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39화(3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39화
“이게 뭔가요?”
인자한 눈웃음을 짓던 어니스트 학장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팔짱을 끼었다.
그때까지 나는 내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흑마법 단체를 상징하는 표식과 길게 늘어지는 편지.
애써 모르는 척 담담하게 고개를 들었다.
“중요한 편지인가요?”
“네 말에 일리가 있는 거 같아서 준비했다.”
어니스트 학장을 설득한 건 나였다.
앞으로 엇나가게 될 시모어 파커를 막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무작정 어니스트 학장을 붙들었다.
‘특별히 원하는 게 있나? 사례를 약속했으니 해 줄 수 있는 선에선 도와줄 수 있거늘.’
그의 배려에 내 대답은 이랬다.
얼핏 보면 상당한 오지랖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대답.
시모어 파커를 도와 달라.
학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처벌은 받더라도 선은 넘지 않게 해 달라.
그에 대한 대답이 이거였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시모어 파커를 흑마법 단체가 협박했다는 내용의 허위 편지.
이걸 어니스트 학장이 직접 만들어 낸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내 의도를 정확히 읽어 냈다는 것.
“깜짝 놀랐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야. 역시 대단하군, 한시하 학생.”
“아닙니다.”
“그 아이가 더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아르델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될 수도 있겠지. 그 아이는 악마의 재능을 타고난 녀석이니.”
시모어는 복수심을 품으면 더 강해진다.
그걸 알고 있는 어니스트 학장도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듯했다.
괜히 아르델 아카데미의 학장이 아니다.
어니스트 학장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흐뭇하다는 듯한 얼굴이다.
“제가 잘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그럼 믿고 있겠네.”
기분 탓일까.
저 레이더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 * *
매사에 깐깐하면서도 학생들을 사랑하는 그린트 교수.
그런 교수들의 흔한 특징이 있다. 비단 대한민국이 아니라, 이곳 아르델 제국에서도 통하는 개념이다.
저런 교수들은… 슬프게도 학생 주도 수업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조별 과제가 있겠습니다.”
아, 제발.
버스 기사와 무임승차 승객, 깽판 치는 진상까지. 조별 과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맛볼 수 있는 체험 삶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곳곳에서 탄식이 튀어나왔다.
그린트 교수는 각진 양복의 옷매무새를 정돈하고선 마법실전학 수업의 첫 번째 조별 과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조별로 현장답사를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곳을 답사하든 다른 조와 겹치지만 않으면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까부터 배부된 리스트를 보는 중이었다.
아르델 제국 내 여러 지역에 있는 던전들을 난이도 별로 분류하여 정리해 놓은 리스트였다.
몇몇 익숙한 던전들도 보이고, 학생들 선에선 까다로워 보이는 던전들도 눈에 띤다.
전설의 마법실전학 조별 과제.
슬카데미에서도 해당 조별 과제 에피소드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각 던전마다 제시된 아이템을 들고 복귀해야 하는 과제로, 높은 난이도의 던전을 탐방할수록 가산점을 받는다.
하지만, 과제 기간이 상당히 짧은 탓에 자칫 실패했다간 제로가 되어 버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게 그린트 교수표 조별 과제의 의미였다.
한마디로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거지.
이미 알고 있는 주의점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 그린트 교수는 학생들을 돌아보며 설명을 이어 갔다.
“제가 이 과제에서 중점으로 평가할 부분은, 당연히 던전의 클리어 여부. 여러분의 안전. 마지막으론 협동 정신입니다.”
“네엡!”
“각자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제가 직접 여러분의 던전 탐방을 지켜볼 수 없겠지만 결과물은 분명 답을 알려 줄 것입니다.”
그린트 교수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원이 목소리를 낮추고선 속삭였다.
그새 눈치 빠르게 조별 과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야, 혼자서는 못 깨는 던전인가봐. 전부 다. 난이도가 미쳐 돌아가네.”
“예리한 학생이군요.”
“…!”
그걸 들은 그린트 교수가 원을 똑바로 응시하고선 슬며시 웃어 보였다.
원은 놀란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자신 있습니다, 교수님!”
“자, 좋습니다. 다들 훌륭한 협동 정신을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해 보죠.”
실제로 리스트 속 대부분의 던전은 혼자서는 깰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들어가기 전 똑바로 역할 배분을 하지 않고서야 낭패를 보기 십상일 것이다.
충분한 분석 후 접근. 그리고 던전의 난이도에 관한 전략까지.
단순히 들어가서 몬스터부터 때려잡을 것이 아니라 생각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조별 과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
“조는 특별히 여러분의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
“10분 드리겠습니다.”
개념 박힌 조원을 찾아보자.
* * *
첫 번째 멤버는 엿가락마냥 옆에 찰싹 붙어 있던 원이었다.
눈치도 빠른 데다 중요한 정보는 여기저기서 잘도 주워 오는 녀석이라 제법 든든한 인재였다.
사실은 그냥 믿을 만한 놈이 얘밖에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원은 괜한 허세로 호들갑을 떨며 말을 뱉었다.
“아, 일단 나만 믿어 봐. 던전이란 던전은 싹 쓸어 올 자신 있으니까.”
“행여나.”
“근데 우리 조원은 어쩌지? 생각나는 사람 있어?”
원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소시지를 한 입에 베어 물었다.
북적북적.
그 사이 다들 벌써 조원을 영입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인파에 치여 가만히 있자니 슬슬 불안해진다.
총 서너 명으로 구성하라고 했으니 최소 한 명은 더 데려와야 한다.
근데 마땅히 생각나는 애가 없다.
원을 툭툭 치고선 은근히 재촉했다.
“네 그 대단한 인맥으로 어떻게 좀 해 보면 안 되겠냐.”
“내 인맥? 나는 동급생이랑은 안 친한데. 선배랑 친하지.”
“거참, 대단한 인맥이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잖아.
어차피 웬만한 메인 캐릭터들은 자기들끼리 조를 짜느라 바쁠 테고. 별로 친하지 않은 녀석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어벤져스 조를 만들고 있을 게 뻔했다.
“나와 같은 조 할 생각은?”
“글쎄에… 생각해 보고?”
“생각은 빨리 해야 할 거 같은데, 벌써 5분 남았거든.”
“다른 멤버는?”
봐봐라.
어깨를 으쓱이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제안들을 받고 있는 아델라가 눈에 들어 왔다.
역시 저 정도 급이 되니까 평민 출신이어도 한 탕을 노리려는 기회주의자들이 꼬이나 보다.
물론 아델라는 그들을 일관된 태도로 쳐 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근데 어쩌지, 나는 다른 조 생각하고 있어서.”
끼익. 의자에서 일어난 아델라가 뜬금없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원이 목소리를 낮추고선 내 옆구리를 찔렀다.
“야, 쟤 우리 조 들어오고 싶어 하는 거 같지 않냐?”
글쎄. 마음만 먹으면 주인공 이한과도 같은 조 할 수 있을 녀석이 뭐가 아쉬워서.
그래도 나름 친해진 건 맞는데….
그렇지만….
나라도 굳이 나랑은 안 엮일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저벅저벅.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이 망설임 없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저 좋다는 유명 캐릭터들의 제안을 전부 단호하게 쳐 내고선 놀라울 정도로 당당하게.
그리고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아델라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같이 하자.”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두 눈은 웃고 있었다.
“지인짜? 진심으로? 야, 우리랑?”
원이 기겁하며 탄성을 터트렸다.
야, 되게 없어 보이잖아.
“왜? 대체 이유라도 들어 보자.”
당장 감사합니다, 하고 잡아도 모자랄 판에 흥분했는지 별 소리를 다 쏟아 내는 원이다.
혀를 내두르며 녀석의 목덜미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선 옆으로 치웠다.
아델라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며 난장판이 된 이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아까부터 사방에서 은근한 시선이 쏠리는 것 같아서였다.
“그러려니 해. 원래 흥분 잘하는 친구라.”
“알지. 악마의 나무에서도 소리만 빽빽 지르고 있었잖아.”
“야아… 너네 내 이미지 이상하게 만들지 마라.”
“이미지는 무슨, 팩트로만 말하고 있잖아. 맞지?”
원이 저렇게 놀라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아델라와 생판 남도 아니고 제법 친하게 지내는 편이긴 했지만, 그건 내 기준이고.
아르델 아카데미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런 친분보다도 철저한 기준에 의해 이런 문제를 결정하기 마련이었다.
원의 성적이 어디 가서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라 해도 상위권에 속하진 못했고, 나도 아델라의 눈에 찰 수준은 아니었다.
아까 보니 주인공 이한도 아델라에게 같이 할 의사를 묻는 듯했는데, 그런 화려한 라인업 다 제치고 여기로 온 건가.
나도 의외긴 했다.
굳이 편하게 갈 길 돌아서 여기로 온 게.
아델라를 향해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할게.”
“혹시나 착각할까 봐 내가 말하는 건데, 나는 다른 친분 계산하지 않고 딱 여기가 경쟁력 있다고 생각해서 온 거니까 괜히 삽질하지 마.”
“착각 안 하고 있었는데.”
“…!”
아델라는 이쪽을 흘겨보고선 피식 웃었다.
“웃기시네.”
“티 났냐? 목숨 빚진 값이 여기도 해당되는 건가, 하고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건 이미 청산한 지 한참 됐거든?”
“…맞는 말이지.”
“근데 인원은 이대로야? 고작 세 명?”
아델라는 반질반질한 조약돌을 손에서 굴리며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하긴. 세 명이어도 내가 있으면 충분하긴 해.”
패기 넘치는 아델라의 한마디에 원의 즉각적인 아부가 이어졌다.
“역시 멋지십니다. 믿습니다, 마차 운전사님!”
여기는 버스가 아니라 마차냐.
그건 좀 구린데.
하여간 잘들 논다.
“돈 안 내고 타면 땅에 묻어 버릴 거니까 잘 생각하고.”
“네, 알겠습니다!”
아델라의 자신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순간, 그림자가 머리 위를 드리웠다.
폴짝하고 갑자기 튀어나온 얼굴에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어?”
금발을 찰랑거리며 눈웃음을 지어 보인 얼굴은 나탈리였다.
아델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떨떠름하게 물었다.
“너도… 들어오려고?”
“혹시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요?”
“말도 안 돼!”
원이 패닉에 빠진 얼굴로 탄성을 터트리더니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러곤 아부 섞인 말들이 이어졌다.
“이야, 당연하지. 여기 앉아요. 반질반질하게 닦아놨는데, 그치?”
성적 때문은 아닌 것 같고.
너… 설마 나탈리 좋아하냐?
“아, 너무 좋은데?”
“아, 우리 조 너무 마음에 드는데?”
“아, 죽여주는데?”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원은 횡재다 싶었는지 바로 옆에 있던 의자를 급히 나탈리의 앞에 내밀었다.
미소를 띤 채 원의 호의를 받아 든 나탈리가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원래 들어오고 싶었어요.”
“…의외인데.”
아델라도 아델라지만, 성격이 모난 아델라와는 달리 나탈리는 그야말로 모두가 탐낼 조원이다.
친구도 많고 같이 하자고 한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을 건데.
동급생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요새 한동안 나를 숭배하듯 받들어 대던 크릭조차 주먹을 부들거리고 있었다.
“너… 너무해.”
“그, 그렇게 다 데려가야 속이 시원했냐!”
아니, 왜.
나는 잘못한 거 없어, 이 자식들아.
그래, 나만 죽일 놈이지. 주위의 시선들을 가볍게 흘리며 손을 내밀었다.
“어쨌든 잘 부탁한다.”
“저도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조합.
마법과에서 제대로 조원이나 구할까 싶어 걱정했던 것이 한낱 기우였음을 증명하듯 훈훈한 분위기였다.
의외라는 듯 경계하던 아델라도 이내 안도하는 기색으로 나탈리를 맞았다.
물의 마법사인 나탈리와 땅의 마법사인 아델라는 제법 상성이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두 사람에게 리스트를 내밀었다.
전투 능력에 있어서 이 둘은 분명 든든한 지원군일 테지만 전략을 세우는 면에 있어선 모든 던전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내가 나을 테니 말이다.
나는 리스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원은 완벽하게 짜진 거 같으니, 어디 갈지 슬슬 정해 볼까? 미리 봐둔 곳은 마녀 산장과 유령의 숲, 그리고 어둠의 늪지대. 아, 늪지대는 여기 세 사람이나 트라우마가 있어서 패스하고.”
“완벽한 조원이라. 뭐야, 벌써 끝난 거야?”
“…음?”
낯선 목소리에 홱 고개를 들었다.
아까보다 한층 더 따가운 시선들이 이쪽에 닿았다. 아니, 이번에는 좀 더 시끌시끌한 기분.
“미친.”
“이한이 저기를 왜?”
“아델라에 나탈리에… 이한까지? 설마, 한시하가 다 끌어들인 거야?”
“정신 나갔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게 대체 무슨….
마치 진흙을 씹고 있는 듯한 껄끄러움에 눈앞의 상대를 스캔했다.
“나도 껴 주면 안 되겠냐?”
주인공 필터가 완벽히 씌여진 사뭇 비현실적인 비주얼.
말과 제스처 하나하나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인물.
차갑지만 악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녀석은….
슬카데미의 주인공 이한.
야, 정말 예상 못한 얼굴이다.
반사적으로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나쁘지 않지?”
어디서도 거절당한 적이 없는 천재의 여유로움.
입가에 걸린 미소는 타인을 무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자신을 믿는 뚜렷한 주관과 높은 자신감 때문. 그 성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있으면 모가지가 날아갈 거 같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곁에 서 있기만 해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슬카데미의 메인 캐릭터, 아니 주인공.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조별 과제라니.
“어우… 되게 참….”
“어때?”
부담스럽다.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