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38화(23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38화
아델라는 고개를 돌려 놈들의 일행을 확인했다.
총 세 명이다.
“사일런스.”
신속하고, 정확하게.
단, 들키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아델라는 소음을 차단하고선 놈들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그 순간.
그 인기척을 눈치챈 것인지, 로브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방금 무슨 소리 들린 것 같지 않나?”
“소리라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진작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마법진.
아델라는 망설임도 없이 지팡이를 들었고,
동시에, 땅이 그들을 삼켜 버렸다.
“으아아아악!”
로브를 쓴 세 명의 흑마법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델라는 주변을 둘러보며 복도로 빠져나왔다.
전부 말끔하게 처리했다.
아델라는 사마트폰을 들어 현재 상황을 짧게 전달했다.
-지하 2층까지 내려왔어.
예상보다 고요한 내부.
흑마법사들이 주로 지하 3층에 있을 거라는 지도의 내용이 있었으니, 여기까지 길을 뚫는 것은 다소 수월했다.
아델라는 내부를 천천히 확인하면서 조심스레 덧붙였다.
-여기까진 안전한 것 같아.
-곧 갈게.
윤하을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델라가 먼저 길을 뚫었으니, 그 뒤로 나머지 다섯 명이 서서히 진입할 것이다.
이 넓은 건물에서 한시하를 감으로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시하의 사마트폰이 마지막으로 끊긴 곳을 역추적하겠다는 것이 윤하을의 계획이었다.
아델라는 역추적된 데이터를 듣기 위해 사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수화기 너머의 윤하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마력이 전혀 느껴지질 않아.
뭐?
-바실도, 한시하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다.
아델라는 떨리는 손으로 사마트폰을 움켜쥐었다.
윤하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치를 모르는데 더 내려가는 건 위험해. 아델라, 거기서 나와. 어서.
아델라는 윤하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지하 5층이야.”
-뭐?
“먼저 가서 기다릴게.”
불확실하다고 포기할 것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단호하게 대답한 아델라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 * *
NGC의 지하구역은 분명 복잡했으나, 아델라는 차분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복기했다.
이 미로 같은 지하 동굴을 전부 뒤져서라도 한시하를 찾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자꾸만 나쁜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찾으면 그다음에는?’
‘싸워서 이길 수 있어?’
아델라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우선 찾는 거에 집중하자.”
지하구역은 넓은 것치고는 제법 조용했다.
아델라는 인기척을 감지하는 것 못지않게 인기척을 죽이는 것에도 능숙했다.
덕분에 아델라는 최대한 발소리를 줄인 채 내려갈 수 있었다.
특별히 보초를 선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리 감시를 허술히 해 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다행이었다.
혹시 아바돈과 마주칠 수도 있으니, 그 전까지는 최대한 힘을 아껴 두어야 했으니까.
물론 복도를 지나다니는 흑마법사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 번 위험한 순간이 찾아왔었으나, 무사히 놈들을 묻어 버렸다.
그렇게 이곳에 내려온 지 삼십여 분,
아델라는 마침내 마지막 지하 5층에 도착했다.
지하라고는 해도 유달리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곳.
왠지 모를 섬뜩함이 아델라의 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몸을 살짝 떨면서 침을 삼켰다.
“….”
여기 어디엔가 한시하가 있겠지.
-도착했어.
아델라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전을 남기고선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그 사이 땀을 잔뜩 흘린 것인지 사마트폰이 축축했다.
각오하고 내려왔지만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델라는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질감의 이유를 알아챘다. 최소한 지금까지 지나온 층들은 내려갈 때마다 인기척이 느껴졌었다.
헌데, 이 지하 5층은 너무나 고요하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함정일까?’
아델라는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발을 떼었다.
하지만, 이미 발을 들인 이상 이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지하 5층도 그간 지나왔던 층만큼 복잡한 것은 매한가지였으나,
한시혁이 알려 줬던 지도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과감하게 미로를 뚫고 나갔다.
복잡한 길을 뚫고 나가면 지하 공동이 있을 것이다.
지하 5층에는 방이 여러 개 있지 않으니, 높은 확률로 한시하는 거기에 있겠지.
“제발 살아 있어 줘.”
‘조금만 기다려, 한시하.’
아델라는 나지막이 되뇌며 걸었고, 마침내 도착했다.
“….”
똑똑.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직 그 소리만이 섬뜩하게 울려 퍼지는 동굴.
사방이 훤히 트여 있는 지하 공동에서, 아델라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상대를 보았다.
카스티카의 전장에서 한시하를 납치해 끌고 갔던 한 남자.
아바돈은 아델라를 보자마자 입꼬리가 살짝 휘어졌다.
자신은 이 상황이 누구보다 절박한데.
아바돈은 흥미롭다는 듯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서늘한 음성으로 입을 떼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아델라는 내려오는 길이 예상보다 수월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애초에 아바돈은 내려오는 자신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길을 터준 거였어….’
하지만,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생각보다도 먼저, 그녀의 시선이 오른편으로 향했다.
유리로 막혀 있는 방.
그 안에 한 사람이 묶여 있었다.
그 얼굴을 확인한 아델라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한시하!”
아델라는 다급히 그 이름을 외치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순간, 아바돈과 함께 있다는 사실도 잊을 뻔했다.
탁-.
정신없이 달려가는 아델라를 아바돈이 막았다.
아델라는 제 팔을 움켜쥐고 있는 아바돈을 시퍼런 눈길로 노려보았다.
“비켜, 이 개자식아.”
* * *
쾅. 쾅. 쾅.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아… 하….”
환청인가?
아니면, 정말 누구라도 온 건가.
어느 쪽이든 최악인데.
나는 자꾸만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정신을 붙들려 노력했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정신이 확 깨는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바돈이었다.
“꽤 흥미로운 대면을 하고 와서 조금 늦었군.”
나는 이를 악문 채 놈을 노려보았다.
묶인 손을 풀어 보려 발버둥 쳤지만, 이번에도 의자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아바돈의 마력이 걸려 있는 의자였다. 내 두 손을 묶고 있는 밧줄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순순히 묶여 있고 싶지 않았다.
“으으윽… 윽….”
“아직 발버둥 칠 정신은 남아도는 모양이야.”
아바돈은 그런 나를 상대로 도발했다.
“근데, 그러고 있으면 꼴이 너무 우습지 않나? 여기서는 밖이 안 보이겠지만, 밖에서는 이쪽이 아주 잘 보이거든. 너를 보러 온 손님이 지금 이 광경을 다 보고 있을 거라고.”
아바돈이 비아냥거리며 뱉은 말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손님이라고?
“아델라가 네놈을 많이 찾던데.”
쾅. 쾅.
아까부터 들리는 저 소란이 내 환청이 아니었다.
방음 때문에 미약하지만, 아델라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설마.
나는 아바돈의 한마디에 표정이 구겨졌다.
“걔를… 여기 끌고 왔어?”
나를 납치하는 것도 모자라 아델라까지 끌고 왔다.
큐브에 눈이 멀어서.
고작 그 큐브에 눈이 멀어서 몇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건가.
이를 악문 채 힘겹게 말을 뱉었다.
“대단히 착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이렇게 하면 내가 큐브를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큐브는 어차피 귀속 상태다.
최소한 나머지 두 개는 내 허락 없이 놈이 쟁취할 수 없을 것이다.
큐브를 차지하고 싶어서 혈안이 되었는데. 이미 수많은 인간들을 죽였는데.
눈앞에 두고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분하겠지.
그 모습이 역겨우면서도 안타까웠다.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아바돈을 도발했다.
“너는 지금 존나 딜레마야. 왜냐,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아바돈의 타들어 가는 속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큐브를 털어가고 싶어서 환장하는데, 나한테 귀속되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 그렇다고 나를 죽이고 귀속을 풀자니, 큐브의 위치를 평생 모를 테고.”
나는 씨익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장담하지, 너는 절대 못 찾아.”
내 말에 아바돈은 껄껄대며 웃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도발이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아바돈의 눈빛에서 나를 향한 살기가 느껴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놈은 당장 나를 죽일 수 없다.
그러니까, 최후의 보루로 아델라를 끌고 왔겠지.
나는 놈의 장난질에 놀아나 줄 생각이 없다.
애초에 여기에 끌려왔을 때부터 최악의 상황까지도 가정했으니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겠지.
나는 아바돈을 노려보며 덧붙였다.
“납치해 온 애를 상대로 협박할 생각이면 그것도 꿈 깨.”
“….”
“내가 혀 깨물고 뒤져 버리면 너는 되게 곤란해질 테니까.”
이건 협박이 아니다.
진심이다.
어차피 마력도 쓸 수 없는데.
바실은 아직 회복도 못했고.
여기 묶인 채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입을 터는 것밖에 없으니까.
아델라를 가지고 협박한다면, 놈의 눈앞에서 큐브를 박살 내 줄 것이다.
평생 발버둥 쳐도 가질 수 없도록 만들어 줄 거라고.
이를 갈면서 중얼거리는데,
내 말을 듣고 있던 아바돈이 입을 떼었다.
“왜 내가 너를 협박할 거라고만 생각하나?”
“….”
아바돈의 시선이 문밖을 향했다.
아마도 아델라가 있을 방향.
쾅.
문이 흔들린다.
-한시하! 한시하!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는 아델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바돈이 음산하게 웃음을 흘렸다.
“저 애를 협박하면 되지.”
뭐?
“저 아이가 큐브의 위치를 제 입으로 불면, 그때 네놈을 죽이러 오면 되지 않나.”
아바돈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섬뜩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이것은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아바돈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하나 장담하지. 저 아이는 결국 큐브의 위치를 불게 될 거다.”
“….”
“네가 미쳐가는 꼴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테니까.”
나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는데, 양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더 최악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솔직히 이건 조금 무섭다.
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욕지거리를 뱉었다.
“개새끼야, 어디 한번 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