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45화(24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45화
너를 지켜 냈어야 했다.
조금 더, 시간을 끌었어야만 했다.
“윤하을… 윤하을… 도망쳐….”
피를 토하며 후회했다.
내가 너무 나약한 탓이었다고 자책하기엔, 이미 늦어 버린 뒤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어도.
큐브를… 부숴 버릴 수 있었는데….
시간을 끌었고, 아바돈의 발을 묶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홀연히 떠나가는 순간을 보아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윤하을을 거칠게 끌고 오는 모습마저도.
내 눈으로 목도해야만 했다.
“으… 으으윽….”
그녀의 품에는 큐브였던 고양이 한 마리가 안겨 있었고,
그것만은 뺏겨선 안 된다는 듯 마법으로 버티고 있었다.
죽여 버리고 끌고 와도 되었을 터인데.
아바돈이 굳이 윤하을을 내 앞에 끌고 온 이유는 투명하다.
자신의 승리가 결정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그 우월함을 느끼고 싶었을 테지.
“카스티카의 후계자.”
“….”
“귀족으로 태어난 네 고귀한 출신이 죽음조차 막아줄 거라 착각했나.”
아바돈은 윤하을의 목을 움켜쥔 채 입을 떼었다.
“애초에 너희 같은 것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
“끼어들지 않았어야 할 일에 끼어들었으니, 명을 단축한 것이지.”
“네 오만함이 이 아이도 죽였다.”
누구보다 비상한 만큼 무력적으로도 천재였던 아이.
마법과 검술과 예언까지. 모든 분야에 통달했던 윤하을조차도 겨우 5분, 그 짧은 순간에 다시 잡혀 왔다.
아바돈의 말이 맞다.
나 같은 것이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
이한조차 이기질 못했는데.
그래서 최종 전투씬 전에 연중된 소설이니까.
개 같은 파워밸런스로 이딴 결말을 낸 주제에,
멀쩡히 살아가던 일반인 하나 처넣는 것은 무슨 경우냐.
신이 존재한다면 나를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는 것이 분명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자조 섞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바돈은 바닥에 엎어진 윤하을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고,
나에게 공표하듯 말을 뱉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 났으니, 포기하고 내놓아라.”
“그렇게 해….”
나의 패배.
윤하을은 말없이 긍정한다.
나는 대답 대신 기계의 심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
아바돈의 뜻대로 큐브를 꽂아 넣는다.
마력 회로가 들끓으며, 순식간에 나와 연결되어 있던 귀속이 끊어진다.
그리고.
밀어 두었던 격통이 쉼 없이 몰려온다.
“으, 으으윽… 으윽….”
심장을 부여잡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만큼, 손발을 파르르 떨리는 고통이다.
아바돈에게 갈기갈기 찢겨진 온몸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렇게 빌어먹을 몸 상태로 싸우고 있었나.
“….”
나는 이를 악문 채 아바돈을 노려봤다.
그는 입가에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조롱하듯 내 시선을 받아쳤다.
그는 알고 있다.
저 검으로 내 목을 베지 않아도, 어차피 이 상태라면 천천히 죽어 갈 거라는 것을.
그럼에도 당장 죽이지 않는 이유는….
윤하을이 죽는 것을.
아델라가 죽는 것을.
내 친구들이 하나씩 죽어 나가고, 바실마저 비참하게 내 앞에서 죽어 가는 꼴을 지켜보라는 의미겠지.
“하아… 하….”
나는 고개를 돌려 윤하을을 바라본다.
그 눈빛을, 그 뜻을.
나는 어렴풋이 읽는다.
‘이길 수 없어.’
‘도망칠 수 없어.’
‘우리는 결국 여기서 죽을 거야.’
윤하을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으나, 패배감이 서려 있지는 않았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진 건 사실인데, 어째 억울하지만은 않아.
나는 실실 웃으며 중얼거렸다.
“네가 악마는 맞는데….”
“아무래도 조금 많이 덜떨어진 악마 새끼였던 것 같다.”
“뭐?”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우스워.
저 기뻐서 좋아 죽는 표정을 보고만 있으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하… 하하… 하하하….”
아바돈은 느닷없이 내가 웃어 대자 미친놈 보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곧 이 대륙의 힘이 전부 네 것이 될 거라 착각하는,
저 우월감과 역겨운 자신감이. 어떻게 우습지 않을 수 있는데?
우습잖아.
그 어떤 것도 제 것이 될 수 없는데.
저렇게 병신같이 착각하고 있는 꼴이, 너무 재밌잖아.
나는 한참을 깔깔대다가, 입가의 웃음기를 거두었다.
그러곤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바돈은 세상을 제 발 밑에 둔 양 벌써부터 설레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나,
나는 놈에게 잔인한 현실을 알려 준다.
“네가 존나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너는 절대로 이걸 완성시킬 수 없어.”
왠 줄 알아?
나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왜냐하면, 오늘이 네 제삿날이거든.”
그제야 윤하을의 목을 조르고 있던 아바돈의 표정이 차갑게 식는다.
그 개고생을 하면서 도망쳐 나왔는데.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는데.
이렇게 뒈질 마당에 절대 나 혼자는 못 죽지.
“외롭지 않게 같이 가 줄게.”
“그게 무슨….”
아바돈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거칠게 일그러뜨렸다.
이제야 눈치챘냐?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병신같이 큐브 해체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고.
언제든지 기계를 가동시킬 수 있는 마력 회로.
암호가 걸려 있던 회로를 풀어, 저 버튼 하나면 이 지하공동을 날려 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후의 보루였고, 피하고 싶은 선택이었으나….
마침내 때가 되었으니, 기꺼이 그 공멸(共滅)의 버튼을 눌러 주겠다.
그 사실을 눈치챈 아바돈이 뒤늦게 나를 제지하려 달려든 순간.
“안… 안 돼….안 돼!”
나는 씨익 웃으며 몸을 날렸다.
* * *
화산이 폭발한 듯 검은 연기가 하늘 위로 솟는다.
그 뒤로, 어마어마한 충격의 파장이 일대를 휩쓸어 버린다.
마력의 폭발.
쾅!
쾅-콰콰쾅-.
콰콰콰콰쾅-.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거대한 마력의 물결이 순식간에 쏟아졌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쓸어버린다.
처참히 부숴 버린다.
먼지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마치 세상을 지워 버릴 것처럼, 그렇게 하늘 전체를 가려 버린다.
이윽고 어둠이 찾아온다.
찰나의 순간.
숲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며,
거대한 마력의 파장은 순식간에 오드리세 산맥의 절반을 날려 버렸다.
끔찍한 폭발이었다.
“으… 으으으….”
바실은 부들부들 떨면서 배리어를 해제시켰다.
뭘… 본 거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바실 정도 되는 드래곤이 탈진할 정도로 모든 마력을 일순간에 쏟아부어야 했다.
배리어가 없었더라면 모두 즉사했을 테니, 바실의 마법은 간신히 세 사람을 지켜 내었다.
원래라면 그 사실에 안도해야 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다.
바실은 이질감을 느끼고선 몸을 일으켰다.
두 눈을 천천히 끔뻑이며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씨하… 씨하…?”
한시하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단순히 보이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다.
테이머와의 귀속이 끊어졌다.
바실은 다급한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우… 우우우우!”
오류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멀리 있다고 하여 끊어질 귀속이 아니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우… 우우우우!”
바실은 자신의 주인을 찾아 애타게 울었다.
이렇게 부르면 와 주었던 테이머인데, 왠지 오질 않는다.
왜 징징거리냐며 핀잔을 줄지언정, 늘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주인이.
문짝만 하게 큰 주제에 해츨링 상태로 돌아와 어리광을 부려도.
여느 때처럼 태연하게 받아 줬던 자신의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다.
“씨하….”
바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우우… 우우우….”
탈진할 때까지 울어 대다가 조금씩 실감한다.
“으… 으으윽….”
테이머는 돌아오지 않는다.
* * *
바실은 바실의 방식대로.
인간은 인간의 방식대로.
남은 세 사람 또한 잔인한 현실을 직감한다.
지하공동에서 벌어진 폭발.
산을 반으로 갈라 버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폭발이라면, 중심부에 있던 아바돈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흙먼지 냄새밖에 나지 않는 이곳에서, 아델라는 천천히 일어선다.
아까까지 입구가 보였던 자리에, 더 이상의 입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마치 원래부터 이곳이 숲이 아니었던 것처럼.
바위는 온데간데없고, 황량한 평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대지가 무너졌다.
NGC 구역은 완전히 매장되었다.
형체조차 남지 않았다.
다급한 목소리가 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진다.
“한시하… 한시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세상이 무너졌다.
한 사람이 무너진 것이라 해도,
자신에게는 그것이 세상이었다.
“그럴… 그럴 리 없어… 무슨… 무슨 일 있어도 약속했잖아….”
아델라는 달려가면서 깨닫는다.
“살… 살아 주기로 약속했잖아….”
살았을 확률은 너무도 낮을 것이라고.
아니, 반드시 죽었을 것이라고.
“근데… 너 어디 있는데! 어디서 뭘 하고 있는데…! 왜… 대체 왜… 보이질 않는 거야….”
절대로 믿고 싶지 않았던 잔인한 현실을 인정한다.
완전히 개박살 나 버린 잔해만이, 황량한 폐허 여기저기 던져져 있었으니까.
“아… 아아아….”
아델라는 무너진 대지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 * *
윤하을은 죽어 가는 순간에 생령의 큐브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지하공동을 통째로 날려 버린 폭발에도 즉사하지 않았다.
아니, 즉사하지 않았을 뿐이다.
곧… 머지않아… 죽을 테니까.
아바돈은 죽었다.
한시하는 아바돈과 함께 공멸했다.
그 대가는 자신 역시 치르게 될 것이다.
점점 더 무거워지는 눈꺼풀은, 이제 정말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윤하을은 눈을 감은 한시하와 나란히 누워 있었다.
“한시하….”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윤하을은 슬프게 웃으며 한시하를 돌아보았다.
아직까진 온기가 느껴지는 손.
윤하을은 조심스레 한시하의 손을 잡았다.
아주 잠깐, 낮잠에 든 것처럼 평온해 보이는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자연히 옛날 일들이 떠오른다.
윤하을은 아카데미 재학 시절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너, 기억나?”
사라진 어셔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한시하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때 윤하을은 세상 진지하게 컨셉을 잡고 있었고.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더랬다.
‘올 줄 알았다.’
‘모르셨잖아요.’
물론, 바로 간파당해 버렸지만 말이다.
초면에 예언가를 상대로 그리 돌직구를 던지는 미친놈은 처음이었다.
“너 진짜 싸가지 없었잖아.”
그리고, 나는….
“나도 진짜 대책 없는 인간이었는데.”
혹시 백년해로할 생각이냐고, 김칫국이란 김칫국은 다 들이마셔 놓고선.
한시하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녔었다.
분명 싫어하는 것 같은데, 대놓고 쳐 내지는 않고.
난처해하는 얼굴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그랬던 시간들이,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
인생 자체가 나태이고,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윤하을에게.
처음으로 흥미를 가져다 준 사람.
그게 너였다.
너에게 관심이 갔던 이유는 끝이 보이지 않아서였는데,
이제는 그 끝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너무 소중한 사람이 되어 버려서.
너의 ‘끝’에 내가 있는 걸까.
윤하을은 수없이 고민하고, 걱정해 왔다.
이제 와서 윤하을은 그 예언이 맞았음을 깨닫는다.
“그 예언이 이렇게 현실이 되기를 바란 건 아닌데.”
“그래도 너의 ‘끝’에는 내가 있게 되었네.”
혼자가 되어 버린 이의 쓸쓸한 독백.
어차피 한시하에게는 닿지 않을 말들이지만,
윤하을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죽음이 찾아온다.
차갑고도, 잔인한 그것이 제 목을 조여 온다.
그 사실이….
“슬픈데… 너무 슬픈데….”
“나쁘진 않아.”
춥고, 무섭고, 너무 아프지만.
“네가 곁에 있어서… 외롭진 않은 것 같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고마워, 나의 끝.”
윤하을은 슬프게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