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5화(2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5화
끔뻑.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다시 떴을 때도 결과는 똑같았다.
반짝거리는 금빛의 눈. 솔리아 아르케넨트가 나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몽롱한 와중에 입을 뗐다.
“뭘 그렇게… 빤히 보냐?”
“어어….”
솔리아가 놀란 눈으로 다급히 시선을 떨구었다.
슬카데미에서 내 최애캐를 꼽자면 바로 솔리아 아르케넨트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한없이 선하고 순수한 캐릭터.
거기에 더해 솔리아는 아델라와 달리 퍽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그런 애가 저렇게 망설이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는 건.
어제의 일 때문일 터.
목숨을 살려 줬으니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나.
솔리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횡설수설 말을 뱉었다.
“별일은 아니고… 으음, 그게… 갑자기 옛날 일이….”
막상 당황하는 걸 보니 조금은 놀려 주고 싶어지는데.
나는 싱긋 웃으며 돌직구를 던졌다.
“그렇게 잘생겼냐?”
“뭐, 뭐라는 거야?”
솔직히 이 얼굴이면 이런 말 해도 양심 없는 건 아니지.
나는 기지개를 켜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닳겠네, 진짜. 하여간 이 몸의 인기란….”
빠직.
늘 온화하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던 솔리아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그런 거 아니야!”
웬만해선 언성을 높이지 않는 솔리아의 나름 희귀한 모습.
남들보다 압도적인 평정심을 지닌 애가 저렇게 멘탈이 흔들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새삼 더 놀리고 싶어진다.
나는 한술 더 떠서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 원래 다 그래. 야, 한둘이 아니야.”
“…?”
“저어기… 쟤네도 있는 것 같은데.”
“꺄아아악!”
손을 흔들자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솔리아는 저편에 앉은 여자애들을 보며 얼굴이 빨개졌다.
“나까지 쪽팔릴 것 같아… 진짜….”
솔리아는 중얼대며 책상에 고개를 푹 숙였다.
“솔리아! 솔리아!”
“….”
“야, 그만 놀릴게. 미안, 미안.”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사과했다.
화난 게 틀림없었다.
나야 솔리아를 텍스트로 익히 봐 왔지만, 솔리아는 한시하를 경멸했던 걸로 알고 있다.
나 같아도 싫어하는 애가 잘생겼다고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으면 죽빵 날리고 싶을 것 같은데.
세상 순둥순둥한 성격이어도 메인 캐릭터를 화나게 했다간 나중에 어떤 여파로 돌아올지 몰랐다.
나는 갑자기 귀가 새빨개져서 책상 위에 엎어진 솔리아를 쿡쿡 찔렀다.
“일어나 봐.”
“…몰라!”
역시 빡쳤다.
내적 친밀감이 불러 온 실수다.
아델라에게는 입조심을 시키고, 솔리아한테는 시비를 털고.
이러니 예언서가 내 손으로 세상을 비틀고 있다고 한 거 아니겠냐고.
이미 예언이 떨어진 시점에서 글러먹은 거긴 하지만.
걱정되는데, 나 진짜.
그 순간이었다.
벌컥-.
뒷수습을 채 하기도 전에, 시끌벅적하던 강의실이 이내 조용해졌다.
저벅저벅.
인자해 보이는 눈웃음에 동그랗고 얇은 안경을 코끝에 올린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서 교단 위로 올라섰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교수님!”
몬스터 해부학의 에른스트 교수.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기로 제법 유명한 교수였다.
* * *
“몬스터의 습성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위기의 순간에서 대처하는 기술이지.”
학생들을 흐뭇한 미소로 돌아보는 에른스트 교수.
선명한 딕션에 열정적인 수업까지, 몇몇 모범생들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수업에 집중했다.
대다수는 나른한 목소리에 하나둘씩 고개를 푹푹 숙이는 중이었지만.
“몬스터의 공격 방식, 취약한 환경. 그 사소한 약점 하나하나를 끌어내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 훌륭한 마법사다. 정직한 싸움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소리다.”
가볍게 브리핑을 마친 에른스트 교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희들이 한 학기 동안 배우게 될 과목은 몬스터 해부학, 즉 어떤 공격 포인트가 가장 큰 데미지를 입힐지 배우는 학문이다.”
“네엡!”
“비록 직접 전투과정을 배우는 과목은 아니지만, 추후 필드에서 많은 도움이 될 거다. 모든 과목의 기초 학문이니까.”
스윽. 슥.
칠판 위에 헬하운드의 이미지를 그린 에른스트 교수는 가죽 장갑을 만지작거리며 학생들에게 물었다.
“다들 코어에 대해서는 들어 봤나?”
“네엡!”
마력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코어.
아르델 아카데미 마법과에 마법사 지망 학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돈이 없거나 실력이 애매한 학생들은 모험가 쪽으로 빠지기도 한다.
사실 몬스터 해부학은 모험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희귀한 몬스터의 코어는 마력을 응축하고 있기 때문에 내다 팔면 꽤 비싼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그게 모험가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인 터라, 코어를 해체하는 기술을 따로 배우기도 한다고 들었다.
마법사들 역시 기초적으로 알아 둬야 할 마력 회로를 학습하기 위해 선행되는 수업이라고 알고 있고.
“코어는 마력의 집합체지. 단번에 찾아내 공격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은 그쪽이 약점이니까. 그리고….”
에른스트 교수는 설명에 열중하던 도중, 거의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졸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칠판에 필기를 멈추고 물었다.
“계속 이론 수업만 듣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나?”
“…예?”
“바로 실습 들어갈까?”
첫 수업부터 바로 실전이라고?
학생들이 웅성대는 소리에도 에른스트 교수는 태연하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헬하운드 코어 해체 정도는 뭐. 자아, 다들 할 수 있겠지?”
교수들 특, 가르쳐 준 건 없는데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이따금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에는 숨 막힐 정적이 흐르는 강의실.
에른스트 교수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한층 더 무서운 소리를 더했다.
“허허, 너무 쉬워서 다들 한 번에 찾을까 봐 걱정되는군.”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지금 애들 표정 안 보이냐고.
“처음이니까 혼자서 하면 아무래도 어렵잖나. 그래서 2인 1조로 해 볼까 하는데. 어떤가?”
“교수님, 평가에도 들어가나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묻자, 에른스트 교수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더했다.
“그야 당연히 들어가지.”
알려 준 거 없잖아!
진짜 하나도 없잖아!
2인 1조인데… 점수까지 들어간다라.
정식 개강 첫날부터 어째 등골이 서늘하다. 에른스트 교수는 썩어가는 학생들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었다.
“허허, 조는 배정을 이미 다 해 놨으니까 각자들 확인해 보고, 다음 시간에 바로 들어갑시다.”
파앗-.
아르델 아카데미 나름의 첨단 시스템.
에른스트 교수가 교탁을 만지작거림과 동시에 홀로그램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
같은 조원을 확인한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홱 돌렸다.
책상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솔리아가 두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어라….”
[15. 솔리아-한시하]왜 너랑 나랑 같은 조냐?
* * *
하필, 한시하랑.
솔리아는 난처한 기색으로 칼을 잡았다.
그녀의 앞에는 금방 죽은 듯 두 눈을 감고 있는 헬하운드가 있었다.
코어를 해체하는 작업이 처음은 아니었다. 어릴 적 어깨 너머로 본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각종 던전을 돌았던 솔리아다.
그러니 에른스트 교수의 갑작스러운 실습 평가에도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함께 할 상대가 한시하라는 점이었다.
제대로 된 던전은 돌아보지도 못했을 녀석.
‘분명 못할 건데.’
곱게 자란 녀석이 이런 걸 해 봤을 리가 없다.
게다가.
‘그렇게 잘생겼냐?’
심지어 그렇게 나르시시즘에 빠진 녀석이라면 더더욱.
첫인상도 별로였는데 두 번째 인상도 여전히 개별로다.
어렸을 때랑 바뀐 거 하나 없다.
솔리아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고개를 흔들었다.
‘잡생각은 그만하자. 일단 지금 평가에 집중해.’
에른스트 교수의 평가방식은 독특했다. 이번 실습은 두 사람이 동시에 진행하는 평가가 아니다.
“허허, 조원과 손발이 잘 맞아야 할 겁니다.”
한 사람당 15분씩 교대로 들어가야 한다.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제 차례가 아닌 이상 조언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웬만해선 제 파트에서 다 끝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너 먼저 하려고?”
“응.”
“그래라, 파이팅!”
다행히 한시하도 제 실력은 아는 모양인지 가장 중요한 첫 순서는 순순히 제게 넘겼다.
솔리아는 비장한 얼굴로 헬하운드를 내려다보았다.
“자아, 그러면 시작!”
땡-.
명랑한 종소리와 함께 실습이 시작됐다.
동시에, 솔리아는 빠르게 헬하운드의 목을 붙잡았다.
비록 헬하운드의 가죽이 두꺼운 편이긴 하지만 몇 번의 칼질을 거치면 첫 15분 내에 충분한 스타트는 끊을 수 있을지도.
견적을 내 본 솔리아는 행동으로 돌입했다.
칼을 움켜쥔 채 헬하운드의 배를 가르려 했다.
그런데.
뭐지?
“아아, 그거 아닌데….”
아까부터 무언가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제 귓가에서.
“아으, 야. 블레이드로 해야지, 그 뭉툭한 나이프로… 야, 그게 썰리겠냐고.”
중얼중얼.
“그렇게 푹 찌르면 코어고 나발이고 바로 작살날 것 같은데.”
“블레이드 잡는 것부터 잘못됐잖아. 누굴 죽이려고 그러는 거냐.”
홱.
솔리아는 고개를 돌려 한시하를 보았다.
“아니야, 아니야.”
그제야 쉴 새 없이 조잘대던 한시하는 손사래를 치더니 웃으며 박수를 쳤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 어서 해, 파이팅!”
저… 저 인간이….
빛의 마법자이자 정화의 마법사, 솔리아.
그녀는 또래에 비해 평정심을 타고난 편이었다.
기숙사 납치 사건에서도 그러했듯이, 그녀는 웬만한 상황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헌데, 자신은 왜 슬슬 평정심을 잃어 가는가.
“으아, 으… 그건 좀… 으! 방금 장기 하나 날려먹을 뻔했다.”
“….”
“후하… 스릴이 너무 넘치네. 수술도 아니고 해부하는 걸 보는 중인데 왜 개를 두 번 죽이는 느낌이 들지?”
“하, 라떼는 저렇게 했으면 바로 유급인데.”
집중이 안 된다.
솔리아는 아까와 달리 한시하를 돌아보는 눈빛에 감정을 실었다.
“조용히 해.”
“넵.”
어느덧 헬하운드의 갈비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밑에 코어가 있을 테니, 갈비뼈만 무사히 제거하면 된다.
한시하의 잔소리대로 작업이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다른 팀에 비해 상당히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대다수는 아직도 도입부에서 낑낑대고 있었으니까.
한시하의 훈수가….
도움이 조금 된 것 같기도 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솔리아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입에 모터가 달린 거 봐선 조금은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그다음 과정은 한시하에게 조금 맡겨도 되겠지.
솔리아는 심호흡을 하며 손끝에 힘을 실었다.
‘근데, 진짜 짜증 나!’
팔짱 딱 끼고서 뒤에서 훈수만 내뱉고 있다.
뭐, 실습 자체가 제 차례가 아니면 손을 쓸 수 없으니 당연한 거긴 한데.
“아, 나였으면 저렇게는 안 했쥐.”
“확실히 그렇게는 안 했쥐.”
역시 열 받는다.
평정심 그까짓 거, 조금 내다 버려도 될 듯싶었다.
솔리아의 눈치를 살피던 한시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설마… 너 그거… 손으로 부수려는 건 아니지?”
“맞는데.”
활활.
푸른 마력이 솔리아의 손끝에서 피어오른다.
한시하는 기겁하며 다급히 솔리아를 말렸다.
“야, 손 다쳐! 누가 뼈를 손으로 부숴! 그게 부서지겠냐… 어라? 부서지냐?”
빠각.
빠각.
빠각.
“…다 부숴 버릴까.”
한시하의 척추뼈를 부수고 싶은 심정으로 헬하운드의 갈비뼈를 하나씩 부숴 나가자, 한시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간다.
빠각.
빠각.
“이게… 되네?”
땡-.
때마침, 15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친다.
솔리아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한시하를 노려보았다.
부들부들.
애써 평온한 미소를 지어 보려 했지만 그게 될 리가 없었다.
할 말 진짜 많은데.
“너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솔리아답지 않은, 살벌한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솔리아는 멍하니 서 있는 한시하를 향해 쐐기를 꽂았다.
“못하면 죽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