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36화(23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36화
아바돈은 고개를 까닥이며 한태수에게 다가왔다.
“10년 만인가, 거의.”
10년 만에 마주한 원수.
아바돈은 감정적인 눈빛으로 한태수를 노려보았다.
아바돈은 그에게서 많은 것들을 잃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피의 백작.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난 세월 동안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리고, 이제야 확신했다.
비로소 자신은 저놈을 이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많이 약해졌군. 아니, 내가 강해진 건가.”
아바돈은 걸어오는 한태수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 냉랭한 양반이 저렇게 흥분한 것을 보니 우스워졌기 때문이었다.
“자네답지 않게 많이 동요했어.”
그 말을 증명하듯,
한태수는 곧바로 아바돈을 향해 마력구를 던졌다.
쾅-.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감히 카스티카를 걸고 내 아들을 내놓으라 협박해?’
시답잖은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아바돈의 목적을 알게 된 이상, 한태수는 그 어떤 것도 내줄 수 없었다.
반드시 놈과 상대해서 이겨야만했다.
쾅-.
한태수는 다시 한번 마력구를 던졌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공격이었다.
이번에도 그의 마력구를 쉽게 흘려버린 아바돈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배를 잡고 웃어 댔다.
아바돈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 한태수를 도발했다.
“이봐, 조금 침착하라고. 이래서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못 맞추겠어.”
눈을 감고 있어도 피할 수 있겠다. 이토록 뻔한 공격을 할 줄이야.
아바돈은 양손을 든 채 혀를 찼다.
“실망인데.”
“네놈과 말장난할 생각 없다.”
한태수는 지팡이로 빠르게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속박의 마법진.
아바돈의 발을 묶어 두기 위한 한태수의 수는 금세 저지당했다.
단번에 마법진을 파훼시켜 버린 아바돈이 그것을 변형하여 한태수를 공격했다.
획 두 개를 더 그린 뒤, 마기를 불어 넣음과 동시에.
사방에서 마력 화살이 비처럼 쏟아진다.
그것을 손짓 한 번으로 치워 버린 한태수는 공중에서 화살들을 태워 버렸다.
쉽게 당해 주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아바돈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그 순간, 한태수의 눈앞에서 푸른빛이 일었다.
“…!”
처음으로 목도하는 장면이다.
아바돈의 손 위에서 반짝이는 푸른색의 큐브.
한태수는 이마를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처음 보는 듯하군.”
입꼬리를 씨익 올린 아바돈이 반격을 시작했다.
큐브에서 끌어온 마력은 막대했고, 아바돈은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택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줄기가 땅 위에서 솟았다.
독을 품은 나무줄기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병사들을 후려친다.
스치기만 해도 위험하다.
한태수를 호위하는 열 명의 병사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커억!”
나무줄기는 무참히 저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독을 품고 있는 주제에 자유자재로 변형까지 가능하다.
칼처럼 날카로워졌다가, 밧줄처럼 휘감기까지.
거대한 나무줄기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한태수는 이를 악문 채 아바돈의 공격을 막았다.
큐브의 힘을 얻은 아바돈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자신과 비등비등하거나, 오히려 자신을 넘어설 경지.
단 둘이 싸웠다 해도 버거웠을 전투였다.
그렇기에 더욱 위기감이 들었다.
한태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무줄기를 쳐 내었다.
아바돈은 승리를 위해서는 모든 수를 가리지 않는다.
고개를 돌린 한태수의 시선에 얼어붙어 있는 한시하가 눈에 들어왔다.
쾅-.
한태수는 제 아들을 낚아채려는 나무줄기를 향해 마력구를 던졌다.
“하아… 하.”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버거운 와중에, 제 자식을 지켜야 한다.
한태수는 온 정신을 집중하고선 아바돈을 응시했다.
아바돈의 악착같은 공격을 흘려내면서도 한시하를 지켜 내기 위한 배리어를 까는 데에 마력을 할애했다.
무적과도 같아 보였던 한태수도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었다.
간신히 버티고는 있으나,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다.
한태수는 이를 악문 채 아바돈을 향한 최후의 공격을 준비했다.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 아바돈을 일격에 처치하겠다는 도박.
이전 같았으면 절대 택하지 않았을 방식의 전투였다.
그러나, 카스티카를 지키기 위해서.
한시하를 살리기 위해서.
남은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다.
한태수는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아바돈 모르게 마법진을 완성하고, 마지막 한 획을 더하려던 바로 그 순간.
아바돈이 입을 떼었다.
“근데 말이야. 저것이 네 아들로 보이나?”
“뭐…?”
아바돈과의 전투에 밀리면서도 지키려 했던 제 자식.
아바돈의 말에 한태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게 무슨….”
한태수는 황망한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한시하가 있어야 했다.
아니,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겁에 질린 제 자식이 있었던 자리였다.
헌데,
“….”
그 자리에 처음 보는 병사가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아바돈은 승리를 위해 어떤 수도 가리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었는데,
모든 가능성을 대비했어야 했는데.
아바돈의 환영 마법.
놈의 얕은 수에 당하고 말았다.
무능했다.
한태수는 손에 쥔 지팡이를 툭, 떨구고 말았다.
이 전장, 그 어디에도 한시하가 보이질 않는다.
아바돈의 비릿한 웃음이 한태수의 폐부를 찔렀다.
서늘한 바람이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를 농락하듯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아바돈.
“이미 늦었다.”
아바돈은 그의 귓가에 속삭이고선 사라져 버렸다.
* * *
한시하가 사라졌다.
막사 안에는 전에 없던 침울한 공기가 감돌았다.
아델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고, 윤하을은 반쯤 넋을 놓은 듯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여전히 밖은 전쟁 중이고, 아바돈은 한시하를 데리고 카스티카를 떠났다.
애초부터 이 전쟁의 목표가 한시하였으니, 그 이후의 전투가 어찌 되든 아바돈에게는 상관없는 일이겠지.
위험을 무릅쓰고 카스티카 령에 들어온 이한이 막사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야?”
이한은 굳은 얼굴로 자리에 착석했다.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에서 누구 하나 먼저 입을 떼지 못했다.
한참의 침묵을 깨고 원이 힘겹게 상황을 말했다.
“한시하가 전투 중에 아바돈에게 납치당했어.”
“뭐?”
“어떻게든 막아 보려 했는데… 순식간이었어.”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한 바실이 가장 먼저 아바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시하를 낚아채려는 아바돈을 상대로 물고 뜯으며 늘어졌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전투 후 바실이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같이 끌려간 것 같은데, 그 뒤의 행방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원은 어두운 낯빛으로 이한을 돌아보았다.
“아마 큐브 때문일 거야.”
한시하에게 귀속된 두 개의 큐브.
아무리 큐브를 빼돌려 봐야 사용자인 한시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학습했으니, 그러지 못하도록 이런 미친 짓을 감행한 거겠지.
그리고, 그것이 목적이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NGC 구역에 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
한시하가 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다.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시도는 해 봤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놈들의 본거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윤하을은 울먹이며 입을 떼었다.
“시하가… 그 큐브를 내놓을까…?”
윤하을을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고개를 떨궜다.
차라리 자신에게 귀속된 큐브를 내놓길 바랐다.
큐브 따위,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걔는… 그걸 쥐고 있을 거야….”
아바돈이 무슨 협박을 하든 절대로 그것을 놓지 않을 것이다.
한시하를 너무 잘 알기에 이 상황이 더 절망스러웠다.
윤하을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입을 떼었다.
“우리가 가서 구해 오자.”
윤하을은 주섬주섬 지도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렸다.
한시혁이 보내 주었던 NGC 구역의 지도.
한시하의 뜻으로 줄곧 막사 한편에 봉인해 두었던 지도였다.
윤하을의 말을 이해한 이한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내가 갈게. 예언자의 감이 이런 데에도 쓸모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들보단 나을 거야.”
윤하을은 숨을 고르며 NGC 구역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쪽으로 들어가면 돼. 그다음 세부 지도는 알아낸 게… 조금도 없지만. 그래도 위치는 알고 있어.”
“잠깐만, 윤하을. 나는 아니라고 봐.”
이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안에 무슨 위험이 있는 지도 모르는데, 지도만 보고 다짜고짜 들어가자고?
“모두가 들어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
혼자 들어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한은 윤하을을 생각해서라도 반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내가 갈 수 있어.”
줄곧 잠자코 앉아 있던 아델라가 손을 들었다.
윤하을은 당황한 얼굴로 아델라를 돌아보았다.
한시혁에게 받은 지도를 들고 해맑게 나탈리의 작업실에 뛰어 들어왔을 때만 해도, 아델라는 그 지도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상세히.
그것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한시하가 제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으니까.
미완성의 지도를 들고 NGC 구역에 잠입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걸.
아델라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윤하을, 굳이 네가 먼저 들어갈 필요는 없어.”
이 일에 더 최적화되어 있는 것은 자신이라고, 아델라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길을 뚫을게. 뒤에서 천천히 따라와 줘. 무슨 일이 생기면 알려 줄 테니까, 너무 가까이 따라붙을 생각은 하지 말고.”
“둘 다 미쳤어?”
이한이 아델라의 말을 제지했다.
“네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
아델라의 두 눈이 섬뜩할 만큼 공허했다. 그 눈빛을 보고 있으니 더욱 불안해졌다.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면서 좋으나 싫으나 몇 년을 붙어 있었다.
많은 일을 함께 겪어 온 동료였다.
“한시하를 구하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것도 이해해. 근데 한시하, 그 녀석이 죽는다고 해서 네가 따라 죽어야 할 필요는 없어.”
“왜… 죽는다고 가정해?”
“미안. 말이,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야.”
이한은 이를 악문 채 아델라와 윤하을을 번갈아 돌아보았다.
“아바돈이 당장은 한시하를 죽이지 않을 거야. 큐브를 얻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 두겠지. 그때까지의 유예기간이 있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렇게 쳐들어가는 건 개죽음이라고.”
아델라는 고개를 돌려 이한을 노려보았다.
이한은 아무 죄도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옳다는 것도.
그럼에도, 제 갈 길을 막아세우는 이한이 도무지 곱게 보이지 않았다.
“네가… 네가… 무슨 말을 해도….”
아델라는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그러고는, 힘겹게 덧붙였다.
“나는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