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37화(23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37화
좁은 방이었다.
얼마를 기절해 있었을까.
마지막 기억이 전장에서 끊겼던 것 같은데.
“으윽….”
몸을 일으키자 뼈마디가 비명을 내질렀다.
숨을 크게 들이쉬자 짙은 마기가 폐부를 찌른다.
불쾌하고도 습한 공기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아바돈의 본거지, NGC 구역의 어느 지하실인 듯했다.
여기를 찾으려고 지난 몇 년간 그렇게 발버둥을 쳤는데.
결과적으로 오긴 왔다.
이렇게 붙들려서.
“대체 어떻게 끌고 온 거야?”
흡사 아첸트의 공간 왜곡을 보는 듯했다.
아바돈의 손아귀에 붙들려서 순식간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왔다.
공허의 큐브는 내 손에 있을 테니, 큐브의 이능을 사용한 것은 아닐 테고.
“시간 왜곡이었나.”
시간을 뒤로 돌려 한태수의 눈을 속이고 그 틈에 나를 잡아챈 것인가.
그것 외에는 설명이 가지 않는 능력이었다.
“더 곤란한데.”
한숨을 내쉬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큐브의 시간 왜곡을 아바돈이 사용했다라….
그건 아바돈이 큐브의 사용법을 익혔다는 소리기에 한층 더 절망적이었다.
물론 더 절망적인 건 여기에 끌려온 내 신세이긴 한데.
“제길.”
나는 공허한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때였다.
별생각 없이 뻗은 발에 뭐가 채였다.
“끽…!”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서려는데, 다시 한 번 더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꾸….”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둠 속이라서 몰랐는데.
거대한 형체가 몸을 꿈틀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바실이었다.
“바실!”
나는 녀석을 향해 기어갔다.
마지막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아바돈이 나를 잡아채는 와중에, 녀석이 아바돈에게 달려들었던 것은 분명한데. 대체 어쩌다가 여기까지 끌려왔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울음소리를 보아하니 상태가 전혀 좋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너 괜찮냐?”
“꾸우….”
낑낑대기만 하고 대답이 없다.
“바실.”
바실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는데, 불길하게도 축축했다.
나는 그 흥건하게 젖은 왼손을 어둠 속에서 들었다.
피였다.
“너….”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바실을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끙끙거리면서 제 머리를 내 품에 비비고 있었다.
순간, 녀석에게 명령했던 말이 생각났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네 할 일은 하나야. 아바돈을 죽여.’
내가 끌려가는 와중에도 바실은 끝까지 싸웠다.
아바돈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텐데. 미련하게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준 마력이라서,
내 명령을 따르려 애를 썼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바돈을 붙들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녀석에게 물었다.
“그걸… 시키는 대로 했냐?”
바실이 낮은 소리로 울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피를 이미 너무 많이 흘렸다.
“차라리 도망쳤어야지.”
물론 그런 명령을 한 내 잘못이다.
“네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잖아.”
이런 명령밖에 할 수 없는 인간이라서 나도 여기 붙잡혀 온 것이겠지만.
아바돈의 지하실에서 녀석을 조우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여기서 만나게 된 거, 하나도 반갑지 않다.
나는 이를 악문 채 손에 잡히는 천을 찢었다.
긴팔의 셔츠가 반절이나 찢겨 나갔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잘 보이지 않는 시야를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나직이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제길.”
되지 않는다.
마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마력을 조금도 쓸 수 없었다.
이 방 전체에 마력을 차단하는 결계가 쳐져 있음이 틀림없었다.
“하아….”
짙은 마기 때문에 숨을 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나는 되는 대로 손을 뻗어 바실을 살폈다.
아바돈이 창으로 찌른 것인지, 가슴 근처에서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지혈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끼잉….”
바실은 고통스러운지 몸을 비틀면서 제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나는 녀석의 상처를 손으로 세게 누른 채 천으로 묶었다. 되도 않는 응급처치지만 시간은 벌어 줄 거라고 믿었다.
드래곤의 치유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니까.
거기에 희망을 기댈 수밖에 없다.
“움직이지 마.”
“꾸우….”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녀석의 머리를 애써 태연하게 토닥였다.
그러자 바실이 두 눈을 끔뻑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갈 수 이써….”
웅얼거리면서 하는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마력이 차단되었는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미더.”
“….”
“씨하… 미더….”
나를 믿는다며 덧붙이는 말에 차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이유는, 애초에 테이머가 무능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기에, 지금 이 상황이 절망스럽다.
그 순간이었다.
저벅저벅.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르르….”
바실은 본능적으로 울면서 몸을 일으켰다.
몸이 성치도 않은데 저 문밖의 상대를 경계하기 위해 낮은 목소리로 위협한다.
녀석의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
그러나, 바실의 위협이 무색하게도.
벌컥-.
문이 열렸고,
동시에, 지하실 내에 불이 켜졌다.
* * *
“꼴이 상당히 볼만해.”
비아냥거리면서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아바돈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피로 범벅이 된 한시하와, 아무리 봐도 영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드래곤이었다.
물론 아바돈의 상태도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수월한 납치라고 생각했건만.
바실이 끈질기게 달려드는 바람에 곳곳이 물어뜯기고 말았으니까.
그렇기에 아바돈은 지금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복수심에 이를 갈고 있던 것은 바실도 마찬가지였다.
아바돈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실은 홱-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르르르….”
갑작스레 달려든 바실.
방 안의 결계 때문에 마력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녀석은 날카로운 이빨로 아바돈을 물려고 했으나.
퍽-.
아바돈은 있는 힘껏 녀석을 걷어찼다.
창에 몇 번이고 찔려서 비실거리는 드래곤에게까지 당해 줄 정도로 허접한 마법사가 아니다.
아바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참 질긴 놈을 키우고 있었군.”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아바돈은 고개를 틀어 바실에게 다가갔다.
“주인이나! 개새끼나! 제 주제를 모르고 불나방처럼 뛰어들기는!”
퍽-.
퍽-.
아바돈의 발길질에 피투성이가 된 바실이 굴러떨어졌다.
“끼에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시하의 눈이 돌았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 숨을 헐떡이던 녀석이다.
‘그런 애를 걷어차?’
한시하는 이를 악문 채 그대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 개자식아. 뭐 하는 짓이야.”
한시하는 시퍼런 눈빛으로 아바돈을 노려보았다.
되는 대로 아바돈의 멱살을 잡았다.
아바돈은 한시하에게 붙들린 채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퍽-.
한시하의 눈앞에 불이 일었다.
“커억!”
아바돈은 사정없이 마기를 실은 주먹으로 한시하를 내리찍었다.
배리어도 깔 수 없는 상황에서, 아바돈은 인정사정없이 한시하의 턱을 올려쳤다.
“으윽….”
놈의 드래곤에 몇 번이나 물어뜯겼다.
아바돈은 이를 갈며 한시하를 향해 말했다.
“내게 빌어도 모자랄 마당에 고개를 너무 빳빳이 들고 있는 건 아니냐.”
어린애의 장난에 충분히 놀아주었다.
아바돈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한시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곱게 자라서 그런가? 카스티카의 후계자.”
한시하는 얼얼한 뺨을 쓸어내리며 아바돈을 노려보았다.
아바돈은 조소를 머금은 채 말을 뱉었다.
“이봐, 상황 파악이 지금 안 되는 모양인데.”
한 걸음. 두 걸음.
한시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으나, 아바돈이 조금 더 빨랐다.
그는 제 뒤에 서 있는 흑마법사를 향해 눈짓으로 명령했다.
“묶어.”
* * *
한시하가 납치된 지 이틀이 지났다.
단언컨대, 그 이틀 동안 아델라는 한숨도 자지를 못했다.
혹여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초조한 마음으로 밤낮을 샜다.
카스티카 령에서 멀리 떨어진 오드리세 산맥. 쉬지 않고 마차를 몰아 이곳에 도착했다.
NGC 구역의 입구 앞에서 선 아델라는 침착하게 입을 떼었다.
“이곳이 맞아.”
험준한 오드리세 산맥을 두세 시간 동안 올라 도착한 동굴.
그 옆에 사람 키만 한 바위가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지도가 없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저 바위를 밀면 입구가 나온다.
그 아래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겠지.
이 결정에 자신의 명운이 달려 있다.
아델라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들어갈게.”
그런 아델라를 지켜보고 있는 이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여전히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으나, 결국 아델라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건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윤하을, 솔리아, 시모어, 그리고 원까지.
모두가 미친 계획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길에 동행했다.
그 순간, 시모어는 인상을 찌푸린 채 원을 돌아보았다.
“야, 근데 진심으로 가려고?”
엉겁결에 따라오긴 했지만 호랑이굴에 끌려가는 기분이다.
한시하가 아니었으면 아르델의 지하 감옥에서 썩었을 운명이었기에, 그 부채감에 따라온 시모어다.
하지만, 카스티카의 막사에서 뺀질거리는 것 외엔 별달리 하는 일 없던 원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다.
“너는 왜 왔냐? 나 같으면 진작에 내뺐을 거 같은데.”
원은 시모어의 말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같이 방을 쓴 게 몇 년이야. 내버려두면 내가 사람새끼가 아니지.”
“…곧 사람이 아니게 되겠지. 저기 들어가면 다 뒤지는 거거든.”
“시모어!”
“왜, 뭐.”
시모어는 툴툴거리며 윤하을을 돌아보았다.
윤하을의 옆에는 웬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너도 테이머로 직업을 바꿨냐?”
“….”
“왜 다들 내 말 무시하냐?”
윤하을은 깔끔하게 시모어의 말을 무시하고선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래서는 죽어서도 나 혼자 떠들겠구만.”
시모어는 한숨을 내쉬며 정면을 응시했다.
미친 계획이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으나, 지금은 아델라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내려갈 준비를 마친 아델라가 입구의 문을 열었고, 한 손으로 사마트폰을 들었다.
“잘 다녀와라.”
시모어는 아델라를 향해 말을 뱉었고, 그 심정을 이해한 아델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라가 먼저 길을 튼 다음에, 안전한 것이 확인이 되면 다섯 명이 추가로 진입한다.
드르르륵.
마침내 무거운 바위가 움직였고, 그 아래에는 캄캄한 지하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델라는 침을 삼키고선 작게 읊조렸다.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볼게.”
* * *
깊은 지하 복도.
아델라는 발소리를 죽이고서 내려갔다.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공간이다.
계단 아래로 완전히 내려가면 조금 낫겠지.
한 칸, 두 칸.
아델라는 사방을 경계하며 조금씩 아래로 향했다.
지하 1층.
이제는 아마도 2층.
뒤돌아 나가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언제까지 내려가는 계단만 나오나 싶었던 그때, 복도로 추정되는 길에서 아른거리는 조명이 보였다.
아델라는 숨을 삼켰다.
아직 NGC 구역의 그 누구도 외부인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여기서 한시하를 찾고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오랫동안 제 존재를 숨겨야 했다.
쿵쿵.
아델라는 곧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며 벽에 기댔다.
그때였다.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흑마법사들이었다.
벌써부터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아델라는 제 인기척을 지우고서 벽에 붙었다.
인기척을 감지하고, 지우는 데에는 도가 튼 아델라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아델라를 발견하지 못할 터.
몸을 숨긴 아델라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로브로 머리를 완전히 가린 한 마법사가 주절거리고 있었다.
“카스티카의 후계자가 잡혔다는 소식이 있던데?”
곧바로 자기들끼리 속닥대기 시작한다.
“한시하? 그 녀석 말인가?”
“그래, 5층에 갇혀 있다더군.”
“허어… 그 콧대 높은 후계자가 여기 붙들려 있다라… 볼 만하겠는데?”
“살려 달라고 싹싹 빌고 있겠지, 뭐.”
“그런다고 살려 둘 리가 있나. 그분이 카스티카라면 학을 떼는데….”
한시하의 납치 소식은 NGC 구역 내에 벌써 다 퍼진 듯했다.
‘개자식들.’
아델라는 그 소식을 가십거리 취급하는 흑마법사들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다행인 것은 저들의 말로 추측했을 때, 한시하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리겠지.
아델라는 가만히 앉아 천천히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총 세 명이다.
한시하를 만나기 위해서는 꺾어야 할 상대들.
세 명이나 되는 숫자라, 한 번에 처치해야 할 텐데.
공격의 궤도가 도무지 각이 나오질 않는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싹 다 묻어 버리면 되잖아.”
아델라의 두 눈에 이채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