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30화(3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30화
연구실 폭파 에피소드의 비중을 따지자면 다음 에피소드를 위한 징검다리 수준.
주인공 이한의 능력을 보여 주기 위한 일회성 에피소드 중 하나에 불과했다.
실제로도 이한에 의해 수습되고 일이 커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짧은 두 줄로 슬카데미에 묘사되었을 뿐인 당시 상황.
[당시 연구실에서 있었던 두 명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다친 학생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우리의 멋진 짱짱 주인공 덕분이다.]물론 저렇게 써 있진 않았는데 대충 내용은 저런 식이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 봐.
두 명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걔네는 왜 제외해!
똑같이 멀쩡하고 불쌍한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일 거 아냐.
내가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하나다.
그 두 명 중 하나가 내가 되게 생겼으니까. 고로, 끔살당하는 엑스트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려야 했다.
첫째, 지금 당장 교수실에 찾아가서 대학원 싫어요, 하고 드러눕는다.
둘째, 폭파사건이 일어나는 정확한 날짜를 모르니 저녁마다 빠르게 칼퇴한다.
셋째, 말없이 탈주한다.
곰곰이 생각해도 셋 다 좋은 대안은 아니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인데….
메인 에피소드에는 좀처럼 끼어들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서브 에피소드니까 그나마 괜찮으려나.
별 수 없지.
일단 살아야 되니까.
왜 꼭 피한다고만 생각하냐.
안 터지게 막으면 되잖아.
* * *
“내 연구실에서 연구를 도와주는 베티라는 학생이다. 이쪽은 오늘 처음 들어 온 한시하 학생. 2학년일세.”
에른스트 교수의 짧은 소개가 끝난 후, 교수님마저 자리를 뜨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부끄러운지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소심한 베티.
에른스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5학년이라고 했으니까 우선 고개를 숙여 봤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어… 어. 네!”
베티는 어버버하며 인사를 받았다.
“네, 잘해 봐요.”
“아, 감사합니다.”
“어… 어… 그리고….”
거기서 대화가 또 끊겼다.
베티는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삼켰다. 자꾸만 얼굴이 달아오르는지 손으로 부채질을 한 베티는 숨을 들이쉬며 진정하려 애썼다.
“아, 아! 죄송해요!”
낯을 상당히 가리는 모양이었다. 이거, 내가 잠깐 비켜 있어 줘야 하나.
그녀의 시선이 내 옆을 졸졸 따라온 바실에게 향하자, 뒤늦은 인사가 더해졌다.
“…귀엽네요.”
“그것도 감사합니다. 바실, 인사드려.”
“꾸우우! 꾸!”
이 자식. 아예 대놓고 애교 부리는 거봐.
바실은 커다란 두 눈을 굴리며 베티의 무릎 위로 튀어 올랐고.
“아악!”
덕분에 숨 막힐 정도의 정적이 깨질 수 있었다. 그제야 베티는 숨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후배가 처음 들어온 터라 조금 놀라서… 에른스트 교수님이 알다시피 많이 까다로우셔서요.”
본인이 판단했을 때 성에 차지 않는 학생이라면 애당초 연구실에 들이지도 않는다.
마법과 다른 과목에 비해 학생 지원률도 낮고 교수의 눈도 까다롭다 보니 그동안 후배가 없었던 모양이다.
잠시 망설이던 베티는 이내 진정하고선 해부 연구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마력의 농도와 전투력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여기는 혈액 샘플을 보관하는 장소거든요. 여기는….”
총총.
저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연구실의 구조를 설명해 주고 있는 건 감사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머릿속에 저 얘기들이 들어오질 않았다.
어디 있을까.
어디에 숨겨 놨을까.
“아, 잠시만요!”
정신없이 나를 붙들고 연구실 설명을 이어 나가던 베티는 타이밍 좋게 놀란 눈으로 멈춰 섰다.
“헉.”
“왜요?”
“세 시에 교수님이 부르기로 하셔서… 지인짜… 잠시만요! 여기서 조금 더 보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나야 땡큐지.
“잘 가요!”
사고 좀 치고 있을게요!
끼이익.
문이 닫히자마자 입가에 띄우고 있던 영업용 미소가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베티 선배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한다.
에른스트 교수의 연구실을 터트릴 시한폭탄 같은 실험체의 정체를.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누군가가 폭탄을 설치해서 이 연구실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슬카데미에서 ‘이것’ 빼놓고는 설명을 할 수 없는 그 마법의 단어. 마아력.
아르델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불리게 될 몬스터.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이것저것 몬스터를 기워서 만들어 낸 실험체에 내재되어 있던 마력이 갑자기 증폭되어 폭발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은 연구실에서 탈출하고, 폭발로 두 명의 엑스트라 학생들이 사망하며, 몬스터는 두 시간 뒤에 이한에게 완벽히 처단된다는 것이 본래 줄거리였다.
뭐, 뒷일은 주인공이 알아서 해 줄 거 같고.
나는 해부 연구실에 숨겨져 있던 실험체를 빠르게 찾으면 된다.
이걸 빼돌려야 여기서 터지지 않을 테니까.
가만 보자.
“바실!”
“꾸우!”
“마력을 찾아볼까?”
끄덕끄덕.
자신만만하게 튀어 오른 바실은 아슬아슬하게 연구실 기계들을 피해서 목조로 된 선반 아래로 몸을 낮췄다.
인간인 나는 눈치채지 못해도 감이 예리한 바실이 모를 리 없다.
킁킁대며 연구실 바닥을 기어 다니던 바실은 잠시 후 멈춰 섰다.
“거기야?”
스윽.
연구실 구석의 흙이 묻어 나오는 나무판자.
그토록 위험한 실험체니 봉인해 두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아예 땅 밑에 묻어 뒀을 줄은 몰랐다.
“이 밑에 있다는 거지?”
“꾸우!”
이걸 다 뜯자니 규모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깊이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니 영 무리수 같은데.
어떻게 발굴해 내야 할지 고민하며, 녹이 슨 듯한 판자에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댄 순간이었다.
“아악!”
따끔한 고통이 찌릿하게 손끝을 찔렀다.
그와 동시에 나무판자가 검게 물들었다. 불쾌할 정도로 녹이 슨 채 삐걱이는 나무판자.
“미친.”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연구실에 웬 괴물 같은 실험체를 키우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덤으로 이것이 아르델 아카데미의 허락을 받은 연구라는 것도.
그런데, 왜 흑마법이 감지되는 거지?
이런 걸 아르델 아카데미가 허락했을 리가 없다.
순식간에 내 마력을 빨아들인 채 마치 살아 있는 듯이 꿈틀대는 나무판자.
섬뜩한 기운에 바실은 경계하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
이한이 손쉽게 때려잡은 그 프랑켄슈타인이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몬스터라도 됐다는 거야?
“안 되겠다.”
저 밑에 묻혀 있는 실험체의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이건 섣불리 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델라.”
이 분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 * *
“에른스트 교수님의 연구실에 실험체가 있다고? 그것도 흑마법이 걸려 있는 실험체가?”
“어, 놀랍게도.”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뭐, 나라도 믿을 거 같진 않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 경계가 삼엄한 아르델 아카데미 내부에, 그것도 멀쩡한 교수의 연구실 안에 불법적으로 연구된 실험체가 있다는 것이.
그래서 도와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위험한 일이니 아델라의 입장에선 외면하는 게 당연했다.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가 땅의 마법사니 혹시나 싶어서.
그렇게 물었을 뿐이다.
“확인해 보자.”
아델라는 의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결연한 빛마저 돌았다.
나는 5학년 베티가 자리를 비웠을 새벽에 아델라를 연구실에 들였다.
“…있네.”
아, 진짜 있다고.
흑마법에 그을린 나무판자를 내려다본 아델라는 탄식을 터트렸다.
“만지지는 마.”
“악!”
저런.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
아델라는 손끝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에 괴성을 내지르고는 다시 제 입을 막았다.
“아으….”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하나 안 지나갈 새벽이다.
괜히 소란이 벌어졌다가는 연구자 몰래 실험체를 빼돌리려는 계획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네 생각은 이걸 밖으로 빼돌린다고? 아카데미 뒤편 야산에?”
“그게 가장 안전하지 않겠어?”
“그러다가 깨어나면?”
그건….
아, 내가 아니라 처리해 줄 사람이 있으니까.
우리의 주인공 파이팅!
-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대강 둘러 댔다.
“아카데미 한가운데에서 깨어나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나을 거 같은데. 능력 있는 교수님들도 많고 선배들도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
솔직히 내가 잡을 자신은 없다.
아델라에게 맡기자니 그건 영 민폐고. 역시 주인공이 빛날 기회를 주는 게 서사의 완성 아니려나.
대강 양심 없는 소리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합리화를 마쳤다.
잠시 고민하던 아델라는 토를 다는 대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최선을 다해 볼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섬뜩한 기운을 풍기며 꿈틀대던 나무판자가 빠각-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이어서 그 옆의 판자도, 아래의 판자도. 마치 목공소에 온 듯한 화려한 해체쇼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손끝 하나 닿지 않은 상태로 이걸 해낸다는 것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표정에서 느껴지는 여유였다.
“흐으음.”
빠각-.
별다른 힘도 쓰질 않고 이미 연구실의 나무판자 여섯 개를 허공에 동동 띄운 아델라는 싱긋 웃으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잘하지?”
어어, 잘하네.
잘하는 건 좋은데…
아델라가 저렇게 웃으며 과거에 한시하를 담갔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섬뜩해진다.
역시 한 편이 된 걸 안도해야 하는 걸까.
우우웅-.
그새 뒤편의 흙을 다 걷어 낸 아델라는 흥미롭다는 듯 자세를 낮췄다.
나무판자에서부터 느껴지던 흑마법의 보호 결계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으….”
한눈에 봐도 달갑지 않은 비주얼의 실험체가 곱게 누워 있었다.
오우거의 덩치, 어덥테온의 이빨, 코볼트의 다리….
여러 부위가 기워진 탓에 아르델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른 건가.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비주얼도 비주얼인데 흑마법이 걸려 있기에 어떻게 옮길지 난감해하는 얼굴이다.
솔리아의 정화 마법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는 기초 정화로도 풀 수 있을 거 같은데?”
여기까지 파헤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보호 결계가 세게 걸려 있지는 않았다.
악마의 나무 던전에서 얻어 두었던 기초마법주문서 덕에 2클래스 수준의 기초 정화는 캐스팅할 수 있게 됐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쉬며 지팡이 끝을 미라처럼 꽁꽁 묶여 있는 프랑켄슈타인에 가져다 대었다.
“플로스.”
파앗-.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온 한 줄기의 하얀빛이 일렁이던 검은 기운을 천천히 몰아냈다.
“으… 으….”
손끝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팽팽한 줄다리기.
살짝 버거울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이렇게 빡셀 줄은 몰랐는데.
한 번 더.
“플로스.”
쾅.
주문을 캐스팅함과 동시에 반발력으로 몸이 튕겨 나갔다.
“으억!”
“괜찮아?”
제길.
벽에 잘못 부딪혔는지 어깨가 욱신거리는데.
괜찮냐고 묻는다면…
“…일단 괜찮지 않을까?”
“뭐?”
“풀린 거 같은데, 결계가.”
“어? 어… 진짜네?”
아델라는 화들짝 놀라며 동그랗게 눈을 떴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슬라임 던전에서는 슬라임 한 마리 잡는 것도 힘겨워하던 애가 무슨 장족의 발전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력의 질적인 변화, 거기에 더해진 훈련.
그새 내 마력 운용 기술은 상당히 늘어 있었다.
괜히 허세 섞인 멘트와 함께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연습 좀 했지.”
“….”
똘망똘망.
그 성격 더러운 아델라답지 않게 부담스러운 눈길이 이쪽에 닿았다.
“왜.”
“내가 알던 한시하가 맞나, 사알짝 의심돼서.”
빤-히 이쪽을 돌아보는 아델라의 에메랄드 색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녀석이 깨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나는 아델라를 재촉했다.
“어서 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