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40화(24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40화
컹컹컹.
개가 짖어대는 소리에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한시하의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떼를 지어 몰려온 검은 들개들.
흡사 새카만 물결처럼 보이는 무리들이 아바돈을 향해 달려들었다.
컹컹.
“뭐 이런 개새끼들이…!”
순식간에 아바돈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바돈의 힘이라면 고작 들개들 따위는 쉽게 밀어 낼 수 있겠지만,
벌 수백 마리가 달려들면 발이 묶이듯이.
아바돈은 한 발짝도 움직이질 못했다.
아델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닥에 엎어진 한시하에게 물었다.
“너… 어떻게 한 거야?”
쿵-.
쿵-.
지하 공동이 다시 한번 크게 진동했고, 검은 들개들에 이어 코볼트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델라는 묻고 싶은 게 많았으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서 나가자.”
지금이 기회다.
정신이 번쩍 든 아델라는 한시하의 손을 잡아챘다.
“나가는 통로는 저쪽이야. 움직일 수 있겠어?”
“으… 으윽….”
한시하는 비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은 제 발로 걸어 나갈 수 있다 했지만, 아델라의 눈에는 아니었다.
“안 되겠다.”
“으아아아악! 꺼져! 꺼지라고, 이 개자식들아!”
컹컹-.
아바돈이 들개들의 홍수에서 휘적이는 사이,
아델라는 한시하의 손목에 묶인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한시하의 몸을 바실에 묶었다.
평소 같았으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다고 신경질을 내며 일어났을 한시하지만, 오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실에게 기대 있었다.
바실의 몸 상태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무사히 나가려면 이 편이 나을 것이다.
아델라는 바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바실아, 괜찮아?”
“꾸우우우!”
“그러면 부탁할게.”
바실이 힘찬 소리로 울며 몸을 일으켰다.
쨍그랑-.
이미 박살 난 결계를 뚫고 바실이 달려 나갔다.
* * *
덜컹덜컹-.
솔직히 말해서 바실의 승차감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우당탕-.
한시하는 밧줄에 간신히 묶여 있었을 뿐, 거의 바닥에 질질 끌려다니다시피 했다.
이거, 무사히 운반시켜 주는 거 맞지?
“으어어어….”
탈탈탈.
폭주하는 마차에 탄 심정으로 한시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쿵-.
방금은 머리였다.
“아….”
“꾸우!(미안!).”
“이… 이익….”
한시하는 축 늘어진 몸으로 바실을 올려다보았고, 뒤따르던 아델라가 기겁하며 한시하를 다시 올려놓았다.
여전히 지하 공동은 수백 마리의 들개들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아직까지 아바돈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최소한의 시간을 벌었다.
아델라는 지하 계단을 다급히 오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여나 지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다른 흑마법사들이 습격해 올까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이쪽이야. 아까 여기로 올라왔으니깐….”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 땅 전체에 아까와는 다른 마력이 느껴지고 있다.
이게 뭐지?
아델라는 발소리를 죽인 채 마력의 출처를 찾기 위해 지팡이를 들었다.
그때였다.
“마법진이야….”
바실에 묶여 있는 한시하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아델라는 그제야 두 눈을 크게 떴다.
미완성의 마법진이 계단 벽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아델라는 침을 삼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이 그려 놓은 거야….”
아델라는 마법진에 손을 가져다 대었고, 이윽고 파직-, 스파크가 튀었다.
부분부분 끊겨 있었으나 정체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파괴의 마법진이다.
결계를 부수기 위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근처에 있나 봐.”
“…길이 엇갈린 것 같네.”
아직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에 한시하의 안색이 훨씬 밝아졌다.
그렇다면, 계획이 조금 바뀐다.
한시하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큐브를 뺏어와야 해.”
“뭐?”
“그거 좀 줄래.”
한시하는 아델라의 사마트폰을 향해 눈짓했고, 그녀는 엉겁결에 제 사마트폰을 한시하의 손에 쥐여 주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은 것은 윤하을이었다.
“어.”
한시하의 짧은 한마디에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이어졌고,
잠시 뒤, 눈물에 젖은 목소리가 다급히 외쳤다.
-한시하! 너 괜찮아? 살아 있어?
뒤이어, 다른 애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죽은 거 아니지?
-너… 귀신이야?
-야, 한시하. 너 지금 어디야!
“죽길… 바란 거냐.”
아, 정신없어.
한시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서 힘겹게 말을 뱉었다.
웅성거리는 소리로 미루어 보아, 그다지 멀리 있지 않았다.
우선 밖에 나가서 포션이든 뭐든 몸을 조금 회복하고,
아바돈이 자리를 벗어나기 전에 원래의 계획을 마무리해야 했다.
‘기계의 심장을 파괴해야 끝나.’
한시하는 엔딩을 보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었고, 기계의 심장이 있는 곳을 알았다.
피폐 엔딩밖에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슬기로운 아카데미 생활.’
이한의 능력으로는 아바돈을 이길 수 없었고, 그건 지금의 자신 역시 마찬가지다.
큐브 두 개가 자신에게 있으니.
아바돈이 모든 큐브를 모으기 전에 기계를 파괴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것도 아바돈이 발을 묶인 지금.
“우리 다시 합류해야 해. 지하 5층이야. 내가 있었던 곳, 금방 다시 내려갈 거야.”
“뭐?”
-뭐?
윤하을과 아델라가 동시에 되물었다.
“너… 방금 진짜 죽을 뻔했어. 알아?”
“지금도 살짝 간당간당한 편이지.”
“그걸 아는데, 그 지옥 같은 곳에 다시 되돌아간다고?”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린 채 되물었고, 한시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를 파괴하지 않는 이상, 아바돈은 큐브를 빼앗기 위해 몇 번이고 자신을 노릴 것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그놈을 이길 수 없다.
“부숴 버려야 해. 기회는 지금뿐이야.”
공허의 큐브로 지하 공동이 있는 곳까지 한 번에 길을 열고, 곧바로 진입한다.
괜한 인질이 될 수 있으니 많은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
“세 사람은 아바돈을 막아 줘. 바실이 도와줄 거야.”
아델라와 솔리아, 그리고 이한.
물론 세 사람의 힘으로 아바돈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한시하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시간만 끌어 주면 돼. 그리고, 윤하을.”
-…응.
“너는 나랑 같이 가야 해.”
마력 회로를 뒤틀고 큐브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윤하을밖에 없으니까.
기계를 잘 다룰 만한 사람이 하나 필요하다.
-….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델라였다.
아델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한시하의 말마따나 언제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전에 너 잠깐 앉아 봐. 그 꼴로 어딜 가려 해.”
아델라는 한시하를 돌아보며 짧게 혀를 찼다.
지금 꼬라지만 보면 너, 살아 있는 좀비나 다름이 없다고.
입구가 코앞이다.
아델라는 아공간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어 한시하의 상처에 들이부었다.
“잘 먹히지 않는데.”
“그래도 없는 거보다 나아.”
콸콸-.
입이 떡 벌어질 가격의 비싼 포션 서너 개를 모두 쏟아부은 아델라가 한시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안색이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차라리 솔리아를 부를까?”
“시간이 없….”
한시하가 인상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치던 그 순간.
아델라는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왜….”
쉿-.
아델라는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선 천천히 일어났다.
한시하는 느끼지 못한 듯싶지만, 소리에 민감한 아델라는 눈치챘다.
인기척을 들었다.
대지의 미세한 울림을 느꼈다.
저벅저벅-.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아델라는 침을 삼키며 지팡이를 들었다.
누구든 나타나기만 하면 공격을 퍼부으려던 찰나,
“어…?”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얼굴을 마주했다.
“교수님이… 왜 여기에….”
아델라는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한시혁이었다.
* * *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갈한 옷차림.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빛까지, 그들이 기억하는 한시혁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딘가 음산한 눈빛은 두 사람을 멈칫하게 했다.
한시혁은 옷소매를 치켜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
“네놈은 쥐새끼처럼 빠져나가는 데에는 도가 텄구나.”
한시혁의 목소리가 맞나?
방금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던 것 같은데.
한시하는 대답 대신 침을 삼켰다.
뭔가 이상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한시혁은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면서 덧붙였다.
“예전에도 너는 그랬지. 같은 죄를 지어도, 똑같은 사고를 쳐도. 너는 카스티카의 이름으로 잘도 책임에서 빠져나갔으니까.”
“….”
“역겨운 서자인 나는 네놈의 장난질에도 당해 줘야 했어. 너도 기억할 텐데. 네놈이 내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교, 교수님, 왜 그러세요?”
저에게 NGC의 지도까지 알려 줬던 한시혁이다.
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왜 저러는 거야?
아델라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렸고, 한시하는 그런 아델라의 앞을 막았다.
“같은 사람이 아니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한시하는 침을 삼키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눈빛이 완전히 돌았어.”
한시혁의 공허한 시선이 이쪽에 닿았다. 예전의 생기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바돈의 조종을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멀쩡하던 사람이 저렇게 돌아 버릴 리가 없으니까.
한시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시하를 노려보았다.
사이가 원수 같던 시절에도 한시혁이 자신을 저렇게 쳐다본 적은 없었다.
원망과 증오만이 남은 목소리.
“예언가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더군.”
저벅저벅.
한시혁은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다가왔고, 한시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내가 너를 죽일 거라고 했나?”
“정신 차려. 지금 너 완전히 미쳤어.”
“글쎄.”
한시혁은 실소를 터트리며 읊조렸다.
“나는 십수 년 간 줄곧 이날만을 기다렸다….”
한시혁은 지팡이를 꺼내 든 채 한시하를 향해 겨누었다.
쾅-.
굉음과 함께 먼지 바람이 일었다.
아델라는 한시하를 다급히 밀었고, 때문에 한시하는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욱신거리는 팔꿈치를 문질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리기엔 이미 글러먹었군.
한시하는 나직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제길.”
포션을 있는 대로 들이부었으나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무게 중심 하나 잡지 못해서 비틀거리고 있을뿐더러,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간신히 서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상태로 한시혁이랑 싸우라고?
몸 상태가 멀쩡했을 때도 허덕이며 싸웠던 상대인데?
이 상황에서 싸우면 질 것이 뻔했다.
“….”
한시하는 이를 악문 채 한시혁을 노려보았다.
문득, 2년 전의 재회가 머릿속에 떠올랐기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보고 홀연히 떠나 버렸던 인간이다.
‘나는 공격을 왼손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싸우게 된다면 왼팔을 노려라.’
‘나는 장기전에 강하다. 뒤로 갈수록 네가 불리해질 테니, 나를 몰아붙일 거면 초반에 전력을 다해.’
예언가이기에, 오늘의 일을 전부 계산했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알려 준 거였냐.
당신이 교수라고 해도, 이런 가르침은 필요 없었는데.
“하아….”
한시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술을 달싹였다.
누가 먼저 공격을 시작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
이 광경이 혼란스럽기만 한 바실은 불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공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를 살피는 듯한 표정.
“바실아.”
한시하는 그런 바실을 향해 명령했다.
어딘가 떨리는 음성이었다.
“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