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31화(3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31화
끄응.
여기까지 끌고 오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중력을 줄이는 마법을 사용해서 그나마 힘을 덜었던 게 신의 한 수였을까.
하, 진짜 죽을 거 같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통에 남은 물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아르델 아카데미 뒤편의 야산.
교수들이 아침마다 산책을 하는 곳이니 실험체가 발견된다고 해도 금방 사건은 해결되겠지.
그게 아니면 우리의 주인공이 착실히 해결해 줄 테고.
자, 내 할 일은 여기까지.
내일부터 연구실로 정상 출근하면 된다.
근데.
아까부터 하나 걸리는 게 있다.
“아델라.”
“으응?”
우리는 지금 관 속에 누운 것처럼 세상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 프랑켄슈타인을 내려다보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실험체. 인조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심장에서는 푸른빛이 돌고 있었다.
코볼트의 코어 포인트, 아마도 저것이 녀석의 마력공급원일 터.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부풀어 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라….”
슬카데미에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으나, 마력의 세기를 통해 짐작할 수는 있었다.
끼잉. 끼이잉.
게다가 아까부터 우리 바실이 미친 듯이 날뛰는 거 봐서는 영 좋지 않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거 오늘 터지는 거 아니냐?”
에이 설마.
* * *
모두가 잠에 들었을 새벽, 원래대로라면 아무도 모르게 슥삭, 실험체를 버려두고 내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달갑지 않은 얼굴을 마주하고 말았다.
“이 시간에 무슨 일들인가?”
얼핏 봐선 인자한 얼굴이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보는 에른스트 교수.
망했다.
이게 그러니까.
원래 기숙사에서 푹 잠을 자고 있어야 할 학생들이 무슨 일로 이 새벽에 야산에 있냐는 소리겠지.
“아, 교수님, 저희가….”
놀란 눈의 아델라가 급히 이상한 변명을 대려고 하는 것을 강제로 막았다.
에른스트 교수는 미심쩍은 눈길로 산 위편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무슨 할 말이 있다는 듯 달싹이는 입술.
“혹시 여기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고민은 빨랐다.
아르델의 프랑켄슈타인, 이 사건의 범인은 떡밥만을 남긴 채 원작에선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고로, 나는 누가 범인인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에른스트 교수는 선역이었다.
실험체가 봉인된 곳이 에른스트 교수의 연구실이라는 것. 그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그 이유만으로 에른스트 교수를 의심할 수는 없다.
‘에른스트 교수는 아닌 것 같은데.’
그를 믿는다.
하지만, 믿는다 해서 모든 패를 보여 줄 수는 없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입을 뗐다.
“그게 저희는 오늘 보름달이 뜬다고 해서….”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네.”
뭐?
입꼬리를 씨익 올린 에른스트 교수의 한마디에 아델라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특별히 비밀로 해 줄 테니. 허허.”
뭐라는 거야, 저 양반이.
“아니,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네. 허허, 좋을 때지.”
“….”
“교수님, 그런 거 아니….”
가만 있어.
읍읍-.
“제가 얘랑 왜….”
“들켰네요, 하하.”
“그렇지? 그런 거지?”
“네, 그렇습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질 않아요.”
아델라의 입을 틀어막은 나는 싱긋 웃으며 에른스트 교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교수님!”
“허허, 너무 늦게까지 산책하지 말고. 이 근방에 고블린들이 날뛴다는 얘기가 있으니. 아… 사랑의 화살이라면 고블린 한두 마리쯤이야 원샷으로 날릴 수 있을지도?”
주책어린 말 하지 말고 그만 들어가세요.
에른스트 교수는 딱히 등산할 생각은 없었는지 껄껄 웃어 대며 다시 학교 방향 쪽으로 몸을 틀었다.
“좋은 밤 보내세요!”
그렇게 에른스트 교수가 사라진 후에야 아델라의 입을 막은 손을 놓아 주었다.
“…뒤질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
이야, 저 표정이면 나도 깔끔하게 땅 속에 묻어 버리겠는데?
근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살고 싶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닌데.”
“뭐? 아직도 뭐가 남았어?”
나는 아르델 아카데미를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에른스트 교수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내 짐작은 대강 들어맞은 듯했다.
진짜 범인이라면, 이 시간에 실험실을 기필코 노릴 테니까.
“불이 켜졌어.”
내 한마디에 아델라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아까까지 암전되어 있던 에른스트 교수의 연구실에 불이 들어와 있는 걸 목격할 수 있었으니.
베티 선배가 이 시간에 실험실에 들르진 않았을 건데. 에른스트 교수가 연구실로 돌아가기 전, 우리가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실험실로 내려가 봐.”
내 한마디로 상황을 대강 파악한 아델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위로 갈 거야?”
“그래야겠지.”
오늘 실험체가 깨어나는 게 맞다면. 범인은 분명 두 군데 중 한 군데에서 나타날 터였다.
침을 삼키며 아델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따가 보자고.”
* * *
“그르르….”
어이구, 조금 일찍 일어나셨네요.
나는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즐거워서 웃는 건 아니다.
맞다, 지금 좀 실성했다.
이게 왜 지금 깨어나는 건데!
그것도 하필 아델라가 자리를 비운 최악의 타이밍에.
버틸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에른스트 교수의 도움을 청해야 하나. 아니, 아직도 그를 온전히 믿기엔 증거가 부족하지 않나.
이리저리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적이 확실치 않은 시점에서 교수를 끌어들이는 건 최악의 선택이 맞다.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아르델의 프랑켄슈타인.
어덥테온을 연상케 하는 노란 눈동자가 섬뜩하게 이쪽을 노려봤다.
“꾸우!”
거기에 겁 없이 날을 세우는 바실까지.
애를 왜 열 받게 하고 그래.
제발, 그러지 마.
뒤늦게 녀석을 말려 보았지만 늦었다.
“야, 쟤 화났다.”
오래 땅에 묻혀 있었으니 배고플 법도 했다. 가뜩이나 먹잇감을 찾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와 줬으니 얼마나 고마울까.
끼에에엑-.
냅다 괴성을 내지른 녀석이 두 눈을 빛내며 어깨를 폈다.
쾅. 쾅.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린다. 흉측하게 이어붙인 팔다리가 삐걱거리며 앞뒤로 흔들렸다.
이미 한 번 마력을 뿜어냈는지 근처 나무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러져 있었다.
저 녀석에게 잡히면 나도 저 나무들처럼 바스러질 게 분명했다. 내 척추뼈가 내지르는 비명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고로.
“바실!”
“꾸!”
오늘은 제 열 받게 하는 게 네 역할이 아니라….
야, 튀어.
“끼에에엑-.”
흥분한 아르델의 프랑켄슈타인이 커다란 다리를 널찍하게 뻗으며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쿵.
대지가 진동한다.
거대한 덩치의 녀석이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나무가 뿌리 뽑힐 듯 거세게 흔들린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각 몬스터들의 장점을 기워서 만들어 낸 괴물이다.
뛰어난 지능, 지치지 않는 체력, 공격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까지.
솔직히 말해서 승산이 없었다.
하지만, 승산이 없다 해도 매달린 적은 수없이 많았다.
우선 달린다.
“허억… 헉.”
나는 정신없이 달려 내려갔다.
“제발.”
저 아래까지만 일단 몸을 피하면 된다.
발밑에 나뭇가지가 걸리고, 돌부리에 부딪치는 동안에도 나는 이를 악문 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맹렬하게 따라오는 것은 녀석도 마찬가지다.
달리기에 익숙해져 가는 건지 추격해 오는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으윽.”
데굴데굴.
실수로 균형을 잃는 바람에 한바탕 미끄러지고 말았다.
겁나 아프다.
발목을 접질린 모양인지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정신을 깨웠다.
“꾸우!”
어서 일어나라며 내 목덜미를 질질 물고 늘어지는 바실.
녀석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계획해 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잡히면 말짱 꽝이다.
가죽가방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아르델 아카데미의 상징.
무식하게 마력을 쏟아붓는 녀석을 상대하기엔 이만한 게 없다.
“바인드.”
잠시나마 녀석을 묶어 두는 마법.
제대로 먹힌 것인지 고함 소리와 함께 녀석이 옴짝달싹도 못하고 멈춰 섰다.
밧줄로 묶어 둔 것 같은 우스운 꼬라지가 되었지만 마냥 웃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래 봤자 1분이야.”
나는 고통을 참고 죽어라 다시 달렸다.
허억. 허억.
진짜 죽을 거 같다.
거의 다 왔는데….
그새 바인드 마법이 풀린 프랑켄슈타인이 씩씩대며 검은 김을 뿜어내었다.
쾅.
이젠 무자비하게 거대한 돌을 집어던지기까지.
“제길.”
바로 코앞에 떨어진 묵직한 돌에 기겁하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내 발을 묶어 둘 궁리까지 하는 걸로 보아선 상당히 지능적이다.
겨우 1서클 수준이긴 하지만, 녀석은 신체 개조의 결과물로서 간단한 마법을 캐스팅할 줄도 알았다.
공기가 오싹할 정도로 얼어붙는다.
나를 묶어 두기 위한 두 번째 비책인 듯싶었다. 팔다리가 시릴 정도로 쓰려왔다.
“바실!”
화르륵.
바실의 브레스 덕에 녀석의 공격을 버텼다. 하마터면 그대로 얼어붙을 뻔했다.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개조된 신체 탓에 저 녀석은 마력을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웬만한 동급생들보다 마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라 해도 저 녀석에게는 밀릴 수밖에 없다.
바실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시간을 끌면 무조건 죽어. 바실, 자신 있지?”
끄덕.
녀석은 커다란 눈을 굴리고선 곧바로 프랑켄슈타인을 향해 돌진했다.
아까부터 나를 노리고 있던 실험체는 당황한 기색으로 바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날렵한 녀석이 빠르게 산을 오르자, 잠시 망설이던 실험체는 본능적으로 바실을 쫓기 시작했다.
“쿠르르.”
녀석의 방식을 파악하고, 속성을 캐치한다.
공기를 얼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걸로 봐선 이것저것 조잡하게 엮어서 만들었어도 기본적으로는 얼음 속성인 거 같은데.
“매직 애로우.”
활활 타오르는 활을 한 손에 들었다.
바실 덕분에 녀석이 등을 돌린 상태다.
쏘기만 하면 된다.
신중하게.
나는 활사위를 당겼다.
“끼에엑!”
외마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확히 심장에 꽂힌 첫 번째 화살에 고통스러워하던 녀석은 두 팔을 삐걱거리며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나를 노리기 시작한다.
녀석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홱.
나는 빠르게 몸을 피해 내달렸다. 차원이 다른 공포 속에서 발목을 접질린 감각은 점점 잊혀 갔다.
땅을 들썩일 정도로 달려온 녀석은 두 팔을 뻗어 나를 낚아채려 애썼다.
하지만, 내 도약이 조금 더 빨랐다.
반대편으로 몸을 던지며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으윽!”
고함 소리를 내지르며 내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 쫓는 프랑켄슈타인.
하지만.
정확히 그 앞에.
아델라가 설치해 둔 트랩이 있었다는 것은 몰랐겠지.
“끼에에엑!”
커다란 덩치의 녀석이 순식간에 커다란 구덩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눈에 봐도 상당한 깊이.
삽질로는 만들 수 없는 깊이였지만, 아델라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
이걸 믿었다.
피지컬로는 될 리가 없다는 걸 알기에. 프랑켄슈타인이 깨어날 경우의 수까지 내다본 철저한 준비성이 불러 온 행운이었다.
“허억… 헉.”
거의 두 수 앞을 내다봤단 말이지.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게 달려온 바실을 품에 안았다.
“쿠르르!”
나를 잡지 못한 프랑켄슈타인은 잔뜩 약이 오른 얼굴로 온갖 욕설을 쏟아 냈다.
무슨 소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대강 험한 말 같다.
그런데 어쩐다, 야.
“…드럽게 아프네.”
이를 악문 채 활을 다시 들었다.
팔자에도 없는 추격전을 하다가 발목 작살난 건 이쪽도 마찬가지거든?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에게 줄 것은 세 발의 화살뿐이었다.
나는 다시 활사위를 당겼다.
“편히 잠들기를.”
파앗-.
허공을 가르는 짧은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뒷산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
“….”
고요해진 적막 사이로 불안하게 깜빡이는 연구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나저나, 얘는 잘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