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4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47화(24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47화
요상한 세상이다.
큐브의 환한 빛무리가 제 몸을 감싸 안았고, 찰나의 시간을 지나 다시 눈을 떴을 때.
아델라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선 그렇게 생각했다.
“이게… 다 뭐야?”
휘이익- 휘익-.
정신없이 바람을 일으키며 내달리는 탈것들.
까딱하면 저 요란한 움직임에 혼이 빨릴 것만 같았다.
아델라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력 열차인가…?”
마력 열차치고는 너무 소형인데.
넋을 놓고 쳐다보다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아델라는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았다.
그곳은 도로 한복판이었으나, 아델라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녀에겐 한없이 낯선 풍경이다.
정신없는 세계.
큐브가 인도해 준 곳.
이곳에서 아델라가 추측할 수 있었던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한시하의 무의식인가…?”
녀석의 무의식이 이렇게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델라는 떨떠름하게 서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발을 뗐다.
어떤 곳에 떨어졌는지도 모르는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건 곤란하다.
큐브에게 친절한 가이드 따위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 가장 가능성 있는 장소로 향하는 게 빠르겠지.
아델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거대한 건물 하나가 보였다.
아르델 아카데미에 비하면 전혀 고풍스럽지 않으며 화려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투박한 벽돌 건물 하나가.
아델라는 그 간판에 적혀 있는 이름을 입안에 넣고 굴렸다.
강울대학교 동물병원….
“여기가 어디지?”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발을 내디뎠다.
* * *
내부는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병적으로 깔끔해 보이는 외관에, 텅텅 비어 있는 내부 인테리어.
발소리가 사방에서 들릴 정도로 탁 트인 공간이지만, 특별히 아델라를 주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안내직원들을 지나쳐, 아델라는 복도로 향했다.
복도 끝에서 말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는 감각.
조금 먼 거리지만, 아델라는 낯선 사람들의 말을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오전부터 듣기 썩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뒷담에 열이 올라 있다.
짜증 섞인 목소리가 먼저 운을 띄웠다.
“근데 그 선배는 왜 아직도 버티고 있어요? 우리가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거 모르나?”
“아예 대놓고 막나가는 거지. 신경도 안 쓰고 있을걸.”
“쳐다도 안 보던데.”
“원래 재수 없잖아. 하루 이틀이야, 말해도 쌩까는 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같은데….
열변을 토하고 있어서 끼어들기 애매했다.
아델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누굴 저리 욕한대….”
누군가 때문에 잔뜩 화가 난 듯싶지만 저 사람들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열 받으면 그냥 지팡이로 찍어 버리면 될 것이지.
저렇게 뒤에서 욕하는 인간들은 그 수준이 뻔했다.
아델라는 혀를 차면서 그들의 대화를 마저 주워들었다.
저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
뿔테안경을 쓴 남자는 시뻘게진 얼굴로 말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 자식은 말이야. 애초부터 편하게 졸업할 생각이 없는 거지. 지난번에 따로 불러서까지 내가 좋게 좋게 가자고 말했는데, 그 상황에서 말 한마디 안 지는 게 제정신이야?”
“왜요? 또 무슨 일 났어요?”
때마침 문을 열고 나온 남색 가운의 여자가 그 뒷담에 합류했다.
“여기서 일하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내가 열이 안 받겠어? 그 자식은 지가 아주 잘난 줄 안다니까? 어떻게든 선배들 이겨 먹으려고 눈이 돌아서는….”
“아~ 한시하 선배요?”
순간, 귀가 쫑긋했다.
아델라는 고개를 홱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
“…!”
저렇게 쌍욕을 하고 있던 상대가 한시하였어?
아델라는 당황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뿔테안경의 남자는 여전히 화나 있고, 저 인간들이 욕하던 대상이 한시하라는 사실이 몹시도 불쾌하지만….
“어쨌든 찾아서 다행이야.”
한시하를 찾는 데에 도움을 주었으니, 특별히 선처다.
아델라는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찍는 대신 평화롭게 대화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렇게 길길이 뛸 정도로 한시하를 욕하고 있다면,
최소한 한시하의 행방은 알고 있겠지.
“하… 건방진 새끼. 그 자식 한 번만 더 걸리면….”
아델라는 가장 흥분한 뿔테안경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깜짝이야.”
아델라의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지, 화들짝 놀란 눈빛이었다.
한시하를 열심히 씹어 대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 기척을 죽이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려서.
잠시 굳어 있던 남색 가운이 입을 떼었다.
“되게 외국인 같으신데… 한국말 잘하시네요?”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말씀하세요.”
아델라는 여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다시 되물었다.
지금은 한시하의 행방이 중요하니까.
“혹시… 한시하라는 사람 아세요?”
그 한마디에 네 사람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는다.
“아….”
“그 친구는….”
하지만, 초면인 사람 앞에서까지 남 욕을 할 정도의 인간들은 아니었다.
남색가운의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복도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마… 한 층 올라가면 있을 거예요.”
고맙다는 인사는 할 생각이 없다.
“아, 네.”
아델라는 그 미묘한 시선들을 깔끔히 무시하고 그대로 1층을 돌아 나왔다.
* * *
여자의 말이 맞았다.
널찍한 복도. 구석에 마련된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잠시 쉬라고 마련된 휴게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
“….”
아델라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자신이 아는 한시하의 얼굴은 아니지만 조금 더 어른 같은, 그러니까.
폴리모프 당시 봤던 그 얼굴과 흡사한 분위기였다.
사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저 사람이 한시하다.
본능적인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델라는 그를 부르는 대신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이름을 부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
딱 적당히 먼 그 거리에서,
한시하는 턱을 괸 채 두꺼운 책장을 넘기고 있다.
이제는 아예 책에 머리를 파묻고선 집중하고 있는 터라, 제가 다가가도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았다.
아델라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침을 삼켰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것 같았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나를 알아볼까.
너는 대체 왜, 이런 낯선 곳에서 저렇게 앉아 있는 거지.
그런 수많은 의문들이 입안에서 맴돌았으나 뱉지 못했다.
“힘들어 보이는데….”
아델라는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았다.
자신이 기억하는 한시하와 다르게, 검은 머리와 깊은 검은색의 눈동자.
이런 곳에서 혼자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이, 외로워 보일 정도였다.
아델라는 뚫어지게 한시하를 바라보다가 결심했다.
어떻게 보러 온 길인데, 멍청하게 서 있을 수만은 없다.
마침내, 한 걸음.
또 한 걸음.
아델라는 한시하를 향해 다가간다.
그렇게 어느새 코앞에서,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더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저기요.”
“아.”
아델라의 목소리에 한시하가 고개를 들었다.
아델라는 한시하의 눈빛에서 확신했다.
제 얼굴을 모른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자신이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상냥한 목소리.
한시하는 책을 옆으로 툭 밀어 넣고선 싱긋 웃어 보였다.
“카운터는 1층인데. 다른 선생님 불러드릴까요?”
아델라는 움찔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전혀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무슨 책 읽어요?”
“네?”
한시하의 손 너머로 책의 표지가 살짝 보인 듯하다.
‘슬기로운 아카데미 생활…?’
마법서도 아니고, 특별한 아티팩트도 아니다.
저런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나.
한시하는 머쓱한 듯 말끝을 흐렸다.
“아… 이거….”
“뭔 내용이에요?”
“개같이 멸망하는 피폐 스릴러 판타지요. 아직 완결은 안 났는데 거의 다 죽을 것 같거든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소설이었나.
생긴 건 미묘하게 다르게 생겨서, 말하는 걸 보니 확실히 제가 아는 사람이 맞다.
“아무래도 작가가 미친놈 같은… 아, 죄송합니다.”
한시하는 아델라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궁시렁거리다가, 머쓱하게 웃으며 사과했다.
생각해 보니 애 하나 붙잡고 소설책 얘기나 하고 있는 것이 영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시하는 아델라를 올려다보며 화제를 돌렸다.
“저기요, 근데….”
서로의 눈동자에 자신이 비칠 만큼 가까운 거리.
한시하는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키며 물었다.
“왜 개 한 마리 안 끌고 저한테 찾아오신 건지…?”
“볼일이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길 잃었어요?”
한시하의 담담한 물음에 아델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한다.
걱정 어린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휴대전화 없으면 빌려 주고. 부모님 연락해 줘요?”
“….”
“아까는 대답 잘하더니 왜 못 들은 척이지. 한국말 잘하더만. 어려운 말이라 못 알아듣나?”
아델라는 그 말에 입술을 달싹였다.
온 이유는 오직 하나니까.
무슨 말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했을 뿐, 정해진 대답은 하나였다.
떨리는 목소리가 입술 밖으로 흘러나왔다.
“보고 싶어서요.”
“…?”
“왜 왔냐고 물었으니까… 보고 싶어서 온 거라고.”
“…그쪽이? 나를?”
“네.”
한시하는 두 눈을 끔뻑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테이블 위에 놓은 책을 움켜쥐었다.
“죄송합니다. 저 여자 많아요.”
“…!”
* * *
한시하의 입장에서 완곡한 거절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유감스럽게도 듣는 입장은 달랐다.
하물며 그 상대가 한 성질 하는 아델라라면….
개판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개자식아, 여기서도 많았냐?’
순간, 열이 확 오른 나머지, 아델라는 한시하의 손에 들린 책을 냅다 뺏어 버렸다.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이었다.
한시하는 얼이 빠진 얼굴로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 뭐… 뭐 하는 거냐?”
“시끄러워!”
“…하?”
그 순간.
우당탕!
슬기로운 아카데미 생활인지 뭔지,
아델라는 거지같은 책을 복도 끝으로 던져 버리고는 신경질을 냈다.
“어… 어어어어!”
명색이 한시하의 무의식인데. 적당한 선에서 난리를 쳤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저지른 뒤였다.
아델라는 제 손에 들린 것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소환하고 말았다.
“뭐야, 미친.”
한시하는 기겁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대지의 지팡이.
이미 곱게 집에 돌아가긴 글렀다.
“내가 여기 오자마자 열 뻗치는 소리를 들어야 해? 뭐? 여자가 많아? 여자가 많냐고, 이 개자식아!”
“어어어…! 뭐 들고 있는 거야? 경찰 부른다? 경찰!”
“내가 뭘 포기하고 여기 온 건지 네가 알면… 진짜….”
“어… 어어어어!”
미래를 본 게 아니라 미래에서 왔다.
아델라는 입술을 악문 채 돌직구를 날렸다.
“어차피 너 결혼은 못해요.”
“뭐?”
한시하는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지팡이 휘두르면서 그런 말 하니까 묘하게 신빙성 있잖아!
“아주 악담을 해라.”
“사실인데.”
“너 아까부터 은근히 말이 짧다?”
“내 마음이야!”
병원 복도 한복판에서 지팡이처럼 생긴 무언가를 휘두르면서 성질을 내고 있는 애와, 그걸 받아 주며 같이 싸우고 있는 다 큰 어른.
그러니까, 제 3자의 눈에는 딱 그렇게 보이는 현장이었다.
쉽게 말해서 개판이다.
어느 샌가 소란을 들은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어느새 복도가 몰려든 사람들로 시끌시끌해졌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다.
가십거리를 만들기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었고.
수군수군-.
“…이제는 보호자랑도 싸워?”
“아까 경찰 부른다, 어쩐다 하지 않았어?”
“와… 드디어 잘리려고 작정한 거야?”
한시하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아이, 씨.”
병원에 별 또라이가 많다지만, 무슨 이세계에서 튀어나온 것 마냥 괴상한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미친 애랑 엮이게 될 줄은 몰랐다.
한시하는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일단 확실한 건, 저 꼬마애를 데리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안 되겠다.
한시하는 다급히 아델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야,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