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37화(3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37화
“너무 날아다닌 거 아냐?”
“글쎄. 아무래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시모어 파커의 미심쩍은 눈빛이 이쪽에 닿았다.
“실력도 몰라보게 늘은 거 같고.”
“그건 칭찬인가?”
능청스레 받아치는 말에 시모어 파커는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왜 그렇게 굳어 있어. 농담이었는데. 아 물론 내 뒤의 애들은 농담이 아니었던 거 같지만.”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짧아진 녀석이 씩씩대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비위 맞춰 주는 것도 쉽지 않네. 조금 적당히 할 걸 그랬나.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최대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 나갔다가는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미안하게 됐다. 거기서 설렁설렁 했으면 나도 모가지거든. 아, 그 나이면 머리는 금방 자랄 거다. 그때까진 괜찮아!”
“아, 저 개자식이.”
흠흠. 이런 식으로 달래는 게 아닌가. 시끄럽게 소리를 내지르는 병풍을 무시하고 저주학 첫 페이지를 펼쳤다.
시선을 돌리는 데는 지들이 좋아하는 얘기만한 게 없지. 이맘때쯤 녀석들을 계획하던 프로젝트가….
“빙의술?”
“악마를 소환하는 건 네 전문이잖아. 자문을 구했으면 해서 불렀어.”
실제로도 한시하가 맡았던 프로젝트긴 했다. 이 일로 시모어 파커의 신임을 얻고 얼마나 날뛰었던가.
제 명만 재촉하는 길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시모어의 말에 저주학 책을 덮고서 턱을 쓸어내렸다.
“흐음.”
주머니 안에 굴리고 있던 투명 구슬을 꺼내고선 입을 열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같아도 내 머리는 제법 빠르게 굴러가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이 녀석들 눈빛이 바뀔까.
그러면 조금 더 확실하게 신임을 얻을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부유하다가 빠르게 사그라졌다.
마침내, 결론이 나왔다.
나직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울 텐데. 돼지의 피, 짚 한 단, 오우거의 비늘, 악마의 나무뿌리, 그리고. 적합한 매개체가 하나 필요해. 신성한 계열이면 더 좋고.”
여기서 매개체라 함은, 악마를 소환시킬 사람을 의미했다.
충분한 마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악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인간.
슬카데미에서 봤던 대로 술술 읊어 주자 녀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시모어 파커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다 구했어.”
“인간도?”
“괜찮은 사람은 생각해 뒀지.”
원래 누구였더라.
큰 비중이 없던 엑스트라 한 명이었던 거 같은데. 골똘히 생각해 보니 이름이 기억날 거 같기도 하고….
내가 만난 적 있던 사람인 거 같은데.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르자, 익숙한 이름 하나가 목구멍에서 걸렸다.
“설마 베티?”
“어떻게 알았어?”
“그 선배를 무슨 수로 데려오려고?”
가문의 뒷배경도 약하고, 마력은 적당하니 제압하기도 쉬운 데다가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조용히 사라져도 크게 문제없을 사람.
최소 반나절은 시간을 벌 수 있을 사람으로 고른 모양이다.
곱게 데려올 리는 없고 역시….
“그건 걱정 말고.”
근데 이 대화.
누군가에겐 다소 충격적일 거 같은데. 고개를 돌려 아까부터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나탈리를 돌아보았다.
“….”
가뜩이나 새하얗던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 * *
나탈리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발을 동동 굴렸다.
어니스트 학장의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위험한 상황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 스케일일 줄은 몰랐다.
학생들이 납치를 계획한다고?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것도 악마 소환이라니. 그걸 생글거리며 말하고 있는 한시하를 보니 섬뜩할 지경이었다.
이건 너무 위험한데… 다 제치고 어니스트 학장을 찾아가야 하나?
아니면 한시하에게 도움을….
‘그 녀석 믿어도 되는 거 맞아?’
어니스트 학장의 판단력이라면 늘 믿어 왔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리 태평한 것을 보면….
‘불안해.’
나탈리는 이를 꽉 악물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이건 말해야겠다.
“학장님을 찾아가야겠어.”
결연한 표정의 나탈리가 지하 동방을 나가려던 순간, 검은 그림자가 나탈리의 뒤에 다가섰다.
“어디 가려고?”
“…아이, 깜짝이야!”
일그러진 표정의 시모어 파커.
거기에서 불안함을 감지한 나탈리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험하다. 본능적인 직감이 등허리를 타고 움찔거렸다.
나탈리답지 않게 어색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그냥… 수업 준비 하러 가는 중인데요?”
“허어, 실망이네. 나탈리.”
시모어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감돌았다. 나탈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표정 관리, 표정 관리.
일단 발뺌해야 한다. 적어도 이 지하 동방은 빠져나가야 어니스트 학장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
그때까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만….
하지만, 그런 나탈리의 바람을 꺾어 버리는 시모어의 한마디가 돌아왔다.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아악-.
옆방에서 외마디 비명을 들은 한시하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탈리?”
* * *
“으윽….”
나탈리는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들썩였다.
밧줄에 꽁꽁 묶인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일 리 없었다. 덤으로 지금은 머리까지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기분이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구나.
나탈리는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먹여놔.’
‘12시간 뒤면 효과가 나타날 테니까.’
기절한 뒤 또렷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분 나쁜 보라색의 포션을 삼키고 말았고, 어제 그들이 떠들어댔던 빙의의 매개체는 자신이 될 예정이었다.
멍청하긴, 가만히나 있을걸.
나탈리는 후회하며 자꾸만 올라오는 독 기운에 고통스러워했다.
이대로 12시간 후면 꼼짝없이 악마에게 잠식되게 생겼다.
평생 밝은 것만 보고 살아온 나탈리에겐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만일 이성을 잃고 악마에 잠식되어 다른 사람을 해하게 된다면.
나탈리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문제였다.
우선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나탈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발버둥 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누구라도… 제발 누구라도….”
버둥버둥.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두 다리를 힘껏 차며 어떻게든 밧줄을 풀어 보려던 순간.
“어… 어!”
스르륵.
허공에서 익숙한 얼굴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동동. 머리만 떠다니는 괴기한 광경에 나탈리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내지르려다 멈칫했다.
갈색의 머리칼에 동글동글한 얼굴. 어디서 많이 봐 온 사람이었으니까.
“…꺄아… 읍읍!”
나탈리의 입이 틀어 막혔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아, 조용히 좀 해 봐. 같이 골로 가려고?”
“어… 어떻게….”
한시하였다.
창백하게 질린 나탈리는 제 눈을 의심했다. 허공에서 사람이 걸어 나온 거… 맞나?
아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 사람이 한시하라는 게 중요했다.
무섭게 윽박지르던 시모어 파커나 강령과 학생이 아니라는 것에서 크게 안도감을 느낀 나탈리는 저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무서워… 무서웠다고….”
방금 전까지는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저 얼굴을 보고나니 목끝까지 조여 오던 공포가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한시하는 새하얗게 질린 나탈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흐읍….”
“풀어 줄게.”
쉿.
한시하는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는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이대로 놔뒀다간 독이 온몸에 퍼질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여기서 탈출한다고 해도 살 확률이 희박해질 테니, 지금이라도 해독제를 써야 했다.
시장에서 샀던 해독의 바늘을 주사기 끝에 꽂아 넣은 한시하는 목소리를 낮추고선 말했다.
“내가 의료인은 아닌데… 그래도 좀 믿어 봐.”
“흐읍… 그게 무슨….”
“호로롤로. 이쪽 보자!”
으으응?
훌쩍이던 나탈리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던 순간, 한 번에 해독의 바늘을 찔러 넣은 한시하는 뿌듯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아이고, 끝났다. 야. 순식간이지?”
뭐냐, 방금 개가 된 이 기분은.
“해독제가 퍼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한 거라, 일단 천천히 빠져나가.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한시하는 단번에 밧줄을 끊고선 손거울을 건넸다.
은신의 거울.
여기까지 몰래 들어오기 위해 한시하가 썼던 요긴한 물건이었다.
기껏해야 10분 남짓 유지되는 은신이기는 했지만, 여기서 빠져나가기에는 충분하다.
밧줄을 모두 풀은 한시하는 싱긋 웃으며 나탈리에게 속삭였다.
“어서 도망가.”
* * *
“나탈리는 어디 있어?”
“설마… 네 짓이야, 한시하?”
바닥에 후두둑 널브러져 있는 밧줄과 텅 빈 의자.
뒤늦게 그 광경을 목도한 시모어 파커는 붉어진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거참, 늦게도 나타나네.
한시하는 고개를 까닥이며 시계를 돌아보았다. 지금쯤이면 나탈리가 무사히 빠져나갔을 시간.
아마도 어니스트 학장에게 바로 찾아갔겠지. 그쪽의 안전은 더 이상 신경 쓸 것 없다.
한시하는 생글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곤 그의 입에서 시모어를 약 올릴 만한 말들이 줄줄 흘러나왔다.
“계획은 좋았는데, 너희가 몇 개 간과한 사실이 있거든. 첫째, 나탈리는 의심했으면서 나는 너무 믿은 것.”
“야, 이 새끼야.”
“둘째, 내 능력을 너무 얕잡아 본 것.”
여차하면 제압할 수 있는 상대라 여겼으니 제멋대로 주무르려 했으려나.
한시하는 한 바퀴 돌고선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그리고 셋째, 이 세계는 너희의 편이 아니라는 것.”
굳이 자신이 이 자리에 없었어도 이건 이들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어니스트 학장. 아직은 어설프기만 한 이들의 실력.
시모어 파커를 빤히 응시하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네놈은 살아나갈 테니 큰 걱정은 하지 말고.”
“걱정해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네놈일 거 같은데. 나탈리가 쪼르르 달려가서 학장님이라도 데려올 거라고 기대하는 거야? 이걸 안 이상 내가 널 살려 둘 거라고 생각하는 거고?”
시모어 파커의 살벌한 눈빛이 이쪽에 닿았다.
저 말은 백 프로 진심이다. 어차피 걸릴 바에는 반드시 내 목숨이라도 끊고 가겠다는 다짐.
“허, 학장님이 아무리 우리를 잡아 두고 싶어도 니들 뜻대로 되지 않을 건데. 확실한 증거가 없잖아. 흑마법을 연구하는 걸로는 귀책사유가 되지 않는 거 알지?”
불법적인 흑마법을 제외하곤 특별한 귀책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시모어의 말은 옳다.
거기에 튼튼한 그의 가문까지 생각했을 때, 이들이 처벌받을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나탈리의 일이야 적당히 입막음하면 될 것이고. 저 살벌한 눈빛에서는 이미 그런 계산들이 오가고 있는 게 뻔했다.
그런 녀석들의 희망회로를 깨부수기 위해 주머니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데구루루-.
말없이 굴린 구슬이 시모어의 구두에 툭 하고 닿았다. 녀석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게 뭐지?”
“어니스트 학장의 눈이자 귀겠지.”
“뭐?”
“지금 이 모든 장면을 학장님이 보고 듣고 계신다는 의미라고.”
아까까지 붉게 물들어 있던 녀석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한시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학장님이 전부 들으셨을까?”
“…이 개자식이!”
“너네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소리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모어와 한시하의 지팡이 끝에서.
“아아아악!”
파앗-.
두 줄기의 빛이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