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33화(3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33화
“돌아가지 그래?”
크릭이 인상을 쓰며 말을 뱉었다.
가뜩이나 마법과 분위기가 초상집인데 강령과가 와서 무얼 하겠냐는 투였다.
“너는 뭔데? 꺼져, 새끼야. 나는 한시하 보러 왔으니깐.”
시모어 파커는 그런 크릭을 대놓고 무시했다.
1대 1이었으면 쫄았을 녀석이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마법과의 자존심에 금이 간다.
크릭은 문을 몸으로 막고선 언성을 높였다.
“한시하가 너를 만나 줄 것 같냐! 너네 과 파비안한테 한 번 물어보고 와, 네가 깽판 친다고 만나 줄 놈인지 아닌지. 그 자식은 너 같은 싸가지 새끼였으면 일단 주먹부터 날아갔어.”
소문을 퍼트리라더니 와전을 하고 자빠졌네.
내가 언제 주먹을 썼냐!
기가 막혀서 혀를 차고 있는데 크릭이 한술 더 떴다.
“그 자식이 성격이 더럽긴 해도 정의로워서 너 같은 놈 수작질에는 안 넘어가니까 생각도 말고!”
욕이냐, 칭찬이냐.
하나만 해라 진짜.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아.
“그리고, 어! 걔는 딱 봐도 이미지가 음침한 니들이랑은 안 맞는데. 쨉이 된다고 생각하냐?”
저게 맞을 때 머리도 같이 맞았냐. 아니면 별 응징 없이 살려 둔 것에 크게 감복이라도 했나.
“뭐야, 이 새끼는?”
시모어 파커는 질색을 하며 크릭을 세게 밀쳤다.
덩치 차이 때문에 한 번에 나가떨어진 크릭은 어설프게 휘청대며 고꾸라졌다.
쾅.
시모어 파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애당초 못 볼 수가 없는 각도였다.
“야, 한시하.”
“….”
“이 새끼 뭐라는지 모르겠고. 너 찾으러 왔으니 나와 봐라.”
크릭이 왜 이를 악물고서 막았는지 알 거 같은 말투였다.
남의 강의실 와서 하는 말이 깡패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말에 나는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친구 만나러 오는 게 이렇게 힘드냐고, 시발.”
아, 맞다.
친, 친구였지.
미친 한시하.
아르델 아카데미 메인 악역 시모어와 친구 사이로 막역하게, 어. 그딴 식으로 학교생활을 해 왔구나.
이야, 너무 아름다운 학교생활을 했었네.
“친구야?”
“둘이 친했어?”
그걸 조금 일찍 알렸더라면 한시하가 1학년 때 괴롭힘도 안 당했을 것 같긴 하다만.
애당초 둘이 친해진 건 1학년 방학 시점이었다. 한시하가 흑마법을 배우기 위해 허구한 날 주술서를 붙들고 있던 그 시기.
애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힘겹게 쌓아 올린 내 이미지 작살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끼이익.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곤 녀석을 지나쳐 문 밖으로 나가며 손짓했다.
“야, 가자.”
재앙의 씨앗은 미리 뿌리 뽑아 놓는 편이 좋다.
* * *
“어이, 친구. 어디까지 갈 거야. 슬슬 얘기하자고.”
이만하면 되겠지.
주변을 둘러보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답 안 하냐? 사람이 말하잖아, 무안하게.”
나는 팔짱을 끼고 벽에 등을 기댔다.
말투를 보아하니 한시하와 녀석의 관계가 훤히 그려졌다.
친구라고는 해도 명백히 상하 관계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시모어 파커는 은근히 협박적인 어조로 말을 뱉었다. 녀석은 내가 마법과에 배정된 것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해 봐. 에른스트 교수 연구실, 다 알고 지원했던 거지?”
그러니 저 헛소리도 시모어의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별다른 말이 없자 시모어 파커는 히죽대며 목소리를 낮췄다.
“역시 너는 우리 편이 어울린다니까. 주사위가 잘못 봐도 한참을 잘못 본거지.”
시모어 파커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말을 이었다.
“디버트 교수님이 그렇게 용기 있는 행동을 하실지는 몰랐지만… 끝마무리가 영 그랬지.”
이 녀석은 아직 그 교수를 잡아넣은 게 나인지 모른다.
극비로 처리되고 있는 사실이라, 당분간은 알지 못할 터.
나는 여전히 시모어 파커를 경계한 채 입을 다물었다.
“마법과에서는 잘 지내냐?”
그런 내 눈치를 살피는 건 시모어 파커 역시 마찬가지다.
“보나마나 맞지도 않을 텐데 좀이 쑤시지는 않고?”
빙글빙글. 논점 없이 말만 돌리고 있다.
마치 중요한 얘기를 남겨 두고 있는 것처럼.
대강 이 시점. 시모어 파커가 내게 제안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한시하의 눈치라곤 보지 않을 저 녀석이 갑자기 내 표정을 살피는 이유는 뭘까.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흑마법사 동아리 사건.
다음으로 진행되는 서브 에피소드가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으니.
“본론부터 말하지 그래?”
나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역시 눈치는 빨라.”
시모어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가만 보면 분위기도 살짝 바뀐 것 같아…? 눈빛이 어우, 사람 하나 보낼 것 같은데.”
툭툭.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감각이 퍽 불쾌하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든다니깐. 너는 확실히 이쪽에 재능이 있거든.”
시모어 파커의 눈은 정확했다.
실제로 그가 한시하를 기억하는 방식은 내가 빙의하기 전일 테니 저리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한시하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가 흑마법사로 각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
애당초 시모어 파커와 한시하의 관계는 훌륭한 시너지를 냈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시모어 파커가 실전형 인간이라면 한시하는 흑마법의 연구에 조금 더 재능이 있었다.
시모어는 가능하다면 그런 재능을 지닌 나를 제 편으로 만들고 싶어 할 거다.
“연구 동아리를 만들어 볼까 해.”
결국 시모어는 제 계획을 입에 올렸다.
“동아리?”
“관심 있어?”
예상대로였다.
흑마법을 몰래 연구하다가 걸려서 단체로 모가지가 날아갈 뻔했던 그 동아리.
어니스트 학장의 부탁으로 이한이 그 동아리를 샅샅이 파헤치면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프랑켄슈타인 연구와 비견될 수준으로 살벌한 연구가 진행되었기에 가만히 놔뒀다가는 아카데미의 시한폭탄이 되었을 조직이었다.
없앨 수 있다면 반드시 없애야 한다.
그건 맞는데….
애당초 주인공이 직무유기를 하지 않는 이상, 내가 그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굳이?
“들어올 거냐?”
가겠냐고, 내가.
* * *
학장실.
어니스트 학장은 한 서류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난 수십 년의 세월, 아르델 아카데미는 마법과의 전두지휘 하에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규정된 흑마법 외에 불법적인 연구로 학교가 위험에 처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해당 관계자는 바로 마법회에 처분되곤 했다.
하지만, 요즈음 들어 불안한 기운이 안팎으로 감지되고 있었다.
애써 묻어 두었던 암흑이 수면 위로 올라오려 애쓰는 기분.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도 그 속을 몰랐던 디버트 교수도 그렇고, 악마의 나무에 훌륭한 우등생들이 단체로 납치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뿐인가.
학생들이 이용하는 던전이 변형되어 크게 위험해질 뻔한 건까지.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살아남은 학생, 한시하.
처음에는 아델라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라고 여겼지만, 어제의 행동을 봐서는 아니었다.
디버트 교수의 야심작을 홀로 유인해서 처리하고, 아델라를 연구실에 보낸 후 자신에게 찾아올 정도의 판단력.
예사 학생이 아니다.
어쩌면 어니스트 학장, 자신이 찾던 인재인지도 몰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대한 일을 일개 학생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일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랜 세월 속에 숱한 경험을 하면서도 확신할 수 없는 순간들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어니스트 학장은 제 선택이 맞길 바랄 뿐이었다.
어니스트 학장은 보고 받은 내용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강령과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강령과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든다는 보고였다.
베이킹 동아리, 겉으로 보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동아리였으나 그 실상은 달랐다.
금지된 흑마법을 연구하는 동아리.
최근에 디버트 그루누이 사건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동아리가 출현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좋은 신호는 아니다.
심지어 그 연구의 수위도 생각보다 급진적이며 위험했다.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들의 동아리까지 간섭할 권리가 학장에게는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카데미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한다.
어니스트 학장은 펜대를 내려놓고선 조교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한시하 학생을 불러 주겠나?”
* * *
어니스트 학장은 한시하를 찾았다.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 건으로 한 번쯤은 예정된 만남이었으나, 기껏해야 격려 차원에서 몇 마디 건넬 거라 생각했던 한시하는 뜻밖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르델 아카데미 내에 안 좋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네?”
“강령과 학생들이 비밀 결사 동아리를 만든다고 하더군.”
주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니 당연히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 사건에 비견하는 극비 사실일 터였다.
이런 걸 별생각 없이 흘릴 어니스트 학장이 아니다.
인사치레는 더더욱 아닐 테고.
대체 이 얘기를 왜 하는 걸까, 골똘히 고민하던 한시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설마.”
“자네에게 임무를 하나 맡기고 싶은데.”
비록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이걸 해낼 학생은 단 한 사람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또래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교활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이 일에 적합할 것 같은 학생.
어니스트 학장은 자신의 눈을 믿었다.
분명 한시하라면 훌륭하게 처리해 낼 수 있는 일이라고.
“보상은 충분히 하도록 하겠네.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보장하지. 돈부터 쥐어 주는 부끄러운 선생이 된 것 같지만 달리 표할 길이 없어서.”
“….”
“디버트 교수에게 모두 들었네. 자네를 그쪽에서 노리고 있다는 것도.”
흑마법사 단체의 표적이 된 것까지 모두 알고 있다.
돈과 함께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는 제안.
“부디 그 안에서 들어가서 내 귀가 되어 주겠나?”
“교수님, 그게….”
어니스트 학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시하를 바라보았다.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시모어 파커가 이 얘기를 자신한테 꺼냈을 때부터 어째 등골이 쎄했다.
냅다 부숴 버리는 게 아니라 첩자를 구하는 일이라면 확실히 강령과에 반감을 사고 있는 이한보다는 자신이 적합하다.
실제로 이한은 원작에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정면 돌파든 뭐든….
‘이한이 빈둥거리지 않는 이상 내가 이걸 할 리가 있겠냐고.’
한시하는 어제 여유롭게 중얼거렸던 제 말을 떠올린다.
아, 할 리가 있겠냐고.
하하.
설마 어니스트 학장이 이걸 내게 맡기겠냐고.
그렇게 웃어 댔던 제 오만을 후회한다.
말이 씨가 되는 법이다.
‘이런, 미친.’
장학금은 필요 없고, 어니스트 학장의 줄을 잡는 거야 나쁜 선택은 아닐지도 모른다. 에른스트 교수보다도, 그린트 교수보다도.
졸업 후 꽃길 보장! 급의 튼튼한 동아줄이 아닌가.
다 좋다.
그래 다 좋다 이건데….
‘주인공 이 새끼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이건 걔가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