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6화(2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6화
종소리와 동시에 두 번째 타임이 시작되었다.
한시하는 조금 더 뭉툭해 보이는 칼을 침착하게 손에 쥐었다.
솔리아가 부숴 둔 뼈의 파편들이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기에,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금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한다.
헬하운드의 코어는 심장 안쪽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 심장부터 꺼내는 게 우선이었다.
“과연….”
솔리아는 침을 삼키며 한시하의 손놀림에 집중했다.
이전 타임에서 제대로 농락당했다. 한시도 쉬지 않고 훈수를 더하는 통에 열도 받았다.
만약 한시하가 정말 코어 해체에 재능이 있다면 그런대로 납득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가만 안 둘 거야.’
보나마나 입만 살아 있을 게 분명하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
솔리아는 도전적인 마음을 품은 채 한시하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름 눈치를 보면서 던진 소심한 반항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안할 것 같은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
이제 시작이다.
한시하는 뭉툭한 나이프로 윗면의 지방을 걷어 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비뼈와 근육들로 어지럽혀져 있는 헬하운드의 내부가 마법처럼 정돈된다.
“어?”
솔리아는 크게 당황했다.
한시하의 손길이 닿는 자리마다 심장의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생각보다… 잘한다.
아니, 훨씬 잘한다.
뭐지?
이걸 왜 할 줄 아는 거지?
처음 해 보는 솜씨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다.
아까 옆에서 왜 자신을 답답해했는지 알 것 같은 속도.
한시하는 입만 살았던 지난 타임과 달리, 굳게 입을 다문 채 작업에 집중했다.
솔리아는 시비를 멈추고 멍하니 현란한 손놀림을 지켜보았다.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은 그대로였다.
“후우….”
그 짧은 새에, 위쪽은 거의 다 걷어 냈다.
한참을 열중하던 한시하는 싱긋 웃으며 솔리아에게 물었다.
“어때?”
“잘하긴… 확실히 잘하는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솔리아는 살짝 튀어나온 입술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잘해.”
왜 잘하지.
지가 잘생긴 걸 아는 것도 그렇고, 잘하는 걸 아는 것도 그렇고.
진짜 재수 없다.
재수 없는데… 잘하니까 뭐라고도 못하겠다.
솔리아는 죄 없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한시하를 지켜보았다.
“그렇다니까.”
한시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생글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거기서 적당히 만족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시하는 무슨 생각인지 전혀 엉뚱한 소리를 더했다.
“아, 맞다.”
“응?”
“교수님이 가급적이면 코어 주변의 마력 회로들도 살리라고 하지 않으셨나?”
뭐?
솔리아는 다시 얼굴을 구겼다.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게 될 리가 없잖아.”
코어를 해체할 때, 그 누구도 그 정도로 조심스레 하진 않는다.
조금 손상되는 한이 있어도 마력부터 쏟아부어 해결하지 않나.
물론 아직 학생인 우리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학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거라면, 한시하의 말대로 마력 회로를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그건 지극히 이론적인 소리고.
아니, 애당초 조심스레 한다고 한들.
“15분 안에 그걸 어떻게 하는데?”
솔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말과 허세뿐이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건 맞지만, 코어 해체는 확실히 처음인 듯했다. 어깨 너머로도 본 적도 없으니 저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지.
15분 만에 될 리 없는 작업을.
척 봐도 무리수인 그런 제안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걸 도전하려 한다.
‘될 리가 없는데.’
마음 같아서는 삽질을 하라고 내버려 두고 싶은데 2인 1조다.
솔리아는 답답한 마음에 한시하를 재촉했다.
“시키는 대로 해!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헬하운드의 코어가 심장에 있다면, 마력은 혈관을 따라 흐른다.
그러니 헬하운드의 마력 회로를 살펴보려면 심장 근처의 혈관을 모조리 살려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솔리아를 올려다보았다.
“야, 좀 믿어 봐. 보여 줄 테니깐.”
* * *
시계를 돌아보았다.
남은 시간은 총 10분.
솔리아가 앞선 작업을 꽤 많이 해 놓은 데다가, 다음 턴까지 추가로 기회가 있으니 시간은 문제없었다.
옆에 서 있는 솔리아는 몹시 걱정스러운 듯하지만.
“한시하, 아닌 것 같아.”
그래서 아까부터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나는 대답 대신 웃으며 가위를 들었다.
마력 회로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작업이 필요했다.
그때, 쓰는 게 바로 이거거든. 한 꺼풀, 한 꺼풀씩 층을 벗겨 나간다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면 된다.
혈관은 근육 바로 뒷면에 붙어 있기도 하고, 심장과 맞닿아 있는 경우도 많아서 자칫 칼을 잘못 썼다가는 바로 다 잘라먹기 십상이니까.
아까 내가 손을 좀 풀어 봤는데.
이 세계에도 내 손재주가 어느 정도 먹혀들긴 한다.
크게 다를 것도 없다니깐?
나는 옷소매를 걷어 올린 채 집요하게 근육 아래로 파고들었다.
“솔리아, 이거 한 번 볼래?”
나름의 여유도 있다.
나는 웃으며 솔리아를 불렀다.
“여기 보이지? 회로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헬하운드인 터라, 혈관에는 푸른 마력이 미묘하게 남아 있었다.
푸르게 빛나는 그것을 조심스레 꺼내었다.
“가장 두꺼운 것부터 회로의 갈래를 찾아 나간다고 생각해.”
다음 차례는 솔리아니까. 이번 턴에 내가 다 끝내질 못하면 솔리아가 이어서 해야 한다.
내 진지한 설명에 솔리아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까 보니 경험은 조금 부족해도 센스는 충분한 듯했다.
몇 마디 훈수를 건네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내 나비효과가 기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소리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에 몬스터의 마력 회로를 바탕으로 마법진을 구상하는 게 유행하게 된다.
몬스터의 특성에 맞는 고유의 마법들을 마법회로를 통해 연구하게 되거든. 그때, 지금 잘 익혀 둔 인간들이 쏠쏠히 이득을 본다고.
알아 둬서 나쁠 것 없다는 소리다.
그니까, 똑바로 봐라. 알겠냐.
“여기서 두 갈래로 갈라질 거야. 듣고 있지, 솔리아.”
“응.”
솔리아 같은 모범생은 진작 마력의 회로 정도는 달달 외워 뒀을 터.
내 말을 이해하는 듯 두 눈이 반짝거린다.
“그러면 알고 있는 대로 찾으면 돼. 최대한 조심스럽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도 괜찮다.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경험에 익은 손놀림은 그 일련의 과정에 가속도를 붙였다.
어느새 나는 심장 근처의 혈관을 전부 동정하는 데에 성공했다.
자아.
이제 잘 빼내기만 하면….
“성공이다.”
혹시 솔리아의 차례까지 이어질까 설명을 해 줬던 건데 의미 없게 됐다.
“코어 해체는 네가 하면 되겠네.”
씨익 웃으며 심장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꺼내 놓자 솔리아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얼떨떨한 기색이 묻어 있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벌써… 다 한 거라고?”
“믿으라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너… 혼자서 이걸 다 했다고?”
솔리아는 놀란 눈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었다.
저 표정을 보니 괜히 더 뿌듯해진다.
아, 역시 한시하.
아직 한물 안 갔다니까?
나는 깔끔하게 분리된 결과물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때였다.
스윽.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 정도로 감격한 거냐고.
아닌 척해도 역시 내가 아는 솔리아답게 퍽 단순하다.
나는 고개를 들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토닥토닥까진 안 해 줘도 괜찮은데.”
그런데.
어쩐지 쎄하게 느껴지는 손길.
몸이 경직되려던 찰나.
나른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학생이 다 한 건가?”
“아?”
미친, 깜짝이야.
“허허허.”
에른스트 교수가 나를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마력 회로까지 복원한 건가?”
순간, 인상을 찌푸릴 뻔했으나 간신히 정신줄을 잡았다.
갑자기 누가 뒤에 서 있는데, 그게 교수면 누가 안 놀라!
한 편의 호러 영화인 줄 알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생활 버전 미소 장착이다.
“그렇습니다, 교수님.”
“아주 깔끔하군.”
에른스트 교수는 턱을 쓸어내리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한눈에 봐도 만족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열다섯인 2학년 학생들이 선보일 만한 결과물이 아니다.
“악, 어떡하냐고! 심장 뚫렸어어!”
옆에서 저렇게 난장판을 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들 마력으로 억지로 부수려다가 저렇게 되었겠지.
에른스트 교수는 소란을 듣고선 인상을 찌푸렸다.
“저 녀석들은 왜 저러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도구를 사용해야 할 터인데….”
아.
솔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 열심히 손으로 작살내고 있었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물론 센스만 있으면 다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에른스트 교수는 난장판이 된 다른 조를 보고선 짧게 혀를 찼다.
저쪽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에른스트 교수는 다시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했지? 코어 해체를 여러 번 해 봤나?”
말하는 걸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조를 유심히 관찰한 모양.
아예 안 해 봤다고 하기엔 믿지 않을 듯해서 그럴싸한 핑계를 댔다.
“몇 번 정도 보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역시, 그랬을 테지.”
에른스트 교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잘하나?”
“다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허허, 별 소리를.”
“아닙니다, 교수님.”
에른스트 교수는 뒷짐을 진 채 입을 뗐다.
“오늘 학생의 실습 과정을 쭉 지켜봤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말이지.”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인데….”
늘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던 에른스트 교수의 이미지가 달리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
거기에 환상적으로 더해지는 한마디까지.
“학생, 내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발끝에서부터 섬뜩한 기운이 올라온다.
그냥 무난하게 가산점을 받을 생각이었지, 이 끔찍한 제안까지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네?”
큰일 났다.
이건….
대학원 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