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39화(23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39화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보이지만 닿지 않는 칸을 앞에 두고 아델라는 주저앉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허나, 외면할 수 없었다.
“한시하!”
수십, 수백 번을 입에 올린 이름이었다.
목이 다 쉬어가라 불렀기에 이제는 잇새로 바람이 샐 뿐이었다.
저것은 압도적인 무력에서 오는 농락이었다.
아델라는 눈앞에서 한시하가 무너지고, 부서지며, 갈기갈기 찢겨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아바돈을 향해 분노했으나,
그 분노는 이내 사그라졌다.
아델라는 결계 너머에서 손이 닿도록 싹싹 빌었다.
차라리 큐브를 차지하길 바랐다.
아바돈이 그것을 손에 넣고 무슨 짓을 저지르든,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이 터져라 외치는 제 목소리가 들렸을 텐데도, 아바돈은 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직 두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한시하를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
귀속을 풀려면 한시하의 뜻을 꺾어야 할 테니까.
자신은 그 끔찍한 발악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델라는 눈물로 범벅이 된 뺨을 옷소매로 훔쳤다.
이성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아델라는 또다시 악을 쓰며 결계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아아아아악!”
타들어 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달려들 수밖에 없는 운명.
아델라는 그런 제 모습이 마치 불나방 같다고 자조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쾅-.
아델라는 있는 힘껏 유리창을 때렸다.
한시하가 갇힌 방을 둘러싸고 있는 저 결계를 산산조각 내려 했다.
아바돈을 무너뜨리려 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쾅-.
쾅-.
간절하게 외치면서,
쾅-.
쾅-.
제 모든 마력을 쏟아부으면서, 아델라는 벽에 몸을 들이받았다.
동시에, 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마력을 태워 몸에 무리를 준 대가였다.
하지만 결계에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미련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델라는 이를 악문 채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이었다.
“그런다고 깨질 결계가 아닐 텐데.”
그런 자신이 우습다는 듯, 마침내 문을 열고 걸어 나온 아바돈이 비아냥거렸다.
아델라는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피로 범벅이 된 아바돈이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신 피가 그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아델라의 눈에는 증오의 빛이 서려 있었다.
“개자식….”
“아까는 살려 달라며 그리 싹싹 빌어 대던데. 그새 생각이 바뀌었나?”
“….”
아델라는 떨리는 손을 등 뒤에 감추었다.
아바돈을 마주 보는 것조차 두렵다.
그런데, 그 감정을 내색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처음부터 하나를 제안했을 텐데. 간단해. 저 아이에게 귀속된 큐브를 해제하고, 너는 그 위치를 내게 말해 주면 된다. 그러면 약속대로 둘 다 살려 주도록 하지.”
“…거짓말.”
믿지 않는다.
아델라는 이를 악문 채 힘겹게 말을 뱉었다.
“당신은… 저 애를 죽일 거잖아.”
살려 둘 이유가 없으니까.
살려 둬 봤자 후환을 남겨 둘 뿐이며.
개인적인 감정으로도 아바돈은 한시하를 살려 둘 이유가 없다.
그걸 아니까.
아델라는 아바돈의 말을 조금도 믿을 수 없었다.
“당신이 한시하를 살려 둘 리가 없잖아!”
아델라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아.
저 애가 죽을 거라는 걸 알아.
이 큐브를 넘기는 게….
차라리 최선의 선택이 되리라는 걸 아는데….
그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내가 왜… 당신을 위해 이걸 넘겨야 해?”
아델라는 아바돈을 노려보며 물었다.
“어차피 죽을 거면 곱게 뒤지라고? 죽어서까지 당신 좋은 일 해 주라고? 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대체 뭘 얻고 싶었던 건데? 왜… 왜… 나는….”
아델라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저 애가 죽는 걸 봐야만 하는 건데…?”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아바돈은 그런 아델라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을 뱉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거리가 너무 멀었나?”
아바돈의 아델라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아델라는 본능적으로 발버둥 쳤으나, 그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아바돈은 아델라가 그토록 뚫으려 했던 결계를 지나, 한시하가 있는 방에 밀어 넣었다.
정확히는 내팽개쳤다.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고.”
* * *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
마치 제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언제였는지 모를 그런 따스함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정신을 깨웠다.
한시하는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한시하… 너… 왜… 이러고 있어….”
툭.
제 것이 아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시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하아… 하….”
흐릿한 시야 속에서, 환각이라 생각했던 얼굴이 선명해졌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어 버린 눈으로 아델라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보고 싶지 않았는데.
“안 되는데….”
으윽.
한시하는 침음을 삼키며 아델라를 응시했다.
세상을 잃은 듯한 눈빛으로, 아델라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편에서는 바실이 묶인 채 발버둥을 친다.
“으우우우….”
녀석은 목이 쉴 정도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자신의 테이머를 지켜 내지 못한 것에 자책하고 있었다.
아델라는 한시하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입을 떼었다.
“애들이 기다리고 있어.”
오지 말라고 했다.
아바돈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지하 공동에서 죽어 나갈 사람은 우리 둘로 충분하니까.
그래서 오겠다는 애들을 막아야만했다.
하지만, 아델라는 그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어. 큐브를 내줘도… 다시 싸워서 이기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 그냥 내주자.”
아바돈의 말이 맞았다.
너무 멀리서 보았다.
한시하를 눈앞에서 본 순간, 아델라는 무너지고 말았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힘겹게 입술만 달싹이고 있을 뿐이다.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꼴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아델라는 애원했다.
“제발 말하면 안 될까…?”
아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말에, 한시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자를 믿지 마. 절대… 나를 살려 두지 않아.”
한시하는 입술을 달싹였다.
툭.
제 손을 세게 움켜쥔 아델라의 손길을 뿌리쳤다.
총책임자로서의 마지막 유언이나 다름없었다.
아바돈은 자신을 묶어 두기 위해서라도 이 자리를 뜨지 않을 테니.
너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그러니, 제발.
“명령이야, 도망쳐.”
* * *
아델라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도리어 공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말을 들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 지지리도 안 듣는구나.
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명령이라고 했잖아. 망한 영지의 후계자라서… 내 명령은 말 같지도 않은 거냐?”
“왜… 왜 너는 그렇게 이기적이야?”
눈물 젖은 목소리가 내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 하라고.”
아델라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데,
손이 이래서 닦아 줄 수가 없다.
아델라가 힘겹게 말을 토해 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데. 여기서 믿을 수 있는 게 너밖에 없는데… 아니, 큐브고 뭐고 다 필요 없는데!”
아델라는 이를 악문 채 나를 노려보았다.
“저 인간을 믿지 말라고 했지. 큐브를 받는다고 해도 분명 너를 죽일 거라고 했지?”
“….”
“그런데. 나는 그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는 거야. 저 인간이 조금의 자비라도 베풀어서, 너를 살려 둘 그… 말도 안 되는 가능성.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아델라, 절대 안 돼.”
“나는… 세상이 망해도 상관없어. 너만 있으면 돼.”
“아델라! 아델라…!”
아델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발버둥을 치며 아델라의 이름을 불렀다.
“아델라!”
미친 짓이다.
그딴 말도 안 되는 가능성에 이 세상을 베팅하는 게.
얼마나 미친 짓인데.
아델라는 그걸 알면서도 아공간 가방에서 큐브 하나를 꺼내었다.
만에 하나, 아바돈에게 뺏길까 봐 내가 맡겨 두었던 것이었다.
공허의 큐브가 타오르듯 밝게 빛났고,
그 큐브를 확인한 아바돈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아델라는 그 큐브를 손에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하나는 나만 아는 곳에 있어. 한시하가 귀속을 풀면 돌려줄게. 약속을 지켜.”
아바돈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큐브를 뺏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를 향해 흔들어 보였다.
“들었지?”
내게 명령하듯 싸늘한 목소리가 말을 뱉었다.
“귀속을 풀어.”
“안타깝게도 그건 나와 합의된 상황이 아닐 텐데… 윽!”
“지랄 맞게도 말이 많군.”
퍽-.
아바돈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마력을 실은 발길질이나, 이미 부서질 대로 부서진 몸이라 타격은 없었다.
오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것은 아델라였다.
“뭐 하는 짓이야! 약속했잖아!”
아델라는 아바돈을 막아 세우기 위해 그의 몸을 붙잡았다.
아바돈은 그런 그녀를 잡아챘고, 아델라는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서늘한 음성이 불쾌하다는 듯 말을 뱉었다.
“큐브가 두 개 남았군. 하나를 숨겨 말하는 걸 보니, 네놈들은 애초에 나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수틀리면 둘 다 죽여 버리고 남은 큐브를 찾아 떠나는 수가 있다.”
아바돈은 아델라의 머리에 지팡이를 가져다 댄 채, 한 발짝씩 내게 다가왔다.
“경고하지. 마지막 기회야. 귀속을 풀어라.”
아바돈은 그렇게 명령하며 뒤로 묶인 내 손을 지그시 짓밟았다.
뚜두둑.
뼈마디가 비명을 내지름과 동시에,
나는 아바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
“으… 으윽….”
죽음을 각오했지만, 살고 싶다.
“아아아아악!”
귀속을 푸는 순간, 곧 저 지팡이가 내 머리를 박살 낼 거라는 걸 알면서도.
순간, 그 달콤한 유혹에 흔들릴 만큼.
살고 싶었다.
“시발.”
억울하잖아.
나는 존나 대단한 대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그냥 조금 더 오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었을 뿐인데.
피폐 엔딩이 예정된 이 좆같은 세상이 망하지 않길 바랐을 뿐인데.
뺨을 타고 무언가 흘러내렸다.
“하아… 하….”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놈을 노려보았다.
인간은 뒈지기 직전에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었나.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나는 뒈지기 직전에 그렇게 썩 감성적인 인간은 아닌 모양이었다.
주마등은 조금도 스쳐 지나가지 않는데.
마지막 가능성이 떠올랐다.
나는 몸을 비틀면서 아바돈을 올려다보았다.
“생각해 보니까. 나는 이대로 죽기 싫거든…?”
‘네가 무슨 코볼트의 왕이라도 돼?’
그때는 우연이라 생각했던 것.
나는 내 능력이 지닌 잠재력을 알고 있다.
마력이 완전히 차단된 이 결계 안에서도, 나는 마력 없이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으니까.
죽음을 앞두자 느껴진다.
내 고통에 교감하며, 저 땅 위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들을.
내가 살기를 바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생명들을.
코볼트를 처음 지하에서 끌어냈을 때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감각이 온몸을 휩쓸었다.
저것들은 내가 살길 바랄 것이다.
나를 살리길 원할 것이다.
그때보다 배로 더 간절하기에, 지금 내 한마디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나를… 도와줘.”
내 한마디에, 바실이 귀를 쫑긋거리며 반응했다.
뚜두둑.
뼈마디가 비명을 내질렀으나, 나는 비틀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늦지 않았어….”
녀석들이 다가오고 있다.
아바돈이 느끼지 못해도 나는 알고 있다.
나를 도우러 올 것이다.
그야,
나는 피를 토해 내며 힘겹게 입을 떼었다.
“내가 너희들의 왕이고….”
“신이며.”
“주인이다.”
그러니까….
“나를 구해라.”
이를 악물고 마지막 말을 뱉어 낸 순간.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쿵-.
쿵-.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결계가 요동친다.
지하공동 전체가 곧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악!”
아델라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붙들고 있는 아바돈의 손을 뿌리쳤고,
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던 아바돈의 두 눈에도 경악이 물들었다.
“저게… 뭐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검은 점들이 지하공동을 가득 채우며 밀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