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34화(3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34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은 아르델 아카데미 옆 광장에서 시장이 성대하게 열리는 날이었다.
웬만한 물품은 아르델 아카데미 안에서 충당할 수 있지만, 바람도 쐴 겸 바실을 끌고 나왔다.
디버트 교수의 마지막 경고와 어니스트 학장의 위험한 제안까지.
모든 걸 통틀어 생각해 봤을 때 이렇게 한가하게 쇼핑이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지만….
“뭐부터 사지?”
때론 오늘의 먹거리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기숙사에서 몰래 먹기 좋은 간식 꾸러미, 끼니를 해결할 비상식량에 아이스 마법이 걸려 있어 상시 차갑게 보관되는 냉장가방까지 구매한 후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쇼핑은 거기서 끝나질 않았다.
나온 김에 아예 제대로 털어 가야지.
앞으로 있을 전투 실습에 필요할 것 같은 종류들 위주로 천천히 살펴보았다.
“해독의 바늘이랑 은신의 거울 주세요. 아, 초심자용 전투 세트도 있나요?”
“아주 제대로 볼 줄 아는 손님이시네.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이야?”
“네, 그렇습니다.”
“아이, 그러면 조금 깎아 줘야지. 우리 아들이 아르델 아카데미 출신인데… 짤렸거든.”
아, 저런.
“그 자식 볼 때면 한숨만 나오지만… 우리 학생은 무사히 진급해.”
“아, 그럼요.”
“그나저나 은신의 거울은 뭣에 쓰게? 초심자용 전투 세트면 웬만한 건 다 들어가 있을 건데?”
아.
그건….
주인공이 직무유기라서 제가 대신 굴러야 하기 때문에.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아르델 아카데미 요새 열 시 이후에 못 나가는 거 아시죠?”
아르델 아카데미 옆에 붙어 있는 터라 학생들이 단골로 찾은 가게인 모양이다. 아주머니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거기 요즘 뭔 일 났다며.”
“네, 그래서 몰래몰래 슬쩍 나가려구요. 답답하잖아요.”
“하긴 학교 땡땡이치는 데 이만한 게 없지. 자, 내가 오늘 특별히 덤으로 하나 더 얹어 준다. 이게 병약 캡슐이라는 건데 삼키면 바로 직빵으로 올라와. 한 시간은 양호실 갈 수 있거든. 효과 대박인 신상이니까 가져가.”
이… 이런 신문물까지?
이쯤 되면 학생들의 땡땡이를 장려하는 느낌이다.
소중한 캡슐을 주머니에 넣고선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후, 정신없는 쇼핑이네.”
볼 건 거의 다 봤다, 이제.
나직이 중얼거리며 자리를 뜨려던 순간.
바실이 다리를 붙들고 제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급기야 커다란 눈망울을 불쌍하게 올려다본다.
“꾸우….”
“아, 왜 네 건 없냐고?”
“꾸우!”
그래, 얘도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
악마의 나무에서 얻었던 비상금도 있고, 얼마 전부터 가문의 지원도 넉넉해졌다.
“아주 조금… 조금은 더 써도 될 거 같은데.”
“끼에엥.”
너무 좋은지 냅다 바닥에 드러눕는 바실을 데리고 번쩍번쩍한 근처 상점으로 들어섰다.
[테이머들을 위한 펫 용품점]들어가자마자 눈웃음을 생글거리는 여자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새 손님을 맞았다.
“어떤 물건 보고 오셨어요?”
“그냥 이렇게 생긴 애가 좋아할 거 같은 걸로 주세요.”
“꾸엥!”
드… 드래곤?
드래곤은 초면인지 잠시 당황하던 점원은 발을 동동 굴리더니 사라졌다.
잠시 후에, 점원은 반짝이는 낚싯대 하나를 들고 나왔다. 낚싯대 끝에서 달랑달랑하는 인형을 포착한 바실의 눈이 반짝였다.
“고객님, 이게 요즘 잘 나가는 신상인데요, 민첩성을 올려 주고. 드래곤 친구들에게 주면… 찢어요!”
“…흐음.”
아무리 봐도 저건 고양이용인데. 내가 망설이자 점원이 다시 약을 팔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바실이 들어가기에는 조금 작아 보이는 미로였다.
“이건 지능을 올려 주는 간이 미로인데, 드래곤 친구들에게 주면… 뚫어요!”
“그냥 슬라임 구슬 다섯 개 주세요.”
퍽-.
내 폭탄 멘트에 녀석이 곧바로 멱살을 잡고 늘어진다.
버둥거리는 바실을 붙잡고선 능력치를 확인했다.
<바실러스 아트라식스>
언제나 화가 나 있는 레드 드래곤. 슬라임 구슬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편. 삐져 있다.
“으응, 삐졌군.”
“꾸에!”
레벨: 8
마력: 57
힘: 66
민첩: 41
지능: 16
[화염 방사 Lv 3][마력 방어 Lv1][독성 저항 Lv 3][화염의 소용돌이 Lv 3]쭉쭉 성장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좋다, 과감하게 투자하자.
턱을 괸 채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냥 몸에 좋은 거 다 주세요.”
“…!”
어으, 많이 샀네.
결국 바실이 졸라서 사고 만 낚시 장난감까지. 너무 플렉스한 것 같은데….
뭐, 가끔은 괜찮겠지.
바리바리 짐을 챙겨들고선 아르델 아카데미 쪽으로 향했다.
‘이 일을 해 줄 인재가 자네뿐이라고 생각하네.’
아, 잊고 있었는데.
어니스트 학장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저 말을 믿냐고?
당연히 안 믿는다.
슬카데미에서도 주 전공이 입 털기인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을 감화시켜서 열심히 부려 먹던 양반이니까.
하지만, 바꿔서 말해 보면.
주인공이 안 한다면 나라도 해야 했다.
앞으로 펼쳐질 달갑지 않은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조금씩 힘을 키워 가야 하는 게 맞고.
“세상이 조용히 살게 놔두지를 않는다. 그치, 바실아.”
“….”
“야, 자냐?”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쪽지를 꺼내었다.
지난번에 복도에서 시모어 파커를 마주쳤을 때, 그는 동아리 얘기만 꺼내고 간 것이 아니었다.
“이걸 주머니에 꽂아 넣고 갔구만.”
쪽지에 그려져 있는 난해한 문양. 똬리를 틀고 있는 검은 뱀의 머리 위로 칼이 박혀 있는 그림이다.
흑마법 단체를 상징하는 그림을 알고 있는지, 내 의중을 떠본 것이겠지.
“거참, 상큼한 계획이네.”
* * *
“들어오려고?”
시모어 파커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법과에 진학한 한시하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 가고자하는 끌림이라도 되는 걸까 싶었다.
어찌 되었건 결국 들어왔네, 이 동아리.
“뭐 하는 곳인지는 알지?”
“모르고 왔을 리가 없지 싶은데.”
툭.
그때 받았던 쪽지를 돌려주자 강령과 녀석들이 깔깔거리며 웃어 댔다.
“한 번에 알아본 거야?”
“한시하는 알 거라고 했잖아.”
“잘 부탁해.”
시모어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표정으로 악수를 건넸고, 나 역시 그럴싸한 연기를 하며 장단을 맞춰 줬다.
누가 보면 의형제인 줄 알겠네.
악당들의 사연일지라도 제법 눈물겹다.
지대한 환영인사로 나를 맞이한 강령과 녀석들은 이내 자신들의 본거지로 나를 데리고 갔다.
“여기는 처음이지?”
시모어 일행의 안내를 따라 내려간 곳은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지하 동굴.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는 지하 동방의 구석이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흑마법의 연구가 이뤄졌다는 것도 제법 놀랍긴 하다만.
동굴 하면 살짝 PTSD가 오는 느낌이라서. 인상을 찌푸리며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끼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는 여기서도 기본 패시브냐.
꼬챙이에 죄 없는 돼지가 꽂혀 있는 모습에 비위가 상했지만, 비슷한 광경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다. 애써 티를 내지 않으며 지나쳐 갔다.
이내 나타난 것은 몇 개의 책장.
시모어가 그것을 소개해 주었다.
“이게 우리가 연구 중인 서적들이야.”
[6세기의 흑마법주문서]“고전 책들. 지금은 다루지 못하게 하는 주술들이 이쪽에 많거든.”
[저주학개론]“이것도 지금은 금서일 텐데.”
“힘들게 구했지.”
시모어는 뿌듯한 기색으로 나를 돌아보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악의 없는 손길이었지만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본격적인 연기의 시작이다. 잠시 망설이던 시모어 파커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연구에 대한 얘기는 익히 들었어. 주로… 악마 소환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이건 이들 나름의 검증 절차인 것이려나.
이럴 때 슬카데미에서 봤던 얕은 지식이 도움이 된다.
실제 한시하의 주 전공이었던 악마 소환술. 한시하를 흉내 내는 일이라면 자신 있다.
나는 태연하게 그 방법을 읊어나갔다.
“그렇지. 도구가 많이 필요한 방법은 아니야. 지푸라기에 성냥만 있어도 그리 어려운 건 아니거든. 물론 제대로 된 악마를 소환하려면 이 정도의 시설로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사람에게도 해를 가할 수 있나?”
역시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눈빛이 달라진다.
겨우 열다섯밖에 안 되었어도 악인은 악인이라는 걸까.
호기심에 일렁이는 시모어 파커의 눈빛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걸 차마 티를 낼 수는 없으니. 저주학 책 커버를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싱긋 웃어 보였다.
“충분히.”
“해 본 적은?”
“열세 살 때.”
싹수부터 노란 악역. 내 기억이 맞다면 한시하는 이미 아르델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어설픈 흑마법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현대로 치면 분신사바나 빙의술 급의 흔해 빠진 주술이었지만, 상대가 한시하였던 게 문제였다.
흑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탓에 증폭된 마기가 하인을 덮쳤고, 하인은 완전히 미쳐 버렸다.
사고로 벌어진 일이라며 가문에선 대강 수습하고 넘어간 일.
하지만, 오히려 한시하가 흑마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조금씩 흑화되어 간다.
악역의 서사를 알고 있는 게 이럴 때 도움이 된다.
한시하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 중 하나를 꺼내 놓자 강령과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깔깔댔다.
거, 진짜 미친놈들을 상대하는 기분이네.
자꾸만 불쾌감이 솟아오르려는 것을 억누르고선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여기 마법과 학생은 나 하나뿐인가?”
혹여 어니스트 학장이 주인공을 이쪽에 불러 온 것은 아닌가 궁금해져서 해 본 질문이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시모어 파커는 히죽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한 명 더 있더라고.”
설마, 이한?
내 멋대로 짐작하며 고개를 돌리던 순간, 예상치 못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음?
가만히 보기만 해도 절로 흐뭇해지는 화사한 얼굴. 금발의 머리칼을 찰랑이며 총총 걸어온 얼굴은 이한과는 다소 거리가 먼….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것 같은데.
어, 어!
“혹시….”
표지랑 닮았다.
아델라는 생판 다른 얼굴이었어서 못 알아봤는데, 이 친구는 눈썰미가 그닥 안 좋은 편인 나조차 한 번에 알아볼 정도로 실물이 내가 알던 이미지와 흡사했다.
저렇게 해맑게 웃는 사람은 슬카데미 역사상 그리 많지 않거든.
슬카데미의 서브 히로인 중 한 명이자, 애매한 재능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마법과 인기 1위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는 만인의 이상형.
“나탈리?”
…근데 네가 여기에 왜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