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52화 (완결)(25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52화
아르델 아카데미의 수사실.
한시혁은 빳빳하게 다려진 양복을 입은 채 그 안에 발을 들였다.
수 년 만의 방문이다.
사람 손을 타지 않고 꽤 오랫동안 방치된 모양인지, 바닥엔 먼지뭉치가 굴러다닌다. 심지어 퀴퀴한 냄새마저 올라오고 있었다.
한시혁은 가볍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치워야 할 것이 한 트럭이군.”
결벽증이 있는 그가 이런 먼지구덩이에서 업무를 할 수 있을 리 없으니, 오늘은 대청소를 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밀린 서류들을 처리해야겠지.
자신이 아르델 아카데미를 떠난 이후에 수사관 자리는 줄곧 공석이었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또.
아르델 아카데미의 교수로서 수업 준비를 해야 할 터였다.
“아주 바쁘겠어.”
그 말을 하며, 한시혁은 가볍게 웃었다.
아바돈이 죽으며 끝난 전쟁.
아르델 제국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많은 이들이 죽고, 국고는 바닥날 지경까지 갔지만, 제국은 빠르게 좋아져 갔다.
황제인 마르셀이 꽤 유능했기 때문.
과거만큼의 부와 영광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회복해 가는 중이다.
그리고, 한시혁은 마침내 끔찍한 힘에서 벗어났다.
카스티카 가문과 어울리는 유능한 마법사는 끝내 되지 못하였으나, 여전히 현명한 예언가로.
그렇게 그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르델 아카데미가 다시 학교 문을 연 것은, 전쟁이 끝난 후 반 년이 지나서였다.
신학과 교수로서 아르델 아카데미에 다시 복직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시혁을 창가를 내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적 같은 일이지.”
그 기적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한 건….
똑똑-.
“…들어오시죠.”
한시혁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인상의 남자.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한시혁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 그를 맞았다.
“아, 오셨습니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자신의 아버지, 카스티카의 한태수였다.
한시혁은 그를 여전히 조금은 두려워하지만, 예전만큼 불편한 사이는 아니다.
한태수는 한시혁의 인사를 받으며, 딱딱한 목소리로 답했다.
“오는 길에 잠시 들렀다.”
“네….”
갑작스러운 잠적.
흑마법사들과 결탁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돈 탓에, 그는 한평생 숨어 다녀야 했던 처지였다.
이렇게 아르델 아카데미에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복직할 수 있었던 건, 다 한태수의 배려 덕분이었다.
한시혁은 두 눈을 굴리며 앉아 있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예.”
한시혁은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침을 삼켰다.
“….”
제대로 된 대화라고는 나눠본 적 없는 사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한시혁은 한태수의 눈치를 살피고만 있었다.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다.
“저….”
“그….”
“아, 아닙니다. 먼저 말씀하시죠.”
하필이면 말하는 타이밍이 겹치고 말았다.
한시혁은 삐걱거리며 다급히 손사래를 쳤고,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태수가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은 제국의 영웅이 되었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 동생은 일월의 큐브를 건드렸고, 그 대가로 수백 년의 시간을 감내한 제국의 영웅이었다.
원래도 남다른 아이였지만, 그 시간 동안 천재를 넘어서 대륙 제일의 마법사가 되었다.
그렇게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아바돈을 처단했으며. 그 바뀐 미래 덕에, 자신 역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들었다.
그러니 한태수가 저리 뿌듯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줄곧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한시하. 그 아이는… 검술, 마법, 학식. 그 어느 분야에서도 떨어지는 것 하나 없이… 완벽한 내 자식이 되었다.”
한태수는 그답지 않게 농담조로 덧붙였다.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어. 나 닮아서.”
“경축드립니다.”
한시혁은 그를 따라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국이 공언한 사실이기에, 질투조차 나지 않는다.
그만한 대단한 자식을 두었는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해도 모자를 지경이겠지.
그런데.
한태수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게 아주 뛰어난 예언가 자식도 하나 있지.”
“…!”
뜻밖의 말에 한시혁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예언가 자식이라면….
당황한 나머지 온몸이 굳어 버린 그때, 한태수는 자신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너를 말하는 것이다.”
“…예?”
“다른 건 좀 모자라도 뭐 하나 특출 난 게 있으면 되지 않겠나.”
“….”
“그럼 되었다.”
담담하게 뱉은 한마디.
한태수는 얼어붙어 버린 한시혁을 똑바로 응시한다.
“강해질 필요도, 누굴 이겨 먹을 필요도 없다.”
“네가 제국의 영웅이 아니어도, 나는 이미 그런 자식 하나 있으니.”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는 자식도 좋아.”
위로하듯 건네는 말에, 한시혁은 더듬거리며 겨우 입을 떼었다.
“그… 그것이….”
한시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말.
자식이라는 호칭 자체가, 피 한 방울 안 섞인 우리 사이에는 조금 낯선 말이 아닌가.
예언가의 저주를 타고난 운명이었다.
단순히 냉대를 넘어서 저를 증오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원망했던 때가 있었다.
자신과 다르게 카스티카를 너무도 닮은 제 동생이 미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서, 여전히 어색하기 그지없는 부자지간인데도.
자식이라는 말이 싫지 않았다.
“어….”
의식하지 않았는데 두 눈에 눈물이 고인 듯하다.
한시혁은 빠르게 눈물을 훔치며 환하게 웃었다.
시계를 돌아보니 벌써 11시다.
“시간이 없습니다, 아버지.”
한시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능청스레 말했다.
“어서 대단한 자제분 졸업식 보러 가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 * *
“지금부터 아르델 아카데미의 9기 졸업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온다.
3년 만에 개방된 아르델 아카데미의 강당.
전쟁 중에는 임시 대피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라, 이렇게 학생들이 한데 모인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곳에서 2학년 종업식을 치렀던 학생들이 이제는 졸업식을 치르러 돌아왔다.
6개월 만에 급하게 열린 상태라, 졸업식을 치를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 졸업생 중에 걸출한 공신들이 많은 만큼, 졸업식을 진행하라는 황명이 있었다.
교탁 앞에 선 어니스트 학장이 축사를 시작했다.
“아르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도, 밖에서도 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고 생활했으며, 제국을 위해 싸웠던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저는 그런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제국 최고의 학교에 재학했던 우리 학생들이니, 지금까지 그래 왔듯 훗날 어디서든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전쟁 중에 아르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여럿 목숨을 잃었다.
제국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대가를 치렀고, 그렇게 이룩해 낸 평화 앞에서 경건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이들이 많습니다.”
“감사해야 할 이들도 많습니다.”
어니스트 학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축사는 길지 않았다.
“이 땅에 되찾아온 평화에 감사하며, 재학생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아르델! 아르델! 아르델!”
“우어어어어어!”
하지만, 그 환호성은 어니스트 학장이 교단을 내려간 뒤에도 끊이지 않았다.
아니, 학생들은 오히려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교단 위로 한 학생이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어… 어어어! 한시하 아니야?”
“우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
냅다 함성을 질러 대는 무리들과,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사람들.
그런 환호성이 질린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마이크를 툭툭 때리고 있는 사람.
“어우, 시끄러워라.”
아카데미의 수석 졸업생, 한시하였다.
* * *
수석 졸업생의 축사라….
제국의 영웅이 되어 돌아왔고, 성적과 능력, 모든 면에서 아카데미 역사를 통틀어 최우수 졸업생이라 평가되었다.
잘난 커리어 덕에 학교에서는 무슨 말을 하든 후배들의 귀감이 될 것이라며 불렀지만….
한시하는 곤란했다.
“실토하자면 졸업식에서 할 말이… 다 떨어졌습니다.”
“…?”
“수석 입학, 수석 졸업. 남들은 평생 동안 한 번 딸까 말까 한 그 타이틀이… 제겐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거든요.”
“네?”
“졸업식에서 축사하는 거, 너무 많이 했다고. 상 받고 명패 받고 이런 것도. 집 가면 쌓여 있어, 저런 거.”
잘난 인간이 제가 잘난 걸 너무 잘 알아도 재수 없는 법이다.
찬물을 끼얹은 듯, 강당이 조용해졌다.
“아….”
잔뜩 흥분했던 학생들은 두 눈을 끔뻑이며 입을 다물었다.
한시하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떻게 꼬여서 딱 여기, 아르델 아카데미만 수석 입학에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증명해 냈습니다. 들어올 땐 아니어도, 나갈 때는 제가 1등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와, 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나오긴 했는데, 아까보다 확연히 작다.
분명 맞는 말이긴 한데.
본의 아니게 제 3자를 저격해 버렸다.
“…괜찮냐?”
원은 이한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줄곧 수석을 차지하다가 졸업 때 뺏겨 버린 이한이 속상할 만도 한데, 그의 시선은 아델라에게 가 있었다.
“위로는 저쪽한테 해 줘. 아델라, 지금 쪽팔려서 죽으려는 것 같으니까.”
“아, 저런.”
귀가 빨개져서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볼만하다.
원은 쿡쿡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원래 저러잖아.”
“남들 앞에서 저러는 타입은 아니었지.”
“확실히 사백 년이면… 미칠 만해.”
사실 사백 년 만으로 미쳐 버린 것은 아니다. 그 전생까지 생각하면 더 돌아 버릴 지경인거지.
한시하는 지난 생을 회상하듯 허공을 올려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그 1등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아니 중요하긴 한데 말입니다.”
“한 사백 년을 살고 보니 그렇게 막 의미 있지는 않더랍니다.”
이제야 조금 정상적인 얘기인가 싶었는지, 학생들의 눈빛이 다시 진지해진다.
제국의 영웅의 축사.
관록이 느껴지는 자신의 말투에서, 뭔가 대단한 축사를 기대하는 모양인데.
사실 그런 건 없다.
그러나, 한마디는 해 줄 수 있다.
“아르델 아카데미 후배 여러분, 진짜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한시하는 교탁을 손으로 붙잡은 채 말을 뱉었다.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시간.”
“함께할 수 있는 시간.”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덧붙인다.
“그때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시간을 돌리고 싶었던 때도 있었고,
시간이 가지 않길 바랐던 때도 있었고.
그 시간의 무게에 눌려도 보았다.
“우리 후배님들은 일월의 큐브 없잖아요? 돌아갈 수 없으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아, 이게 1등하라는 소리인가?”
“…?”
“그러면 다들 수석 졸업하시길 바랍니다.”
다들 이해는 못 한 얼굴들이지만 예의상 환호성은 질러준다.
이래서 사람이 우선 유명해지고 봐야 하는 건가.
“와아아아아아!”
“한시하! 한시하! 한시하!”
흡사 개소리에 가까웠던 축사.
하지만, 방금 한 말을 곱씹어 보니 등골이 섬뜩하다.
잠깐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6년.
대학원 2년.
아카데미 6년….
“나는 몇 년을 날려 처먹은 거지…?”
도합 26년.
“하, 시발.”
한시하는 애들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배울 시간은 참 많았는데, 너무 많아도 좋지는 않더라.
교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차마 대학원 가지 말라는 말까진 할 수는 없어서, 한시하는 말을 생략했다.
어찌 되었건, 자신은 그 길을 가지 않을 테니까.
나 이제 졸업할래.
“후, 이제 정말 졸업인가….”
26년 만의 졸업. 심장이 벅차오르는 것이, 감회가 남다르다.
그 긴 시간 동안 배울 것은 다 배웠다.
그러면 이제 되었지.
한시하는 마이크에 손을 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자, 축사는 여기까지 하고….”
팔랑-.
그러고는, 싱긋 웃으며 졸업장을 흔들어 보인다.
“나는 간다, 후배들아.”
이제 진짜 졸업이다.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完
[작가의 말]안녕하세요, 강서울입니다.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가 252 화로 완결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카테는 첫 화부터 완결까지, 모든 화에 상당히 정성을 쏟아가면서 작업했던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완결 후 감회가 더 새롭네요.
현생과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작품 중간에 번아웃이 왔었고 휴재와 연재주기 조정으로 실망을 드렸던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들 덕에 완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판타지는 첫 도전이니만큼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재밌게 썼습니다. 아마 추후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지 않을까… 합니다.
엔딩은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썼으니 독자님들께서도 마음에 드시는 완결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면 저는 7월 말에 외전과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외전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완결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