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34화(23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34화
같은 시각, 카스티카의 막사는 여느 때보다 더 분주했다.
오늘은 황궁에서 보낸 지원군이 오는 날이었다.
천막을 걷어젖히고 한 병사가 뛰어 들어왔다.
“지원군이 거의 다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혹시 모를 전쟁이 염려되는 터라, 마르셀에게 최대한 시기를 당겨 지원군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였다.
실력 좋은 마법사와 기사들도 섞였을 테니 한숨은 돌렸다.
한시하는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생각보다도 빨리 도착했네.”
그렇게 투덜거리더니만 나름의 정성을 다했다.
황제인 마르셀의 입장에서도 만의 하나, 카스티카가 큰 타격을 받는다면 제국 전체가 흔들릴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솔리아는 한시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한 잔소리를 했다.
지원 요청 이후로 그녀 역시 카스티카 령에서 지내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 이번에는 각별히 대접 좀 해.”
지난번에 황제가 직접 왔는데, 자기 할 일 바쁘다며 안에 틀어박혀 있질 않나.
귀찮다고 아예 쫓아내 버린 적도 있었다.
어떻게 아직까지 목이 붙어 있는 건지 신비할 따름이다.
아델라에 비해선 한시하의 걱정을 하지 않는 솔리아조차 두려워질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래도 명색이 황제인데… 너는 무슨 아카데미 선배 만나듯이 대하잖아.”
“야, 선배한테도 저렇게 하면 끌려가지.”
“알았어, 알겠다고. 이번에는 지극정성으로 대접하겠다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한시하는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렇게들 재촉을 하는데, 오늘은 나와서 기다리는 것이 예의였다.
거의 도착했다더니 막사 밖이 시끌시끌하다.
히이잉-
잔뜩 흥분한 말소리에 한시하는 천막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갔다.
“벌써 도착한 것 같은데?”
그 예상대로 저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병사들이 보였다.
황제인 마르셀의 명령으로 카스티카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마법사와 기사들까지.
정예부대라고 들었는데 수가 생각보다 더 많다.
한시하는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멀찍이 고개를 빼었다.
병사들이 다급히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다.
저 많은 수가 전부 지원군이라니.
그 자체로만 보면 참으로 든든한 광경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솔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시하를 돌아보았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은 한시하도 매한가지였다.
마르셀이 파견한 지원군의 수가 상당하다고 해도….
“저렇게 많았나?”
먼 거리지만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뒤늦게 상황을 눈치챈 한시하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들은 이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쫓기고 있다.
툭.
한시하는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떨구었다.
그의 옆에 선 병사 하나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습격입니다! 습격입니다!”
지평선 너머로 검은 점들이 무수히 몰려오고 있었다.
* * *
황제가 직접 파견한 정예부대다.
제국에서 날고 기는 이들만 모아두었을 텐데도 처참히 밀리는 중이다.
마르셀이 총애했던 황실 직속 마법사도,
기사들도,
지원군까지도.
무참하게 쓰러져 갔다.
“제길.”
적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전쟁이 벌어진 후 2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더러운 꼴은 다 봤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광경이었다.
카스티카는 순식간에 살아 있는 지옥이 되어 버렸다.
“으아아악!”
무참히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
한시하는 입술을 깨문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병사가 뛰어와 그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바돈은 솔리아의 예상대로 자신의 모든 전력을 카스티카에 들이부었다.
그 전력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
대비를 했음에도 막을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적군들을 보면서 첫 번째로 찾아오는 감정은 무력함이었다.
한시하는 확신했다.
나는 지금 이 전장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
아니, 그럴 자신이 없다.
“한시하! 정신 차려!”
넋을 놓을 뻔했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어느새 곁에 온 아델라가 다급히 외치고 있었다.
“정신줄 단단히 붙잡아! 어떻게든 버텨야 해. 여기서 함락 당하면 카스티카는 끝장이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정신 차려야 할 거 아니야.”
이곳은 카스티카에서도 가장 많은 병력이 집중된 지역이었다.
여기가 처참히 무너진다면, 나머지 지역은 더 볼 것도 없다.
한시하는 뒤늦게 고개를 돌려 다른 녀석들을 확인했다.
솔리아도, 원도 싸우고 있었다.
패배를 예견할지언정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것이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정신이었다.
아델라가 재촉하듯 한시하에게 말했다.
“할 수 있어. 가자.”
할 수 없어도 해야 한다.
그 말에 한시하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백작님께 당장 연락드려.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지원을 요청해야 해. 황실에도 연락하고. 시간이 얼마 없다고 전해.”
버틸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이 인력으론 필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
황실에서 추가 병력을 보낸다고 해도 시간 안에 도착할지는 미지수.
이 상황에서 믿고 기대볼 만한 사람이라고는 한태수밖에 없었기에,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한시하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패색이 짙은 전장. 저 생지옥에 뛰어드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으나, 피할 수 없는 전투였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밀리고 있습니다!”
악착같이 싸우는 병사들, 기사들. 그리고 황실의 지원군들.
저들은 자신만 보고 있지 않나.
“바실.”
한시하는 낮게 깔린 음성으로 바실을 불렀다.
<역전이>.
위험한 탓에 한 번도 쓴 적이 없던 능력이었다.
바실의 방대한 마력을 끌어와 한시하가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시하는 녀석에게 모든 힘을 몰아줄 생각이었다.
“꾸우….”
바실은 두 눈을 끔뻑이며 한시하의 앞에 앉았다.
한시하는 말없이 바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는 품에 안기에 너무도 커버린 녀석이지만, 해맑게 끔뻑이는 저 눈빛만은 그대로였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질적인 힘.
이게 뭐냐는 듯 두 눈이 동그래진 바실이 자신을 올려다본다.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말을 뱉었다.
“너는 충분히 강해.”
그러니, 이 땅을 지킬 수 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네 할 일은 하나야.”
당연히 바실은 자신을 우선으로 지키려 들 것이다.
그것이 바실과 클로스티가 지닌 본능일 테니까.
하지만, 한시하는 정반대의 명령을 내릴 생각이었다.
“아바돈을 죽여.”
“…!”
한시하는 자신이 가진 마력의 절반을 바실에게 전이시켰다.
마력을 외부에서 더 끌어와도 모자랄 판국에, 바실에게 그 절반을 주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 무모한 선택을 하면서도, 한시하는 효율을 생각했다.
바실이 지닌 마력을 자신에게 가져온다 한들, 자신은 아바돈을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더 효율적인 방향을 생각했을 뿐이다.
같은 마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은 자신보다는 드래곤인 바실일 테니.
바실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능?”
“명령이야. 시키는 대로 해.”
뒤늦게 한시하의 명령을 이해한 바실의 표정이 굳었다.
테이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바실에겐 우선이다.
하지만, 한시하는 다른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아바돈을 죽이는 것이 우선이다.
한시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도 명령하고 있었다.
제 마력의 절반을 내주고 강요하는 명령이다.
녀석에게는 참으로 잔인한 명령일 텐데, 한시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문득, 며칠 전에 아델라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시하, 너도 나와 같은 상황이었으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야.’
‘글쎄. 나는 내 목숨을 두고 베팅을 하진 않는 편이라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 놓고.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도박을 거는구나.
‘내가 아는 너는 수도 없이 이런 일에 네 목숨을 거는 사람이었는데.”
“…맞네.”
사람을 아주 제대로 봤어.
“미안. 아델라.”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바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박차 올랐다.
* * *
거대한 드래곤이 머리 위를 돌고 있는 광경.
순식간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에 아바돈 측의 병력은 혼란에 빠졌다.
흑마법사들이야 조금 사정이 다르겠으나, 아무것도 모르고 이 전쟁에 끌려온 병사들이 살면서 드래곤을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말 그대로 괴물의 출현이었다.
“으아아아아악!”
“괴… 괴물이다…!”
바실의 브레스 한 번에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져 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타들어 가는 이들을 눈앞에서 목도한 몇몇은 발작을 일으키며 주저앉았다.
한시하의 마력까지 등에 업은 바실은 브레스만으로도 수십 명을 쓸어버렸다.
불속성의 드래곤이다.
바실은 그런 자신을 저지하려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마법사들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막아! 그냥 얼려 버리라고!”
“커억…!”
동결마법을 쓰려 한 듯하지만, 바실의 마력 브레스 한 번에 마법진 자체가 부서져 버린다.
바실은 제 뒤통수를 치려 한 이들을 처참하게 물어 죽였다.
“구르르르….”
하지만 여전히 병력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을 한 번에 쓸어버리기 위한 공격이 필요했다.
바실은 낮은 음성으로 울면서 불기둥을 소환했다.
동시에,
쾅. 쾅.
천둥이 치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번개가 땅을 내리찍는다.
“으아아아악!”
자연재해에 가까운 공격이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기사라 해도, 머리 위를 내리찍는 번개에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분노에 가까운 절규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저 드래곤 잡아!”
“저쪽으로 공격하라고! 저 미친놈이 다 쓸어버리잖아!”
아델라와 솔리아, 원.
세 사람에게 쏟아졌던 공격은 어느덧 그 대상이 바뀌어 버렸다.
바실의 등장에 패닉에 빠진 흑마법사들은 녀석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 틈으로 날아온 든든한 지원군이 하나 더 있었다.
바실은 반가움에 울부짖었다.
“꾸우우우!”
“시발. 저건 또 뭐야.”
흑마법사 하나는 탄식을 뱉으며 지팡이를 들었다.
두 마리의 프테라.
그것이 제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는 광경은 백 번 봐줘도 바지에 지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바실이 제 그림자가 닿는 모든 땅을 송두리째 태워 버렸다면, 클로스티는 얼려 버렸다.
<아이스 블라스트>.
수백, 수천 개로 쪼개진 날카로운 얼음의 파편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쏟아졌다.
말을 타고 있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고꾸라지며 저들끼리 엉켜 버렸고,
수많은 병력이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져 버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뒤늦게 배리어를 깔았던 흑마법사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심하는 순간, 얼음 파편이 제 심장을 파고들었다.
“컥…!”
그렇게 수십 명의 흑마법사들이 죽어 나갔고, 치열한 전투는 계속되었다.
애초부터 카스티카가 함락되었어야 했던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판세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적군은 그대로이며, 황제의 지원군들은 대부분 전멸했다.
하지만, 바실과 클로스티의 지원으로 조금씩 활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카스티카의 핵심부를 내주지 않기 위해 모두가 발악하고 있다.
제 구역에 있는 병사들을 모두 쓸어버린 바실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최대한 높이 날아올라 점이 되어 버린 인간들을 내려다본다.
“꾸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테이머가 제 목숨을 내걸고 죽여 버리라 명령한 인간.
바실은 한시하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한시하를 지키는 대신 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그 명령이 몹시도 심기에 거슬리기에, 주어진 명령을 빠르게 끝낼 생각이었다.
“아바동….”
바실은 웅얼거리면서 한 남자를 찾는다.
“잡아 족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