층 도서실까지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강령과 폭동 이후에 뭐에 쫓기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좀체 방 밖을 나오지 않고 훈련과 공부에만 집중했던 한시하였다.
그사이에 황제에게 찍혀서 진짜 감옥을 다녀올 뻔도 했고….
잘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괜히 마음이 쓰였다.
윤하을은 한시하가 좋아할 만한 운동기구를 사서 선물로 줬다는데, 힘이 날 만한 것이 썩 생각나지 않아서 준비해 봤다.
그때 받았던 목걸이 아티팩트로 목숨을 구했는데, 그런 걸 만들 능력은 안 되어서 그냥 보석 목걸이를 구해 왔다.
광산이 널려 있는 아르케넨트 령에서도 가장 고가로 취급되는 보석.
바로,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이건… 선물이야.”
솔리아는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별 볼 일 없는 보석 목걸이긴 하지만, 뜻이 좋더라고.
“불멸을 상징하는 보석이래.”
불멸… 과 사랑의 상징이나, 뒷말은 마음속으로 삼켰다.
“아무리 봐도 네가 자꾸 명을 단축시키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한 번 구해 본 거야….”
“어…?”
목걸이의 정체를 뒤늦게 확인한 한시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솔리아는 입을 우물거리며 덧붙였다.
“오래 살라구.”
그 마음에 감격한 것인지, 한시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니, 덜덜덜 떨렸다.
“…?”
한시하는 공손하게 목걸이를 받아 들었다.
“야, 이게 얼마짜리냐.”
“응?”
* * *
다음 날, 아르델 아카데미는 연등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강령과 폭동으로 인해 희생당한 학생들을 기리기 위한 연등회.
매년 해 왔던 축제지만 올해는 조금 더 정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학년회장인 이한은 말할 것도 없고, 마법과 학생들 대부분 짐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확실히 튀는 사람이 있다.
원은 한시하를 돌아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그렇게 꽁꽁 싸매고 다니는 거냐?”
대충 얘기는 들었다.
솔리아한테 무슨 목걸이를 선물 받았는데 그게 되게 비싼 거란다.
목걸이를 차고 다니는 건 취향이 아니라면서, 어디서 가져왔는지 천으로 돌돌 말고선 고이 보관하는 중이다.
돈 좋아하기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은 원이기에, 아마 자신 역시 똑같이 온갖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지만….
아니, 근데.
“네가 그러니까 좀 이상하잖아!”
지가 가진 땅덩어리면 거기서 나오는 광물만으로 저런 목걸이 수백, 수천 개는 만들었겠다.
원의 타박에 한시하는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두 손으로 받쳤다.
“가격 때문이 아니라 정성 때문에 소중한 거지.”
“정성스런 금액을 좋아하는구나.”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한시하는 원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운동장으로 향했다. 저 편에서 아델라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시하!”
애들이 왜 이리 모여 있나 했는데 인파를 뚫고 들어가니 바람 빠진 등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아델라는 한시하의 옆에 다가와선 등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이한이 그러는데, 소원 빌고 싶으면 저기에 적으면 된대.”
이따 밤에 하늘로 띄워 올릴 거라나.
아델라는 이미 생각해 둔 소원을 적었다며 한시하에게 펜을 넘겼다.
“자! 너도 쓰고 와.”
저런 것이야말로 유사과학의 끝판왕인 것.
한시하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미신 같은 거 안 믿어.”
“하을이가 효과 있을 거래.”
“…어디서 적으면 되는 거야?”
‘사실 윤하을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가만 보면 가장 안 믿을 것 같은 애가 누구보다 철석같이 믿는단 말이지.
아델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펜을 들고 가 버리는 한시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시하가 생글거리며 복귀했다.
저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아하니 쓰고 싶은 건 다 쓰고 온 듯한 얼굴이었다.
어떤 소원을 빌고 왔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원이 대신 물어 주었다.
“뭐라고 적었냐?”
“어, 별건 안 적었고. 상투적인 거 있잖냐. 돈과 건강과 가족과 이 세계의 평화… 뭐 그런?”
“그것만 적었다고?”
“결혼운이 없다길래 간절히 빌어 보고 왔는데….”
“미신 안 믿는다며.”
“야, 이건 중요한 문제잖아.”
한시하는 원에게 타박을 놓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까부터 자꾸 이한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는 것이, 더 오래 있다가는 일을 시켜먹을 것 같다.
저녁에 있을 연등회 때 종일 서 있으려면, 아무래도 체력을 비축해 두는 편이 낫다.
“슬슬 갈까?”
한시하는 아델라에게 손짓하며 자리를 피했다.
* * *
연등회에 참가하는 것은 비단 아르델 아카데미의 학생들만은 아니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리니아 황제가 직접 아카데미에 행차할 예정이었다.
비공식 일정이었기 때문에 어니스트 학장과 일부 교수들 외에는 특별히 알리지도 않았다.
이번 강령과 폭동의 진압이 무리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 세력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 번 모습을 비추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계산적인 판단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한태수도 황제를 따라 참석하게 되었다.
“가기 싫어하진 않더냐.”
리니아 황제는 하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더 이상 황가의 일을 하지 않겠다며 사직서까지 쓰고 돌아간 충성스런 신하였다.
이번에는 리니아 황제 역시 한태수를 강요할 생각이 없었으나, 의외로 먼저 참석 의사를 밝혀 왔다.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야.”
저가 죽인 아이들을 기리며 띄우는 등이라니.
말이 폭동의 희생자지만, 실제론 강령과의 희생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터라 굳이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진 않았을 것인데.
자신의 품을 박차고 나간 뒤에도 황가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다.
황제는 그리 중얼거리며 황궁을 나설 채비를 마쳤다.
그때, 집무실의 문을 박차고 한 꼬마아이가 뛰어 들어왔다.
머리를 예쁘게 질끈 묶은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
리니아 황제의 하나뿐인 딸이자, 제국의 황녀 루비아였다.
“페하! 페하!”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외치는 단어.
뭔가 잔뜩 신이 난 모양인지 귀여운 두 볼은 발그레져 있었다.
리니아 황제는 제 품에 뛰어든 루비아를 꼬옥 안은 채 웃었다.
“무슨 일로 온 것이지?”
“연등회에 가려구요!”
“…연등회에?”
하고 싶다는 거야 다 시켜 줄 나이긴 하지만, 느닷없이 연등회를 가고 싶다는 말에 리니아 황제는 눈썹을 들썩였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애를 데리고 연등회라니… 거기 가서 무슨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불안해진 리니아 황제는 다급히 입을 떼었다.
“올해는 아주 늦은 시각에 한단다.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인 것 같은데.”
“…싫어요.”
“루비아?”
루비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귀여운 얼굴에 그렇지 못한 성질머리.
리니아 황제가 유일하게 꼼짝 못하는 상대를 뽑으라면 막내딸 루비아가 있었다.
루비아는 뾰로통하게 내민 입술로 말을 뱉었다.
“무조건 갈 건데요.”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타협은 없다.
리니아 황제는 루비아와 실랑이하는 것을 빠르게 포기했다.
“그, 그래… 가자꾸나.”
근데 정말 얘가 왜 난데없이 연등회에 꽂힌 거지?
연등회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어린아이가 갑자기 매달리는 거면 필히 이유가 있을 터.
리니아 황제는 루비아의 눈높이에 맞춰 앉고선 고사리 같은 두 손을 꼭 붙들었다.
“말해 보렴. 오늘 연등회에 가고 싶은 이유가 뭐지?”
분명 아무 발단 없이 연등회, 연등회 하고 노래를 부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리니아 황제의 예상대로 루비아는 두 눈을 반짝였다.
“이건 저희 반 애들한테 들은 건데요….”
황궁 교육 기관.
황족들을 따로 교육시키는 일종의 유치원 같은 개념인데, 거기서 다른 황족들에게 뭔가 소문을 듣고 온 모양.
“엄청난 사람이 온대요.”
“엄청난 사람…?”
리니아 황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연등회는 조촐하게 진행되는 터라, 악단이나 유명인은 부르지도 않았을 터인데.
누구를 말하는 거지?
리니아 황제는 궁금하다는 듯 루비아를 바라보았고, 루비아는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게요….”
또박또박 말하는 루비아의 말을 가볍게 호응하며 들어 주던 리니아 황제는 자세한 내막을 듣고선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 이름이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카스티카의 한시하…?”
두 손을 모은 루비아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더해,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해맑게 외쳐댄다.
“지인짜 잘생겼대요!”
“….”
“지인짜로!”
“그래서… 보러 가는 거니?”
“네!”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저에게도 쉽게 보여 주지 않던 표정이다.
뭐지, 이 텐션?
“허어….”
내 딸이 얼빠라니….
리니아 황제는 충격 받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걸 알 리 없는 루비아는 집무실 안을 총총거리며 황제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이미 마음만은 연등회에 가 있는 듯하다.
“어서 가요, 어서!”
리니아 황제는 못 이기는 척 루비아에게 끌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