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42화(24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42화
고통의 순간에서야 정신이 맑아진다.
쉼 없이 자신의 몸을 이용했던 아바돈의 조종이 끊어졌다.
죽어 가는 이 순간에야 비로소 소중한 이들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발버둥 쳤으면서도, 이 꼴이 되어 버리자 울먹이고 있는 아델라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굳어 버린 바실.
그리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한시하까지.
쿨럭-.
한시혁은 피를 토하면서도 애써 가볍게 웃었다.
저들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그것이 참 감사하다.
내가 죽으면 슬퍼해 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문득 떠오르는 사람.
세피아가 있었다면, 그녀도 슬퍼해 주었을까.
“하아… 하….”
한시혁은 입술을 달싹였다.
심장에 꽂힌 검이 조금의 움직임에도 온몸을 휘젓는 듯해서, 차마 입을 뗄 수 없는 고통이 정신없이 머리를 후려친다.
말 한마디 내뱉는 것조차 너무 버거웠다.
“으… 으으으윽….”
그러나, 한시혁은 남은 마기를 태워 힘겹게 제 말을 전달했다.
목소리는 입 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 의미만은 전달되는 듯하다.
이렇게라도 마지막 말을 전하고 싶었다.
“예언자는 제 미래를 볼 수 없다. 너도… 알고 있겠지.”
한시혁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헌데, 나는 이 미래를 봤다.”
“운명적으로, 아니 필연적으로 이리될 거라 직감했다.”
금기의 마법에 손을 댔을 때부터 예견된 사실이었는지 모른다.
카스티카를 제 손으로 무너뜨리고 싶던 시절이었다.
아버지가 증오스러웠고, 배다른 동생이 미웠다.
그들의 세계에서 철저히 배제된 자신이 싫었다.
자신의 생애는 증오와 후회의 연속이었다.
허나, 목적지 없이 살아왔던 인생의 끝에서야 드디어 목표를 찾았다.
카스티카를 지키고 싶다.
소중해져 버린 이들이 너무도 많기에, 그들을 지키고 싶다.
먼 옛날, 한 점쟁이가 그렇게 예언했더랬지.
자신은 카스티카의 후계자를 죽일 운명을 타고난 아이라고.
그 예언이 그리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다.
자신은 저 아이를 죽이지 못할 것이고.
결국, 이런 결말을 선택할 테니까.
타다닥-.
마기가 타들어 가는 것이, 제 육체가 타들어 가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
아마도 둘 다인 것 같지만.
한시혁은 마지막 마기를 태워 말을 잇는다.
“둘 중 하나만 살아나갈 수 있는 운명이라면… 한낱 탐욕에 재앙을 끌어온 나보다야, 재능 있는 네가 사는 게 맞겠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유일한 가족.
나의 동생.
너는 살아야 한다.
한시혁은 슬프게 웃으며 읊조렸다.
“돌아가. 돌아가서 살아남아.”
* * *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한시혁의 손.
나는 그 손을 놓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미소를 띤 채 두 눈을 감은 얼굴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다.
마치 이것이 자신이 원하던 죽음이었던 것처럼,
이것이 제 안식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누워 있으나,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왜 그렇게 끝까지… 병신같이 죽어 버린 건데.”
죄가 없이 태어났으나 평생을 미움 받으며 살았다.
점쟁이의 예언만 없었어도.
한태수의 눈에 띄지만 않았어도,.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예언가로 꿈을 펼치며 살았을 테지.
그는 카스티카의 한태수를 누구보다 증오하지만, 제 아버지를 사랑했다.
애정을 갈구했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주제에, 가족을 사랑했다.
“잘못한 거 없잖아.”
그 힘을 취한 게 잘못일까.
그것으로 그 누구도 해하지 않은 대가로는 너무 잔혹한 결말이 아닌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끝까지 죄인이 되어 있어.”
“더한 짓을 저지른 인간들도 버젓이 살아 있는데, 도대체 왜….”
“별로 받고 싶지도 않았던 네 목숨을 기꺼이 바쳐.”
내가 아바돈의 앞에서 발악했듯,
너도 살고 싶었을 터인데.
끝까지 자책하며 눈을 감은,
나는 그런 네가 인간적으로 안쓰럽다.
이미 죽은 자는 대답이 없다.
나는 한시혁을 더 이상 탓할 수 없다.
내 손으로 그를 죽여야 했으나,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고.
나는 그 선택을 원망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잘 자.”
나는 한시혁을 향해 마지막 안녕을 고했다.
* * *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이제 들어가야 해.”
아델라의 눈빛이 흔들린다.
아델라는 한시혁의 죽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그래도 조금 친했으니까. 그 감정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상태로는 절대 아바돈을 이길 수 없다.
그는 기계의 심장에서 마력을 끌어오고 있고,
아무리 약화시킨 큐브라 할지라도 인간의 차원을 아득히 넘어선 마력의 양이다.
그러니 우리가 갈 수 있는 선택지라고는, 그것을 파괴하는 것.
우우웅-.
나는 허공에서 노란빛을 내는 큐브를 잡아챘다.
내 목숨을 대가로 방금 전 아델라가 넘겼던 공허의 큐브.
귀속된 상태기에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아델라에게 내밀었다.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거야. 아직 익숙하진 않겠지만.”
“너는… 필요 없겠어?”
“나는 다른 큐브가 있으니까.”
“뭐?”
감각의 큐브.
나는 오묘한 주황빛을 내는 그것을 내 손 위에 올려놓았다.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으나, 그 대가로 내가 가진 감각을 내주어야 하는 것.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한 아델라의 얼굴이 굳었다.
“너, 설마….”
윙-.
나는 대답 대신 감각의 큐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아델라가 다급히 내 이름을 불렀다.
“한시하!”
우우웅-.
마력 회로를 건드리는 주문을 읊자마자, 큐브가 밝은 빛을 뿜어낸다.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큐브의 마력이 그대로 내 손바닥으로 전이되는 듯하다.
아델라는 가동을 멈추기 위해 내 팔을 잡았다.
나는, 그 팔을 가볍게 뿌리쳤다.
“하지 마, 미친 짓이야.”
그녀 역시 나탈리에게 들었기에, 큐브의 원리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리는 것이다.
“네가 나한테 쓰지 말라고 했잖아.”
“…그랬었나.”
“감각을 잃게 될 거야. 그게 뭔지 몰라. 눈이 멀 수도 있고, 귀가 안 들릴지도 몰라. 아니, 둘 다일수도 있고.”
“….”
“너무 큰 대가잖아, 그건 쓰지 마.”
알고 있다.
이한이 이 큐브를 쓰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원작에서 봤으니까.
이한은 큐브를 쓰다가 눈이 멀었다.
나라고, 그리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상이 뭐라고.
지켜야 할 사람들이 뭐라고.
내 감각을 내주면서까지 싸워야 하나.
아.
처음 이 큐브를 손에 쥐었을 때, 이한의 선택이 참 병신 같다고 느꼈었는데.
“왜 똑같은 길을 가고 있냐.”
나는 한시혁과 이한. 두 사람과 상당히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참 글러처먹은 인간이야.
이 위태로운 모습을 지켜보는 옆 사람들의 속이 타들어 가는지는 모르고, 제 살을 깎아 먹고 있으니.
나는 아델라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을 뱉었다.
“미안, 이게 최선이야.”
마력을 불어넣었을 때부터 이미 가동되기 시작한 큐브.
아델라는 큐브를 뺏으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큐브의 빛무리가 완전히 나를 감쌌다.
팟-.
큐브가 가동되었다.
“한시하…! 한시하!”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아델라의 얼굴이 또렷이 보인다.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한시하!”
나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그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후각.
미약하지만 흙냄새가 맡아지는 듯하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목을 조르는 강렬한 두려움의 원천을 알아내었다.
“….”
마치 우주에 고립된 듯, 온몸이 부유하는 기분이다.
이 이질적인 감각은 중력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가까울 것이다.
촉감.
촉감이 사라졌다.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이 갈 곳을 잃었다.
다른 감각들 역시 차례로 흐릿해지나, 한편에서는 다른 감각이 되살아난다.
아델라가 보인다. 그녀가 들린다. 그녀가 느껴진다.
움직임과 속도가 눈앞에서 그려진다.
아델라는 내 굳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다급하게 물었다.
“너 괜찮아…?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
“나 보여? 내 말 들려?”
“어.”
나는 아델라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걱정되어 죽겠다는 시선이 내게 닿았다.
아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근데… 왜 그런 표정이야?”
네가 내 손을 아까부터 잡고 있는데,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이미 죽어 버린 인간이 된 것 같아서 그러했다.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통각 또한 전혀 느껴지질 않으니,싸우는 데에는 좋을지도.
“최소한 고통스럽진 않겠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을 떼었다.
* * *
땅이 꺼지는 소리를 들었다.
교수님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가 죽어 가는 소리를 느꼈으며.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지하 2층에 있던 윤하을은 사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 한시하였다.
죽은 줄 알았던 애가 멀쩡히 살아 있었다.
“한시하!”
윤하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시하에게 달려가 안겼다.
또 잃을까 봐, 그게 두려워서. 한시하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물기 묻은 목소리가 말을 쏟아 내었다.
“너 죽는 줄 알았다고. 진짜…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다고….”
“…그랬어?”
“응, 누가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지래…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윤하을은 울먹이며 한시하를 올려다보았다.
두 손이 갈 곳을 잃은 듯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 있었다.
윤하을은 그런 한시하의 행동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물었다.
“괜찮은 거 맞지?”
“응.”
한시하는 윤하을을 향해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제 옷소매만 슥슥 문지르고 있었다.
마치 잃어버린 감각을 계속해서 확인하듯.
‘큐브를 썼구나.’
윤하을은 단번에 눈치챘으나 티를 내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전혀 멀쩡해 보이지 않는 몸으로, 조금의 고통도 느끼질 못하고 있다.
“조이.”
윤하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고양이를 불렀다.
한시하의 옆에 늘 바실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 그녀의 곁에는 회색 아기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자라지 않은,
조이가 한시하의 다리에 대고 제 머리를 비빈다.
조이를 전장에 데려온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몰랐는데, 치유력이 있더라고.”
“치유…? 정말 특이한 고양이인데.”
이미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간 와중에, 고양이 하나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한시하는 당황한 것 같았지만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윤하을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는 못 느꼈겠지만, 많이 나아졌을 거야.”
맨정신으론 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다면, 지금은 최소한 참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일 터였다.
그래 봤자 통각을 잃은 한시하가 실감하진 못하겠지만.
한시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말대로 훨씬 낫….”
방금 뭐라 했지?
‘너는 못 느꼈겠지만….’
아.
윤하을의 말을 곱씹은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렸다.
“눈치가 빠른 편이네.”
“어, 다 티 났어.”
윤하을은 붉은 눈시울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해야 할 게 많잖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시간이 없다.
“사실….”
한시하가 입술을 달싹이자, 윤하을은 그의 말을 끊었다.
“나중에 들을래. 살아서 얘기해도 늦지 않아.”
괜히 저 목소리를 들으면, 그게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