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40화(4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40화
“와, 어떻게 그렇게 칼같이 거절하지?”
이한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싫어.’
저 한마디가 아까부터 머릿속을 웅웅 울리고 있었다.
심지어 고민하는 기색도 없었다.
2학년 전체 수석이자, 입학 이후 1등 자리를 놓쳐 본 적이 없는, 천재라는 수식어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들어 온 이한이다.
그런데 어떻게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는 거냐고.
“이렇게 까일 줄은 몰랐는데.”
이한으로서는 자존심이 퍽 상하는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그 자리에 있던 애들이 싸한 공기에 멈칫했겠는가. 같은 조원이었던 나탈리와 아델라도 기겁한 얼굴이었다.
아쉬울 거 하나 없다.
그 누구와 함께하더라도 이한은 모든 던전들을 손쉽게 깰 자신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그저 조력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너무 당황한 탓에 멍청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야, 내가 1인분은 확실히 할 텐데.’
‘그 이상을 하겠지.’
‘그런데 왜?’
그런데 왜라니….
“너무 찌질했다. 아악….”
제대로 미쳤던 게 틀림없다.
그런 허접한 낙제생 앞에서 그렇게 크게 동요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또래들에 비해 여느 때나 평정심을 곧잘 유지하는 이한에게는 더더욱.
하지만, 이어진 한시하의 말은 한층 더 기가 찼다.
‘지금은 네가 별로 필요 없거든.’
‘뭐?’
‘인원수 다 채웠잖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다른 학생이라면 가장 능력이 부족한 원을 쳐내고 자신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한은 분한 듯 테이블을 발로 차고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주관이 확실한 녀석이니 그럴 수도 있지.
그게 아니라면….
“의리?”
기숙사 룸메이면서 늘 붙어 다니곤 했던 원을 챙기려는 마음에 배신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은 성적이 먼저였기에 우정의 개념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친구와의 의리가 더 중요했다면.
“…뭐야.”
이한은 그간 한시하의 이미지를 곱씹으며 떨떠름한 눈빛이 되었다.
작년의 한시하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친구고 뭐고, 같은 학생들을 팔아먹어서라도 흑마법 단체에 들어가고도 남을 녀석이었으니까.
하지만, 올해 들어 이한은 자신의 눈이 잘못되었음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적어도 한시하 한정으론 그랬다.
말을 얹는 것조차 화가 날 정도로 형편없는 쓰레기였지만 요즈음 들려오는 소문은 전혀 딴판이었다.
나탈리를 구해 내고 에른스트 교수 연구실의 프랑켄슈타인을 잡아 디버트 교수의 혐의를 밝혀낸 학생.
처음에는 아델라라고 알려졌던 행적들도 전부 한시하가 해낸 것들이었다.
‘그걸 왜 말을 안 했을까.’
충분히 나서서 자랑할 만도 했을 텐데.
숱한 의심을 받으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한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끝에 결론을 냈다.
“보기와는 달리….”
거참, 되게.
“의리 있는 친구네.”
아무래도 생각보다 훨씬 좋은 놈이었던 거 같다.
까인 건 서글프지만 말이다.
* * *
“누가 내 얘기 하는 거 같은데.”
아까부터 귀가 간질간질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델라가 피곤한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벌써 이틀째 이러고 있다.
아직 어떤 식으로 공략할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소리다.
밤새 토론을 했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네가 알아본 게 유령의 숲이라고?”
아델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리스트를 내려다보았다.
B등급 난이도의 유령의 숲. 결코 쉬운 난이도라고 볼 수는 없는 던전이지만, 고득점을 노리기에는 다소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다.
성적에 신경 쓰는 이쪽이야 당연히 걸릴 수밖에 없다.
“솔직히 한 단계 올려서 공략해도 우리 실력으로 충분하지 않아?”
“흐음.”
“정정할게. 충분… 까진 아니고 노릴 만하잖아?”
아델라가 바라는 것은 A등급의 마녀 산장.
이 네 명이라면 여유롭게 뚫진 못해도 도전해 볼 만한 난이도긴 했다.
물론 일반적인 학생들 기준으로는 쳐다도 보지 못할 수준이다. 여기 괴물이 둘이나 있어서 그런 거지.
그거야 충분히 공감하는데, 글쎄다.
“나는 후회 없을 거 같은데.”
던전의 클리어 여부는 각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을 통해 결정된다.
유령의 숲의 클리어 아이템은 유령의 램프로 알려져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유령의 숲에서는 A등급의 그 던전에서도 얻을 수 없는 히든 아이템이 나온다.
특정한 조건에서만 발동되는 히든 던전.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히든 아이템을 들고 가면 그 어떤 A등급 아이템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슬카데미에서 3학년의 이한이 찾아내는 히든 피스기도 했다.
야, 미안하다. 1년 뒤 네 업적 내가 좀 꽁쳐 갈게.
“이유는? 너무 위험해서?”
“그냥 가서 평범하게 던전을 깨고 올 생각은 아니야.”
“그러면?”
흔히 던전을 나누는 방식과는 달리 일정 조건을 달성했을 때 추가 보상을 해 주는 던전들이 있다.
유령의 숲이 바로 해당 던전들 중 하나고.
가령 던전 혼자 깨기라든가, 보스몹만 때려잡기라든가. 그런 기이한 던전형 퀘스트들을 달성하면 되는 건데. 그럴싸한 핑계로 대기에는 나쁘지 않은 미끼였다.
아까 전까지는 건조하던 아델라의 목소리에도 다시 생기가 돌았다.
“추가 보상을 노려본다고?”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유령들이 속삭이는 숲에서 쓸쓸히 빛을 밝히고 있는 유령의 램프를 찾아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
그것이 이 던전의 핵심 포인트였다.
그런데, 모든 몬스터를 완벽히 때려잡고 나면 추가 보상을 증정한다.
그걸 추가로 가져가면 뭐라도 있겠지.
지정 아이템 외에 쓸 만한 물건을 가져오면 그것 역시 추가 점수로 인정해 주겠다.
그린트 교수가 꺼냈던 말이었다.
“특이한 접근 아냐? 그린트 교수가 좋아할 방식 같은데.”
“그렇지만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너무 운빨 아닌가?”
“그린트 교수는 랜덤 아이템에 더 가산점을 줄 수도 있어. 한시하 말이 맞기는 해.”
확실히 가산점을 얻기에는 나쁘지 않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A등급 던전보다 안전하기도 하고.
한참을 고심하던 원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마녀산장은 살짝 불안해.”
“상성이 안 맞기도 하고요. 저도 유령의 숲이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추가 보상 점수까지 더해지면 그게 그거일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 그렇다니깐.”
아냐, 그 랜덤 아이템 진짜 쓰레기야.
A등급 던전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
진짜배기는 그게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그저 생글거리며 웃어 보였다.
역시 약 파는 건 내 적성에 맞다.
다들 잘 낚이네.
“알았어.”
아델라의 한마디가 떨어진 뒤에는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모든 몬스터를 때려잡기만 하면 된다는 유령의 숲의 간단한 조건. 까다로운 입장 외에는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는 던전의 구조까지.
몬스터들의 특성이야 정신공격을 해 오는 몇몇 캐스퍼를 제외하고는 까다로울 것도 없었다.
“여기서 나탈리가 입구를 열고, 원이 막아주면 될 거 같은데? 뒤에 새는 몬스터 있으면 안 되니까 전부 처리하고. 아델라랑 내가 선두로 나설 테니까 천천히 나가도 될 거 같아. 침착하게.”
“좋아요!”
“깔끔하게 조져 준다.”
“별로 어렵지도 않네.”
“새벽에만 던전이 열린다고 하니까 4시에 도서관 앞에서 만나면 될 거 같네. 이외에는 각자 던전 특성 찾아서 정리만 해 오면 될 거 같은데. 크게 어려울 건 없어 보인다.”
“한 번에 뚫고 가자고.”
그러면 일단.
“자,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아자, 아자. 파이팅!”
급한 일은 마무리된 거 같고.
“으.”
자, 이제 다른 쪽으로 머리를 좀 굴려 봐야겠다.
* * *
던전 공략 전날.
바깥 날씨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매우 나빴다.
번쩍.
기숙사 창문을 환하게 비출 정도로 강하게 빛난 하늘은 뒤이어 천둥소리를 몰고 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실내여서 크게 상관은 없지?”
“그럴걸. 던전 한두 번 가봐?”
나는 진짜 한두 번 가 봤다만.
어차피 던전의 날씨는 바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령의 숲은 학교 내에 있는 던전이니까 더더욱 관련 없고.
하지만, 바실이 저렇게 낑낑대고 있는 걸 보니 걱정은 된다.
침대 밑에서 덜덜 떨고 있다.
드래곤이 왜 이리 겁은 많은지.
보다 못한 원이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끼엥!”
“치즈 먹을래?”
“…칫즈!”
원은 반쯤 까놓은 치즈를 바실의 앞에서 깔짝거리다가 지가 처먹었다.
기대감에 반짝이던 바실의 눈빛이 차갑게 식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아, 개맛있… 아악!”
맞을 짓 했네.
바실에게 강하게 응징당하는 원을 돌아보며 나는 짧게 혀를 찼다.
“살, 살려 줘….”
아마 보기보다 많이 아플 터였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해츨링 그 자체였던 바실은 그새 많이 자랐다.
애들은 빨리 큰다더니 뿔도 처음 봤을 때보다 커졌고 날개도 훨씬 큼지막해졌다.
이젠 날개를 전부 펼쳤을 때 드래곤다운 묘한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변한 건… 단연 지능이었다.
<바실러스 아트라식스>
레벨: 11
마력: 61
힘: 70
민첩: 45
지능: 21
[화염 방사 Lv 3][마력 방어 Lv1][독성 저항 Lv 3][화염의 소용돌이 Lv 3][파이어스파이크 Lv 1]“유렁! 유렁! 유렁!”
“으응, 유령 여기 없어.”
간단한 단어 정도는 어설프게 말할 수 있을 정도랄까.
여기서 조금 더 크면 폴리모프해서 사람처럼 앉아 있으려나? 아, 그건 좀….
“꾸에?”
“너무 좋을 거 같다고.”
이젠 말도 다 알아들으니까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헛기침을 하며 두툼한 책을 집었다.
원이 바실에게 말하는 걸 알려 주는 사이, 마지막으로 던전의 구조를 스캔할 생각이었다.
랜덤 아이템을 얻기는 비교적 쉬어도 히든 피스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제법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에야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 바실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웅얼대고 있었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원이 통역을 요청해 왔다.
“유렁! 너! 몬생!”
“야, 한시하. 얘 뭐라는 거냐.”
척하면 척이다.
“네가 유령처럼 못생겼대.”
“…뭐 이 새끼가?”
“꾸에에!”
바실은 미운 나이 7세 대신, 미운 나이 7개월의 절차를 제대로 밟아가고 있다.
갑자기 원에게 목덜미가 잡힌 탓에 지도 놀란 모양인지 냅다 브레스를 뿜어 버렸다.
아, 저건 안 되는데.
…조졌다.
“아악! 침대 시트 탔어!”
“야, 야! 파충류. 너 이리 와.”
“꾸에에!”
“시트 탔다고!”
“어후, 정신없어. 어후!”
그야말로 난장판 그 자체다.
이 좁은 기숙사 방에서 먼지가 날릴 정도로 뛰놀고 있으니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을 지경이 됐다.
그때였다.
쾅-.
난데없는 소란을 덮기에 충분할 정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은 멈칫하고선 동그란 눈이 되었다.
문이 통째로 흔들릴 정도의 타격이었다. 아무리 봐도 밖에서 난 소리인데.
바실 역시 놀란 눈으로 침을 삼켰다.
생각났다. 기숙사 방음이 쓰레기라는 거.
“야, 옆방 화났냐?”
“그랬나 본데?”
“나가 볼게.”
원은 성큼성큼 문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홀린 듯이 문을 열어젖힌 원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멈춰 섰다.
옆방에서 찾아온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듯했다.
“무슨 일이야?”
“이게 뭐지?”
문 앞에서 무언가를 집어 든 원의 낯빛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