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22화(22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22화
아르델 아카데미 앞 메인 광장.
연등회가 곧 시작할 시간이라 그런지 한동안 썰렁했던 광장이 북적북적했다.
“생각보다 사람 많이 왔는데?”
“그러게.”
나는 원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연례행사긴 하지만, 그리 중요한 행사가 아니라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이 몰릴 줄은 몰랐다.
한데 모인 인파들은 쉴 새 없이 광장에 밀려들고 있었고, 거기에는 앳된 얼굴들도 섞여 있었다.
원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저 어린애들은 뭐냐?”
“황실 유치원 소속인가 본데.”
하나같이 반짝반짝하게 윤기 나는 고급 옷들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묻어 있는 듯한 부유함. 교복의 마크만 봐도 황실 유치원 소속임은 알 수 있었다.
돈 많은 애들이라 때깔부터 다르네.
사실 그거야 별 관심은 없는데….
“근데 왜 자꾸 이쪽을 쳐다보냐?”
아까부터 저 어린애들의 시선이 이쪽에 꽂혀 있는 듯하다.
기분 탓인가?
살짝 자리를 옮겨 봤다.
그러자, 황실 유치원 꼬맹이들도 슬쩍 나를 따라 움직인다.
어라.
기분 탓 아닌 것 같은데?
“와아아아!”
다시 도망.
“와아아아아!”
이젠 대놓고 쪼르르 따라오기 시작한다.
뭐야, 무서워.
애들이 날 자꾸 쫓아와.
“어디 가요!”
급하게 자리를 피했지만, 결국 다수를 이길 수는 없었다.
내 주변을 빙 둘러싼 꼬맹이들.
특히 가운데 선 꼬맹이 하나가 유난히 적극적이라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카스티카의 한시하다!”
“이쪽 봐 주세요!”
“우와! 우와!”
모르고 따라온 줄 알았건만….
어쭈, 내 이름도 알아?
흡사 팬클럽을 연상시킬 정도의 열렬한 환호성에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애들이 쫓아오는데 밀쳐낼 수도 없고, 그냥 놔두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녀석들과 놀아주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뒤늦게 그 광경을 목격한 솔리아가 당황한 얼굴로 달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대답은 원이 대신 했다. 괜히 툴툴대는 목소리였다.
“몰라. 쟤 인기가 장난 아니야. 어린애들이 좋아할 얼굴인가 봐.”
그 말엔 내가 받아쳤다.
“과연 애들만 좋아할까?”
“…한 대 때려도 되냐?”
“내가 이길 텐데?”
“아오… 진짜 이걸….”
원은 주먹을 부들대면서 뒷목을 잡았다.
솔리아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황실 유치원 꼬맹이들을 곁눈질했다.
솔리아의 시선이 가장 앞줄의 여자아이에게 향했다.
왜 난처한 얼굴인가 했는데, 그녀의 입에서 그 이유가 나왔다.
“저분… 황녀시잖아.”
“황녀?”
아까 그 가운데에서 펄쩍펄쩍 뛰던 앤가?
거의 뭐, 팬클럽 회장이던데?
물론 어느 쪽이든 황가랑 별로 엮이고 싶진 않다.
황자 놈이랑 황제만 봐도 이미 피곤해.
막내딸까지 저렇게 피곤한 성격인 거 보면, 저것도 유전이다.
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제국의 미래가 어둡다….”
“야야, 조용히 해.”
와중에도 아예 라인을 넘어서 이쪽까지 걸어들어온 꼬맹이들은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몇 살이에여?”
“열여섯.”
“우와, 늙었다!”
야야.
실제로는 스물아홉이야.
순수하게 던지는 아픈 말들에 슬슬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 꼬맹이들은 나를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그럼 몇 학년이에요?”
“3학년인데.”
“와, 3학년에 열여섯 살… 그럼 아저씨예요?”
뭐, 이 새끼야?
“카스티카는 어디 있는 나라예요?”
“…?”
“여자 친구 있어요?”
“공부 잘해여?”
그만! 이제 그만!
순수해서 귀엽기는 한데, 정신 사나운 어린애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 질문에 답해 주고 돌려보냈다.
“정신 나갈 것 같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슬슬 본격적으로 연등회가 시작되면서 날뛰던 어린애들도 조용해졌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덕분에 녀석들에게 도망 나와 라인 안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학년 대표인 이한이 마이크를 잡고 진행을 시작했고, 연등회에 초청된 귀빈들이 한 명씩 올라와 짧은 인사말을 하고 내려갔다.
나는 귀빈석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그 틈에서 고고하게 앉아 있는 리니아 황제를 발견했다.
그 옆에는 황실 소속 기사들과 한태수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누구보다도 지난 폭동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여기서 그들을 기리는 연등회에 참석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한시하.”
응?
갑자기 이한이 내 이름을 불렀다.
정신 팔고 있는 사이에, 뭔가를 저지른 듯한 이한이 이쪽을 향해 손짓했다.
“학생대표로 한마디 하래.”
솔리아가 뒤에서 속삭였다.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하고선 이한의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음음.”
마이크를 잡자마자 구석에서 수군거렸던 어린애들도 일제히 조용해졌다.
이거, 무슨 피리 부는 소년이 된 기분인데.
딱히 할 말은 없어서 간단히 멘트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올해도 아르델의 연등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간, 한태수와 시선이 마주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더없이 고요한 눈빛이었다.
그쪽을 슬쩍 돌아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이번 연등회는 유독 밤하늘이 어두운 것 같습니다.”
찰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엔 별빛 하나 보이질 않는다.
“떠올려야 할 사람들이 많은 듯한데,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불을 밝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한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본격적인 연등행사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사람들로 들어찬 광장은 정숙도 잠시, 아까보다 더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소원이 빼곡히 적힌 등이 저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등을 띄우는 걸 보겠다고 몰려든 인간들이 정신없이 밀어 대는 탓에 고요한 연등회의 낭만을 박살 내 버린 지 오래였으나, 여기 은근 들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언제 온 거냐.
“한시하!”
아델라는 두 손을 모으고선 싱긋 웃어 보였다.
“나는 다른 행사도 좋은데 연등회가 참 예쁘더라.”
“그래?”
그새 등이 많이 늘었다.
등을 띄울 준비를 마치고 불을 붙인 사람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신호를 보냈다.
“띄운다…!”
그때, 연등회의 메인.
거대한 등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염원을 담아, 또는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하나씩 천천히 떠오르는 등.
무수한 등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캄캄했던 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빛난다.
한밤중인데 마치 노을이라도 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이 참 붉다.
그 하늘을 두 눈 가득 담고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아델라가 눈에 들어왔다.
불꽃놀이를 처음 봤을 때처럼 더없이 황홀해 보이는 얼굴.
슬쩍 말을 건네보았다.
“확실히 그러네.”
“응, 뭐가?”
“연등회가 네 말대로 예쁘다고.”
해질 무렵의 노을 같은 하늘 때문인지.
선선하게 코끝을 스치는 공기에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불꽃놀이보다 조금 더 낭만적인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심장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델라를 따라 가볍게 웃었다.
“어!”
아델라는 어느덧 점이 되어 버린 등을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저거다! 내가 소원 썼던 등이야!”
“그게 보이냐?”
“그냥 감인 거지.”
네가 윤하을도 아니고.
나는 아델라의 말도 안 되는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면 그 옆엔 내 소원이 있겠네.”
“어, 아마 그럴 거야.”
그나저나, 아까 그 소원.
나름 아까 열심히 적고 있던 것 같은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무슨 소원 적었어?”
“응?”
아델라는 두 눈을 끔뻑이며 고민에 잠겼다.
별생각 없이 물은 건데. 되게 심각한 소원이었나?
의아해지려던 순간, 아델라가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그건 비밀이야.”
뭐, 얼마나 대단한 소원이라고.
어이가 없어서 짐짓 삐진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그럼 나도 비밀이야.”
“너 결혼하게 해 달라고 빌었잖아.”
아, 바로 들켰네.
아델라는 당황한 내 낯빛을 살피고선 짧게 혀를 찼다.
“그거 별로 걱정 안 해도 돼.”
“왜?”
“나랑 하면 되잖아.”
아, 그렇구나… 그렇….
응?
잠깐만.
“이렇게 훅 들어온다고?”
“싫어?”
“….”
“좋은 거네.”
이게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좋지?”
“아니야.”
“정말?”
“더우니까 좀 떨어져 봐.”
날씨가 선선한 줄 알았는데, 어째 후덥지근하다.
“너무 더워.”
“핑계도 참….”
나는 부담스러운 눈길의 아델라를 스윽 밀어내고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밤하늘은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 * *
연등회가 끝난 밤, 늦은 새벽.
원과 한시하는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연등회에서 주구장창 몇 시간이나 돌아다니다 보니 몸이 녹초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아르델 아카데미는 평상시와 같이 고요해졌다.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기숙사 내부.
베개 위로 엎어진 채 자고 있던 한시하는 벌떡 일어났다.
“…응?”
뭐지.
바람 소리 같았는데.
감각의 큐브로 예민해진 감각이 한시하를 깨웠다.
왠지 불길하다.
한시하는 어두운 방 안에서 불을 켜기 위해 책상을 더듬거렸다.
찾았다.
딸깍-.
손을 뻗어 전등을 켠 바로 그 순간.
쾅쾅쾅!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시하는 그대로 멈칫했다.
“으… 무슨 일이야?”
소란에 깬 원도 비몽사몽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 사이, 외부인은 문을 다시 두드렸다.
쾅쾅!
“잠시만 나와 주십시오! 급합니다!”
문 너머로 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학생은 아닌 듯한데.
한시하는 지팡이를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러곤 발소리를 죽여 가며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밤중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문 너머에 누가 있을지 모르기에 경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공격부터 내지를 생각으로, 한시하는 문고리를 꽉 붙들었다.
그리고.
벌컥-.
한시하는 문을 확 열어젖혔다.
“…!”
덥수룩한 수염에 험악한 얼굴.
기사 차림의 한 사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크게 외쳤다.
“황실 소속 기사 베른입니다!”
다급히 달려왔는지 온몸에 흙먼지가 묻어 있는 데다가 지친 기색이었다.
여러모로 꼴이 말이 아니었다.
“황실 기사…?”
원은 미심쩍다는 듯 사내를 천천히 훑었지만, 한시하는 단번에 눈치챘다.
연등회에서 봤던 얼굴. 황실 소속 기사는 맞는 것 같았다.
한시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황자께서 찾으십니다.”
“…네?”
갑자기 이 시간에 황자가 찾아?
그걸 믿으라고?
이거야말로 말 같지도 않은 개수작이다.
그리 단정지으려던 순간.
베른이 간절하게 덧붙였다.
“급한 일입니다! 지금 당장 가셔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